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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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네 사이즈에 맞춰 샀어

물론 돈이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었고, 집사들은 배인호로부터 넉넉한 금전적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나는 눈을 감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집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집사도 현명하게 더 말하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집사의 도움을 받아 편안하고 헐렁한 홈웨어로 갈아입었는데, 속옷이든 홈웨어든 모두 내 사이즈에 아주 잘 맞았다.“씻었어?” 배인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네, 이제 날 다시 데려다줘도 돼요.”나는 침대에 앉아 대답했다.배인호는 나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내가 얘기했잖아. 밥 먹고 다시 얘기하자고.”내가 말을 더 이어가기도 전에 그는 이미 나를 안으려고 다가왔다. 옆에 있던 집사는 이를 보고 알 수 없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침실을 떠났다.나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고, 상황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갔다.아래층 식탁에는 호화로운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는 식사를 할 수 마음이 전혀 없었다.배인호는 나를 내려놓고 내 옆에 앉았다.“오늘 고마웠어요.”나는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했다.“늘 당신 도움을 원하지 않았는데, 사실 당신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냥 서로를 퉁친 정도로 생각해요.”“뭘 퉁친 거야?”배인호는 나에게 물었다.“당신이 나에게 준 상처를 조금 퉁쳤다고 생각하라고요.”나는 배인호의 시선을 침착하게 마주하며 말했다.“너무하진 않죠?”배인호는 나를 몇 초간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반찬 몇 점을 짚어 주었다.나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배인호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어떤 상처들과 퉁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마치 초등학생이 금방 수학을 배운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느라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다.저녁 식사 후 다시 돌아가자고 했다. 배인호는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나를 데리고 문밖으로 나갔다.“우르르 쾅!”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밤하늘에 천둥소리가 들리고,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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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나랑 같이 한 달 살자

“쯧, 점점 더 협박하기 좋아한다니까.”배인호가 갑자기 일어나 앉더니 몸을 돌려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고 나는 숨을 참았다.그가 먼저 나를 협박하니 나도 반격을 한 거지 나는 잘못한 게 없었다.1, 2분간 대치하다가 배인호는 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켜지자 바꾸지 않은 배경 화면이 내 눈에 보였다.이혼하기 전의 겨울, 내가 배인호를 협박해 눈사람을 만든 날 밤, 정원의 시시티브이에 찍힌 장면이었다.바탕화면을 바꾸지 않은 건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했고 배인호와 핑크빛 물결이 감도는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오래전인데 아직도 안 바꾼 거야?”배인호가 캐물었다.“그냥 배경 화면일 뿐이에요.”내가 담담하게 말했다.“바꾸지 않았다는 건 이미 다 내려놓았다는 거예요. 더 이상 일부러 추억을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배인호는 듣자마자 얼굴이 구겨졌다. 그는 핸드폰을 던지며 말했다.“난 허락 안 했어.”그건 배인호의 일이었고 내가 상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속으로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배인호가 키스를 해왔다. 그는 일부러 내 입술을 힘껏 깨물었고 나는 아파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나는 손을 들어 배인호를 때리고 싶었지만, 배인호가 한발 빠르게 내 손을 움켜잡았고 두발도 다쳐 움직일 수 없는 터라 반항은 할 수 없었다.배인호의 키스는 거센 파도처럼 밀려왔고 부드러움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복수와 징벌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고 이러다간 숨 막혀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드디어 그가 키스를 멈추었지만, 뜨거운 촉감은 목으로 그리고 가슴 쪽으로 번져갔고 나는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짐승!”“보다 못해?”배인호는 일부러 동작을 멈추고 내 말을 받아쳤다. 나는 약이 올라 숨이 턱턱 막혔다.“너 지금 반신불수 상태라 하기가 불편하잖아. 근데 계속 나 자극하면 너도 같이 기분 나빠지게 하는 수밖에.”배인호의 말은 파렴치하고 비겁했다.만약 전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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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냥이의 신분

