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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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청담동 빌라에 가다

“지난번에 했던 그 말, 아직 유효한 거죠? ”나는 자존심 같은 건 다 내려놓고 물었다. 배인호가 아빠의 일로 나를 속일 사람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빠가 진짜 누구에 의해 이렇게 된 거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아빠를 만나 일의 자초지종을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어떤 말?”배인호의 굳어 있던 얼굴은 순식간에 풀렸고, 내가 뭘 묻는지 알면서 일부러 되물었다.“내가 청담동에 가서 보름 동안 살면 아빠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면서요.”나는 아빠가 나를 탓할지라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아빠가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 거면, 나는 딸로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깨어나면, 아빠가 이 일을 당한 거에 대해 많이 속상해하실 것이다. 배인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내 손을 놓더니 내 말을 정정해 주었다.“한 달.”“보름 동안이라면서요?!”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응, 보름은 네가 정한 거잖아? 지금은 네가 나에게 부탁하는 거니까, 내가 그 조건 좀 고치려고.”배인호는 마음껏 뻔뻔함을 드러냈다.나는 몇 마디 반박하려 했지만, 배인호의 눈빛 하나에 제압당해 버렸으며, 지금 나의 위치에 대해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지금 만약 또 그를 거절한다면, 아빠를 벼랑 끝까지 미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그래요. 좋아요. 하지만 3일 이내에 아빠를 만날 수 있게 해줘요.”나도 내 요구를 제기했다.“알겠어.”배인호는 간단명료하게 답했다.“그럼, 지금 청담동으로 가.”“저 아직 짐 정리도 못 했어요!”내가 답했다.“그럴 필요 없어. 청담동에 이미 다 준비해 뒀거든. 넌 몸만 가면 돼. 때마침 오늘 우릴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배인호는 내 의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을 끌면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의 손은 내 손과 달리 아주 따뜻했다. 엘리베이터에 탄 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손까지 잡을 필요 없어요.”“손이 그렇게나 차가운데 옷 좀 두껍게 입어.”배인호는 내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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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배인호 어머니가 선물을 거절하다

배인호 어머니는 나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냥이를 쳐다봤다.이렇게나 직접 배인호네 집으로 찾아온 여자는 당연히 보통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냥이는 머리를 검은색으로 바꿔, 많이 차분하고 얌전해 보였다. 코 피어싱이나 입술 피어싱도 다 제거하긴 했지만, 귀에 그 줄줄이 끼여진 피어싱은 제거하지 않은 상태라, 차분함에 약간의 자유분방함이 섞여 있는듯한 모습이었다.내가 잘난 척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배인호 부모님이 어떤 며느리를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지적이고, 외적으로는 심플하고 귀티 나는 스타일을 선호하신다.냥이처럼 귀에 줄줄이 끼워진 피어싱은 당연히 좋아하지 않을 것이며, 게다가 그들은 아직 냥이의 신분도 모르는 상태이다.“인호야, 이분은 누구시니?”배인호 어머니는 이런 스타일은 싫어하시지만, 그래도 교양 있고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냥 아는 애예요.”배인호는 간단명료하게 소개했으며, 그 태도는 심지어 무척 차가웠다.냥이는 곧바로 마음을 가다듬고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경쾌하게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아저씨. 저는 배인호 씨의 친구입니다. 그냥 냥이라고 불러주세요. 오늘 아주머니 생신이라고 들어서 선물 드리러 왔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는 가져온 선물을 배인호 어머니에게 내밀었고, 투명하고 정교한 선물상자에는 한눈에 봐도 가격이 만만치 않은 아름다운 비취 관음이 놓여있었다.이 선물을 본 배인호 어머니의 표정은 역시나 밝아졌고, 그녀를 향한 몇 마디의 칭찬에 냥이의 표정도 많이 풀렸다.하지만 배인호 어머니는 그 선물을 다시 냥이에게 돌려줬다.“정말 고맙지만 이렇게 귀중한 선물은 제가 받을 수 없어요. 냥이 씨, 온 김에 그냥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가요. ”냥이는 멈칫하더니 약간의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선물을 거절당했다는 사실은 그 누구라도 뻘쭘하긴 하지만, 배인호 어머니가 선물을 거절하는 거도 지극히 정상인 적인 일이다. 배인호의 그냥 아는 일반 친구의 귀중한 선물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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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일부러 과거를 들먹이다

