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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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나 데리러 와요

병원에 하루만 있고 나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어서 퇴원했다.나는 경찰서로 달려가 기선우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 보러 갔는데 들려오는 것은 배인호와 같은 대답이었다.경찰서에서 나왔을 때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 설이 다가오니 길거리에 많은 사람이 북적이고 있었다. 설은 한해 중에 가장 큰 명절이다.차갑고 번화한 거리에서 나는 서란의 전화를 받았다. 서란은 모르는 번호를 쓰고 있었다.“선우... 왜 그렇게 된 거예요?”핸드폰에서는 서란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서란, 너 연기 정말 잘한다.”나는 쌀쌀한 목소리로 물었다.“선우는 너의 첫 남자친구잖아. 너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넌 조금의 양심 가책도 못 느껴?”서란은 울면서 말했다.“지영 언니, 난 선우를 다치게 할 생각은 정말 없었어요. 그저 사고였어요. 언니는 내가 그렇게 독한 줄 알아요? 난 양심도 없는 줄 알아요? 난 단지 선우가 서울을 떠나길 바란 것 뿐이라고요.”서란은 슬프게 울고 있었다. 마치 진심으로 기선우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지영 언니, 우리 만나서 얘기 좀 해요.”서란은 또 먼저 만나자고 했다.나는 서란을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독한 여자가 어디까지 연기하는지 보고 싶었다.나는 만나자고 대답했고 서란은 카페 ‘랑데부’에서 만나자고 했다.그곳에는 이미 오랫동안 가지 않았다. 나는 가끔 처음에 카페에서 서란을 훔쳐본 것을 후회했다. 그로 인해 일어나야 할 일들이 엉망이 된 것 같았다.반 시간 후, 나는 서란을 만났다. 저번에 여기서 서란을 만났을 때 서란은 내가 배인호와 이혼하기를 바랐다.그때 서란은 초췌하고 창백한 것이 상처 입은 한 송이 꽃 같았다. 현재 그 꽃은 이미 부자가 되어 온몸에 명품을 휘감고 저렴한 물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카페 직원은 모두 바뀌어 서란과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지영 언니.”서란은 나를 보고 슬픈 미소를 지었다. 빨갛게 부은 눈은 방금까지 운 것 같았다.“그냥 이름만 불러. 우리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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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거래

“갑자기 여기는 왜 온 거야?”배인호는 나 대신 코트를 여며주며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카페 안을 쳐다보았다. 서란은 이미 배인호가 온 것을 발견했고 아까 코트를 걸쳐주는 장면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좀 전에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우고 저런 꼴 사나운 표정을 하고 있을 리가 없다.한 사람을 사랑하면 자기의 모든 감정을 그 사람에게 넘겨준다더니 서란도 예외는 아니었다. 배인호를 이용해 아주 쉽게 서란에게 복수할 수 있었다.배인호는 나의 시선을 따라 서란을 발견했다.“서란 만나러 온 거야?”배인호의 목소리는 갑자기 차가워졌고 눈썹은 무의식적으로 치켜 올라갔다.“난 서란에게 기선우를 죽였는지 물으러 왔어요.”나의 대답은 분명 바보 같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배인호의 표정이 단호해졌다.“이건 경솔한 짓이야.”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있는 여전히 아름답고 고상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세월이 그를 비껴간 것 같았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차분함과 카리스마가 더해졌을 뿐이다. 서란이 포기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이 남자의 마음은 외모에 걸맞지 않았다.배인호는 나의 눈빛이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얇은 입술을 열었다.“왜?”“내가 병실에서 한 말 때문에 화난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데리러 왔어요?”난 웃으며 어깨에 걸쳐진 코트를 단단히 감쌌다.“추워, 차에 가서 얘기해.”“그래요.”배인호는 먼저 차로 갔다.서란이 카페에서 달려 나와 배인호를 불렀다.“인호 씨.”배인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지만, 서란에게 대답하지 않고 나에게 물었다.“안 오고 뭐 해? 바람이 춥지 않아?”서란의 원망 어린 눈빛을 바라보며 나는 빠르게 걸어갔다. 아까 한 서란의 말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계속 참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때론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깨닫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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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끊임없이 괴롭히다

