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로 변신한 나의 아내의 모든 챕터: 챕터 511 - 챕터 520

1100 챕터

제511화

푹우, 자갈, 진흙, 짙은 연기…….구아람이 의식이 희미해지기 전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절망적이었다.그러나 재난이 닥치기 전,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등산객을 밀어 올렸다.희미한 희망이라도 그녀가 살아남길길 바랐다.모든 위험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보호팀 의상을 입을 자격도 없고, 이 자리에 나타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만일 죽음이 가치 있는 것이라면, 이 시끌벅적한 인생이 헛되지 않을 것 같았다.사실 전까지 그렇게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다. 죽음은 물론이고, 아버지와 세 사모님이 아픈 아람을 데리고 주사를 놓으러 가도 온 하루 울며 떼를 쓰던 어린 아이였다.열한 살 때 경주와 이곳에서 만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그의 용기와 끈기는 깊은 바닷속의 등대처럼 반짝이는 길로 안내해 주었고, 우연한 만남이지만 그녀와 생사를 함께하는 정신에 큰 충격을 받았다.아람에게 처음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었다.나중에 그와 결혼했더라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더라도 인정해야만 했다.경주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삶을 바꾼 것이었다.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많은 것이 변해 버렸지만, 아람은 그 모든 것을 감사히 받아들였다.……모든 것이 눈사태처럼 순식간에 일어났다.잠시 혼수상태에 빠진 아람은 길고 이상한 꿈을 꿨다.부모님 곁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어렸을 때 오빠들과 생일을 함께 보낸 꿈을 꾸었다.큰오빠는 그녀를 안고 산더미 같은 선물 위에 올려놓았고, 둘째 오빠는 음 이탈한 생일 노래를 불렀으며, 셋째 오빠는 케이크를 들고 촛불을 불었고, 넷째 오빠는 그녀가 항상 꿈꿔왔던 장난감 총을 작은 손에 쥐여주었다.그리고…… 경주도 있었다.생사를 걸고 나란히 싸웠던 것이 떠올랐고, 할아버지 곁에서 그를 다시 만났을 때의 눈빛, 그리고 경주가 이혼 합의서를 내던지며 차갑게 떠나라고 했을 때의 모습도 떠올랐다.갑자기 뼈를 찌르는 고통이 온몸으로 퍼졌다.아람은 벌떡 깨어나 익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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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구아람의 친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나 세 사모님의 손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 강소연은 종종 그녀와 함께 복싱, 승마, 양궁, 암벽 타기를 즐겼고, 이 또한 두 사람의 공동 취미로 되었다.이 취미가 지금 도움이 되었다.아람이 곧 산 정상에 오르자 갑자기 몸 아래에서 또 다른 강한 떨림이 느껴졌고 귀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무수히 많은 작은 자갈들이 계속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산사태가 다시 일어났다.“하느님은 정말 의리가 없네요! 제가 일 년 동안 그렇게 많은 선행을 베풀고 돈을 기부하며 덕을 쌓았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예요?”갑자기 아람이가 밟고 있던 바위가 무너져 내려 몸은 순식간에 공중에 떴고 모든 지지대가 사라졌다.“안 돼! 살려주세요!”절망감이 몰려오면서 공포에 질려 눈을 부릅떴다.절벽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헛디디면 몸이 산산조각으로 될 것이다.아람의 눈 끝에서 달갑지 않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구아람!”곧 크고 거친 손이 갑자기 아람의 가느다란 손목을 움켜쥐고 저승문에서 그녀를 끌어당겼다.떨어지는 느낌이 사라지자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별처럼 밝고 강렬한 경주의 눈빛과 마주치더니 심장 박동과 호흡이 동시에 멈춰진 것 같았다.“신경주…….”‘꿈인가? 환각일까?’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쿵쾅거렸다.“걱정 마! 내가 여기 있잖아!”경주의 시선이 아람의 창백한 얼굴로 옮기자 두려움, 당황, 기쁨, 아픔…… 모든 감정이 한데 섞여 두근거리는 가슴을 감쌌다.땀을 뻘뻘 흘리며 왼손으로 땅바닥의 진흙을 파고 있었고, 그녀를 잡고 있던 붉은 손은 떨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도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쩌면 둘이 함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신경주…….”아람은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눈물은 창백한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나 죽기 싫어…….”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여기까지 올라왔고 늘 강인했다.