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693 챕터

제231화 일부러 나를 부려 먹다

나는 속으로는 격하게 거절하고 싶었지만, 배인호의 그 눈빛이 차마 나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이건 낯선 사람이라고 해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인 거다.나는 서너 계단을 내려간 뒤, 배인호의 팔을 부축했고, 그가 내 몸에 지탱하여 병실까지 걸어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배인호는 그동안 살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키가 큰 성인 남성이다 보니, 여자 혼자서는 부축하기 약간 버거웠다. 그의 몸무게 때문에 나는 몸이 기울 정도였지만, 차마 손을 뗄 수는 없었다.게다가 배인호가 평소에 자주 담배를 피운 관계로, 그의 환자복에서는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났고,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고개를 돌려 기침을 두 번 했다.잠시 고개를 돌린 탓에 내 발에 힘은 풀리기 시작했고, 거기에 배인호의 3분의 2의 묵계가 내 몸에 더해져 나는 똑바로 서 있을 수 없었다.배인호는 마치 내가 넘어질 거라는 걸 예상이라도 한 듯 빠르게 나한테서 손을 뗀 뒤 앞으로 넘어졌다. 하지만 일어날 사고는 어떻게든 일어난다고, 나도 그의 넘어지는 힘에 의해 앞으로 같이 튕겨 나갔다.“아...씁...” 나는 배인호의 몸 위에 넘어졌고, 그의 숨을 내뱉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섞인 두 단어만 들려왔다.나는 황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그의 복부 쪽을 손으로 누르게 되었다. 그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허지영, 너 지금 네 전남편 죽이려고 이러는 거야?!”이때 마침 간호사 한 분이 지나가면서 나를 먼저 일으켜 주었다. 그 뒤 나와 간호사는고통으로 창백해진 배인호를 부축하여 병실까지 데려다주었다.그러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나야 했지만, 괜한 죄책감 때문에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이윽고 간호사는 배인호의 상황에 대해 검사한 뒤, 그에게 약과 물을 건네며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말해줬다.“그리고 혹시 병원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시면, 저에게 말해요. 저 평소에 집에서 도시락 사 오는지라 제 것 사 오면서 같이 가져다드릴게요.”간호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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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가정의 변고

이틀 뒤에야 나는 그 일에 대한 상세 정황을 알게 되었다.전에 아빠는 조수연 때문에 궁지에 몰릴 뻔한 적 있었지만, 그때 원본 사진은 배인호가 이미 나에게 가져다줬었다.근데 지금 어떻게 다시 공개된 걸까?그리고 몇 가지 더 중요 사항은, 최근 샤인 코스메틱의 일부 승인 절차가 통과되지 못했고, 서란은 거기에 대해 우리 아빠가 직권을 남용했다는 증거를 찾은 것이다.나는 추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그 사진이 서란 손에 있단 말인가?“지영아, 이번 일은 아주 심각한 거 같아. 아직 여기에 대한 유용한 정보는 찾지 못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거 분명 서란과 하미선이 뒤에서 저지른 일일 거야!”정아는 지금 산후조리 때문에 이렇게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녀는 민정이와 세희까지 불러 우리 집에 왔으며 걱정이 가득한 모습이었다.나는 이틀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많이 지친 상태였다.아빠에게 이번 일이 생기기 전, 서란이 나를 찾아와 협박했던 게 바로 이 일을 암시한게 아닐지 싶다.“문란한 사생활에 관한 일은 그래도 전에 해결된 적 있어서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 거야. 근데 지금 골치 아픈 일은 아빠가 직권을 남용했다는 거야.”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넷은 오랫동안 논의했지만 결국 좋은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아빠가 정치 쪽과 연관이 된 거라, 그 누가 마음대로 개입할 수 있는 거도 아니었고, 증거를 제출해 그 결백을 증명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친구들이 떠난 뒤, 나는 혼자 빈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아빠가 일이 생긴 후 나는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큰 집을 보고 있자니, 마음은 점점 우울해졌다.이때 이우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평온해졌다.“지영 씨, 지금 집이에요? 아니면 본가에요?”“유하가든 빌라요.”내가 답했다. 유하가든 빌라는 내 본가이다.“지금 거기로 갈게요.”이우범은 나를 위로했다.“너무 걱정 마요. 다 잘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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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우리 집 주방을 태우다

