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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냥이의 신분

문자를 보내고 나니 배인호가 껍질을 다 깐 새하얀 계란을 내 앞에 놓아 주고는 다시 팔을 거두었다.

“먹어.”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나는 내가 언변의 왕 기질이 있다는 걸 느꼈다. 배인호가 무엇을 하든 간에 한 번씩은 꼭 반항을 하고 싶었다.

배인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직접 까서 먹어. 먹고 혼자서 걸어나가.”

배인호는 내가 손발이 불편한 틈을 타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나는 혼자서 걸어 나갈 수 없는데 이 기사님은 들어올 수 없으니 결국 나는 배인호가 없으면 안 되었다.

나는 차오르는 화를 억누르면서 그 계란을 집어 들어 두 입 만에 먹어 치웠다. 그러자 배인호는 샌드위치를 내 쪽으로 밀며 말했다.

“잘 먹네. 더 먹어.”

“켁켁...”

나는 목이 메어 자기도 모르게 기침이 나갔다.

배인호의 감시하에 나는 아침을 많이 먹었다. 마지막엔 따듯한 우유까지 한 잔 마셨더니 조금 더부룩한 느낌이었다.

어젯밤 나한테 배인호의 좋은 점을 얘기해주던 아줌마가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애매함과 야유가 섞여 있었다.

“다 먹었어요. 빨리 나가요.”

나는 일부러 그 도우미 아줌마의 시선을 무시하고 배인호를 재촉했다.

배인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른 사람의 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안아 올리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밤새 내린 비 때문에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옷깃을 타고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추위에 목을 움츠렸다. 배인호는 물웅덩이를 밟으며 나를 자신의 차까지 데려다주었다.

차가 청담동 밖으로 나오자, 내 차가 보였다. 이 기사님이 차 밖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인호의 차가 서서히 멈춰서자, 이 기사님이 바로 차 문을 열어주었다.

“사장님, 무슨 일이에요? 왜 갑자기 휠체어가 필요하신 거예요?”

“발을 삐끗해서 걷기가 조금 불편해서요.”

나는 이 기사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 좀 잡아주세요. 차에서 내려 볼게요.”

이 기사님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나를 잡아주려고 하는데 배인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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