하지만 경주를 본 순간, 단단했던 몸과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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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경주는 충격에 빠질 시간이 없었다.왜냐하면 절벽이 무너지기 적전이었기 때문이다.“소아야! 빨리!”경주는 조급한 마음에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름을 외쳤다.그러자 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가슴이 두근거렸다.그 소리에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쳐, 순식간에 절벽을 기어올라 경주의 품으로 덮였다.남자는 팔을 꽉 조여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끌어안았다.우르릉-무너지려는 순간, 경주는 몸으로 아람을 감싸고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구르며 마침내 탈출했다.“악…….”등뼈가 바위에 세게 부딪히자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냈다.충격이 가볍지 않아 아파서 얼굴에 흘리는 식은땀은 비와 빠르게 섞였다.“다쳤어?”품에 안긴 아람은 고개를 들어 급히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아니.”경주는 통증을 참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람은 기절할 듯이 놀라 그의 두근거리는 가슴 위에 늘어진 채 한숨을 쉬었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경주는 젖은 긴 속눈썹을 늘어뜨리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뭐?”아람은 가슴이 떨려 그의 반짝이는 눈을 피했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우리 처음 만난 게 13년 전이잖아? 왜 네가 바로 내가 구해주었던 여자아이라고 얘기하지 않았어?”경주는 내장이 모두 녹아내릴 듯한 씁쓸함을 느꼈고 숨을 헐떡이며 말을 내뱉었다.아람의 지저분한 작은 얼굴이 너무 하얘져 투명해지기 직전이다.‘갑자기 소아라고 부른 건…… 기억이 난 건가? 왜 하필 이때 기억해 낸 거야? 13년이나 늦었네…… 차라리 평생 기억하지 말지.’“말해줘, 구아람……. 말해!”경주는 격렬한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고, 손끝으로 아람의 턱을 꼬집어 눈을 마주하게 했다.“내가 너와 결혼했을 때, 왜 내가 소아라고 하는지 기억나?”아람은 그를 깊이 바라보며 가슴이 내려앉았다.순간 경주의 안색이 변했고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에 가슴이 아팠다.‘당연히 기억나지. 이름을 물었는데 말이 없어서 내가 아무렇지 않게 소아라고 불렀었지.’하지만 경주는 농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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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구아람은 손이 따뜻하다고 느꼈다.신경주의 손바닥이 이미 감각이 없어진 그녀의 새끼손가락까지 전례 없는 부드러운 열기로 감쌌다.아람은 마치 죽은 신경이 살아난 것 같았다.그녀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그의 넓은 등에 기대었다. 차가운 손은 서서히 따뜻해져 만족스러운 듯 손을 움켜쥐었다.가슴이 두근거리는 경주는 그녀가 싫어하며 손을 뺄까 봐 두려워 손에 힘을 주었다.“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마.”그의 목소리는 엄숙하며 분노가 담겨 있었고, 척추에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하지만 아람이가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며 아픔을 참았다.단 한 번이라도 그녀의 신뢰를 얻고 싶었고,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음…… 추워. 빨리 가.”아람은 얼떨떨하게 중얼거렸다.“좀만 버텨. 곧 비를 피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경주의 거친 헐떡거림에 하얀 수증기가 눈을 가렸고, 발을 내딛기가 어려웠다.“못 찾으면 어떡해…….”아람은 정말 힘이 없어 목소리가 부드러웠다.“그럼 내 품에 숨어.”경주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어갔다.“싫, 싫어! 딴 생각 하지 마!”당황한 아람은 가슴이 떨려 눈을 깜빡거렸다.경주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몸부림을 치는 여인을 엎고 있지만 온몸에 무한한 에너지로 가득 차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건드리지 말고 빨리 가자. 어차피 도망도 못 가는데.’그들은 서로 가까이 있으며 호흡도 심장 박동도 일치했다.마치 13년 전의 스릴 넘치는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다만 등에 업힌 소녀가 이미 컸다.심지어 그와 결혼하여 3년 동안 그의 아내가 되었다.……한편.임수해는 아람이가 걱정되어 우산을 들고 폭우를 무릅쓰고 캠프로 달려갔다.캠프에 도착했을 때, 그가 들고 있던 검은 우산은 이미 망가졌고, 반듯한 양복은 모두 젖었으며 깨끗한 구두와 바지는 흙으로 덮여있었다.“아가씨!”수해가 문을 밀고 들어가려는 순간, 레인코트를 입은 범 선생과 한무와 부딪혔다.