“오늘 진짜 고마웠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젠 인호 씨도 돌아가서 쉬어요.이번만큼은 배인호를 쫓아내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이젠 그가 돌아가서 쉬어도 된다는 뜻이었다.게다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입원 중이었기에, 현재 몸 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닐 것이다.하지만 배인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고,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매번 날 이용할 거 다 하고 이렇게 쫓아내네.”“그런 뜻이 아니에요. 진심으로 인호 씨 몸 상태가 걱정돼서 하는 소리였어요. 근데 이렇게나 빨리 퇴원한 거예요?”현재의 나로서는 집안일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일부러 배인호를 겨냥할 틈이 없었다.나한테서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배인호는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나 몸 상태 좋아. 한번 볼래?”그는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보았다.이건 너무 오해를 사게 하는 말인데? 나는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전 괜찮아요, 그냥 다른 사람한테나 보여줘요.”배인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답했다.“그래!”우리 둘은 이렇게 크나큰 거실에 마주 앉아 있었고, 분위기는 점점 고요해져 갔다. 근심에 둘러싸인 나는 약물 작용까지 더해져 참지 못하고 소파에서 잠들어 버렸다.원래는 잠이 들기 전 배인호더러 가보라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그는 이미 맞은편 소파에서 잠이 든 상태였다.그는 무심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얇은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고, 내 시점으로 봤을 때, 가장 직관적인 느낌은 목젖 라인이 너무나 섹시해 보였다.그렇게 나도 결국은 잠이 들어 버렸고, 마음속으로 든 마지막 생각은 이 소파에서 그럭저럭 하룻밤을 지새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기에 나는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깬 뒤 나는 천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내 침실 천장이 아니겠는가?!나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지만, 배인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몸에 옷도 그대로고, 별다른 이상 느낌은 없었다. 어제 저녁 먹은 게 술이 아닌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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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만약 우리가 이혼하지 않았다면

주방은 주로 벽이 검게 변했고, 천장은 더러워졌으며, 냄비 여러 개가 불에 탄 상태였다.사실 배인호가 굳이 청소해 줄 사람을 보내주지 않아도 된다. 내가 시간 날 때 청소부를 불러 처리하면 되니 말이다.“괜찮아요. 저 시간 날 때 사람 찾아서 청소하면 돼요.”나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덜 바쁜가 봐? 나한테 이미 준비된 청소부가 있는데도 그걸 거절한다고.?”배인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나는 요즘 확실히 바쁘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바빠 보기는 처음이다. 온 가족의 무게가 내 어깨에 떨어진 상태이며, 나를 지지하던 두 가족 중 한 사람은 혼수상태이고, 다른 한 사람은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잠시 고민 후 배인호 말대로 하기로 했다.“알겠어요. 그럼 제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요. 저 아마 6시 넘어서 퇴근할 거예요.”큰아버지는 아빠 일을 위해 아침 일찍 나가셨고, 여러 인맥도 찾아봐야 하기에 비교적 바쁠 것이다.배인호는 그제야 굳은 표정을 풀고는 답했다.“응, 걱정하지 마. 주방일만 다 해결되면 우리 원래 약속대로 실행하고, 더는 귀찮게 하지 않을 거니까.”나는 요즘 이런 일에 대해서까지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하지만 나는 이 말은 꼭 해야 했다.“인호 씨, 우리 아빠 이번 일 있잖아요. 아마 서란과 하미선이 뒤에서 일부러 꾸민 일 같아요. 그리고 서란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십중팔구 인호 씨 때문이고요.”배인호의 풀렸던 미간은 다시 한번 찌푸려졌고, 그의 눈에서는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응, 나도 알아.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거절하지 않을게.”나는 몇 초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다른 일에 대해서는 도와줄 필요가 없어요. 그냥 한 가지만 도와주면 돼요.”“말해봐.”배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저 대신 이우범 씨 좀 찾아주세요. 그 사람 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성민 씨한테도 그 집에 찾아가 보라고 부탁했지만, 결국은 거절당했대요.”나는 진지하게 배인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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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차라리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배인호는 이미 집사 아주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깔끔하게 청소된 주방을 본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9시쯤 되니 큰아버지가 돌아오셨다. 그의 굳은 표정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다.“지영아, 네 아버지 일 말이야. 누군가 고의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것 같아. 아마 윗선 사람인 것 같다.”큰아버지가 말했다.그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는 지금까지 직장에서 그 정도로 강한 적수 사이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 서란이 고의로 모함을 계획한 게 아니란 말인가?아니면 서란이 더 강한 사람을 알고 있단 말인가?그거도 아니라면 서란이 아니라 하미선일수도 있다!“너희 아빠 지금 수감되어 있어서 재판도 해야 할 거야. 억울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도 분명 번거로울 거고. 그 기간 동안 너희 회사가 영향을 받을까 봐 그게 걱정되네. 그러니 일단 회사를 지켜야 해."큰아버지가 이어서 말했다.나는 곧 외삼촌네를 찾아갈 거라고 큰아버지에게 말했다.그걸 들은 큰아버지는 나를 지지해 주셨다. 큰아버지네 회사의 주요 역량은 해외에 있는지라, 현재 우리 집 회사에 대한 도움은 그리 크지 않다.아빠의 일을 위해 큰아버지는 한동안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나는 큰아버지가 발 벗고 나서줘서 정말 고마웠고, 옆에 큰아버지가 있으니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 안정감이 들었다.다음으로 나는 외삼촌네로 찾아갈 예정이다. 회사 쪽은 나 혼자서 일단 제대로 컨트롤하기 어려울 듯하다.바쁜 하루를 보낸 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왔어?”배인호는 이번에 아예 중년 남성 둘을 데리고 우리 집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바닥에는 장식 도구들이 놓여있었다.“진짜 사람 찾아서 주방 페인트칠하려고요?”“아니면? 얼른 문 좀 열어봐.”배인호가 되물었다.나는 어이가 없어 이마를 짚었다. 그는 진짜 한가하기 그지없어 이렇게까지 하려는 건가?배인호의 그 모습을 보아하니, 오늘 내가 또 거절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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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탓하려면 당신 아기 명줄이 짧은 걸 탓해