문자를 보내고 나니 배인호가 껍질을 다 깐 새하얀 계란을 내 앞에 놓아 주고는 다시 팔을 거두었다.“먹어.”“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나는 내가 언변의 왕 기질이 있다는 걸 느꼈다. 배인호가 무엇을 하든 간에 한 번씩은 꼭 반항을 하고 싶었다.배인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직접 까서 먹어. 먹고 혼자서 걸어나가.”배인호는 내가 손발이 불편한 틈을 타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를 괴롭히고 있다.나는 혼자서 걸어 나갈 수 없는데 이 기사님은 들어올 수 없으니 결국 나는 배인호가 없으면 안 되었다.나는 차오르는 화를 억누르면서 그 계란을 집어 들어 두 입 만에 먹어 치웠다. 그러자 배인호는 샌드위치를 내 쪽으로 밀며 말했다.“잘 먹네. 더 먹어.”“켁켁...”나는 목이 메어 자기도 모르게 기침이 나갔다.배인호의 감시하에 나는 아침을 많이 먹었다. 마지막엔 따듯한 우유까지 한 잔 마셨더니 조금 더부룩한 느낌이었다.어젯밤 나한테 배인호의 좋은 점을 얘기해주던 아줌마가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애매함과 야유가 섞여 있었다.“다 먹었어요. 빨리 나가요.”나는 일부러 그 도우미 아줌마의 시선을 무시하고 배인호를 재촉했다.배인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른 사람의 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안아 올리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밤새 내린 비 때문에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옷깃을 타고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추위에 목을 움츠렸다. 배인호는 물웅덩이를 밟으며 나를 자신의 차까지 데려다주었다.차가 청담동 밖으로 나오자, 내 차가 보였다. 이 기사님이 차 밖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인호의 차가 서서히 멈춰서자, 이 기사님이 바로 차 문을 열어주었다.“사장님, 무슨 일이에요? 왜 갑자기 휠체어가 필요하신 거예요?”“발을 삐끗해서 걷기가 조금 불편해서요.”나는 이 기사님을 향해 손을 뻗었다.“저 좀 잡아주세요. 차에서 내려 볼게요.”이 기사님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나를 잡아주려고 하는데 배인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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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귀걸이 내 거 아니야

“어떤 여자들 인생에는 여자들끼리 경쟁하는 것만 있나 봐요. 쯧, 남자 쫓아다니는 건 사실 쪽팔리는 게 아닌데 어떤 여자들은 꼭 사람들 보기에 저급한 수단을 쓰니까 역겨운 거죠.”냥이가 턱을 괴며 말했다.“잉? 근데 전에 폭로된 녹음 파일 들어보니까 서란 씨 너무 잔머리 많이 굴렸다고...”“닥쳐요!”서란이 발끈하더니 이를 악물고 냥이에게 경고했다.냥이는 나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눈을 찡긋했다. 일부러 서란을 약 올리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냥이는 보면 볼수록 재밌는 여자 같았다. 그러니 배인호도 귀찮아하면서 차단하지 않는 거겠지.민예솔이 서란의 팔을 잡아당겼다. 내 착각인지는 몰라도 민예솔은 서란과 좋은 친구 사이가 된 다음부터 전체적으로 우울해진 것 같았고 하루 종일 축 처진 상태로 보였다.민예솔은 나를 경계하며 서란을 타일렀다.“허지영한테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가자.”“그래, 지훈 오빠도 우리 기다리고 있잖아. 가까운 사람이 기회도 많다고 나도 있는데 인호 씨랑 얘기 나눌 수 있게 기회 많이 찾아줄게. 인연은 꼭 이루어지니까 걱정하지 마.”유정이 가슴을 치며 약속했다.유정의 말이 맞았다. 우지훈이라는 관계가 있는 한 서란은 배인호를 만날 기회가 있다.배인호와 우지훈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라 큰 모순이 없는 한 이 우정을 끊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전에 우지훈이 배 씨 그룹의 라이벌 회사 책임자를 만난 걸 배인호는 알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우지훈은 수상한 점이 많았지만 나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없었다.“가자.”서란이 아무 표정 없이 대답하고는 돌아서더니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았고 비명을 질렀다.이때 배인호와 우지훈 그리고 박준 세 사람이 문 앞에 나타났다. 우리 자리는 꽤 눈에 띄는 자리라 그들은 서란이 쓰러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우지훈이 제일 급해 보였고 제일 처음으로 달려왔다. 먼저 유정에게 괜찮은지 확인하고는 서란을 부축해 일으켜 주었다.“서란 씨,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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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이우범이 실종되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길가에 차를 세웠다.“갑자기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나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이우범에게 죄책감으로 가득했는데 말이다.도시아는 너무 급해서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이었다.“나도 모르겠어요. 3일 전쯤에 가족이랑 크게 싸우고 집을 나가서는 연락이 안 돼요. 어딨는지도 모르고!”이우범은 절대 쉽게 집에서 가출할 성격은 아니었다. 아마도 3일 전에 가족이랑 엄청 심하게 다투었기에 그랬을 것이다.나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이우범이 너무 많은 부담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이우범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도 책임이 있었다.“연락되는지 시도해 볼게요. 시아 씨도 계속 사람 보내서 전에 살던 아파트나 일했던 병원 쪽으로 찾아보세요.”내가 대답했다.도시아가 울먹이면서 고맙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회사에 갈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우선 이우범을 찾는 것이었다.이우범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은 꺼져있는 상태였다.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고 영상통화를 걸어봐도 대답이 없었다. 아예 증발해 버린 사람 같았다.다음은 그가 살았던 아파트였다. 이우범은 전에 자기 아파트 카드키와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있었다. 나는 차에서 그 카드키를 찾아 들고는 그의 아파트로 한걸음에 달아갔다.아파트 현관문을 열었지만, 이우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구에도 얇게 먼지가 덮여 있었다.한 바퀴 더 찾아보고 이우범이 전에 일하던 병원에도 찾아가 봤지만, 그의 종적은 찾을 수 없었다.밤이 어두워졌지만, 나는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나는 노성민에게 전화를 걸어 이우범이 사라진 소식을 그에게 알려 주었고 같이 찾자고 했다.“그래요. 연락할 방법 생각해 볼게요.”노성민은 요새 이우범과 잘 연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에는 사이가 좋았던 터라 진짜 가만히 지켜볼 사람은 아니었다.까놓고 말하면 결국 나 때문에 이우범은 배인호와 등을 지게 되었고 제일 친한 친구들과 멀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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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배인호의 상상력은 참 풍부해

