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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전 시부모님이 오셨다

“미안해요. 출근 시간에 전화 받으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계속…”

기선혜는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녀의 눈시울은 화가 난 나머지 새빨개졌다.

“괜찮아요. 전 단지 그런 인간쓰레기랑 더 이상 말 섞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만약 부모님이 걱정되시는 거면, 설 지나고 여기로 모셔 와요. 그 인간 말종하고 완전히 멀리하고요.”

나는 기선혜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위로했다.

기선혜는 끝끝내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울기 시작했고, 이때 배인호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이 광경을 본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탁으로 향했다.

나는 기선혜를 잘 다독인 후에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일이 있는지라 말이 없었고, 워낙 냉담한 성격인 배인호는 더욱이 말이 없었다. 만약 예전 같은 경우라면, 나는 그에게 우지훈에 관한 일을 꼭 언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일 나와 병원 좀 가.”

갑자기 배인호가 입을 열었고, 그는 나를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병원이요? 왜요?”

나는 깜짝 놀랐다.

“가서 검사 좀 받아보려고.”

배인호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고, 새까만 동공에는 은은한 광택과 함께 약간의 냉기가 돌았다.

나는 속으로 조마조마했지만, 겉으로는 차분한척했다.

“뭐 검사하려고요?”

배인호의 시선은 아래로 향하더니 내 배를 보는 듯했다. 내 배는 단지 테이블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 뿐이었고, 이어서 그는 다시금 나를 빤히 응시하며 나에게 말했다.

“너 혹시 나몰래 피임약 먹어?”

그 말을 듣고 난 뒤에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임신이 힘들다는 사실을 배인호가 알까 봐 두려웠고, 그 일에 대해 이우범 또한 배인호에게 말해주지 않은듯하다. 만약 말했다면, 나는 아마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굳이 피임약 같은 걸 먹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나 속이는 거 아니지?”

배인호는 약간 불신하는 듯했다.

“제가 미쳤다고 그거로 거짓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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