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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청담동 빌라에 가다

“지난번에 했던 그 말, 아직 유효한 거죠? ”

나는 자존심 같은 건 다 내려놓고 물었다. 배인호가 아빠의 일로 나를 속일 사람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빠가 진짜 누구에 의해 이렇게 된 거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아빠를 만나 일의 자초지종을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말?”

배인호의 굳어 있던 얼굴은 순식간에 풀렸고, 내가 뭘 묻는지 알면서 일부러 되물었다.

“내가 청담동에 가서 보름 동안 살면 아빠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면서요.”

나는 아빠가 나를 탓할지라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아빠가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 거면, 나는 딸로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깨어나면, 아빠가 이 일을 당한 거에 대해 많이 속상해하실 것이다. 배인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내 손을 놓더니 내 말을 정정해 주었다.

“한 달.”

“보름 동안이라면서요?!”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응, 보름은 네가 정한 거잖아? 지금은 네가 나에게 부탁하는 거니까, 내가 그 조건 좀 고치려고.”

배인호는 마음껏 뻔뻔함을 드러냈다.

나는 몇 마디 반박하려 했지만, 배인호의 눈빛 하나에 제압당해 버렸으며, 지금 나의 위치에 대해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지금 만약 또 그를 거절한다면, 아빠를 벼랑 끝까지 미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요. 좋아요. 하지만 3일 이내에 아빠를 만날 수 있게 해줘요.”

나도 내 요구를 제기했다.

“알겠어.”

배인호는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그럼, 지금 청담동으로 가.”

“저 아직 짐 정리도 못 했어요!”

내가 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 청담동에 이미 다 준비해 뒀거든. 넌 몸만 가면 돼. 때마침 오늘 우릴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배인호는 내 의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을 끌면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의 손은 내 손과 달리 아주 따뜻했다. 엘리베이터에 탄 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손까지 잡을 필요 없어요.”

“손이 그렇게나 차가운데 옷 좀 두껍게 입어.”

배인호는 내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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