“아...”서란은 말문이 막힌 듯했다. 그녀가 여기 들어오고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오른쪽 어깨는 정상으로 보였으며, 전혀 다친 사람 같지 않았다.이때 민예솔이 그녀 대신 답했다.“여사님, 그런 게 아니라 제 동생이 괜한 통증으로 오늘 자리에 영향을 끼칠까 봐, 여기 오기 전 특별히 진통제를 먹고 왔어요. ”이제는 하다 하다 진통제라니...서란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아요. 근데 별 큰 문제는 없어요. 지영 언니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요.”“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서 왜 날 고소하려 했어?”나는 적절한 타이밍에 입을 열어 되물었다.그 순간 민예솔도 대꾸할 방법이 없는 듯 말문이 막힌 채 멍해 있었다.서란은 촉박해 보이는 표정으로 하미선쪽을 바라봤다.“이건 모두 오해로 초래된 일인 거죠. 오해는 해명하고 고소는 취하하면 되는 겁니다.서로 다 친한 사이라 왕래가 잦다 보니, 이런 갈등은 피할 수 없네요. 양해해주세요.”역시 서란의 뒷배경인 하미선이 전혀 조급해 하지 않고 차분히 얘기를 이어 나갔다.나는 담담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그래요, 해명은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내 말을 들은 서란의 표정은 의심이 가득했으나, 장소가 장소인지라 더는 묻지 않았고, 나도 여기까지만 답했다.현재 거실 소파에는 배인호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로 꽉 차 있지만, 서로 가까운 사이는 아닌 사람들이었다.때마침, 저녁상이 준비되었고, 저녁을 먹으라는 집사의 말에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풀렸다.원형 식탁에는 때마침 8개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배인호 어머니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지켜본 서란은 그 옆에 다가가 앉으려 했으나, 배인호 어머니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영아, 내 옆에 앉아.”“네.”나는 그녀의 말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서란은 속상한 듯 배인호 어머니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배인호에게 시선이 멈췄다. 아마 배인호가 어디 앉으면 그녀도 그 옆에 가서 앉으려는 듯했다.배인호는 아무 생각 없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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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일편단심은 어렵나 보다

“그렇죠, 단지 인연도 길연과 악연으로 나뉠 뿐이죠.”배인호 어머니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배인호 부모한테 있어서 서란과 배인호의 인연은 기필코 악연일 것이다.배인호 어머니의 그 한마디는 서란으로 하여금 그 누구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서란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우여곡절 끝에 결국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났다. 냥이는 다 같이 케이크를 먹자고 제안했고, 배인호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인호 씨, 저 좀 잠깐 봐요.”나는 케이크는 먹을 생각조차 없었고, 낮은 목소리로 배인호를 불러냈다.“무슨 일이야?”배인호가 물었다.“저 오늘 저녁 나가봐야 해서 케이크는 못 먹을 것 같아요. 그러니 저 인호 씨 차 키 좀 빌려줘요.”나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들여다봤고,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배인호는 내 낌새가 이상함을 느끼고, 거실을 힐끗 보더니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에게 물었다.“조금 전 너에게 전화 한 사람 누구야? 그 사람 찾으러 가는 거야?”나는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고스란히 그에게 얘기해줬다.“기선우한테서 걸려 온 전화예요. 근데 아무런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아마 뭔 일이 생긴 것 같아요.”배인호의 의심은 가셔지지 않았고, 그는 전부터 나와 기선우 사이를 의심했던지라 그의 의심은 더욱 깊어져 갔다.나는 아예 직접 차 키를 찾아 나섰고, 그런 모습을 본 배인호 어머니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지영아, 뭐 찾고 있어?”“저 인호 씨 차 좀 빌리려고 차 키 찾고 있어요.”내가 답했다.“급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 인호더러 데려다 달라고 해. 시간도 늦은 저녁이라 여자 혼자서는 위험해.”배인호 어머니는 나를 강박으로 앉혀 케이크를 먹으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인호더러 내 급한 일을 도와주라고 했다.배인호 아버지도 곧바로 배인호를 향해 말했다.“그래, 지영이가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네가 좀 같이 가서 도와줘!”나는 원래는 그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이 없었지만, 만약 기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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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이우범의 약혼 소식

