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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평소와 다른 이우범

“울어도 소용없어. 어서 사과해.”

놀랍게도 배인호가 입을 열었다. 방금 나에게 사과를 요구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그는 빈이를 나의 앞으로 데려왔다.

“마미가 네 잘못이라고 했으면 사과해야지. 아까는 내가 오해했어.”

그의 행동에 민설아도 어안이벙벙한지 멍하니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빈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내 앞에 와서 섰다. 지금 엄마와 아빠 모두 자기에게 사과하라고 하니 기댈 곳도 없는데 어떻게 계속 고집을 부릴 수 있을까?

“아줌마 죄송해요. 내, 내가 마음대로 먹을 것을 가져갔어요. 내가 잘 못했어요. 우아아아...”

빈이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말까지 더듬는 모습이 보기에도 안타까웠다.

어린아이가 모르는 것이 많은 건 부모가 잘 가르치지 못한 결과다. 그러니 빈이가 이렇게 된 건 민설아의 책임이다.

나는 빈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아줌마가 용서해 줄게. 다음부터 먹고 싶은 건 먼저 예의 있게 물은 다음에 먹는 거야. 알겠지?”

빈이는 울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뒤로 돌아 배인호와 민설아를 바라보았다. 부모님이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민설아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빈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착하지. 이리 와.”

빈이는 뛰어가서 다시 민설아의 등 뒤에 숨었다. 배인호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식사 마저 해요.”

나는 배인호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려 이우범에게 말했다.

“우린 가요.”

이때 민설아가 또 입을 열었다.

“지영 씨, 잠깐 할 얘기 있어요.”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나와 그녀가 더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이우범은 그걸 보더니 내 팔을 잡고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배인호가 나의 반대쪽 팔을 잡았다.

“잠깐만, 못 들었어?”

원래 나는 민설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려고 했다. 어차피 얽혔는데 그녀가 어떤 연기를 펼치는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배인호의 거친 행동에 짜증이 났다.

나는 바로 그의 손을 쳐냈다.

“난 듣고 싶지 않네요.”

말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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