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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더는 그녈 속이지 마

“왜 그래? 누구한테서 온 문자야?”

때마침 앞에 빨간 불이라 배인호는 차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는 핸드폰을 숨기며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정아에게서 온 문자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인호는 입가를 살짝 올리며, 약간의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범이가 약혼한다는 소식 아니야?”

나는 깜짝 놀랐다.

“이미 알고 있었어요?”

전에 민정이 결혼식 피로연에서 배인호가 확신에 찬 말투로 이우범과 도시아는 약혼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 당시 이우범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당연하지.”

배인호는 시선을 거두고는 앞을 내다보며 냉담하게 답했다.

“난 이미 예전에 알고 있었어. 우범이는 집에 부모님이 정한 대로 해야 하거든. 예전에 의학 공부할 때도, 집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학업 포기하겠다고 부모님 협박해서야 결국 하게 된 거야.”

나는 이우범이 의학 공부를 위해 그 정도로 필사적이었는지 미처 몰랐다. 하여 그가 나 때문에 그걸 포기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

“너랑 우범이 사이는 미래가 안 보여. 그러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거도 좋은 일인 거지.”

배인호가 이어서 말했다.

나는 입술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인호도 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덧 차는 회사 아래까지 도착했고, 나는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배인호는 바로 가지 않고, 내가 회사 큰문까지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

이치대로라면, 이우범이 약혼하는 건 나에게 있어 좋은 일이며 더는 그가 나를 놓지 못할 거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아도 괜찮은 배우자이며 그 둘은 무척 어울리는 한 쌍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집안에 뜻이 어떻든 절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여자하고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근데 이 짧은 시간 내에, 받아들이기로 한 건가?

나는 이우범이 나와 배인호처럼 이런 비극적인 결혼이 아닌, 행복한 결혼을 하길 바랐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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