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야, 저기가 더 북적거려. 우리 저기로 가자.”나는 민설아와 더는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아 바로 유모차를 끌고 떠나려 했다.정아도 민설아가 호락호락한 스타일은 아니란 걸 눈치챈듯했다. 정아가 아무리 공격을 해도 민설아는 모두 담담하게 받아들이니 말이다.우리 일행은 아이를 데리고 배인호와 민설아를 피해 다른 쪽 해변 옆으로 갔다.그쪽에는 어린이들 놀이동산이 있었고, 정아와 민정이네도 각자 아이를 데리고 놀러 들어갔다. 거기에 유일한 미혼남인 박준도 같이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줬다.로아와 승현이는 아직 어린지라 밖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간혹 장난도 쳐주면서 아이들에게 기념사진 몇 장을 찍어주고 말이다.“마미, 나도 가서 놀고 싶어!”갑자기 빈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빈이가 놀이동산 쪽을 바라보며 들뜬 상태로 말했다.민설아는 빈이의 손을 잡으며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근데 여기 어떤 건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다른 애들은 아빠랑 같이 가고 말이야. 빈이는 용감한 남자아이니까, 아빠 없어도 괜찮…겠지?”나는 민설아의 얼굴에서 한줄기 냉기를 보았다. 분명 빈이를 향해 웃고 있었지만 나에게 있어 그 웃음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였다.그 시각 배인호는 민설아의 다른 한쪽에 서 있어 민설아의 그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오직 차분하게 놀이동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당연히 필요 없지—난 멋진 남자니까.”빈이는 가슴을 두드리며 겁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갑자기 멈칫했다.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듯한 빈이는 얼른 배인호 쪽으로 달려갔다.“아빠, 나랑 같이 저거 놀아줄 수 있어? 나 혼자서 무서워.”나는 더는 그들을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유모차를 끌고 옆으로 걸어갔다.한참 뒤, 놀이동산입구로 배인호와 빈이가 함께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보아하니 배인호가 빈이의 요구를 들어준 듯하다.하긴, 그토록 원하던 아이가 지금 그의 앞에 있으니, 몇
나는 놀이동산 쪽으로 가서 정아네를 부르고 싶었지만 이미 재미있게 놀고 있는 상태로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결국은 문자 한 통을 남긴 뒤 혼자서 집에 돌아갔다.여기서 집까지의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았기에 나는 조금 전의 긴장한 기분도 풀 겸 천천히 걸어갔다.하지만 예상외로 내가 돌아갈 때 배인호와 민설아네 3가족도 내 뒤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하이~”이윽고 빈이가 두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손을 뻗어 유모차에 있는 로아와 승현이에게 인사를 건네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민설아가 빈이는 제지하며 말했다.“빈이야, 이리와!”그 말에 빈이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마미, 나 쟤들이랑 놀 거야. 쟤네 생긴 거도 너무 귀엽잖아!”빈이가 내 아이가 귀엽다고 칭찬하는 걸 들은 민설아는 얼굴색이 미묘하게 변하더니 곧바로 한마디 했다.“그러게. 생긴 거 진짜 귀엽지? 네가 봤을 때 이 두 아기 중에 누가 그날 병원에서 봤던 아저씨랑 더 닮은 것 같아?”빈이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그 아저씨랑 안 닮은 것 같아. 내가 봤을 때는…”그러면서 그는 유모차의 승현이를 가리키며 배인호를 바라봤다.“이렇게 둘이——”빈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설아는 그의 말을 끊었다.“빈아, 너 오늘 한글 연습했어? 내 기억에 너 그 연습 집 다 하지도 않은 채 나온 거 같은데!”민설아의 질문에 빈이는 금세 풀이 죽었다.“마미, 나…”배인호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안해도 괜찮아. 앞날이 긴데 천천히 배워도 돼.”빈이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얼른 배인호 뒤에 가서 숨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아빠. 나 요즘 한국어 많이 들었지? 난 천재야!”“천재라도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해. 알겠지? 아빠 뒤에 숨을 생각하지 말고.”민설아는 배인호와 빈이의 모습을 보고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아마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상황이라, 속으로 아마 무척 기쁠 것이다.