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693 챕터

제291화 냉전

서란은 나와 통하기라도 한 듯, 내가 서류를 버리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허지영 대표님, 제가 보낸 협업 방안 보셨나요?”서란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리는 순간 나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 번호도 그 자리에서 차단해 버렸다.그렇게 오후는 빠르게 지나갔고, 나는 퇴근 준비를 마치고 청담동으로 돌아갔다.나와 배인호는 거의 동시에 집에 도착했다. 식탁에는 여러 요리가 가득 차려져 향기로웠고, 나는 먼저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기선혜는 집사 복으로 갈아입어 보기에도 많이 단정해 보였다.그녀의 요리 솜씨는 여전했고, 나는 밥을 반 공기나 더 먹었다.이대로 가다간, 살을 찌우겠다는 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저 내일모레부터 일 시작해도 될까요?”기선혜가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저 내일 선우 유골 가지러 가려고요.”기선우 말만 나오면 내 가슴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 났고, 마음도 울적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내일 오전 저도 같이 가요. 오후에는 집에서 편히 쉬세요.”내일 이우범의 약혼식이긴 하지만 저녁 시간에 진행하는 거라, 나는 낮에 시간이 한가한 상태였다.기선혜는 나를 번거롭게 하기 싫어 계속 거절했지만, 나의 완고한 고집 끝에 결국은 내 말에 승낙했다.내일 오전 기선혜와 유골도 가지러 가야 하고, 오후에는 이우범 약혼식에 갈 준비도 해야 하므로, 나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일찌감치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요 며칠 동안 이우범은 더는 나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고 문자 한 통도 하지 않았다. 가끔 나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었는가 싶다가도, 또 가끔은 어딘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나는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배인호가 방에 들어오길 기다렸지만, 내가 잠에 들 때까지 그는 들어오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일어나서 보니, 그가 위층 서재에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아마 저녁 늦게까지 일하다 서재에서 잠이 든 모양이다.나는 오히려 그가 매일 서재에서 잤으면 하는 바이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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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풍기 문란

현재의 나와 배인호는 같이 살고 있고, 재결합하려는 사이기에, 정아와 몇몇 친구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나와 배인호에게 멈췄다.다시 결합하려는 사람들이라 당연히 약혼식도 둘이 같이 참석할 줄 알았겠지만, 나와 배인호는 달랐다.배인호는 담담하게 나를 힐끔 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돌리며 아예 나를 모르는 척하는 것이었다.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배인호의 모습을 본 정아는 참지 못하고 나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나도 몰라.”나는 머리를 저었다.서란은 배인호가 나를 대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민예솔에게 한마디 하고는 배인호에게 인사를 하러 다가갔다.오늘의 배인호는 서란을 모르는 체하는 게 아닌, 오히려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서란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는 서란 보다 키가 크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들을 때는 허리를 살짝 숙여주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그 광경을 지켜본 정아는 어안이 벙벙한 듯했고, 냥이도 덩달아 놀란 듯했다.특히 냥이는 나를 라이벌로 인정해도, 서란은 싫은 모양이다.“지영 씨, 인호 형하고 싸웠어요?”노성민이 다가오더니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아니요.”나는 담담하게 답했다.“아니면 혹시...”노성민은 말하려다 멈칫하더니, 배인호 쪽을 한번 힐끗 보고는 나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지영 씨, 어떤 일은 지영 씨 속이면 안 되는 거 알고 있는데... 제가 지영 씨에게 말해주면 절대로 인호 형 뭐라 하면 안 돼요, 알겠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노성민을 쳐다보았다.노성민은 한숨을 내쉬었다.“아, 그게. 민설아가 죽기 전에 임신했다는데 하미선의 말로는 그게 인호 형 애라는 거예요. 근데 제 생각에는 아닌 거 같아서...”이 일에 대해서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우범이 나에게 알려준 적 있는지라, 이걸 듣는다고 해도 별 큰 타격은 없었다.나의 담담한 모습을 본 노성민은 당황해서 물었다.“지영 씨, 지금 충격받은 거 아니죠?”“이 일 저 이미 알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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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때리라고 해