“인호 씨, 저 도와서 기선우 좀 찾아주면 안 돼요?”나는 이젠 체면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배인호에게 도움부터 청했다.하지만 배인호는 내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했다.“싫어.”“그 애 서란 때문에 이미 궁지에 몰려 서울을 떠날 준비를 하는 애예요. 그런 애가 이 시점에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건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긴 걸 거예요. 그러니 좋은 일 한번 한다 치고 저 좀 도와줘요!”나는 한 손으로 배인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현재의 나는 진심으로 기선우를 내 동생처럼 여기고 있었고,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나는 꼭 어떤 방법을 쓰든지 그를 도울 것이다.하지만 배인호의 눈에는 냉기가 가득했고,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그 앨 왜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건데?”“그 애와 저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우리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그 애는 단지 제가 좋아하는 동생일 뿐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동생을 챙기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인 거죠.”나는 다급하게 그에게 말했지만, 곧 맥이 빠졌다.“됐어요. 그냥 저 혼자 경찰서에 신고할게요.”말을 마친 뒤 나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배인호는 낮은 목소리로 욕을 하는 듯했고, 곧 내 뒤를 따라왔다.“내가 도와줄게, 됐지?”“진짜죠?”나는 그가 나를 돕겠다는 소리에 빠르게 반응했다.“응, 이틀 내로 찾아줄게. 근데 나 조건이 하나 있어.”배인호는 깊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나는 이미 청담동에 돌아가 1달 동안 살기로 약속까지 했기에, 조건이 더 추가된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요.”“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이우범에게 그 어떠한 기회도 주지 마.”배인호는 강경한 태도로 이 조건을 말했고,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내 대답만을 기다렸다.나도 이우범과 다시 엮이고 싶지 않던 참이라, 그의 요구조건이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기 힘든 건 아니었다.“그래요, 그러면 우리 아빠를 만나는 일이랑 기선우를 찾는 일 모두 인호 씨한테 맡길게요.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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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더는 그녈 속이지 마

“왜 그래? 누구한테서 온 문자야?”때마침 앞에 빨간 불이라 배인호는 차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나는 핸드폰을 숨기며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정아에게서 온 문자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배인호는 입가를 살짝 올리며, 약간의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우범이가 약혼한다는 소식 아니야?”나는 깜짝 놀랐다.“이미 알고 있었어요?”전에 민정이 결혼식 피로연에서 배인호가 확신에 찬 말투로 이우범과 도시아는 약혼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 당시 이우범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현재는…“당연하지.”배인호는 시선을 거두고는 앞을 내다보며 냉담하게 답했다.“난 이미 예전에 알고 있었어. 우범이는 집에 부모님이 정한 대로 해야 하거든. 예전에 의학 공부할 때도, 집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학업 포기하겠다고 부모님 협박해서야 결국 하게 된 거야.”나는 이우범이 의학 공부를 위해 그 정도로 필사적이었는지 미처 몰랐다. 하여 그가 나 때문에 그걸 포기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너랑 우범이 사이는 미래가 안 보여. 그러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거도 좋은 일인 거지.”배인호가 이어서 말했다.나는 입술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인호도 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어느덧 차는 회사 아래까지 도착했고, 나는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배인호는 바로 가지 않고, 내가 회사 큰문까지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이치대로라면, 이우범이 약혼하는 건 나에게 있어 좋은 일이며 더는 그가 나를 놓지 못할 거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아도 괜찮은 배우자이며 그 둘은 무척 어울리는 한 쌍이다.하지만 나는 그가 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집안에 뜻이 어떻든 절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여자하고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근데 이 짧은 시간 내에, 받아들이기로 한 건가?나는 이우범이 나와 배인호처럼 이런 비극적인 결혼이 아닌, 행복한 결혼을 하길 바랐다.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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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애써 해명하다

