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빠른 속도로 사라졌지만, 나는 흐릿하게 그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은 마치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나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10분 만에 도착했지만, 그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저 CCTV 좀 볼 수 있을까요? 저 남자 분명 문제 있어요!”나는 관리사무소 담당자를 향해 말했다.나는 왠지 이 남자가 전에 엄마 병실 전원 스위치를 끈 사람과 연관이 있을 것만 같았다.관리사무소에서는 이튿날 바로 CCTV 영상을 나에게 넘겨줬고, 그 남자는 역시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전에 하미선 옆에 있었던 사람이었다.역시, 하미선과 서란의 사람이었어.나는 바로 경찰서에 가 해당 CCTV 영상을 제공했으며, 그 남자가 하미선 쪽의 사람이라고 지목했다.“허지영!”회사에서 퇴근하고 집까지 도착했을 때쯤, 서란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요 며칠간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하늘을 찌를 듯한 원한을 품고 있는 듯했다.서란은 내가 마치 그녀의 부모를 죽인 원수라도 된 것처럼, 빨개진 두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나는 그녀와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2, 3m 정도 떨어져 있었다.“뭔 일인데?”“흐흐.”서란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원한을 가득 품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가, 갑자기 섬뜩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알 수 없는 광기를 보여줬다.나는 눈살을 찌푸렸다.혹시 미친 건 아니겠지?서란은 핏기 없는 얼굴에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배인호가 감히 날 이용했어요. 나한텐 한 톨의 감정도 없는 거네요!”나는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배인호 그 사람 자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사랑 때문에 미치거나, 그게 아니면 무서울 정도로 이성적이거나, 둘 중의 하나로 명확한 사람이다.“그 사람 지금 나랑 관계 정리하는 거로 당신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려는 거잖아요? 내가 당신들 후회하게
최신 업데이트 : 2023-11-23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