그 광경은 차마 두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때마침 뒤따라온 정아를 쳐다보았고, 눈빛으로 정아가 한 짓인지 물었다.하지만 정아는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눈빛으로 본인이 한 게 아니라고 답했다. 그럼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거란 말인가! 유정의 현재 상태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가 아닌, 약에 취한 듯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예 신경도 안 쓰는 모습이었다. 이때 이우범과 도시아도 이 모습을 보더니 나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나는 일부러 그 시선을 못 본 척했다. 예전에 나와 이우범이 정식으로 만나기 전, 이런 유사한 일이 발생했었고, 다행히 우리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 상태였었다.“유정아!!”갑자기 우지훈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모두의 시선은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분노가 가득 찬 얼굴로 바닥에 있는 한 쌍의 얽히고설킨 남녀를 응시했다. 우지훈의 목소리를 들은 유정은 그를 한번 보고는 흠칫 놀라는 듯하더니 금세 다시 초점이 없는 눈빛으로 부끄럼 없이 말했다.“지훈 오빠, 여기 와서 같이 해요. 너무 좋아요!”그 말에 모든 사람은 더욱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핸드폰을 꺼내 찍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 우지훈의 얼굴색이 그토록 어두워진 걸 처음 봤었다.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랑 그런 일을 저지르는 걸 두 눈으로 봤으니, 그런 수치심은 그 어떤 남자라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그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유정아, 우리 그만 만나자!”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를 떠났고, 유정은 멍하니 있더니 계속하여 쾌락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그 모습에서는 단 하나의 수치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체 누가 그녀를 이토록 싫어해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게다가 서란과 민예솔은? 이때, 복도 끝 쪽 문이 열리더니 서란이 그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녀의 옷매무새는 단정하지 못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으며, 드러난 목에는 거친 키스 마크 자국이 남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에는 분노와 억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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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술에 취하다

“이우범 씨, 미쳤어요?”나는 이 둘을 보고 있자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우범은 웃어 보이더니 바닥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시아가 몸을 숙여 그 얼굴에 핏자국을 닦아주려 하자, 이우범은 눈을 번쩍 뜨더니 도시아의 손을 뿌리쳤다. 도시아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 있었고, 아무런 행동조차 할 수 없었다.“배인호 씨, 빨리 일어나요!”여기서 더 다퉜다간 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만 같았다. 나는 배인호의 손을 잡으며 그를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배인호는 일어서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흘겨보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의 눈빛에 흠칫 놀랐으며 어안이 벙벙했다. 다행히 노성민이 그 뒤 따라 나갔고, 아마 그의 입에서 일의 자초지종에 대해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도시아 씨, 미안해요. 마무리 좀 해줘요. 오늘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저도 생각지도 못했어요.”내가 도시아에게 말했다.“네, 알았어요.”도시아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나는 빨리 이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이미 사람들은 서로 수군대기 시작했고, 그들의 대화거리는 유정이가 아니면, 배인호와 서란이 방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서로 추측하기 시작했다.게다가 어떤 사람들은 나를 흘깃거리며 보기 시작했고, 그 눈빛은 나에게 있어 아주 익숙했다. 그건 누가 봐도 흉보고 있는 눈치였다.클라우드 호텔에서 나왔을 때쯤, 냥이가 나를 불러세웠다. 그녀의 얼굴색은 좋지 않았고, 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나 있었다. 아마 누구에게 맞은 듯했고, 그녀의 눈시울은 새빨개지더니 오히려 눈물은 흘리지 않고 꾹 참고 있는 것이었다.“왜 그래?”내가 의아해서 물었다.“괜찮아요. 그 늙은 인간한테 한 대 맞았을 뿐이에요.”냥이는 얼굴을 만지면서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지영 언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배인호 씨가 언니에 대한 감정이 깊은 것 같아요. 제가 언니랑 겨루는 게 오히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아닐까요?”나는 머리가 혼란스러웠고, 냥이의 풀이 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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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그의 선택