나는 이우범이 나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큰 기대를 했었다. 그의 손에 있는 단서가 나에게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자신감을 잃었다.나는 너무 자신만만했던 것 같다. 비록 전생에 이우범이 서란을 위해 배인호와 같은 광기를 가지고 모든 사람과 맞섰지만, 현생에서 어떻게 그가 나를 위해 똑같게 미쳐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전생에 배인호도 미친 듯이 서란을 좋아했지만, 현생에서 변하지 않았는가?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빠가 무너진 후 나와 이우범 사이의 미래는 이미 예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이우범이 돌아와 널 도와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게 더 낫지 않겠어?”배인호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만약 배인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앞으로 다시는 서로 왕래하지 말자는 그 약속 또한 뭔 의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아빠가 알면 과연 어떻게 될까?전에 내가 배인호에게 도움을 요청한 관계로 엄마는 흥분하여 심장병이 발작되었다. 지금도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나한테 있어서는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나는 큰 모순 속에 빠져, 분위기는 살짝 무거워졌다.“아니야, 됐어. 너한테 있어서는,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도 내가 너한테 부탁해야 하는 거잖아.”배인호의 얼굴에는 한줄기의 실망감이 섞여 있었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만약 언젠가 생각이 바뀌면 그때 다시 날 찾아와도 돼. 그전까지 다시는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뒤, 그는 주방에 한번 갔다가 자리를 떠났다.이때 큰아버지가 위에서 내려오셨고, 조금 전 나와 배인호의 대화를 살짝 들은 듯 얼굴색이 어두웠다.“지영아, 너 절대 배인호와 다시 엮이면 안 된다. 지금 네 아버지 일이 심각하긴 해도, 절대 배인호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안 돼. 네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차라리 감방에 들어가려고 할 거야!”아빠와 큰아버지는 누가 형제 아니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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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껌딱지를 들여보내다

