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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거래

“갑자기 여기는 왜 온 거야?”

배인호는 나 대신 코트를 여며주며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카페 안을 쳐다보았다. 서란은 이미 배인호가 온 것을 발견했고 아까 코트를 걸쳐주는 장면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좀 전에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우고 저런 꼴 사나운 표정을 하고 있을 리가 없다.

한 사람을 사랑하면 자기의 모든 감정을 그 사람에게 넘겨준다더니 서란도 예외는 아니었다. 배인호를 이용해 아주 쉽게 서란에게 복수할 수 있었다.

배인호는 나의 시선을 따라 서란을 발견했다.

“서란 만나러 온 거야?”

배인호의 목소리는 갑자기 차가워졌고 눈썹은 무의식적으로 치켜 올라갔다.

“난 서란에게 기선우를 죽였는지 물으러 왔어요.”

나의 대답은 분명 바보 같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배인호의 표정이 단호해졌다.

“이건 경솔한 짓이야.”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있는 여전히 아름답고 고상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세월이 그를 비껴간 것 같았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차분함과 카리스마가 더해졌을 뿐이다. 서란이 포기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의 마음은 외모에 걸맞지 않았다.

배인호는 나의 눈빛이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얇은 입술을 열었다.

“왜?”

“내가 병실에서 한 말 때문에 화난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데리러 왔어요?”

난 웃으며 어깨에 걸쳐진 코트를 단단히 감쌌다.

“추워, 차에 가서 얘기해.”

“그래요.”

배인호는 먼저 차로 갔다.

서란이 카페에서 달려 나와 배인호를 불렀다.

“인호 씨.”

배인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지만, 서란에게 대답하지 않고 나에게 물었다.

“안 오고 뭐 해? 바람이 춥지 않아?”

서란의 원망 어린 눈빛을 바라보며 나는 빠르게 걸어갔다. 아까 한 서란의 말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계속 참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때론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깨닫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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