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693 챕터

제341화 엄마가 여전히 반대하다

“억지로 속일 필요 없어.”배인호가 퍽 난감한 듯 웃더니 말했다.“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내 이용 가치가 끝나면 떠날 생각 하고 있었던 거지? 근데 내가 너무 많은 걸 해주면 너 못 떠나게 할까 봐 걱정하는 거고?”나는 가끔 배인호가 심리 상담의를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다.이렇게 대놓고 까밝혀지니 나도 뻘쭘했다. 비록 만나서 얘기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원해서 당하는 상황이어서 눈감아 주면 몰라도 배인호처럼 총명한 사람이 쉽게 이용당할 리가 없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하든 가식적으로 보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너랑 너희 어머니가 아버지 만날 수 있게 손은 써둘게. 근데 한 3일 후여야 해. 나 아직 해외거든.”배인호는 나에게 이 사실을 인정하라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먼저 입을 열어 나를 안심시켰다.이렇게 세심하게 배려를 해주니 나는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나는 매일 전생의 비극과 잃어버린 그 아이를 생각하며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다짐했다.“알겠어요, 고마워요.”나는 최대한 당당해 보이게 말했다. 그냥 이 모든 게 그가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 생각하기로 했다.“너랑 나 사이에 고맙다고 할 필요 없어. 날 떠날 계획인 거 알지만 그래도 최대한 그 생각을 바꿀 수 있게 노력해 볼 거니까.”배인호의 목소리는 여유로우면서도 부드러웠다.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배인호가 딱히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간단하게 몇 마디 더 얘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배인호는 늘 업무 효율이 빠른 편이었다. 3일 후 나와 엄마는 아빠를 만날 수 있었다. 주로는 두 분이 얘기를 나누고 나는 옆에서 기다렸다.아빠는 안에서 크게 고생하지 않는다고 했고 오히려 예전에 출근할 때보다 더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러 괴롭히고 꼽주는 사람만 없으면 거의 심신 수양과 마찬가지라고 했다.아빠가 걱정하는 건 감옥살이하면서 아빠의 명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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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익숙한 질투

나는 말문이 막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배인호가 병원에 엄마를 보러 간 적은 있다. 전에 간병인 아줌마가 말해준 적 있었다.하지만 엄마가 다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면 이웃집 일도...“전에 배인호가 자주 옆집에 와서 쉬던데, 만나러 갔었지?”역시 엄마는 이것도 다 알고 있었다.나는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예 몰랐다. 그래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순간 엄마의 안색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화가 난 듯 보였다.엄마는 얼굴을 굳히고 한참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고 결국은 내가 다 털어놨다.“엄마, 그냥 내가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아빠 일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인호 씨뿐이에요.”“너 설마 너를 조건으로 건 거야?”엄마의 화가 더 깊어졌다.“아니, 아니에요. 우리 별다른 일 없었어요. 그냥 인호 씨는 지금 전에 한 잘못들을 만회하고 싶은 것뿐이에요.”나는 엄마가 흥분할까 봐 두려워 얼른 해명했다. 거짓말하기는 했지만, 엄마가 화병이 나는 것보다는 나았다.엄마는 내 말을 듣더니 한시름 놓은 듯 보였다. 하지만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지영아, 아빠가 계속 감옥에 있더라도 난 네가 그런 짓까지 하는 건 싫어.”하지만 난 아빠가 감옥에 계속 있는 게 싫었다. 그리고 기선우 일도 나는 진실을 밝혀 제대로 눈감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기선우와 아빠의 일은 모두 서란과 엮어있고 피해 갈 수 없다.나는 잠깐 침묵하고는 대답했다.“엄마, 아빠뿐만이 아니에요. 선우도 있어요. 엄마도 알잖아요. 내가 선우를 동생처럼 생각했다는 거.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 인호 씨와 사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일이 다 잘 해결되면 그때 제가 인호 씨한테 잘 얘기하면 돼요.”“그래, 꼭 말한 대로 해. 난 네가 배인호와 선만 잘 그을 수 있다면 회사도 필요 없어. 그냥 우리 세 가족이 여기를 떠나면 돼.”회사도 필요 없다니, 엄마의 말에 나는 크게 놀랐다.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엄마가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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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성질을 부리다

