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뜯고 있다고는 했지만, 사실 서란의 일방적인 폭로였다.SNS를 확인해 보니 서란이 며칠 전 배인호 여자 친구의 신분으로 한 파티에 참석했는데 배인호가 오늘 갑자기 서란의 신분을 부인했다는 소식이었다.이건 간접적으로 헤어졌다고 선포한 것이었다.사귄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헤어졌으니 서란이 화난 것도 이해가 되었다.서란이 홧김에 SNS에서 배인호를 저격했다. 배인호와 있었던 일들을 장문으로 적었고 민설아와 관련된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순간 여론은 배인호를 감정을 저버린 나쁜 남자, 살인자라고 욕설을 퍼부었다.더 불쌍한 건 나였다. 나는 배인호의 전처로서 억울하게 저격당했다. 내가 배인호와 결혼할 때 민설아가 누군지도 몰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오히려 내가 세컨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어쨌든 나와 배인호가 민설아를 죽였다는 것이었다.나는 이 모든 것을 보면서 또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고작 며칠 조용하게 살았는데 또 여론의 중심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이때 이우범이 전화를 해왔다. 그도 배인호와 서란이 헤어진 뉴스를 보고 나에게 괜찮은지 물어봤다.“나는 괜찮은데 아빠가 보고 자극받을까 봐 무서워요. 요새 힘드셨을 텐데.”나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난처한 말투로 말했다.“민설아 죽은 거 지영 씨랑 아무런 관련 없다고 내가 해명할게요.”이우범이 나를 위로했다.어떻게 해명한다는 건지 몰랐지만 저녁에 이우범이 올린 해명 글을 보고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민설아는 애초에 이우범을 좋다고 쫓아다녔고 이우범은 배인호의 제일 좋은 친구니, 자초지종을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니 그가 한 말은 신뢰도가 꽤 높았다.하지만 이우범이 이렇게 대놓고 내 편에 서서 나를 위해 해명하는 걸 이우범 집안에서 보면 나무라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나는 이 일이 여기에서 끝날 줄 알았다. 배인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의논하든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하루 뒤 배인호가 올린 글은 나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사장님, 서란이 회사로
냥이가 눈을 흘기더니 말했다.“잘해줘도 몰라!”이때 냥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냥이는 핸드폰을 한번 확인하더니 조용히 옆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내 차를 찾으러 향했다. 차에 타려는데 냥이가 배인호 쪽으로 달려가 뭐라 몇 마디 말하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게 보였다. 그녀가 가자, 배인호는 나를 쳐다봤다.하지만 그는 약속을 꽤 잘 지키고 있었다. 다시 찾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금까지 확실히 잘 지키고 있었다. SNS에 터트린 일과 오늘 우연히 마주친 건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나는 배인호의 시선을 피하고 문을 닫으려는데 곁눈질로 그가 쓰러지는 게 보였다.나는 무슨 일인지 몰라 깜짝 놀랐다.배인호가 쓰러진 곳이 병원 홀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홀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 의사들이 언제 그를 발견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젠장!”나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차에서 내려 배인호 쪽으로 달려가 상황을 살폈다.그는 안색이 너무 안 좋았고 손으로 배를 움켜쥔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아직 의식이 있는 상태라 이렇게 아픈 와중에도 나를 밀쳐냈다.“신경 꺼!”“의사 좀 찾아올게요, 잠깐만 기다려요!”나는 배인호의 말을 무시하고 황급히 의사를 찾으러 갔다.몇 분 뒤 나는 배인호가 의사한테 이끌려 검사하러 들어가는 걸 지켜봤다.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었지만, 배인호가 쓰러지니 동행자로서 진료비와 입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절차를 마치고 나는 노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심한 밤에 그는 박준을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와 간병했다. 이때 배인호는 이미 다시 깨어난 뒤였다. 노성민과 박준을 보고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오히려 나를 디스했다.“신경 끄라고 했는데 왜 일부러 신세 지게 하는 거야?”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요즘 사람을 구하는 것도 목적을 따지면서 구하는 건가?노성민과 박준도 내 표정이 이상해지자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지영 씨, 오늘 정말 고마워요.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 봐요.”“네, 잘 보살펴 주세요.”