나는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씁쓸한 기분이 마음속을 맴돌고 있었다.“그래요, 잠깐만 기다려요.”나는 전화를 끊고 그 반지를 찾아서 끼고는 급히 이우범을 찾으러 내려갔다.북쪽 게이트 밖에 이우범의 차가 세워져 있었지만, 안에 사람은 없었다. 나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차 밖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우범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니 그가 내 뒤에 서 있었다.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이우범은 아직도 얇은 그레이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하얀 피부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 불그스름해졌다. 특히는 코끝이 더 빨갰다.“요새 어디 간 거예요? 우범 씨 집에서 애타게 찾고 있어요. 나도 병원이랑 아파트 다 가봤는데, 없던데.”이우범을 보자 조여왔던 마음이 다시 풀리는 듯했다. 아무 일 없이 무사하면 된 거다.“반지는요?”이우범은 그저 머리를 숙이고 내 손을 보고 있었다.나는 반지를 낀 손을 들어 그에게 보여주었다.“여기요.”내 손은 매우 예쁜 편이었다. 가늘고 긴 손은 어떤 반지를 끼나 다 괜찮아 보였다.이우범이 내 손을 살며시 잡더니 자세히 관찰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쁘네요, 사진 한 장 찍어도 돼요?”나는 그의 이런 요구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된다고 했다. 고작 사진 한 장인데 말이다.이우범이 사진을 찍더니 그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고는 나에게 물었다.“혹시 신경 쓰여요?”“괜찮아요. 그냥 다시 가출만 하지 마요. 이러면 우범 씨 부모님이 너무 상심이 크잖아요. 그러면서 내가 가출하라고 한게 하닌가 오해할 수도 있어요.”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다독였다.이우범의 표정이 살짝 차가워졌다.“집에서 도시아랑 약혼하라고 하는데 내가 거절했어요. 그래서 바람 좀 쐬러 나온 거예요.”이우범 집안은 도시아를 확실히 아주 좋아했다. 집안도 잘 맞고 아직 미혼이니 나보다는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나는 이우범 집안의 이런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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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관종 모녀