나는 아직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 터라 머리를 살짝 빗겨 배인호의 손을 피했다. 이 행동은 마치 성질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술을 마시고 나니 성질이 더 커진 것 같긴 했다. 아까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했던 문제를 바로 물어봤다.“왜 서란 옆을 지키지 않고 왔어요?”“노성민이 전화했어. 근처에 있어서 온 거야.”배인호가 내 옆에 앉자 나는 그제야 세희가 없어진 걸 발견했다.그는 내 손을 잡더니 아무렇게나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아까 한 말 무슨 뜻이야? 요새 너 안 찾아서 화났어?”나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아까 세희가 앉았던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세희는요?”“사람 시켜서 데려다주라고 했어. 걱정하지 마.”배인호가 대수롭지 않게 설명하더니 다시 아까 문제로 돌아갔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어.”세희만 잘 보내줬으면 되었다. 나는 혼자 돌아갈 힘은 그래도 남아 있었다. 하여 배인호를 무시한 채 몸을 일으키고는 가방을 챙겨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몇 걸음 못 가서 나는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잡을 수 있는 물건을 찾았다.배인호가 팔을 뻗었고 나는 그의 옷을 잡고 나서야 간신히 제대로 설 수 있었다.“잡아줄 필요 없어요!”나는 제대로 서자마자 바로 배인호를 뿌리쳤다. 마음속에 차올랐던 답답한 기분이 알코올로 인해 달아오르고 있었다.“진짜 질투하는 거야? 혹시 사진 봤어?”이 말을 하는 배인호의 말투가 살짝은 신나 보였다.질투가 나는 건 사실이었다. 이 감정은 컨트롤이 잘되지 않았다. 아마 최근에 배인호가 나한테 너무 잘해줘서 습관 되었다가 그가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기자 실망하게 된 것 같았다.습관이 참 무서웠다. 애초에 배인호가 나와 이혼하기 싫다고 한 것도 나는 그가 나에게 습관 되어 내 태도가 갑자기 변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나는 버벅거리며 말했다.“아, 아니에요. 그냥 일이 너무 힘들어서, 기분이 안 좋은 것뿐이에요.”“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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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배인호와의 냉전

이게 나와 배인호의 냉전 시작이었다. 이날부터 나는 그와 장장 2달 동안 연락하지 않았다.한여름의 날씨는 공기마저도 뜨거웠다. 하지만 이도 배인호가 서란에 대한 열정적인 공세와는 비길 수 없었다. 나는 때때로 둘이 애정 과시하는 뉴스를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배인호가 서란을 위해 섬 하나를 사서 서란의 이름으로 이름을 지었다느니, 서란이 자신이 직접 만든 도시락을 들고 배 씨 그룹 본사를 드나든다느니, 두 사람 사이가 점점 진짜 커플처럼 꿀이 뚝뚝 떨어진다는 기사 말이다.내 기분도 처음에는 질투와 분노로 휩싸이다가 지금은 점차 무뎌졌다.오히려 정아와 애들이 더 이해하지 못했다.“혹시 너희 둘 무슨 시나리오 있지?”정아가 의문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우리가 반대할 때는 그렇게 배인호 쫓아다니더니, 반대 안 하니까 또 이혼하겠다 그러고, 이혼하고 재결합하려는 낌새가 보이길래 다시 반대했더니… 지금은 뭐야, 또 헤어진 거야?”세희와 민정도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나는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뻘쭘하게 웃었다.“됐어. 이번에는 배인호와 재결합한다는 소리 안 할 거지?”정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내 대답에 애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와 배인호가 더 엮일 가능성이 있다는 걸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하지만 이건 내 마음속 제일 진실한 생각이라 딱히 그들을 속이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면 뒤에 어떤 일로 또 엮이게 되면 내가 지금 둘러댄 게 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정아와 나와 계속 더 깊이 대화하려고 하는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시간 났어? 그래, 그래. 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정아가 흥분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방을 들었다.“예쁜이들, 전에 말한 그 유명한 산부인과 선생님 다시 한국 들어왔대. 오늘 진료 볼 수 있대서 가보려고.”이 말을 듣고 나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나랑 같이 가.”정아가 멈칫하며 되물었다.“네가 나랑 간다고?”“응, 심심한데 잘됐네.”내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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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저 여자는 누구야?

