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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미친 거 아니에요?

“선혜 언니, 됐어요. 이제 가요. 밖에 추워요.”

나는 그런 기선혜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하미선과 서란이 아무리 못살게 굴면서 협력하자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선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 없이 내 차에 올랐다. 나는 하미선과 서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

나는 차에서 물었다.

“선혜 언니, 선우 서란이랑 사귈 때 몇 번이나 만나봤어요?”

“몇 번 돼요.”

기선혜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서란이 선우를 따라서 우리 집에 온 적 있어요.”

‘그랬구나. 그때는 서로 사이가 좋긴 좋았나 보네. 여자가 남자 집에 인사하러 갈 정도까지 간 거 보면.’

이때 기선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서란을 제가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그때 선우가... 아이고, 됐네요.”

기선혜가 말하다가 말자 나는 오히려 구미가 당겼다.

‘선혜 언니가 서란을 싫어했다고? 의외인데?’

그때의 서란은 청순하고 얌전한 성격에 명문대 재학생이기에 기선우와 비교해도 나무랄 데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기선혜는 더 이상 말하려 하지 않았고 나도 더 캐묻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보니 배인호는 아직 돌아오기 전이었다. 나는 도우미한테 먼저 저녁 준비를 해달라고 했다.

나는 기선혜와 거실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 그녀는 긴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소매 길이가 맞춤했다. 하지만 팔을 내밀 때면 손목 부분이 드러났다. 찻잔을 가지러 손을 내밀 때마다 손목 조금 위쪽에 자리 잡은 멍이 보였다.

‘이상하네, 이렇게 세게 넘어졌다고?’

차를 마시던 기선혜가 갑자기 작은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가씨, 혹시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될까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어서...”

“선혜 언니, 말해 봐요.”

나는 기선혜가 나에게 속에 담았던 말을 하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 배인호가 돌아왔고 들어오자마자 훌쩍거리는 기선혜를 보고는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는 외투를 벗어 던지더니 물을 따라 마셨다.

기선혜는 집으로 돌아온 배인호를 보자 하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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