서란의 비명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하여 가속페달을 밟았다.나는 그녀의 이상 낌새를 눈치채고서야 차를 멈췄다.서란의 얼굴은 파랗게 변했고, 그녀는 나에게 책임을 물을 시간도 없이 가방에서 약을 꺼내 물도 없이 넘겨버렸다.“차 내려, 여기서 나 귀찮게 하지 말고!”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내 차에서 내쫓았다.서란은 원래부터 심장병을 갖고 있었다. 하미선이 그녀를 입양한 후 다시 심장 이식은 해줬는지, 아니면 이식했다 해도 자극을 받으면 안 되는 건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서란은 움직이지 않고, 가슴을 내리치며 자신을 진정시키는 듯했다.한참 후, 그녀는 다시 혈색을 되찾았고,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 앞에 내던졌다.“길게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여기에 사인해요.”그건 서류였고, 간단히 읽어보고 나서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서란아, 너희 두 모녀 그렇게나 우리 집 회사를 인수하고 싶어?”서란은 나를 생각해 주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지영 언니, 지금 언니네 집안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뭘 더 버텨요? 이참에 차라리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게 좋지 않겠어요? 게다가 회사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언니네 아빠한테도 피해 가기가 쉬워요. 이미 일까지 터진 마당에, 더 설상가상으로 갈 순 없잖아요? ”“우리 집안일에 신경 쓰지 마. 서란아, 넌 한 남자를 위해 이렇게 까지 하는게 재밌니?”내가 되물었다.적어도 내가 처음에 봤을 때의 서란은 이 정도로 혐오감이 극에 달하진 않았다.서란은 멈칫하더니, 나를 웃으며 비꼬았다.“지금의 모습이 전 좋은데요? 적어도 예전보단 잘살고 있고, 당신에게 지금은 보복할 능력도 되잖아요? 나를 지금 이 상태로 만든 건 바로 당신이라고요.”“네가 애당초 물질에 관한 유혹을 참고 선우랑 같이 일반 커플들처럼 잘 만나 결혼까지 갔었다면 배인호는 아마 계속 널 좋아했을 거야. 너에게 모든 걸 다 바치면서 말이야. 근데 결국은 너 스스로 변한 거야. 내 탓으로 돌려도 쓸모 없다고. 알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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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커플 온천 스위트룸

“…”나는 더욱 말문이 막혔고, 배인호를 빤히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인호는 조수석 문을 열더니 자연스럽게 내 차에 올라탔다.“농담이야. 나 이 근처 호텔에 데려다줘.”“인호 씨도 차 가지고 왔잖아요?”나는 크게 달갑지 않았다.“기름이 다 떨어졌어. 급하게 따지러 오느라 기름을 넣지 못했어.”배인호는 여유롭게 답했다.나는 그의 이런 한가함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어디 있는지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그 먼 곳에서 나를 찾아와 책임까지 묻다니…하지만 배인호가 아니더라도, 나는 오늘 저녁 쉴 곳을 찾기는 해야 했다. 외삼촌네는 조용한 곳을 좋아해 교외 별장에 살고 있다. 하여 나는 운전으로 시내 쪽에 가서 쉴 곳을 찾아야 했다.나는 말없이 차만 운전했다.가는 도중, 배인호는 조수석에서 잠이 들었다. 그는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는지, 잘 때까지도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밤길은 조금 쓸쓸했고 차 안의 분위기도 침묵에 빠져 있어 나도 약간의 피곤함을 느꼈다. 하여 나는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고, 이 음악은 첼로를 연주할 때 필수 곡이다.이 음악들을 듣고 나니 내 마음도 조금은 풀렸다.“아직도 이 몇 곡만 듣는 거야?”배인호는 갑자기 잠에서 깨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몇 년이나 지났는데, 이젠 그 취향도 좀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이 음악들이 너무 듣기 싫어서 잠에서 깬 건가?나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흐흐, 쉽게 바뀔 취향이면 제가 당신한테 몇 년이란 시간을 낭비했겠어요?”배인호는 얼굴색이 약간 변하는 것 같더니 몇초간 침묵 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이 맞아. 이왕 그런 거면 계속 일편단심인 건 어때?”나는 차갑게 웃어 보이며 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인호가 다른 주제로 말을 다시 꺼냈다.“그래서 외삼촌은 뭐라 하셔?”“뭐라 안 하셨어요.”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그는 내가 외삼촌 찾으러 온 걸 알고 있었고, 그러면 자연스레 내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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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절대 당신의 도움을 받지 않을 것이다.