‘앞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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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안 돼…… 신경주를 못 믿겠어! 당장 구 사장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겠어!”핸드폰을 든 임수해는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렸고 서둘러 구윤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구윤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고 수해가 말하지 전에 낮은 목소리가 초조하게 들려왔다.“수해야, 아람이한테 무슨 일 있어?”남매가 마음이 통해서인지 오늘 밤 계속 불안했었다.이번엔 수해가 주동적으로 연락하자,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더욱 확신했다.“도련님!”수해는 눈이 퉁퉁 부어 눈시울을 붉혔다.“아가씨…… 큰일 났어요! 빨리 기락산 삼림 공원으로 사람을 보내서 도와주세요!”……수해의 전화를 받았을 때 구윤은 성주에서 350킬로미터 떨어진 L 성의 윤군 본부에 있었다.L 성에 도착한 그는 친형제인 아람의 셋째 오빠를 만났다.어머니는 네쌍둥이를 낳았다. 네 명의 형제와 아람까지 모두 그의 혈육이었고 똑같이 사랑했다.셋째 동생이 제일 먼저 사회로 나가 스물여덟 살에 대령으로 되어 공훈을 세웠다. 지금은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L 성에서 홀로 군대를 이끌고 있어 가족과 만날 기회가 적었다.그래서 틈만 나면 셋째 동생을 만나러 오곤 한다.“아람이에게 일이 생겨서 당장 성주로 가야겠어!”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뭐? 아람이가 왜?”군복을 입은 셋째 도련님 백진은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항상 사람들 앞에서 차갑고 침착하던 대령이, 가장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당황했다.구윤은 가슴이 내려앉았고 목소리까지 쉬었다.“아람이가 또 구조를 하기 위해 삼림공원에 자원봉사자를 하러 갔어.”백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한숨을 내쉬며 초조하게 자리에서 돌고 있었다.부하 병사들이 이 걱정스러운 모습을 본다면 아마 충격을 받을 것이다.“전문적인 구조 요원이 아니기에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기부만 해라고 여러 번 말했었어. 고집이 세고 생각이 많아서 말을 안 들어!”구윤은 걱정을 했다.“아니…… 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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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경주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큰 손으로 아람의 뜨거운 이마를 다시 만지자 불안해졌다.그는 재킷과 체온으로 따뜻해진 옷을 벗고 아람에게 꽁꽁 덮어주었다.아람은 나른하게 눈을 떠보니 눈앞에 있는 남자는 거의 모든 옷을 그녀에게 주었고 검은 조끼만 입고 있었다.노출된 근육 라인은 숨이 멎을 듯이 아름다웠고, 거친 야외에서 자유로운 매력을 발산했다.“아직 추워?”경주는 그녀의 붉은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음…… 추, 추워.”불쌍하게 자신을 꼭 껴안고 있는 아람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경주는 심호흡을 하고 눈을 내리깔더니 두 팔을 벌렸다.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녀의 부드럽고 연약한 몸을 감싸고 가슴을 세게 문지르며 온몸의 열기를 그녀에게 주고 싶었다.“아직도 추워?”그의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렸다.아람의 뾰족한 턱이 그의 튼튼한 어깨에 닿아 좌우로 문질렀다.경주는 가볍게 숨을 헐떡이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만져주었고 긴장을 풀어주며 위로하는 듯했다.아름은 그의 품에 안긴 자신의 몸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졸린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경주는 그녀와 나란히 앉아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면서 손을 잡고 다친 곳이 없는지 살폈다.부드러운 열 손가락은 멍이 들었고, 손톱에는 흙과 피가 섞여져 전혀 귀족 아가씨의 손이 같지 않았다.그는 입술을 오물거리자 절벽에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람의 모습이 떠올랐다.순간 가슴은 칼로 찌르는 것 같았다.“구아람, 오늘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고양이처럼 목숨이 아홉 개나 있는 것도 아니잖아!”경주는 화가 나서 입을 부들부들 떨며 참지 못해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음…… 네가 뭔데 날 신경 쓰는 거야.”그의 어깨에 기댄 아람은 열이 나서 어질어질했다.이런 상황에서도 날카롭게 대꾸를 했다.“내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경주는 귀 끝이 빨개질 정도로 급해났다.“말해 봐. 네가 뭔데?”말이 본론으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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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사랑이…… 없어졌어.’