당황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이혼 후 배인호는 나를 많이 참아 주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배인호는 정말로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진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먼저 거래를 제안했으니 내가 속인다면 전과는 다를 것이다.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최대한 침착하게 배인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알아요. 나도 진심이에요.”“너의 진심을 어떻게 보여줄 거야?”배인호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아래로 이동하더니 마침내 이불 위에 떨어졌고 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의도가 아주 분명했다.더 이상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그냥 내가 바보이다.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가 된 기분이었지만 어차피 임신은 어렵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금세 자신을 설득했다.배인호와 처음 잠자리를 가지는 것도 아닌데 수줍어할 필요는 없었다.고민이 끝나자 나는 이불을 들어 올렸다.방이 따뜻해서 나는 얇은 잠옷을 입고 있었지만 금세 벗겨졌고 보여야 할 곳 보여서는 안 될 모든 곳이 보였다.배인호는 거리낌 없이 나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라보았고 눈빛이 타올랐다. 배인호는 부드럽게 한숨을 쉬었다.“피부는 하얀데, 너무 말랐어.”“...”그 말이 사실이었기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나의 밋밋한 가슴을 보고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니 새삼 배인호가 대단하게 느껴졌다.배인호는 넥타이를 풀어 땅에 던진 다음 망설이지 않고 내가 보는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배인호의 몸은 아름다웠다. 넓은 어깨 덕분에 그는 어떤 옷을 입든지 핏이 좋았다. 선명한 복근 라인이 조명 아래에서 매우 매력적이었고 온몸에 섹시함이 흘러넘쳤다.“잘 생각했어?”배인호는 마지막으로 내게 물었다.“네, 인호 씨가 약속대로만 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나는 어색하고 난감했지만 담담하게 대답했다.나의 말이 끝나자, 배인호는 몸을 숙여 내 입술에 키스했다. 그의 숨결은 뜨거웠고 은은한 담배 향이 났다. 온몸에 피부들이 용광로처럼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나와 배인호는 전에 이미 관계를 맺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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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나의 참석을 반기지 않는다

나는 도우미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나는 배인호에게 애초에 왜 서란에게 돈을 줬는지 묻지 않았다. 물어볼 때마다 결국 대답은 계속 바뀌었다.지금 나는 오로지 배인호를 잘 이용할 생각이다. 거래가 끝나면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마침 배인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젯밤 무음으로 해 놓았는지 이제야 울렸다. 아마도 서란의 연락인 것 같았다.나를 데리러 온 배인호를 보고 서란은 아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뱀새도록 밖에서 기다렸을 것이다.저번 배인호 어머니의 생신때 서란은 내가 온 것을 봤지만 내가 여기서 지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안 가봐도 괜찮겠어요?”나는 수프를 마시며 가볍게 물었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니 속이 따뜻해졌다. 어젯밤에 체력을 너무 많이 소진해 힘이 하나도 없고 배가 많이 고팠다.“기다리다 지치면 가겠지.”배인호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서란과 할 말 없어.”나는 눈을 내리깔고 그릇에 남은 수프를 바라보다가 우유를 한 잔 더 가져와 마시기 시작했다. 배인호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아침을 다 먹고 배인호는 재킷을 가지고 나를 기다렸지만 내가 거절했다.“먼저 회사 가 봐요. 난 좀 쉬고 싶어요. 조금 있다가 이 기사님한테 부탁해서 아빠 보러 가면 돼요.”“내가 데려다줄게.”배인호는 재킷을 내려놓으려고 했다.“됐어요. 인호 씨, 우리가 정말 다시 함께하려면 계속 이러는 건 서로 피곤해요. 편하게 지내자고요.”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배인호는 잠시 멈칫하더니 눈을 살짝 깜빡이며 내가 말한 것을 고려하는 것 같았다.몇 초가 지난 후 배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배인호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고 마침내 안도감을 느꼈다. 사실 나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계속 마음이 복잡했다.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나는 차 키를 가지고 주차장으로 갔다. 아빠가 있는 구치소로 가야겠다.빌라를 나서는데 서란의 차가 가로막았다. 서란은 씩씩거리며 차에서 내려 나의 차 문을 두드렸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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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다른 남자를 생각하다