“제가 이우범 씨를 만난 건 중요한 일 때문에 만난 거지, 절대 밀회를 한 게 아니에요.”배인호가 나와 집에 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나는 그 자리에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배인호는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고, 그의 눈에서는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며칠 전만 해도 뜨겁고 부드러운 눈빛이었는데, 이미 그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고 차가움 뿐이었다. 이때 옆에서 술을 먹고 있던 아가씨 두 명이 입을 열었다. 그녀들은 배인호가 누군지 모르는듯했고, 내가 누군지는 더욱 모르는듯했다. 그녀들의 눈에는 내가 구질구질하게 배인호를 잡는 듯한 모습이었을 것이고, 곧바로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이봐요, 바람피워 놓고 지금 용서를 비는 거예요? 이야, 진짜 웃기는 여자네.”“그러게, 그냥 빨리 가요. 우리 술 먹는 거 방해하지 말고요.”또 다른 아가씨도 귀찮다는 듯 나를 내쫓았다.나는 그녀들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배인호의 대답만 기다렸다. 어떻게 되든 간에, 일단은 그가 나를 믿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지금 능력으로 아빠와 기선우의 일을 해결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니 말이다. 회사의 일만 해도 이미 바빠 죽겠는데, 인맥 관련된 일은 나에게 있어 더욱더 신경 쓸 겨를도, 별다른 방법도 없는 것이다.배인호는 그녀들의 말을 묵인한 듯 내 말에는 답도 안 하고, 오히려 나를 집에 보내는 것이었다.“이제 가봐. 청담동에서 나갈 거면 나가도 돼. 말리지 않을 거니깐.”그의 말에 내 마음은 쿵 내려앉는 듯했고, 내가 해명하려던 찰나 배인호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발신자 표시를 보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한 번 더 쳐다보았다.“안 가?”“안 가요. 인호 씨가 저와 같이 가는 게 아니면 안 갈 거예요.”나도 내 고집대로 말했다.“그럼 그냥 계속 기다려.”내 말에 답한 뒤 그는 전화를 받았고, 몇 마디 대화 후 전화를 끊고는 계속하여 술을 마셨다.나도 술잔을 들고 술을 한 모금 마셨고, 화를 억누르며 계속하여 기다렸다.더 생각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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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내가 더 적극적이길 바라다

일단은 서란에게서 배인호가 그녀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와 제대로 풀지 못한 상태로, 이우범에게서 또한 증거를 얻게 되었다.증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 민설아가 임신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 뒤로 이우범을 만났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사진이 찍혔고, 그 사진을 배인호에게 보내 현재 우리 둘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게 되었다.이 모든 걸 진짜 이우범이 저지른 거라고? 거기다 서란과 배인호를 한 방에 넣어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게 한 거도 전부 그가 한 짓이라고?나는 머리가 아파 났다. 전생에 이우범과 내가 손잡고 서란과 배인호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던 일들도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틈틈이 떠올랐다.하지만 내 기억과 이성이 나에게 이우범은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그의 가치관과 도덕적 관념은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선에서는 보장이 되지만, 일단 사랑에 빠진 상태의 그는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변하곤 한다.“멍멍!”도저가 위층에서 달려왔고, 반갑게 내 다리에 올라앉았다. 나는 도저를 꼭 앉아 주었고, 그제야 덜 외로운 듯했다.그렇게 혼란스러운 생각을 가진 채 나는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밖에는 눈도 내리고 바람도 불었으며, 유리창 밖으로 들려오는 소리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아마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쯤은 눈을 떠 시간을 확인했고, 거의 다섯 시가 되어갈 때쯤 나는 점차 잠에서 깨기 시작했다.나는 오래간만에 이렇게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고, 기다리는 사람도 역시 배인호였다. 가슴은 초조한 상태에서 계속 뛰고 있었고, 묵묵히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만약 배인호가 진짜로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그가 나를 포기했다는 걸 명확히 증명해 주는 거고, 그다음 일은 나 스스로 맞서나가야 하는 일인 거다.겨울은 낮이 짧고 밤이 긴지라 해가 뜨는 시간도 비교적 늦다. 나는 불을 끄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거실 큰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딸깍.”바람 소리를 뚫고 미세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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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이우범 어머니가 세상을 뜨다