아람은 말을 내뱉은 순간 마음의 고통이 모호하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다만 그 고통에 익숙해졌다. 결혼한 3년 동안 이런 고통은 경주보다 더 오래 있어주었다.“신경주, 지금 물어본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릴 거라고 생각해?”가늘게 뜬 아람의 눈은 연약하고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는 부드러운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내가 13년이나 사랑했어…… 인생에 13년이 몇 개 있겠어…… 더 이상 사랑을 못하겠어. 사랑하기 싫고 이젠 너도 두려워졌어.”‘널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랑이 두려워졌어.’날카로운 통증은 경주의 가슴을 찌르는 듯했고 입술도 창백해졌다. 홍수와 같은 모든 감정이 밀려와 숨을 쉴 수가 없었다.그는 자신이 극도로 비열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유명무실한 결혼이 아람을 지체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망쳐버릴 뻔했다.“구아람…… 네 말이 다 진심이야?”경주는 굴욕을 자초할 줄 알면서도 여전히 질문을 이어갔다.“응, 내가 너에게…… 언제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아람은 가볍게 웃었다.“내가 사랑한다고 말한 것도 진심이고, 이혼하기 싫다고 말한 것도 진심이야. 너를 위해 흘린 눈물도 진심이고…… 그래서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도 진심이야.”“구아람…….”경주의 눈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열이 나는 손을 다시 움켜쥐었지만 이 손은 너무 차가워서 단단한 얼음조각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더 이상 따뜻하게 해주지 못했다.“신경주, 살려줘서 정말 고마워…… 또 한 번 날 구했네. 내가 신세를 졌어. 앞으로 무리한 부탁이 아닌 이상, 이 은혜를 꼭 갚을게.”아람은 말끝마다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말투로 서먹서먹한 말을 했다.이번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경주와 아무런 관계로도 엮기 싫다는 뜻이다.경주는 여전히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람은 이미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청아한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고 눈썹이 부들부들 떨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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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꿈속에서도 꾸짖는 것을 보자 경주는 우프다고 느꼈다. 아람에게 준 상처를 평생 지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평생…… 지금 평생 지켜주고 보상해 준다는 생각을 했어? 설마 내가…… 구아람을 좋아하는 걸까?’이 생각을 하자 경주의 심장이 거치게 뛰었고, 저도 모르게 허리를 숙여 그녀의 나른한 몸을 안고 키스를 해버렸다.“음…….”아람의 가벼운 끙끙 소리는 그의 눈시울을 붉혔다.붉은 입술이 맞대고 있자 경주는 넋을 잃어 점점 깊게 키스를 했다.아람이가 눈을 감았고 경주도 눈을 서서히 감았다.몸과 마음의 본능에 따라 그녀를 더 오래 키스하고 싶었다.바로 이때, 동굴 밖에서 바람이 맹렬하게 불고 있었다.우르르-헬기 소리였다.“구아람! 걱정 마…… 우리를 구하러 왔어, 우린 구조됐어!”경주는 그녀를 위험에서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아람을 꼭 껴안았다.거센 바람은 파도처럼 밀려왔고, 최고급 모형 헬기가 안정적으로 착륙했다.경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불빛을 통해 헬기의 모습을 보았다.그러나 신씨 그룹의 헬기가 아니었다.‘그럼 누구지? 됐어, 누구든 구아람만 빨리 구할 수 있으면 돼.’경주는 옷에 싸여 잠든 아람을 안고 성큼성큼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아람아!”“아람아!”초조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구윤과 백진이 차례로 헬기에서 내렸다.구윤을 봤을 때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만, 대령 계급장을 달고 짙은 녹색 군복을 입고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검은 군화를 신은 미남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마치 거울로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지금은 황제처럼 큰 규모의 비즈니스 제국에 앉아 있는 사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멋진 시절과 군 생활을 그리워했다.하지만 지금은 회상할 때가 아니었다.더 신경 쓰이는 것은 이 남자와 아람의 관계였다.“신경주, 아람을 돌려줘!”백진의 잘생긴 얼굴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군복은 폭우에 흠뻑 젖었지만 비바람이 몰아쳐도 곳곳이 서있었다.