진예림은 지난 이틀 동안 나와 배인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텐데 나를 보자마자 다정하게 다가와서 나의 손을 잡았다.“지영 언니. 하하 언니하고 약속이 있다고 해서 아빠 따라왔어요.”“앉자, 진 사장님도 앉으세요.”나는 진예림를 보고 웃으며 진 대표에게도 인사를 했다.나와 진예림이 꽤 친했기에 나와 진덕호 사이의 분위기는 훨씬 더 편안해졌다.웨이터는 음식을 서빙하고 있을 때 진예림이 갑자기 핸드폰을 꺼냈다.“내가 배인호도 오라고 할게요.”진덕호는 그 말을 듣고 동의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진덕호는 나와 배인호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자기 소중한 딸이 지금 배인호에게 마음이 있는 것도 알 것이다.진예림은 독보적인 성격으로 가족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고 자기 아버지가 동의하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지영 언니, 괜찮죠? 나 이틀 동안 아빠하고 같이 있어서 얼음 왕자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몰라요.”진예림은 나를 바라보았다.나는 티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웃었다.“그래, 괜찮아.”진예림은 배시시 웃으며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 저음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나하고 지영언니 밥 먹고 있는데, 인호 씨도 올래요?”진예림은 직설적으로 물었다.배인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못 가, 저녁에 회의 있어.”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예림도 있는 자리에 배인호가 왔다면 나는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정말 재미없게, 언제 회의 시작하는데요? 내가 갈 테니까 같이 야식 먹어요.”진예림이 다시 제안했다.역시나 배인호는 빠르게 거절했다.“안돼. 나 바빠.”그리고 배인호는 전화를 끊었다.진예림은 깊은 한숨을 쉬었고 진덕호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자기 딸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보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아빠, 왜 그렇게 봐요?”진예림은 자기 아버지가 불쾌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자기 생각을 밝혔다.“내가 배인호를 쫓아다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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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몸부터 길들이다

“그렇게 못 잊겠으면 왜 이우범하고 계속 만나지 않고, 우리 관계를 이용해서 네 아버지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고 해? 그게 더 중요해?”배인호의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의 머리 꼭대기에서 울렸다.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으면 그가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다.나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배인호를 밀어내고 반지를 주우려고 했다.그의 몸은 한치도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고 오히려 내 행동에 그의 표정은 더욱 무서워졌다.“우리 사이에 더 따져요?”나는 그를 밀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냉정하게 말했다.“배인호 씨, 난 당신한테 불만 없는 줄 알아요? 모든 걸 나한테 솔직하게 말했어요? 난 지금 인호 씨가 날 대신해 두 가지 일만 처리해 주길 바라요. 그러면 당신과 재혼하고 아이를 갖겠다고 했잖아요. 얼마나 간단해요. 각자 필요한 걸 얻고.”“각자 필요한 걸 얻는다고.”배인호의 눈빛에 검은 안개가 내려앉는 것 같았고 위험한 기운이 가득했다.“마음속으로 다른 남자를 생각하는 여자가 필요할까?”나는 이우범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단지 그와 같은 남자를 놓친 것이 아쉬웠을 뿐이다.하지만 난 절대로 후회하지 않았고 이우범과 도시아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배인호는 질투에 눈이 멀었고 이우범과 나를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나는 사실대로 말하려고 했지만, 그에게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입 밖으로 의도하지 않은 말을 내뱉었다.“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요. 어차피 이혼하기 전에도 당신은 나하고 이우범 사이를 의심했잖아요.”“허지영.”배인호는 분노하며 미친 것처럼 소리를 질렀고 허리를 굽혀 반지를 주워 발코니로 가서 밖으로 던지려고 했다.나는 다급하게 따라가서 그를 말렸다.“미쳤어요? 왜 내 물건을 마음대로 해요?”“네 물건?”배인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손을 뻗어 나의 턱을 잡고 들어 고개를 올려 그의 분노에 찬 눈을 바라보게 했다.“지금부터, 네 모든 건 다 내 것이야. 이깟 쓰레기 같은 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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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증거