결국 나는 그쪽으로 걸어가 앉았다. 차를 마시는 거라면 간단했다.이우범은 나를 주시했지만, 눈빛은 예전처럼 부드럽고 절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오래전 그때처럼 차갑고 냉랭했다. 가끔 입꼬리에 웃음이 걸리긴 했지만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나는 찻잔을 들어 “꿀꺽꿀꺽”하고 두 모금 만에 다 마시고는 이우범에게 말했다.“이우범 선생님, 천천히 마셔요. 저는 올라가서 쉬고 싶어요.”“지영아!”엄마는 내가 일부러 그러는 걸 알고 매우 언짢아 보였다.“엄마, 나 좀 그만 내버려두면 안 될까?”나는 기분이 너무 안 좋아 이 말을 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샤워하고 나니 몸이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Snow의 자료를 더 찾아보려는데 시작하기도 전에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기선혜였다.“아가씨, 저녁 식사하세요.”배가 고프긴 했지만, 이우범이 아직 갔는지 몰라 기선혜에게 물었다.“이우범 씨 갔어요?”기선혜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직이요. 사모님이 저녁 먹고 가라고 해서…”이 말을 듣자 갑자기 식욕이 사라졌다. 하여 기선혜에게 밥을 위로 가져다 달라고 하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Snow의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자료를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완벽하면서도 신비했고 거의 쓸만한 정보가 없었다. 국적과 종사하는 업종 외에 기타 정보는 거의 찾지 못했고 사진도 없었다.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이상했다. 국내외로 소문날 의술이라면 일부러 숨기지 않는 이상 사진 한 장 없을 리가 없었다. 숨길만한 이유가 뭘까 생각했지만 유일하게 생각나는 이유는 얼굴이 망가졌다는 것뿐이었다.생각에 잠겨 있는데 누군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나는 기선혜가 밥을 가지고 온 줄 알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들어와요.”문이 열리고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웹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를 봤다.테이블에 올려놓은 밥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고 나는 손을 내밀어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곁눈질로 아직 방에 사람이 있다는 걸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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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여자 친구를 잘못 알아보다

수화기 너머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배 사장님이 계속 허지영 씨 이름만 불러서 서란 씨가 와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요…”이 말을 들은 나는 가슴이 살짝 떨려왔다. 아까까지 먹구름 가득하던 기분이 조금은 개인 듯한 느낌이었다.내가 이렇게 쉬운 여자였다니, 살짝 빈정이 상했다. 비서 한마디에 이렇게 기분이 풀릴 줄 몰랐다.“오해하셨네요. 전 지금 그 사람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에요. 서란이 그 사람 여자 친구에요. 저를 귀찮게 하는 게 아니라 서란을 찾아가세요.”기분이 좋아지긴 했어도 말투는 계속 딱딱했다.비서가 난감한 말투로 계속 도움을 청했다.“허지영 씨, 그래도 나와 주세요. 아니면 배 사장님 계속 여기 계실 텐데 그러면 일이 시끄러워집니다.”“안 가요.”내가 대답했다.그때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배 사장님!”나도 같이 가슴을 졸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뭔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쨍그랑하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고 음악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허지영 씨, 빨리 나와주세요! 배 사장님 무슨 원인인지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었는데 다치기까지 했어요!”“전에 썼던 방법이에요. 이제 안 속아요. 그 사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나는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배인호가 전에 이 방법을 쓴 적이 있어서 다시 차분해졌다.비서가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에요. 이번엔 진짜 아니에요. 빨리 와보세요. 사, 사장님께서 다른 분 여자 친구를 허지영 씨로 착각했어요!”이 부분은 실로 나를 놀라게 했고 의외였다.‘만취야, 아니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차를 운전해 그 술집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을 여자 친구로 착각하는 배인호를 찾으러 말이다. 내가 도착했을 때 배인호의 이마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비서는 매우 난감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다. 그 옆에는 한 쌍의 남녀가 보였고 남자는 매우 화가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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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최고의 신붓감