한참 후 냥이가 고맙다는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대화가 끝난 셈이었다.나는 저릿한 목을 돌려 풀어주고는 물건을 정리해 퇴근했다.“지영아, 우리 집 와서 해물 샤부샤부 먹자, 빨리!”회사에서 나오는데 마침 정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래.”나는 단번에 동의했다. 지금 집에 가도 별 의미가 없었다. 텅 빈 집은 외로운 기운으로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틈만 나면 정아와 애들을 찾아서 모이려고 했다. 그러면 혼자서 잡생각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세희는 얼마 전 이모건과 사귀게 되었고 민정은 결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아네 가족도 따듯하고 화목해 보였다. 셋 다 행복한데 나만 불쌍한 느낌이었다.“성민 씨는?”인사를 하고는 집을 둘러봤는데 노성민이 보이지 않아 물었다.“배인호 씨가 불러서 나갔어. 무슨 일인지는 몰라.”정아가 답답한 듯 말했다.“어젯밤에 이우범 찾느라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아침에 이우범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그러더라고.”배인호는 아까 샤인 코스메틱트로 갔는데 노성민까지 불러낸 거 보면 진짜 무슨 일 생긴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마음속 깊이 샤인 코스메틱에서 또 이상한 짓거리를 해서 우리 회사에 영향 주지 않을까 걱정되었다.“인호 형, 아마 가짜일 거예요...”정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노성민은 이렇게 말하며 나타났다. 그러더니 테이블에 앉은 우리를 발견하고 멈칫했다.뒤따라 들어오는 배인호의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였다. 그는 짜증이 담긴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았다.노성민이 절반쯤 말하다 말았다. 그는 외투를 벗으며 헤헤 웃었다.“아, 다들 밥 먹으러 온 거구나. 우리 자기가 말 안 해줘서 몰랐네요.”정아가 나와 배인호를 번갈아 보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난 배인호 씨 오는 줄 몰랐어.”요새 배인호와 만날 기회가 많아지면서 밥 한 끼 같이 먹는 건 아주 평범한 일이 되었다. 나는 현실을 잘 파악해야 했다. 우리가 살아있는 이상, 그리고 같은 계층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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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결혼식에 생긴 재수 없는 일

내 말에 서란의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 그녀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배인호가 나한테 적극적이라는 것이었다.하미선은 그나마 괜찮았다. 서란의 손을 토닥거리더니 상냥한 어머니의 말투로 말했다.“라니야, 너 왜 이렇게 속이 좁아? 허지영 씨 배인호 씨 전처인데 이혼해도 서로 친구 하는 건 정상이잖아. 오늘 너도 여기 왔고.”맞는 말이다. 전에 서란은 유하가든에 와 본 적이 없었다. 지금 들어올 수 있다는 건 무조건 배인호가 허락이 있었을 것이다. 그 의미는 그들의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는 거다.배인호는 여전히 이랬다저랬다 변덕스러웠다. 나는 도무지 그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알겠어요, 엄마.”서란은 하미선의 말을 참 잘 들었고 바로 착한 딸의 모습으로 돌아와 고분고분 대답했다.나는 하미선 말속의 자랑을 신경 쓰지 않았다. 곁눈질로 배인호가 걸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우리 집 정원으로 들어갔다.서란의 상큼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기쁜 듯했다.“인호 씨!”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척 빠르게 거실로 들어가 “쾅”하고 문을 닫아버렸다.옆집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는 생각하기조차 귀찮았다.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벌거숭이 나무는 이 겨울밤에 더 시려 보였다. 나는 와인 한 잔을 따랐다. 마시고 바로 잘 생각이었다.“딩동!”핸드폰이 울렸다. 냥이가 보내온 메시지였다.확인하기도 전에 냥이의 음성통화가 날아왔다.전화를 받자, 냥이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지영 언니, 인호 씨 전에 머리 다친 적 있죠? 어떻게 서란과 하미선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할 수가 있어요?”“어떻게 알았어?”나는 놀라서 물었다.“저 서란 씨 인스타 있잖아요. 인스타에 올렸더라고요. 진짜 답답해요.”냥이가 이렇게 화내는 건 드문 일이었다. 언성도 많이 높아져 있었다.털털한 성격이라 거의 충동적이고 격렬한 태도가 없었다. 있는 집 딸이라 있어야 할 기본 매너는 있었다.배인호의 이번 행보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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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내기를 잘못 걸다