경주와 만난 적이 없는 셋째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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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아람아…….”백진은 마음이 아파서 눈시울을 붉혔고 경주의 품에서 아람을 데려오고 싶었다.아람의 어머니가 낳은 네 아들 중 가장 온순해 보였던 아들이 구윤이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백진은 특별한 신분 때문에 항상 차갑고 거칠며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구만복의 자식들 중에서 가장 다정하고 감정이 풍부한 아이이다.올해도 군 복무로 인해 아람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한밤중에 이불 속에서 숨어 몰래 눈물을 훔쳤다.그만큼 매우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이다.“제가 안고 있을 게요.”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아람을 바라보며 차갑게 거절했다.“넌 그럴 자격이 없어!”이혼당한 동생을 생각하니 백진은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쳤다.“아람을 버리고 상처를 준 사람이, 무슨 자격이 있어? 착한 척 그만해. 네가 아람이를 구해주어도 난 절대 고마워하지 않을 거야!”“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경주는 잠시 멈칫하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구아람은 저에게 매우 소중한 여자예요. 상처를 준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 제가 하는 모든 일은 그 상처를 보상하기 위해…….”“그럴 수 없어!”백진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왜 그랬어? 활기차고 명랑하고 근심 걱정이 없는 동생을 네 손으로 죽였어. 너의 천한 목숨으로도 속죄할 수 없어!”경주는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음…… 집, 집 가고 싶어…….”이때 그의 품에 안긴 아람은 몸을 떨며 또다시 중얼거렸다.“아람아, 오빠가 집에 데려다줄게.”백진은 경주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바쁘게 아람을 안았다.여동생의 부드러운 몸을 안는 순간, 그녀의 손이 갑자기 경주의 검은 조끼를 꽉 움켜주고 놓아주지 않았다.“가지 마…… 가지 마.”아람은 비몽사몽하게 중얼거렸다.“안 가. 아직 열나는데 왜 혼자 내버려 두겠어?”경주는 늘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이지만, 지금 이 순간 아람을 위해 마음이 녹아내렸다.그는 백진을 바라보며 애원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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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경주는 마치 영혼이 비틀린 것처럼 충격을 받았고, 마치 심장이 부수어지는 듯한고통을 느끼고 있었다.‘내가 아람에게 무슨 짓을 했던 거지?’그녀에게는 프러포즈를 한 적도 없었고, 신혼 첫날밤에 아람을 집에 내버려두고 다른 곳에서 잤던 기억도 남아 있었다. 더구나 그녀와 함께 기념일을 보낸 적도 없으며, 선물을 한 번도 주지 않았고,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에도 그녀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합쳐도, 그보다 마음 아픈 것은 없었다.바로 아람이 가장 행복했을 때, 경주를 가장 사랑할 때, 경주의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경주의 아름다운 눈은 붉게 물들었고, 아람의 손을 꽉 쥐자 호흡이 더욱 가빠지고 있었다.그는 지나친 후회 속에 몸부림쳤다. 후회하는 자는 결국 패배자로 남을 것이다.“신경주, 아람이가 너무 많은 것을 베풀기 위해 너무 많이 희생했어.”백진도 구윤과 똑같이 13년 동안 아람이가 어떻게 지낸 건지 알고 있었다. 조금만 생각해도 가슴이 아파났다.“아람이가 너 때문에 죽을 뻔했어! 널 쫓으려고…….”“백진! 그만해!”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백진은 입을 다물었지만 분노와 억울함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 짐승 같은 놈을 한 대 쳐놓고 싶네!’하지만 그는 백신우처럼 주먹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수년 동안 높은 지위에 있는 그는 젊은 사람의 충동이 없어졌고 더욱 침착하고 이성적이다.아람이야만이 그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고 화를 내게 할 수 있다.“방금…… 무슨 뜻이에요?”경주는 가슴을 찌르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람이가 자신에게 숨기는 더 큰 비밀이 있는 것 같아 궁금증이 그의 심장을 때리고 있었다.“구아람이 저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요? 언제, 언제 적 일이에요!”“신 사장님.”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원한은 이미 지나 간 일이에요. 아람이가 언급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따지지 않을 겁니다. 전에 일은 모두 여기서 끝났어요. 그러나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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