“내가 기회를 얼마나 많이 줬는데, 다 잊었어요?”나는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그때는 내가 내 마음을 몰랐잖아. 예전 일로 지금의 나를 판단하지 마. 응?”배인호의 말에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예전에 있었던 일은 기정사실이라 그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고 그도 자기가 전에 얼마나 지나치게 행동했는지 알고 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운전만 계속했다.병원에 도착해 나는 배인호를 데리고 상처를 처리하고는 청담동으로 데려다줬다.배인호 어머니도 같이 있는 걸 알기에 나는 배인호를 문 앞까지만 데려다주고 알아서 들어가게 할 생각이었지만 그는 조수석에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너 때문에 다쳐서 길을 못 걷겠어.”배인호는 고개를 돌려 당연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나는 의문에 찬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게 왜 나 때문에 다친 게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술을 내가 마시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그 남자에게 때리라고 시킨 것도 아니다.배인호는 내가 답답해하자 말을 이어갔다.“두 달 동안 냉전만 안 했어도 내가 이렇게 됐겠어?”나는 배인호의 적반하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분명히 애초에 배인호가 잘못해서 내가 화난 건데, 마지막에 가서 보면 내가 일부러 연락을 끊은 것으로 되었다.“아, 그래요. 내가 잘못했어요. 치료비는 물어줄 테니까 지금 당장 차에서 내려서 들어가요.”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귀찮은 듯 말했다.“안까지 데려다줘. 차가 못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배인호는 여전히 움직일 생각이 없었고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싫다고요. 사람 말 못 알아들어요?”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내일 출근을 위해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었다.둘이 계속 대치하고 있는데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배인호 어머니의 얼굴이 창밖으로 크게 보였다. 거의 얼굴을 차에 붙이다시피 했다.나는 하는 수 없이 창문을 열었다. 배인호 어머니가 나를 발견하고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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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강력한 소유욕

맞는 말이긴 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고요한 거실에 핸드폰 소리가 갑자기 울리자 나는 심장이 떨려왔다. 누가 걸어온 전화인지 확인하니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걸어온 전화였다.받고 싶지 않았지만 안 받으면 오히려 더 의심을 살까 봐 배인호에게 “쉿”하고는 전화를 받았다.“지영아, 어디야? 왜 아직도 집에 안 들어와?”엄마가 매우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투는 듣는 사람이 큰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빨리 돌아갈게요. 세희랑 밖에서 돌고 있어요.”나는 아무렇게나 이유를 둘러댔지만, 마음속은 당황하기 그지없었다.“세희랑 있다는 거 진짜야?”엄마가 의심하며 물었다.“그럼 좀 바꿔봐.”일이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나는 황급히 배인호를 쳐다봤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방금 갔어요. 있다 전화 넣으라고 할게요. 됐죠? 저도 이제 들어가려고요.”나는 계속 둘러대려고 했지만 엄마는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고 바로 알아챘다.“아니다. 내가 바로 세희에게 전화하면 돼. 세희 번호 알아.”이렇게 말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세희와 말을 맞출 시간을 전혀 주지 않았다.나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배인호가 예리한 시선으로 나를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갑자기 말했다.“내가 이미 문자 넣었어. 별일 없을 거야.”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진짜요?”“응.”배인호의 눈썹이 올라갔다.“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이 밖에서 불륜 저지르고 있는 거 같지 않아?”이렇게 비유할 바엔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나는 배인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1, 2분쯤 지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엄마가 다시 전화해 온 것이었다.배인호가 반응이 빨랐고 세희도 마침 그 문자를 확인해서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넘길 수 있었다. 엄마는 그저 빨리 들어오라고 했고 나는 용건이 끝난 줄 알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순간 엄마가 이우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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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다시 Snow를 만나다