이우범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내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졌다는 걸 느꼈다.배인호는 손을 뻗어 내 눈가를 닦아주려 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는 거야?”나는 그의 손을 피하며 머리를 저었다.“아니요, 안 울어요.”“그럼 됐어. 난 네가 내 앞에서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게 싫거든.”배인호는 손을 거두며 경고가 담긴 한마디를 건넸다.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제 자유에요. 인호 씨가 그런 것까지 절 간섭할 이유는 없어요.”배인호가 차갑게 답했다.“됐어. 가자.”나는 묵묵히 배인호 뒤를 따라나섰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고, 그의 차는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었다.우산을 펼쳐 든 배인호는 우산을 비스듬히 내 쪽으로 향해줬고, 나는 그걸 피하진 않았다. 괜히 비를 맞아 감기까지 걸리면 나만 힘드니 말이다.차에 탄 뒤, 나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인호 씨, 앞으로 저 계속 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저 이 기사님한테 부탁해도 되고, 저 혼자서도 운전해 갈 수 있어요.”“오늘은 그냥 가는 길에 들른 거야. 조금 전 샤인 코스메틱에서 오는 길이거든.”배인호는 솔직하게 말했고, 그와 서란 사이의 왕래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인호 씨는 이상하다고 느낀 적 없어요? 사사건건 절 간섭하면서 인호 씨는요? 서란은 여전히 당신과 얽히려 하고, 당신을 바라보는 냥이도 있잖아요. 그다음 여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언제 인호 씨 간섭한 적 있었어요?”나는 참지 못하고 배인호에게 질문을 던졌다.배인호가 담담하게 답했다.“지금 질투하는 거야?”나는 차갑게 웃어 보였다.“그럴 일은 죽어도 없어요.”배인호는 나를 힐끔 보더니, 표정이 약간은 풀린 듯했다. 그는 마치 갓 연애를 시작한 소년처럼, 내가 조금의 질투라도 보이면 기분이 풀리곤 했다.청담동에 도착한 뒤, 나의 핸드폰은 쉴 틈 없이 울렸다. 내 단톡방에서는 끊임없이 문자를 보내왔고, 그 내용 또한 전부 이우범 혼사에 관한 일들이었다.박정아:「지영아, 퇴근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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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취한 척하다

나는 만족스럽게 마스크팩을 하고 잠을 잘 준비했다.내가 거의 잠이 들 무렵, 갑자기 온몸에 정신이 들면서 눈이 번쩍 떠졌다.배인호는 몸을 곧게 폈고, 조금 전 몸을 숙여 내게 다가온 사람이 그가 아닌 것만 같았다.“이걸 얼굴에 온 저녁 붙이고 있을 예산이야?”배인호는 손가락으로 내 마스크팩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나는 놀라서 물었다.“뭐 좀 가지러 왔어. 와보니 네가 문을 잠그지 않았더라고.”배인호는 팩을 휴지통에 버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서랍 속을 뒤졌고, 롭투 시가를 한 박스 들고는 그제야 내게 이어서 말했다.“평소에 그렇게 나를 조심하면서 오늘 문 잠그는 건 까먹었나 봐? 조심해.”말이 끝난 뒤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나는 닫힌 문을 노려보며 마음속으로 수없이 그를 욕 했다. 아마 배인호가 거의 아래층에 도착한 후에야 나는 얼른 일어나 방문을 걸어 잠갔다.배인호는 술을 마신 듯했고, 조금 전 그한테서 약간의 술 냄새가 풍겨왔었다. 만약 그가 술에 취한다면, 그는 또 한 마리의 짐승으로 변할 것이고, 그러면 내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나는 문이 제대로 잠겨진 지 확인 후 안심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문을 잠그고 잠자리에 들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한밤중이 되자 나는 잠결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고, 배인호의 소리가 뒤따라 들려왔다.“누가 방문을 잠근 거야? 강도라도 든 거야?”그의 목소리에는 명백히 취기가 섞여 있었고, 그의 술 주량으로 보았을 때 보통은 취하지 않을 건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취해 있었다.내가 답했다.“배인호 씨, 당신 취했어요. 얼른 객실로 가서 쉬어요.”밖에는 잠시 고요해졌고, 나는 배인호가 잠잠해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집사를 부르러 간 것이었다. 이윽고 집사의 애꿎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장님, 안에서 잠겨진 거라 저희도 문을 열 방법이 없습니다.”배인호는 그 말에 노발대발하며 꾸짖었다.“이런 거도 못 하면 내가 당신들을 왜 쓰겠어? 내 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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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기선우가 죽었다