나는 점심쯤 되어서야 잠에서 깼고, 일어나 보니 배인호는 이미 방에 없었다.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로 내려갔다. 기선혜는 이미 점심 밥상을 다 차린 상태였고, 나를 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일어나셨어요? 어서 와서 식사해요.”“인호 씨는요?”내가 물었다.“배인호 대표님 회사로 갔어요.”기선혜가 답했다.“저희에게 지영 씨 아주 힘들 거라면서, 깨우지 말라고 하셨어요.”말을 마친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고, 나의 시선은 거실 소파를 향했다. 아침에 그 한바탕 전쟁으로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내 옷들은 이미 집사분들이 다 정리한 상태였다.그녀들은 아마 우리 사이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대충 짐작을 한 듯했고,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그래요. 그러면 저 먼저 밥 먹을게요.”나는 식탁 쪽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요즘 우리 회사는 휴가 기간이었지만 배 씨 그룹은 아직 아니었다. 배인호는 요 며칠 아마 바빠서 집에 있을 시간도 없을듯하다.어제 내가 그 술집을 떠난 뒤, 배인호와 서란 사이에 어떤 일들이 발생했을까…나는 여러 가지 추측을 하기 시작했지만 더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이왕 배인호가 집에 돌아오기로 선택한 이상 서란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듯하다.밥을 먹고 난 뒤, 나는 차로 운전해 엄마를 보러 갔다. 엄마는 비록 계속 혼수상태지만, 몸 상태는 안정적이었고, 간병인 이모님도 세심하게 엄마를 아주 잘 돌봐주셨다.나는 요 며칠 회사 일 때문에 병원에 자주 오지는 못했다. 병원에서는 엄마를 집에 모셔다가 간호해도 된다고 했고, 만약 깨어날 기미가 보이면 다시 병원에 데려와 검사받으면 된다고 했다.“엄마, 내가 집으로 모셔갈게. 하지만…”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으며 입으로 이런저런 말을 되뇌었다.만약 엄마를 청담동에 모셔간다면, 엄마가 깬 뒤 나와 배인호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아마 더 충격을 받을 것 같았다.결국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일단 이 계획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한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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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어젯밤 그의 행방

그렇게 그날 저녁, 나는 배인호가 어디에 갔는지도 모른 채 있었고, 그는 전화조차 없었다. 나는 창밖의 흰 눈을 보며 불안함과 혼란 속에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핸드폰이 울렸고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건 이우범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지금 좀 만날 수 있어요?”이우범이 먼저 입을 열었고, 그의 목소리는 이미 갈라진 상태로, 아주 피곤해 보였다.“이우범 씨,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많이 속상하죠?.”나는 이미 이우범에게 경각심이 생긴 상태였기에 말도 전보다 더 신경 써서 했다. 행여나 그를 추궁하고 싶어도 일단 지금은 참았다. 이우범은 몇초간 침묵하더니 계속하여 입을 열었다.“네, 저 지영 씨 한번 만나고 싶어요. 만나서 정확히 얘기할 거도 있고요,”나는 행여나 일이 더 커질 수도 있기에, 그와 만나고 싶지 않았다.“할 말 있으면 전화로 말해줘요.”“지영 씨도 알잖아요, 제가 지영 씨 한번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거.”이우범은 점점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그날 서란과 배인호가 왜 그 방에서 나왔는지 알고 싶은 거 아니에요?”그렇다, 그 일은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일이 맞다. 배인호의 말로는 이우범이 꾸민 거라고 하는데 진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물론, 현재의 이우범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고, 잠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우범이 다시 입을 열었다.“저와 도시아가 약혼식 올린 거 지영 씨는 뭐 때문인지 알잖아요? 이젠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저 파혼하려고요.”“뭐라고요?”나는 깜짝 놀랐고, 이우범이 이 정도로 파격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마자 파혼이라니…“이건 제가 원하는 생활이 아니에요. 전 단지 엄마가 떠나기 전 편하게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었고요. 지금은 엄마도 떠나셨으니, 저도 더는 뭐 꺼릴 게 없어요.”이우범은 결심을 내린 듯했다.“이우범 씨, 일단 진정해요. 지금 모든 사람이 당신과 도시아 씨가 약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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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질문