엄마의 눈빛이 살짝 변하더니 다시 엄숙하게 말했다.“나는 네가 다시 그 불구덩이에 뛰어들까 봐 무서운 거야. 어찌 됐든 간에 다시 배인호와 감정으로 엮이지 마. 알겠지?”“엄마, 오늘 내가 인호 씨 만나러 갔다고 의심했죠? 맞아요?”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되물었다.엄마는 침묵을 지켰다.나는 미간을 주무르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배인호가 지금 나를 도와서 진명수 조사하고 있다고. 그런데 어떻게 안 만나요? 만나서 토론은 해야죠.”“전화로 해도 되잖아.”엄마는 확실히 좀 꽉 막힌 느낌이었다.예전의 엄마는 나를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인호와 관련된 일에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다.나와 배인호가 아까 같이 있었다는 것만 알면 바로 연을 끊을 것 같은 기세였다.“엄마, 나 피곤해요. 먼저 들어가서 쉴게요.”나는 더는 설명하고 싶지 않아 혼자 위층으로 올라갔다. 엄마도 더 이상 나를 구박하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진짜 돌아버릴 것 같았다.내가 돌아버릴 것 같은 건 엄마 때문만이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그렇게 모질게 끊어내지 못하는 것도 알고 있기에 엄마가 캐묻는 게 두려운 것이다.만약 내가 진짜 켕기는 게 없다면, 배인호에게 조금의 감정이라도 남아있지 않다면 나는 지금 태연하면서도 침착했을 것이다.이 밤 나는 깊은 잠이 들지 못했고 일찍 잠에서 깼다. 엄마와 마주 앉으면 다시 물어볼 것 같아서 나는 아침도 먹지 않은 채 회사로 향했다.나는 혼자 밖에서 아침을 먹었다. 정아가 의외로 아침부터 내게 전화를 해왔다. 말투는 매우 흥분에 차 있었다.“지영아, 나 다시 Snow 선생님 예약했어. 오늘도 나와 같이 갈 거야? 너도 약 좀 처방해 달라고 해. 살 좀 찌우게.”“언제?”Snow 얘기를 꺼내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꾸만 나를 살피던 그 눈동자가 생각났다.“오후에 잡혔어. 나도 이렇게 빨리 잡힐 줄은 몰랐지. 저번에 서란에게 기회를 빼앗긴 게 짜증 나긴 하지만 그래도 둘째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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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나를 특별하게 대하는 Snow

“침 맞는 거 받아들일 수 있어요?”Snow는 아이에 대한 질문을 건너뛴 채 나를 향해 물었다.나는 침을 맞아본 적은 없었기에 더럭 겁이 나긴 했다. 게다가 그녀가 나에게 주는 느낌이 이상해서 거절했다.“고민해 볼게요. 연락처 좀 남겨줄래요? 치료하고 싶으면 연락할게요.”나는 Snow가 쉽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를 찾는 환자들이 많아 연락도 어렵고 예약은 더 어렵다고 정아가 말해준 적이 있었다.하지만 Snow는 바로 명함 한 장을 내게 건네주었다. 위에는 그녀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정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니 나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나는 그 명함을 받아 들었다. 나와 이 Snow라는 의사 사이에 남다른 인연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호텔에서 나온 정아는 의아함을 드러냈다.“왜지? 난 Snow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너를 이렇게 특별하게 대하는 거지?”“좋은 일 아니야?”내가 되물었다.“당연하지. 이렇게 대단한 의사를 친구로 두는 것도 나쁠 건 없지.”정아가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나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때때로 그 명함을 꺼내서 살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자꾸 불편해졌다.갑자기 뭔가 중요한게 생각났다. 만약 Snow가 진짜 그렇게 대단하다면 아까 맥을 짚으면서 내가 다시 임신하기는 어렵다는 걸 눈치챈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순간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아가씨, 오셨네요.”기선혜가 나를 보고는 인사를 해왔다.“네, 엄마는요?”내가 물었다.“오후에 이 기사님과 병원으로 검사하러 갔어요. 아까 전화를 했는데 이우범 선생님이 밥 사주겠다고 해서 저녁에 식사하고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기선혜는 내가 이우범을 조금 꺼리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말하는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작아졌다.원래도 불안하던 마음에 짜증이 더해졌다. 엄마는 내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기어코 이우범을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있다.나는 가방을 소파에 던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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