비록 빠른 속도로 사라졌지만, 나는 흐릿하게 그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은 마치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나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10분 만에 도착했지만, 그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저 CCTV 좀 볼 수 있을까요? 저 남자 분명 문제 있어요!”나는 관리사무소 담당자를 향해 말했다.나는 왠지 이 남자가 전에 엄마 병실 전원 스위치를 끈 사람과 연관이 있을 것만 같았다.관리사무소에서는 이튿날 바로 CCTV 영상을 나에게 넘겨줬고, 그 남자는 역시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전에 하미선 옆에 있었던 사람이었다.역시, 하미선과 서란의 사람이었어.나는 바로 경찰서에 가 해당 CCTV 영상을 제공했으며, 그 남자가 하미선 쪽의 사람이라고 지목했다.“허지영!”회사에서 퇴근하고 집까지 도착했을 때쯤, 서란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요 며칠간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하늘을 찌를 듯한 원한을 품고 있는 듯했다.서란은 내가 마치 그녀의 부모를 죽인 원수라도 된 것처럼, 빨개진 두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나는 그녀와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2, 3m 정도 떨어져 있었다.“뭔 일인데?”“흐흐.”서란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원한을 가득 품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가, 갑자기 섬뜩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알 수 없는 광기를 보여줬다.나는 눈살을 찌푸렸다.혹시 미친 건 아니겠지?서란은 핏기 없는 얼굴에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배인호가 감히 날 이용했어요. 나한텐 한 톨의 감정도 없는 거네요!”나는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배인호 그 사람 자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사랑 때문에 미치거나, 그게 아니면 무서울 정도로 이성적이거나, 둘 중의 하나로 명확한 사람이다.“그 사람 지금 나랑 관계 정리하는 거로 당신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려는 거잖아요? 내가 당신들 후회하게
나는 속으로는 격하게 거절하고 싶었지만, 배인호의 그 눈빛이 차마 나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이건 낯선 사람이라고 해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인 거다.나는 서너 계단을 내려간 뒤, 배인호의 팔을 부축했고, 그가 내 몸에 지탱하여 병실까지 걸어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배인호는 그동안 살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키가 큰 성인 남성이다 보니, 여자 혼자서는 부축하기 약간 버거웠다. 그의 몸무게 때문에 나는 몸이 기울 정도였지만, 차마 손을 뗄 수는 없었다.게다가 배인호가 평소에 자주 담배를 피운 관계로, 그의 환자복에서는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났고,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고개를 돌려 기침을 두 번 했다.잠시 고개를 돌린 탓에 내 발에 힘은 풀리기 시작했고, 거기에 배인호의 3분의 2의 묵계가 내 몸에 더해져 나는 똑바로 서 있을 수 없었다.배인호는 마치 내가 넘어질 거라는 걸 예상이라도 한 듯 빠르게 나한테서 손을 뗀 뒤 앞으로 넘어졌다. 하지만 일어날 사고는 어떻게든 일어난다고, 나도 그의 넘어지는 힘에 의해 앞으로 같이 튕겨 나갔다.“아...씁...” 나는 배인호의 몸 위에 넘어졌고, 그의 숨을 내뱉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섞인 두 단어만 들려왔다.나는 황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그의 복부 쪽을 손으로 누르게 되었다. 그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허지영, 너 지금 네 전남편 죽이려고 이러는 거야?!”이때 마침 간호사 한 분이 지나가면서 나를 먼저 일으켜 주었다. 그 뒤 나와 간호사는고통으로 창백해진 배인호를 부축하여 병실까지 데려다주었다.그러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나야 했지만, 괜한 죄책감 때문에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이윽고 간호사는 배인호의 상황에 대해 검사한 뒤, 그에게 약과 물을 건네며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말해줬다.“그리고 혹시 병원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시면, 저에게 말해요. 저 평소에 집에서 도시락 사 오는지라 제 것 사 오면서 같이 가져다드릴게요.”간호사는