이윽고 거리는 점점 멀어졌고, 나도 서란과 우지훈의 대화를 더는 들을 수 없었다.나는 충격 속에 빠졌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이때 이모건이 전화로 나에게 말했다.“된 건가요?”“네, 됐어요. 진짜 고마워요.”나는 정신을 차린 뒤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설 지나고 세희도 같이 봐요. 제가 밥 살게요.”이모건이 웃으며 말했다.“너무 안 그러셔도 돼요.”그래도 서란이 이모건을 모르니 다행이지, 그게 아니면 나는 조금 전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그나저나 유정에게 약을 탄 사람이 우지훈이라니?!우지훈은 악독하게도 그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꾸미고 연기한 거였으며, 마지막에 그 책임을 전부 유정이에게 덮어씌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 유정이가 날 밀친 걸 생각하면, 이건 하늘이 그녀에 대한 복수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그러나 유정은 서란에 대해 항상 진심이었고, 마치 서란 옆의 시녀처럼 행동했었다.서란은 본인의 이익때문에 우지훈과 손잡고 유정이를 총받이 삼은 것이었다.단지 사람들을 위층으로 끌어들여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배인호와 일부러 같은 방에서 나오다니…서란은 여전히 심성이 고약했다. 그녀는 자신한테 이익이 되는 사람이면 그게 누구든지 불문하고 그 사람을 잘해줬다.서란과 우지훈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 나도 서서히 걸어 나왔다. 내가 여기 온 목적은 대체 누가 나를 인터넷으로 헐뜯는지 보려 했는데, 여기 오고 나서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도시아 인가? 아니면 서란? 우지훈?나는 그들 셋이 아마 같은 선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나를 겨냥하기 위해서, 아니면 배인호를 겨냥하기 위해서…하지만 서란이 배인호를 겨냥할 리가 없다고 본다. 그 사진에서 그녀와 배인호는 마치 한 쌍의 커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나는 현재 어느 한 안갯속에 빠져 방향을 잃은 것만 같았다.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나는 그 자리를 어떻게 떠났는지도 모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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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전 시부모님이 오셨다

“미안해요. 출근 시간에 전화 받으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계속…”기선혜는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녀의 눈시울은 화가 난 나머지 새빨개졌다.“괜찮아요. 전 단지 그런 인간쓰레기랑 더 이상 말 섞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만약 부모님이 걱정되시는 거면, 설 지나고 여기로 모셔 와요. 그 인간 말종하고 완전히 멀리하고요.”나는 기선혜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위로했다.기선혜는 끝끝내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울기 시작했고, 이때 배인호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이 광경을 본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탁으로 향했다.나는 기선혜를 잘 다독인 후에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나는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일이 있는지라 말이 없었고, 워낙 냉담한 성격인 배인호는 더욱이 말이 없었다. 만약 예전 같은 경우라면, 나는 그에게 우지훈에 관한 일을 꼭 언급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내일 나와 병원 좀 가.”갑자기 배인호가 입을 열었고, 그는 나를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병원이요? 왜요?”나는 깜짝 놀랐다.“가서 검사 좀 받아보려고.”배인호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고, 새까만 동공에는 은은한 광택과 함께 약간의 냉기가 돌았다.나는 속으로 조마조마했지만, 겉으로는 차분한척했다.“뭐 검사하려고요?”배인호의 시선은 아래로 향하더니 내 배를 보는 듯했다. 내 배는 단지 테이블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 뿐이었고, 이어서 그는 다시금 나를 빤히 응시하며 나에게 말했다.“너 혹시 나몰래 피임약 먹어?”그 말을 듣고 난 뒤에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임신이 힘들다는 사실을 배인호가 알까 봐 두려웠고, 그 일에 대해 이우범 또한 배인호에게 말해주지 않은듯하다. 만약 말했다면, 나는 아마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아니요.”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굳이 피임약 같은 걸 먹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나 속이는 거 아니지?”배인호는 약간 불신하는 듯했다.“제가 미쳤다고 그거로 거짓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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