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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그의 선택

“제가 이우범 씨를 만난 건 중요한 일 때문에 만난 거지, 절대 밀회를 한 게 아니에요.”

배인호가 나와 집에 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나는 그 자리에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배인호는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고, 그의 눈에서는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며칠 전만 해도 뜨겁고 부드러운 눈빛이었는데, 이미 그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고 차가움 뿐이었다.

이때 옆에서 술을 먹고 있던 아가씨 두 명이 입을 열었다. 그녀들은 배인호가 누군지 모르는듯했고, 내가 누군지는 더욱 모르는듯했다. 그녀들의 눈에는 내가 구질구질하게 배인호를 잡는 듯한 모습이었을 것이고, 곧바로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이봐요, 바람피워 놓고 지금 용서를 비는 거예요? 이야, 진짜 웃기는 여자네.”

“그러게, 그냥 빨리 가요. 우리 술 먹는 거 방해하지 말고요.”

또 다른 아가씨도 귀찮다는 듯 나를 내쫓았다.

나는 그녀들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배인호의 대답만 기다렸다. 어떻게 되든 간에, 일단은 그가 나를 믿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지금 능력으로 아빠와 기선우의 일을 해결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니 말이다.

회사의 일만 해도 이미 바빠 죽겠는데, 인맥 관련된 일은 나에게 있어 더욱더 신경 쓸 겨를도, 별다른 방법도 없는 것이다.

배인호는 그녀들의 말을 묵인한 듯 내 말에는 답도 안 하고, 오히려 나를 집에 보내는 것이었다.

“이제 가봐. 청담동에서 나갈 거면 나가도 돼. 말리지 않을 거니깐.”

그의 말에 내 마음은 쿵 내려앉는 듯했고, 내가 해명하려던 찰나 배인호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발신자 표시를 보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안 가?”

“안 가요. 인호 씨가 저와 같이 가는 게 아니면 안 갈 거예요.”

나도 내 고집대로 말했다.

“그럼 그냥 계속 기다려.”

내 말에 답한 뒤 그는 전화를 받았고, 몇 마디 대화 후 전화를 끊고는 계속하여 술을 마셨다.

나도 술잔을 들고 술을 한 모금 마셨고, 화를 억누르며 계속하여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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