배인호의 말은 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나는 극도로 불안했다.“배인호 씨, 이렇게 저질스러운 행동할 필요 없잖아요? 내가 싫다고 해도 억지로 하려고요?”나는 침착한척했다.더 이상 서란이 해외로 가서 치료받은 일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양손으로 배인호의 가슴을 밀며 말을 이었다.“저질스럽다고?”배인호는 몸으로 나를 압박했다. 눈빛에 불타오르던 분노가 욕망으로 바뀌었다. 그는 손을 올려 나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그러다가 그는 내 옷깃의 단추를 열어 쇄골을 드러나게 했다.그의 손길이 닿는 모든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져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어젯밤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배인호는 오랫동안 굶주린 짐승처럼 나를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 같았다.나의 몸은 아직도 회복되지 못했고 오늘 밤도 그에게 시달린다면 나는 내일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을 것 같았다.“내가 샤인과 협력하는 게 기분이 나빴다면 나한테 얘기하면 되잖아. 바로 그만뒀을 거야. 왜 마음에 담아두고 나를 비난하는 거야?”배인호의 손이 나의 가슴 앞에서 멈췄고 목소리가 들렸다.“너 계속 마음속으로 이우범 생각하기만 해봐. 네 심장을 도려낼 거야.”솔직히 말해서 배인호가 어느 날 미치면 정말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말을 마치자 한 손이 나의 옷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손은 나의 체온보다 더 뜨거웠다.나는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다.“하지 마, 오늘 밤은 안 돼요.”“노력하지 않고 어떻게 애를 가질 건데?”배인호는 나를 잡았다.“한 번 밀어내면 한 번 더 할 거야. 네가 선택해.”“이렇게 뻔뻔할 수 있어요?”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그를 밀어내는 것도 잊어버렸다.배인호는 태연하게 말했다.“그래, 뻔뻔해야지. 좋게 말하면 네가 듣기나 하고?”나는 이를 악물었다. 손을 들어 배인호의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그는 빠르게 나의 손을 막았다. 표정이 더 어두워지며 내게 말했다.“내 말은 전혀 믿지 못하네. 난 한다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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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또 다른 비밀

원래부터 내 마음속으로 이우범을 더 신뢰하고 있었다. 이 캡처를 보자 배인호에 대한 의심이 더욱 커졌다. 어젯밤 배인호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하마터면 내가 오해했다고 착각할뻔했다.“알겠어요.”사진을 보고 더 이상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고 불안함을 참아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우범의 표정은 어떤 변화도 없었다.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허지영 씨, 난 당신이 청담동에 돌아가는 것을 정말로 바라지 않았어요. 배인호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요.”나는 눈살을 찌푸렸고 머릿속은 방금 본 대화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우범의 말을 듣고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배인호와의 거래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나 이미 배인호와 재혼하기로 했어요. 적당한 타이밍을 보고 있어요.”연기를 하려면 완벽하게 해야 했다. 나와 배인호가 곧 재혼한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알아야 배인호가 나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이우범의 손에 들려 있던 찻잔이 떨렸다. 찻잔의 손잡이를 잡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손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그는 갑자기 손에 힘을 풀었고 찻잔은 테이블에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났다.나는 깜짝 놀랐다.“왜요?”배인호는 엉망이 된 테이블은 신경도 쓰지 않고 흥분했다.“계속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었는데, 인호가 지영 씨를 그렇게 대했는데 왜 또 기회를 주려는 거예요? 난... 그저 기다려 달라고만 했는데도 안 된다고 했잖아요.”“이우범 씨, 내가 우범 씨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걸 알아줘요.”나는 한숨을 쉬며 쓴웃음을 지었다.“이미 약혼 하기로 한 거 아니에요? 잘 됐어요.”“지영 씨도 알잖아요.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이우범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나는 이우범이 수년 전의 배인호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아무리 마음이 원하지 않아도 집안의 압력에 의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야 했다.하지만 이우범이 도시아와 약혼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와 그는 미래가 없을 것이다. 배인호는 미친놈이었고 절대로 나와 이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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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남자와 어울린 벌이야