나는 순간 멈칫했고, 고개를 돌려 배인호를 쳐다봤다.배인호도 나를 쳐다보았고, 우리는 서로 어색하게 서 있었다. “저희 일행 아니에요.”내가 먼저 입을 열어 설명했다.로비 카운터에서는 깜짝 놀라더니 바로 우리에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두 분 커플인 줄 알았어요. 입으신 옷도 너무 커플룩 같으셔서…”나는 고개를 숙여 나와 배인호의 옷을 번갈아 보았고, 우리는 블랙앤 화이트의 조합으로 누가 봐도 커플룩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배인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어 보였다.“괜찮아요. 저도 사실 이 사람이랑 옷 스타일이 서로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로비 카운터에서는 배인호의 미소를 보고는 얼굴이 빨개지며 좋아했고, 미안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나는 전 과정에서 입을 열지 않았고, 배인호가 방을 잡고 간 뒤에야 나도 따로 방을 잡았다.배인호의 방은 비스듬히 맞은편에 있었고,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 할 때 그가 입을 열었다.“내일 외삼촌한테 가는 거면 나도 같이 가. 내 차가 아직 거기 있어.”“그냥 혼자 차 잡아서 가면 안 돼요?”나는 불쾌한 듯 물었다.“네 차로 가면 돈을 아낄 수 있잖아.”그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답했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엄청나게 근검절약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나는 그를 상대하기도 귀찮아, 아예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그날 저녁, 나는 마음속 불안감에 악몽을 꿨고, 깨어나 보니 이미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새벽이 되니, 나는 아예 잠이 오지 않았고, 배인호를 피해서 가려면 아침 일찍 외삼촌네로 가는 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건, 배인호가 이미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그는 검은색 스웨터만 입은 채 코트는 손에 들고 있었다.“네가 일찍 깰 줄 알았어. 다만 이렇게까지 일찍이 일줄은 몰랐네.”배인호는 나를 보자마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당신 진짜 끈질기네요.”“착각하지 마!. 단지 잠이 안 와서 일찍 나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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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이우범과의 약속을 저버리다

아빠도 내가 배인호에게 다시 도움을 청하는 건 원치 않을 것이다. 아빠는 자존심도 강하신 분이라, 그 후에라도 알고 나면 분명히 나에게 뭐라 할 게 뻔하다.나는 내 이런 고집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와 아빠의 의견대로 하고 싶었다.그들이 원치 않는 일이라면, 나는 최대한 그 일들을 피할 것이다.“허지영, 너 고집 진짜 세다?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나한테 먼저 부탁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 네 그 버릇도 좀 고쳐줄 겸!”배인호는 어두운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나는 머리를 저었다.“이번에는 절대 그럴 일 없어요. 배인호 씨, 우리 집이 거지가 된다고 해도 절대 당신한테 머리 숙이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내가 당신 곁으로 다시 돌아가길 바라는 것 같은데, 절대 그럴 일 없다고요.”배인호는 나를 향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내가 언제 돌아와 달래? 너에게 보상 좀 해주려는데 그것도 안 되는 거야?”“필요 없어요.”나는 고민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배인호는 더는 말하지 않았고, 나를 몇 초 동안 빤히 쳐다보았다.“그래, 아무튼 미리 말할게. 네가 내 곁에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돼. 하지만 절대 다른 남자랑 못 만나게 할 거야. 난 말하면 말한 대로 해.”말을 마친 뒤 그는 뒤돌아서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조금 전 그가 했던 말은 협박 요소가 다분했다. 이건 전생에 그가 서란한테 했던 최초의 수법인 건가?하지만 나는 서란이 아니니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외삼촌네 집에서 나온 뒤, 나는 더는 그들을 설득할 시간이 없었다. 회사 쪽에 상황이 더욱 긴급한지라 나는 얼른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나는 매일 해가 저물 때까지 정신이 없었다. 직원들도 달래야 했고, 생산 판매도 감독해야 했고, 주식을 철회하겠다는 그 늙은 여우들도 상대해야 했고, 재무팀 일도 조사해야 했다.하지만 아빠의 일은 여전히 진전이 없었다. 큰아버지 쪽에는 지장이 생겼고, 이우범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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