나는 아예 부케를 뺏을 생각이 없었고 그냥 뺏은 체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정은 하필 내가 있는 방향으로 부케를 던졌다.나는 손을 거두려고 했다. 옆에 선 서란이 팔을 높이 뻗으며 부케를 받으려고 하니 받게 놔두려고 했다.이 생각을 굳히기도 전에 부케가 내 품으로 날아들었고 서란은 바닥에 넘어지면서 둔탁한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아!"서란이 고통스럽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더니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았다. 아마도 다친 듯했다.아래에서 구경하던 민예솔이 이런 상황을 보고는 급히 이쪽으로 뛰어와 서란의 상처를 살폈다.“괜찮아? 왜 갑자기 넘어진 거야?”하객들도 이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라 목을 빼 들고 상황을 살폈다. 부케를 안고 옆에 서 있던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서란은 원망스러운 눈길로 나를 한번 보더니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언니, 저 괜찮아요. 올라와서 지영 언니랑 부케를 뺏는 게 아닌데...”부케를 던질 때 열몇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고 신체적인 접촉도 많아 아래서는 어떤 상황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서란이 만약 나를 저격한다면 나는 미움을 살 수밖에 없었다.“부케 뺏을 때 넘어지는 건 원래 있을 수 있는 일이야, 다친 게 뭐라고?”정아가 직설적으로 말했다.“근데 라니가 이미 부케를 받았는데 허지영 씨가 다시 뺏어가면서 밀친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민예솔이 서란을 부축해 일으키며 나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쳐다봤다.나는 두 사람의 쇼를 옆에서 냉정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래에 있던 하객 중에 서란을 믿는 사람이 무조건 있을 것이다. 하긴 정아와 애들을 빼고는 다 모르는 사람이니 말이다.역시나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저 사람 배인호 전처 아니야? 서란은 배인호 전 여친이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닐까?”“배인호도 있잖아? 봤을까?”“근데 아까 서란이 먼저 부케를 받았는데 허지영이 뺏어간 거 같은데.”나와 서란 사이에 있었던 일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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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유일하게 너를 도와 줄 사람

“인호 씨,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서란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내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그저 눈물이 글썽해서 배인호에게 따질 뿐이었다.배인호만 그녀의 편을 들어준다면 서란은 이렇게 서럽지 않았을 것이다.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 편에 서게 된다. 배인호는 서란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쉽게 그녀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이다.“네가 잘못했으니까 사과하는 게 맞지.”배인호의 말투는 엄격했다.“나 잘못한 거 없어요. 지영 언니가 내 부케 뺏은 거 맞고 나를 일부러 밀어서 넘어지게 했어요.”서란이 그래도 계속 바득바득 우기며 반박했다.“인호 씨가 아직 지영 언니한테 미련이 남아서 언니 편에 설 뿐이에요. 그런 거라면 왜 마음 가는 대로 안 해요?”배인호는 끝내 인내심을 잃고 성질을 내며 언성을 높였다.“닥쳐. 내가 네 가르침까지 받으면서 행동해야 해?”서란이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나를 모함하려 했지만 결국 내가 보는 앞에서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서란이 증오의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서란이 또 나에게 책임 전가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서란은 역시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언니, 이제 만족해요? 이런 꼴 보고 싶었던 거죠?”“첫 번째, 날 모함한 건 너야. 두 번째, 난 네 꼴도 보기 싫어. 네가 말하는 이런 꼴은 더더욱 싫고.”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서란이 얼굴을 가리고는 울면서 휴게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민예솔이 뒤따라 나간 것 외에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배인호는 이우범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차가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원수라도 보는 것 같았다.나는 이 두 사람이 내 앞에서 기 싸움을 하는 걸 보기 싫어서 먼저 도망가려고 했다.“지영 씨!”순간 이우범이 나를 불러 세웠다.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다.“왜요?”“무슨 일이 있든 간에 난 무조건 지영 씨 편이에요. 지금 이 말 꼭 기억해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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