나는 입술을 꾹 닫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도 들어가요.”이우범은 배인호가 떠나간 뒤, 우리 집정원문을 열며 말했다.나는 목청을 높여 엄마와 아빠를 불렀다.“아빠, 엄마!”엄마와 아빠는 빠르게 달려 나왔고, 내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더니 다소 의아해하셨다.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의 유모차를 끌어주었고, 이우범은 나를 부축해 주었다.거실에 들어가 보니 로아와 승현이는 이미 잠이 들어있었다. 나는 바닷가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와 아빠, 이우범에게 하나씩 털어놓았다.로아가 큰 사고가 생길 뻔했다는 말에 아빠는 얼굴이 창백해지셨다.“내가 말했잖니. 아직 애들 어리니까 저녁에 데리고 나가지 말라고 말이야. 유모차를 멈췄으면 브레이크라도 켜뒀어야지. 밤에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로아 혼자 두고 자리를 뜰 수 있어? ”아빠는 예전에는 나를 가장 이뻐하셨는데 로아와 승현이가 생긴 뒤로부터 나는 그 뒤로 밀려났다.하지만 나는 전혀 질투가 나지 않았다. 우리 엄마와 아빠가 외손주, 손녀에 대한 사랑은 가슴 깊이에서 나오는 진심이니 말이다.“그러게나 말이에요. 다음부터 나갈 때는 나와 네 아빠 중 한 명은 같이 나가야겠어!”엄마도 그 말에 가담했고, 속상한 듯 얼른 로아를 살피러 가셨다.그 시각, 이우범은 내가 바를 약을 찾아왔다. 그는 내 슬리퍼를 벗기었고, 내 부어오른 발목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 걸을 때 너무 급하게 걷지 말고 천천히 걸어요. 발은 한번 접질리기 시작하면 점점 더 심해지고 인대에도 영향을 준다고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가 발목을 접질리고 싶어서 접질린 게 아니라, 이 한평생 내가 갈 길은 평탄치 않은듯하다.늦은 저녁, 정아와 나머지 친구들도 집에 돌아왔고, 이우범은 그들을 위해 한 상 가득 야식을 준비했다.“우와 향 좋다!”박준은 아낌없이 그를 칭찬했다.“이우범, 너 예전에는 이 정도로 실력이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동안 요리라도 배운 거야?”“예전에 넌 내가 한 요리 맛볼 시간도 없었잖아.”그러면서 이우범은 새우 껍질
내 발목 상처도 이제는 어느 정도 나은 상태였고, 엄마 아빠도 집에 없는지라 나는 바로 집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배인호는 현재 제주도 시내 쪽 중심에 있었고, 차로 가면 아마 30분 정도가 소요된다.목적지에 도착 후 나는 고개를 들어 그 건물을 바라봤다. 거기로 들어가려면 카드가 있어야 했고, 나는 노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배인호 씨더러 내려와서 가져가라고 해요. 전 올라가지 않을 거니까.”“네, 제가 지금 전화해볼게요!”노성민은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다.몇 분 뒤, 노성민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지영 씨, 인호 형이 지금 전화를 안 받아서요. 혹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안 돼요?”나는 이미 여기까지 온 김에 그를 돕고 싶었다.“그래요.”말을 마친 뒤 나는 로비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다름 아닌 빈이었다.빈이는 그레이톤의 청바지를 입었고,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렇게 다시 봐도 배인호의 얼굴과 판박이였다.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달려가고 있었다.나는 원래는 간섭하고 싶지 않았지만, 만약 민설아와 배인호 없이 빈이 혼자 밖에 나가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가끔 나는 혈연의 관계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새삼스레 깨닫곤 한다. 그렇게 따지면 빈이와 로아, 승현이 모두 몸에 같은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는 내 두 아이의 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건 빈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이 어른들이 잘못을 저지른 거다.빈이의 모습이 큰 대문에서 사라지자 나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예상치 못한 건 빈이가 귀국 후 한국어 실력이 나날이 늘어 인제는 혼자서도 택시를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엄마와 아빠는 어디 계셔?”택시기사 아저씨는 6, 7세의 남자아이가 혼자 차에 타려 하자 바로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빈이에게 물었다.나는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빈이가
