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91화 냉전

서란은 나와 통하기라도 한 듯, 내가 서류를 버리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허지영 대표님, 제가 보낸 협업 방안 보셨나요?”

서란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리는 순간 나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 번호도 그 자리에서 차단해 버렸다.

그렇게 오후는 빠르게 지나갔고, 나는 퇴근 준비를 마치고 청담동으로 돌아갔다.

나와 배인호는 거의 동시에 집에 도착했다. 식탁에는 여러 요리가 가득 차려져 향기로웠고, 나는 먼저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기선혜는 집사 복으로 갈아입어 보기에도 많이 단정해 보였다.

그녀의 요리 솜씨는 여전했고, 나는 밥을 반 공기나 더 먹었다.

이대로 가다간, 살을 찌우겠다는 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내일모레부터 일 시작해도 될까요?”

기선혜가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

“저 내일 선우 유골 가지러 가려고요.”

기선우 말만 나오면 내 가슴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 났고, 마음도 울적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내일 오전 저도 같이 가요. 오후에는 집에서 편히 쉬세요.”

내일 이우범의 약혼식이긴 하지만 저녁 시간에 진행하는 거라, 나는 낮에 시간이 한가한 상태였다.

기선혜는 나를 번거롭게 하기 싫어 계속 거절했지만, 나의 완고한 고집 끝에 결국은 내 말에 승낙했다.

내일 오전 기선혜와 유골도 가지러 가야 하고, 오후에는 이우범 약혼식에 갈 준비도 해야 하므로, 나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일찌감치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요 며칠 동안 이우범은 더는 나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고 문자 한 통도 하지 않았다. 가끔 나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었는가 싶다가도, 또 가끔은 어딘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배인호가 방에 들어오길 기다렸지만, 내가 잠에 들 때까지 그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서 보니, 그가 위층 서재에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아마 저녁 늦게까지 일하다 서재에서 잠이 든 모양이다.

나는 오히려 그가 매일 서재에서 잤으면 하는 바이다.

“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