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으로는 격하게 거절하고 싶었지만, 배인호의 그 눈빛이 차마 나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이건 낯선 사람이라고 해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인 거다.나는 서너 계단을 내려간 뒤, 배인호의 팔을 부축했고, 그가 내 몸에 지탱하여 병실까지 걸어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배인호는 그동안 살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키가 큰 성인 남성이다 보니, 여자 혼자서는 부축하기 약간 버거웠다. 그의 몸무게 때문에 나는 몸이 기울 정도였지만, 차마 손을 뗄 수는 없었다.게다가 배인호가 평소에 자주 담배를 피운 관계로, 그의 환자복에서는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났고,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고개를 돌려 기침을 두 번 했다.잠시 고개를 돌린 탓에 내 발에 힘은 풀리기 시작했고, 거기에 배인호의 3분의 2의 묵계가 내 몸에 더해져 나는 똑바로 서 있을 수 없었다.배인호는 마치 내가 넘어질 거라는 걸 예상이라도 한 듯 빠르게 나한테서 손을 뗀 뒤 앞으로 넘어졌다. 하지만 일어날 사고는 어떻게든 일어난다고, 나도 그의 넘어지는 힘에 의해 앞으로 같이 튕겨 나갔다.“아...씁...” 나는 배인호의 몸 위에 넘어졌고, 그의 숨을 내뱉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섞인 두 단어만 들려왔다.나는 황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그의 복부 쪽을 손으로 누르게 되었다. 그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허지영, 너 지금 네 전남편 죽이려고 이러는 거야?!”이때 마침 간호사 한 분이 지나가면서 나를 먼저 일으켜 주었다. 그 뒤 나와 간호사는고통으로 창백해진 배인호를 부축하여 병실까지 데려다주었다.그러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나야 했지만, 괜한 죄책감 때문에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이윽고 간호사는 배인호의 상황에 대해 검사한 뒤, 그에게 약과 물을 건네며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말해줬다.“그리고 혹시 병원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시면, 저에게 말해요. 저 평소에 집에서 도시락 사 오는지라 제 것 사 오면서 같이 가져다드릴게요.”간호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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