이틀 뒤에야 나는 그 일에 대한 상세 정황을 알게 되었다.전에 아빠는 조수연 때문에 궁지에 몰릴 뻔한 적 있었지만, 그때 원본 사진은 배인호가 이미 나에게 가져다줬었다.근데 지금 어떻게 다시 공개된 걸까?그리고 몇 가지 더 중요 사항은, 최근 샤인 코스메틱의 일부 승인 절차가 통과되지 못했고, 서란은 거기에 대해 우리 아빠가 직권을 남용했다는 증거를 찾은 것이다.나는 추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그 사진이 서란 손에 있단 말인가?“지영아, 이번 일은 아주 심각한 거 같아. 아직 여기에 대한 유용한 정보는 찾지 못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거 분명 서란과 하미선이 뒤에서 저지른 일일 거야!”정아는 지금 산후조리 때문에 이렇게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녀는 민정이와 세희까지 불러 우리 집에 왔으며 걱정이 가득한 모습이었다.나는 이틀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많이 지친 상태였다.아빠에게 이번 일이 생기기 전, 서란이 나를 찾아와 협박했던 게 바로 이 일을 암시한게 아닐지 싶다.“문란한 사생활에 관한 일은 그래도 전에 해결된 적 있어서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 거야. 근데 지금 골치 아픈 일은 아빠가 직권을 남용했다는 거야.”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넷은 오랫동안 논의했지만 결국 좋은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아빠가 정치 쪽과 연관이 된 거라, 그 누가 마음대로 개입할 수 있는 거도 아니었고, 증거를 제출해 그 결백을 증명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친구들이 떠난 뒤, 나는 혼자 빈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아빠가 일이 생긴 후 나는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큰 집을 보고 있자니, 마음은 점점 우울해졌다.이때 이우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평온해졌다.“지영 씨, 지금 집이에요? 아니면 본가에요?”“유하가든 빌라요.”내가 답했다. 유하가든 빌라는 내 본가이다.“지금 거기로 갈게요.”이우범은 나를 위로했다.“너무 걱정 마요. 다 잘될 거니까요
“오늘 진짜 고마웠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젠 인호 씨도 돌아가서 쉬어요.이번만큼은 배인호를 쫓아내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이젠 그가 돌아가서 쉬어도 된다는 뜻이었다.게다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입원 중이었기에, 현재 몸 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닐 것이다.하지만 배인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고,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매번 날 이용할 거 다 하고 이렇게 쫓아내네.”“그런 뜻이 아니에요. 진심으로 인호 씨 몸 상태가 걱정돼서 하는 소리였어요. 근데 이렇게나 빨리 퇴원한 거예요?”현재의 나로서는 집안일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일부러 배인호를 겨냥할 틈이 없었다.나한테서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배인호는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나 몸 상태 좋아. 한번 볼래?”그는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보았다.이건 너무 오해를 사게 하는 말인데? 나는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전 괜찮아요, 그냥 다른 사람한테나 보여줘요.”배인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답했다.“그래!”우리 둘은 이렇게 크나큰 거실에 마주 앉아 있었고, 분위기는 점점 고요해져 갔다. 근심에 둘러싸인 나는 약물 작용까지 더해져 참지 못하고 소파에서 잠들어 버렸다.원래는 잠이 들기 전 배인호더러 가보라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그는 이미 맞은편 소파에서 잠이 든 상태였다.그는 무심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얇은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고, 내 시점으로 봤을 때, 가장 직관적인 느낌은 목젖 라인이 너무나 섹시해 보였다.그렇게 나도 결국은 잠이 들어 버렸고, 마음속으로 든 마지막 생각은 이 소파에서 그럭저럭 하룻밤을 지새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기에 나는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깬 뒤 나는 천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내 침실 천장이 아니겠는가?!나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지만, 배인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몸에 옷도 그대로고, 별다른 이상 느낌은 없었다. 어제 저녁 먹은 게 술이 아닌 감