그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하는 것만 같았고,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너무도 긴장한 나머지 목소리도 이미 변한 상태였다.“말해봐요.”“내가 사람을 시켜 기선우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게 했거든. 근데 폐기된 냉동창고 안 에 있었어.”배인호는 머뭇거리더니 이어서 말했다.“지금 아직도 거기 있을 거야.”“냉동창고요?!”나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기선우의 핸드폰이 어떻게 그런 곳에서 나올 수 있으며, 게다가 폐기된 냉동창고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배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너 신고하려면 빨리 해. 비록 아직도 거기 있는진 모르겠지만 혹시나 해서 말이야.”배인호의 말을 더 들을 것도 없이 나는 이 일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나는 바로 핸드폰을 집어 들고 경찰서에 신고했다.나는 배인호한테서 폐기된 냉동창고 주소를 알아낸 뒤, 경찰에게 그 주소를 알려줬다.전화를 끊은 뒤, 나는 불안한 마음에 직접 냉동창고로 가서 상황을 확인하려 했지만, 배인호가 막아 나섰다.“나랑 같이 가.”“당신 술 마셨잖아요.”나는 급하게 외투를 챙겨 입었다.“저 혼자 가면 돼요.”배인호는 내 말은 아예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나보다도 먼저 방문을 나서며 말했다.“네가 운전하면 되잖아?”배인호는 원래부터 기선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선우의 생사에 관해 관심은 없어 보였다.나는 그의 말은 무시한 채 빠르게 운전해 그 냉동창고로 향했다.냉동창고는 서울시 교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예전의 우리 회사가 이 냉동창고를 임대하여 일부 생산 원료를 보관했지만,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서 더는 임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곳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선우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곧 경찰에서도 도착했고 냉동창고 주인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때 누군가 자물쇠가 고장 난 것을 발견했고, 조금만 힘을 주니 열 수 있었다.나는 분주하게 수색하는 경찰들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고, 불안감도 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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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의심

배인호는 내 침대 옆에 앉으며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부검 결과 나왔어. 기선우, 얼어 죽은 거래. 죽기 전에 너에게 전화했던 거고.”나는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배인호의 그 말을 듣고 아예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거기 부근에 CCTV도 없고, 냉동창고 CCTV도 고장이 났었대. 현재 경찰 쪽 초기적인 판단은 기선우가 전화 한 통을 받고 거기에 갔었고, 냉동창고가 이미 폐기된 건 줄 알고 들어갔다가 문이 잠겨버린 거래.”배인호의 말을 나는 단 하나도 믿을 수 없었다. 기선우가 멍청하게 혼자서 교외의 폐기된 냉동창고에 들어가 그 안에 갇혔다는 게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현재의 내 심정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 한 게 아니라, 이상하다는 걸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이거 서란이 저지른 거예요!”한참 뒤, 나도 평정심을 되찾은 뒤 배인호를 향해 말했다.“예전부터 서란이 선우더러 서울을 떠나게 궁지로 몰았어요. 서란만이 이런 악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거라고요!”“현재 증거가 없잖아.”배인호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일단 진정 좀 해.”“제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인호 씨, 제가 선우를 해친 거라고요. 알아듣겠어요? 저야말로 이 사건의 발단이에요. 그렇게 착한 애가 이런 결과를 맞이했는데, 제가 진정할 수 있겠냐고요!”나는 감정이 폭발한 상태에서 말했다.내 감정이 점점 격해지는 걸 본 배인호는 바로 나를 자기 품에 끌어안으며 위로했다.“일단 푹 쉬어. 만약 기선우의 죽음이 진짜로 서란과 연관이 있는 거라면 내가 너 대신 복수해줄게. 그렇게 해주면 될까?”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로 인해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배인호의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를 거세게 밀치며 날카롭게 되물었다.“저 그만 속여요. 당신이 어떻게 절 도와줄건데요?”“당신은 그냥 거짓 그 자체에요. 저랑 이혼하고 이 관계를 놓지 못하더니, 한쪽으로는 또 서란과 얽히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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