“내가 듣기로는 배인호네 집에서 일찍이 손주 보고 싶다 하던데. 지금쯤 손주도 봤겠다, 다들 좋아하겠네.”아빠가 옆에서 두 마디 거드셨다.만약 배인호네 부모님이 로아와 승현이가 그들 손녀, 손주라는 걸 알면 분명히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내 이 두 아이는 애석하게도 친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은 받을 수 없는 운명인가보다.하지만 나도 온갖 노력을 들여 그 부족한 사랑을 다 채워줄 것이다.——약 3일 후, 정아와 노성민이 또 제주도로 놀러 왔다. 이번에는 보름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왔으며, 두 쌍둥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 맡겼다고 한다.정아는 흥분된 상태로 우리 집에 와서는 입을 열었다.“지영아, 우리 나가서 놀자!”“논다고? 뭘?”나는 승현이의 손톱을 다듬어 주며 물었다.“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커플 2인용 섬이 있대. 2박 3일로 어때? 여기서 운전해 가면 2시간인데 같이 가자!”정아는 애가 있어도 전혀 쉴 틈이 없어 보였다.나는 어이가 없어 그녀를 거절했다.“됐어. 애도 있는데 뭐. 너와 성민 씨 둘이 가면 되겠네.”정아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그러면 재미없잖아. 너도 이우범 씨와 같이 가. 애도 있겠다, 정식으로 결혼식 올린 적도 없는데 뭐라도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우범 씨, 맞죠?”이우범이 로아를 안고 창문 쪽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는 로아를 다리 쪽에 놓고는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그 모습은 너무 가정적으로 보였다.로아가 간혹 그 작은 손을 흔들 때가 있는데 그는 그 느낌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다.“지영 씨 뜻대로 하죠. 지영 씨가 가고 싶다면 전 다 오케이에요.”이우범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야 봤지? 다 네 말대로 한다잖아.”정아는 이 틈을 타 계속 나에게 밀어붙였다.“이우범 씨는 너랑 같이 가고 싶어 하는데, 넌 뭐야.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이우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를 띤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에는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나와 이우범이 결혼식을
예전에는 몸매가 깡말랐지만, 아이를 낳은 뒤 나는 몸에 살이 조금 붙으면서 약간은 글래머러스해져 여성미를 더해줬다.내 모습을 본 이우범의 눈에서는 놀라움이 스쳐지나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진심으로 칭찬하기 시작했다.“지영 씨 너무 예쁜데요. 그 옷 지영 씨한테 잘 어울리네요.”“그래요? 전 저한테 작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런 옷은 내 몸매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이런 부분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신경 쓰고 있다.“진짜 예뻐요. 머리도 조금 만지면 더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아마 컬이 들어간 머리가 조금 더 어울릴 듯싶네요.”이우범은 내 머리를 가리키며 물었다.“제가 머리 한번 손봐줄까요? 저 간단한 컬 같은 건 해줄 수 있는데.”이우범에게 이런 기술까지?나는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얼른 고데기를 이우범에게 건네주고 그에게 내 머리를 맡겼다.더욱 예상외였던 건 이우범의 고데기 기술은 확실히 좋았다. 거울 속에 비친 큰 컬을 보니 이우범의 말대로 뭔가 이 옷에 더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잘됐네요. 저 화장 좀 할게요.”나는 만족스러운 듯 머리를 만지며 답했다. 하지만 이우범의 눈빛 변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우범은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더니 눈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그래요, 전 나가서 바람 좀 쐴게요.”이우범이 나간 뒤 나는 직접 메이크업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 나는 연한 메이크업을 좋아했고, 진짜로 진한 메이크업은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이 기회를 빌려 제대로 한번 찐하게 메이크업을 해봐야겠다.한참 뒤, 메이크업을 마친 뒤에도 이우범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확인해보니 이우범이 이미 나에게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호텔 로비에 가서 기다릴게요. 바로 내려오면 돼요.」나는 얼른 정리한 뒤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하였다.“빈아, 그렇게 뛰어다니면 안 돼. 그러다 아빠한테 혼난다!”엘리베이터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내가 가장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과 마주쳤다.빈