주방은 주로 벽이 검게 변했고, 천장은 더러워졌으며, 냄비 여러 개가 불에 탄 상태였다.사실 배인호가 굳이 청소해 줄 사람을 보내주지 않아도 된다. 내가 시간 날 때 청소부를 불러 처리하면 되니 말이다.“괜찮아요. 저 시간 날 때 사람 찾아서 청소하면 돼요.”나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덜 바쁜가 봐? 나한테 이미 준비된 청소부가 있는데도 그걸 거절한다고.?”배인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나는 요즘 확실히 바쁘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바빠 보기는 처음이다. 온 가족의 무게가 내 어깨에 떨어진 상태이며, 나를 지지하던 두 가족 중 한 사람은 혼수상태이고, 다른 한 사람은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잠시 고민 후 배인호 말대로 하기로 했다.“알겠어요. 그럼 제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요. 저 아마 6시 넘어서 퇴근할 거예요.”큰아버지는 아빠 일을 위해 아침 일찍 나가셨고, 여러 인맥도 찾아봐야 하기에 비교적 바쁠 것이다.배인호는 그제야 굳은 표정을 풀고는 답했다.“응, 걱정하지 마. 주방일만 다 해결되면 우리 원래 약속대로 실행하고, 더는 귀찮게 하지 않을 거니까.”나는 요즘 이런 일에 대해서까지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하지만 나는 이 말은 꼭 해야 했다.“인호 씨, 우리 아빠 이번 일 있잖아요. 아마 서란과 하미선이 뒤에서 일부러 꾸민 일 같아요. 그리고 서란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십중팔구 인호 씨 때문이고요.”배인호의 풀렸던 미간은 다시 한번 찌푸려졌고, 그의 눈에서는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응, 나도 알아.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거절하지 않을게.”나는 몇 초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다른 일에 대해서는 도와줄 필요가 없어요. 그냥 한 가지만 도와주면 돼요.”“말해봐.”배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저 대신 이우범 씨 좀 찾아주세요. 그 사람 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성민 씨한테도 그 집에 찾아가 보라고 부탁했지만, 결국은 거절당했대요.”나는 진지하게 배인호를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배인호는 이미 집사 아주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깔끔하게 청소된 주방을 본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9시쯤 되니 큰아버지가 돌아오셨다. 그의 굳은 표정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다.“지영아, 네 아버지 일 말이야. 누군가 고의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것 같아. 아마 윗선 사람인 것 같다.”큰아버지가 말했다.그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는 지금까지 직장에서 그 정도로 강한 적수 사이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 서란이 고의로 모함을 계획한 게 아니란 말인가?아니면 서란이 더 강한 사람을 알고 있단 말인가?그거도 아니라면 서란이 아니라 하미선일수도 있다!“너희 아빠 지금 수감되어 있어서 재판도 해야 할 거야. 억울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도 분명 번거로울 거고. 그 기간 동안 너희 회사가 영향을 받을까 봐 그게 걱정되네. 그러니 일단 회사를 지켜야 해."큰아버지가 이어서 말했다.나는 곧 외삼촌네를 찾아갈 거라고 큰아버지에게 말했다.그걸 들은 큰아버지는 나를 지지해 주셨다. 큰아버지네 회사의 주요 역량은 해외에 있는지라, 현재 우리 집 회사에 대한 도움은 그리 크지 않다.아빠의 일을 위해 큰아버지는 한동안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나는 큰아버지가 발 벗고 나서줘서 정말 고마웠고, 옆에 큰아버지가 있으니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 안정감이 들었다.다음으로 나는 외삼촌네로 찾아갈 예정이다. 회사 쪽은 나 혼자서 일단 제대로 컨트롤하기 어려울 듯하다.바쁜 하루를 보낸 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왔어?”배인호는 이번에 아예 중년 남성 둘을 데리고 우리 집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바닥에는 장식 도구들이 놓여있었다.“진짜 사람 찾아서 주방 페인트칠하려고요?”“아니면? 얼른 문 좀 열어봐.”배인호가 되물었다.나는 어이가 없어 이마를 짚었다. 그는 진짜 한가하기 그지없어 이렇게까지 하려는 건가?배인호의 그 모습을 보아하니, 오늘 내가 또 거절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