온몸이 얼어붙었고 눈을 뜨자마자 목을 잡은 손이 천천히 조여오는 것이 느껴졌다. 숨이 쉬기 힘들었다.배인호의 표정은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 같았고 싸늘했고 눈빛은 칼날보다 더 날카로웠다.“정아는 어디 있고 왜 인호 씨가 있어요?”나는 배인호의 손을 밀고 겨우 입을 열었다.“다른 사람에게 네가 어떻게 남자를 꼬시는지 보여주고 싶은 거야?”배인호는 손가락의 힘을 풀며 이를 악물고 내게 물었다.배인호가 감히 나를 찾아와서 물어?나는 속에서 분노가 터져 나와 결국 폭발했다.“이거 놔. 나쁜 새끼야. 당신이 뭔데 상관이야?”“지금 내게 내 사람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나와 재혼하겠다는 네 진심은 어디 있는데?”배인호는 소유욕이 가득 찬 눈빛을 하고는 나를 놓아주었다.나는 웃겨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일어나 앉아 테이블 위의 술잔을 들고 고개를 젖히며 삼켰다. 입술을 닦으며 고개를 돌려 배인호를 바라보았다.“나한테 정말 관심이 있는 거예요? 날 사랑해요? 나와 함께 있을 때 민설아를 떠올린 적 없어요?”“아, 그리고 태어나지 않은 당신들 아이도.”나는 또 술 한 잔을 따르며 무표정하게 한마디 덧붙였다.그 순간 주변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고 코트를 가져와 입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배인호는 아마 내가 그 일에 대해 모를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큰 반응을 보였다.우리는 두 조각상처럼 앉아서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배인호가 입을 열었다.“누가 말했어?”“누가 말했는지 당신이 알 필요 없어요. 어차피 사실인데. 민설아가 자살했을 때 당신 아이를 가졌다고. 아쉽게 됐네요.”나는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더 이상 몸 따윈 생각하지 않고 멈추지 않고 계속 마셨다.계속 술을 마시려고 하는데 배인호가 내 손에서 술잔을 뺏어가 바로 쓰레기통에 던졌다.“그만해.”“그만하긴 뭘 그만 해요?”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배인호를 바라보았다.“배인호, 당신은 죽어서 지옥에 갈 거야. 하하하...”배인호 이마의 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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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모두 불행해져

나는 하루 종일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않고 침실에서 업무를 보았다.저녁이 되어 밖에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켜 바람을 좀 쐬러 나갔다가 뒤를 돌아보니 배인호의 차가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내린 사람은 배인호의 임 비서였다.임 비서는 빠르게 대문을 들어 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문 앞에 가서 살폈다. 그는 이미 2층까지 올라와 나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바로 침착하게 내게 고개를 숙였다.나는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고 계단에서 고개를 들어 임 비서가 서재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배인호의 서재는 아주 비밀스러운 공간이었고 나도 몇 번 들어가 보지 못했다. 매번 배인호가 안에 있을 때만 들어가 볼 수 있었다.서재의 문은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었고 안면인식이나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었다. 세 번 시도해서 실패하면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되었다.임 비서는 빠르게 서재에서 나왔고 손에 서류를 들고 있었다. 다시 한번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신속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임 비서가 떠나고 나는 귀신에 홀린 듯 3층 서재 문 앞으로 갔다.만약 배인호가 정말 나를 도와 아빠와 기선우의 일을 알아봤다면 이미 단서를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료들은 여기 서재에 두지 않았을까?“삐...”도오락에서 경보음이 울렸다.“안면인식에 실패하셨습니다. 다시 시도 하세요.”나는 깜짝 놀라 다시 안면 인식을 피하고자 바로 자리를 피했다.침실로 돌아온 뒤에도 나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고 도둑질하다 들킨 것 같았다. 서재의 각종 자료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었고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하지만 마음이 불안해질수록 더 미친 듯이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다. 서재로 가서 내가 필요한 것을 찾고 싶었고 만약 손에 넣으면 바로 청담동을 떠날 것이다.오늘 밤에도 배인호는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정아에게서 온 전화를 받았다.“지영아, 너 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지?”“네가 배인호에게 내가 어디 있는지 알려줬어?”나는 조금 화를 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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