“빈이야. 이렇게 찍자. 대디는 밖에서 너무 다정하게 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민설아는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느낌이 하미선과 똑 닮았다. 누가 봐도 친 모녀가 확실했다. 하미선이 민예솔 보다 민설아를 더 예뻐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누구라도 자기와 더 닮은 자식을 예뻐할 것이다.배인호는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민설아의 허리에 살짝 얹었다. 날씬한 몸매에 우아한 분위기를 가진 민설아가 흰 원피스를 입고 배인호와 함께 서 있으니 완벽하게 잘 어울렸다.민설아는 배인호의 터치를 느꼈는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배인호의 팔에 머리를 기댔다.“여길 봐요.”이우범은 넋을 놓고 있는 나의 모습을 알아채더니 내게 말을 걸어 정신 차리게 했다.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었던 거지? 전남편과 그의 첫사랑이 보내는 달콤한 순간?“이리 와요. 둘이 사진 찍어요.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찍어 달라고 해요.”나는 이우범을 향해 손짓했다.“우리 둘이요?”이우범은 조금 놀란 듯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좋아요.”하지만 누구에게 부탁하지?모르는 사람들은 무시하고 빈이와 배인호 그리고 민설아가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빈이야, 우리 사진 몇 장 찍어줄 수 있겠니?”빈이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우범을 바라보았다.배인호와 민설아는 무표정하게 지켜보며 다가오고 있었다.“빈이 사진 실력은 그저 그래요. 지영 씨, 내가 대신 찍어 줄게요. 어때요?”민설아가 먼저 물었다.“그래.”이우범은 동의하더니 바로 핸드폰을 민설아에게 건넸다.사실 나는 속으로 조금 싫었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나와 이우범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우리의 포즈는 너무 친밀하지도 멀어 보이지도 않은 오히려 좋은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민설아는 2장 정도 찍어 주더니 갑자기 말했다.“지영 씨, 두 사람 부부
숨소리라도 크게 들려 민설아에게 방해가 될까 봐 모두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나는 그녀에게 저 정도 실력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에 그녀가 귀국했을 때 많은 사람이 거금을 들여 그녀의 진료를 받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도 적게 알려졌고 자기를 잘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아픈 사람들만이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을 것이다.대략 10분쯤 지나 쓰려졌던 여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호흡이 조금 가쁜 듯 했으나 금방 좋아졌다.“여기 여자 의사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네요.”아까 민설아를 제지했던 사람이 크게 환호했다.“이게 바로 한의학의 침술이죠? 정말 대답하네요. 어디 병원 의사세요?”또 다른 사람이 물었다.“어려 보이는 데 대단하네. 거기다 정말 예쁘게 생겼어.”또 어떤 사람들은 민설아의 외모에 빠져들었다.어찌 되었든 모두 그녀를 칭찬했다.자기 엄마를 칭찬하는 것을 들은 빈이는 얼굴에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빈이는 민설아에게 달려가서 얼굴에 뽀뽀했다. 그런 다음 큰 목소리로 배인호에게 물었다.“대디, 우리 마미 정말 멋지죠?”배인호의 미소를 지으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찬사를 보냈다.“응, 멋지네.”그의 찬사를 받은 민설아는 수줍어하면서도 만족스러워했다.누군가 배인호를 알아보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민설아의 신분도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몸을 돌려 떠났다.누군가 또 나까지 알아봐서 그 말도 안 되는 소설을 또다시 들춰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우범은 나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리 둘은 다른 곳을 가지 않고 바로 호텔로 돌아와서 쉬었다.“기분이 안 좋아요?”방에 돌아오자 이우범이 내게 물었다.“아니요. 오늘 밤에 즐거웠어요. 조금 피곤해서 쉬고 싶어서요.”나는 소파에 앉아 발을 문질렀다.“오랫동안 걷고 그 뒤에 또 춤까지 췄더니 발이 아프네요.”이우범은 웃으며 나의 앞으로 아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손을 뻗어 내 발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