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90화 그를 설득하다

나는 졸리면서도 짜증이 났지만, 몸이 둥둥 뜨는 것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귀찮다는 듯 배인호를 살짝 밀칠 뿐이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결국 또 잠을 설쳤다. 겨우 눈을 떠보니 창밖은 이미 밝아 있었다.

나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잤다. 배인호도 오늘 회사로 가지 않았고 나와 늦잠을 잤다.

“내일 우범이 약혼하는 데 갈 거야?”

배인호가 실눈을 뜨고는 자는 듯 마는 듯 나른한 말투로 물었다.

“몰라요.”

나는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사실은 가지 않을 것이다. 도시아가 문자까지 보내온 이상 가서 기분 망칠 필요는 없었다.

배인호는 손가락을 내 머리카락에 끼워 넣고는 쓰다듬었다.

“가지 마. 갔는데 갑자기 널 보고 파혼하고 싶어지면 어떡해.”

나는 눈을 제대로 뜨고 바깥 날씨를 살폈다. 오늘 날씨는 괜찮아 보였다.

배인호는 내가 대답하지 않자 언짢은 듯 손을 내밀어 내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이런 유치한 행동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의 손을 찰싹 때렸다.

“가든 말든 뭔 상관이에요? 그러는 당신은 안 갈 거예요?”

배인호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

“나는 가야지. 나는 너랑 달라.”

배인호와 이우범은 오래된 친구다. 비록 지금 사이가 틀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약혼과도 같은 중요한 행사는 예의를 차려야 했다. 나와 배인호가 결혼할 당시에 이우범도 왔으니 말이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축의금을 같이 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사람은 가지 않아도 축의금은 받을 수 있게 말이다.

생각에 잠겨 있는데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허지영 씨, 전에 했던 말 취소할게요. 내일 약혼식 와요. 이제 가망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도시아도 참 재밌는 여자였다. 이랬다저랬다 망설이며 도통 결정을 잘 못 내렸다.

나: 「시간되면 갈게요.」

도시아는 답장하지 않았다. 배인호는 내가 보낸 답장을 보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시간 되면 간다니, 안돼!”

“우범 씨 약혼하는데 내가 불참해 봐요. 그럼 아직도 포기 못 했다고 오해할 거 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