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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전남편과 엘리베이터에 갇히다

“우범 선배, 지영 씨하고 좋아 보이네요.”

민설아가 먼저 입을 열더니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이우범은 부인하지 않고 되물었다.

“너하고 인호도 사이좋잖아. 아니야?”

“뭐 그냥 그렇죠. 우리는 오래 떨어져 있었잖아요. 모든 걸 다시 맞춰가야죠. 근데 괜찮아요.”

민설아는 젖은 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 감정이 남아 있으니까요. 우리가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진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힘들게 얻은 이번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무엇보다 아이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우리도 아이 생각해야죠.”

말하며 민설아는 빈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빈아. 들어가서 글쓰기 연습하고 있어. 마미는 여기서 바람 쐬다 들어갈게.”

빈이는 순순히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더 이우범과 민설아의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았다.

“얘기 나눠요. 난 샤워하러 가 볼게요.”

“네.”

이우범이 부드럽게 말했다.

“조금 있다가 머리는 내가 말려줄게요.”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더니 이우범은 눈빛을 반짝였다.

욕실에 들어가서 나는 빠르게 샤워를 끝냈다. 옷을 입고 나왔더니 이우범은 보이지 않았다.

발코니와 방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내가 직접 머리를 말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이우범이 내 머리를 말려 줬다면 서로 너무 어색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다 말릴 때까지 이우범은 돌아오지 않았다.

원래 바로 잠자리에 들려 했지만 졸리지 않았다. 그런 김에 나가서 이우범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에 타자 갑자기 배인호가 엘리베이터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나를 보고 놀라 눈썹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더니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방금 샤워했는지 몸에서 나와 같은 향이 났다. 아마 호텔에서 갖춰 둔 은은한 장미꽃향이 나는 바디워시를 사용한 것 같았다.

이때 엘리베이터 안에는 우리 둘뿐이었다. 나는 멍하니 움직이는 층수만 바라보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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