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신경주를 못 믿겠어! 당장 구 사장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겠어!”핸드폰을 든 임수해는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렸고 서둘러 구윤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구윤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고 수해가 말하지 전에 낮은 목소리가 초조하게 들려왔다.“수해야, 아람이한테 무슨 일 있어?”남매가 마음이 통해서인지 오늘 밤 계속 불안했었다.이번엔 수해가 주동적으로 연락하자,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더욱 확신했다.“도련님!”수해는 눈이 퉁퉁 부어 눈시울을 붉혔다.“아가씨…… 큰일 났어요! 빨리 기락산 삼림 공원으로 사람을 보내서 도와주세요!”……수해의 전화를 받았을 때 구윤은 성주에서 350킬로미터 떨어진 L 성의 윤군 본부에 있었다.L 성에 도착한 그는 친형제인 아람의 셋째 오빠를 만났다.어머니는 네쌍둥이를 낳았다. 네 명의 형제와 아람까지 모두 그의 혈육이었고 똑같이 사랑했다.셋째 동생이 제일 먼저 사회로 나가 스물여덟 살에 대령으로 되어 공훈을 세웠다. 지금은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L 성에서 홀로 군대를 이끌고 있어 가족과 만날 기회가 적었다.그래서 틈만 나면 셋째 동생을 만나러 오곤 한다.“아람이에게 일이 생겨서 당장 성주로 가야겠어!”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뭐? 아람이가 왜?”군복을 입은 셋째 도련님 백진은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항상 사람들 앞에서 차갑고 침착하던 대령이, 가장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당황했다.구윤은 가슴이 내려앉았고 목소리까지 쉬었다.“아람이가 또 구조를 하기 위해 삼림공원에 자원봉사자를 하러 갔어.”백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한숨을 내쉬며 초조하게 자리에서 돌고 있었다.부하 병사들이 이 걱정스러운 모습을 본다면 아마 충격을 받을 것이다.“전문적인 구조 요원이 아니기에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기부만 해라고 여러 번 말했었어. 고집이 세고 생각이 많아서 말을 안 들어!”구윤은 걱정을 했다.“아니…… 아람
경주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큰 손으로 아람의 뜨거운 이마를 다시 만지자 불안해졌다.그는 재킷과 체온으로 따뜻해진 옷을 벗고 아람에게 꽁꽁 덮어주었다.아람은 나른하게 눈을 떠보니 눈앞에 있는 남자는 거의 모든 옷을 그녀에게 주었고 검은 조끼만 입고 있었다.노출된 근육 라인은 숨이 멎을 듯이 아름다웠고, 거친 야외에서 자유로운 매력을 발산했다.“아직 추워?”경주는 그녀의 붉은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음…… 추, 추워.”불쌍하게 자신을 꼭 껴안고 있는 아람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경주는 심호흡을 하고 눈을 내리깔더니 두 팔을 벌렸다.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녀의 부드럽고 연약한 몸을 감싸고 가슴을 세게 문지르며 온몸의 열기를 그녀에게 주고 싶었다.“아직도 추워?”그의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렸다.아람의 뾰족한 턱이 그의 튼튼한 어깨에 닿아 좌우로 문질렀다.경주는 가볍게 숨을 헐떡이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만져주었고 긴장을 풀어주며 위로하는 듯했다.아름은 그의 품에 안긴 자신의 몸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졸린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경주는 그녀와 나란히 앉아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면서 손을 잡고 다친 곳이 없는지 살폈다.부드러운 열 손가락은 멍이 들었고, 손톱에는 흙과 피가 섞여져 전혀 귀족 아가씨의 손이 같지 않았다.그는 입술을 오물거리자 절벽에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람의 모습이 떠올랐다.순간 가슴은 칼로 찌르는 것 같았다.“구아람, 오늘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고양이처럼 목숨이 아홉 개나 있는 것도 아니잖아!”경주는 화가 나서 입을 부들부들 떨며 참지 못해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음…… 네가 뭔데 날 신경 쓰는 거야.”그의 어깨에 기댄 아람은 열이 나서 어질어질했다.이런 상황에서도 날카롭게 대꾸를 했다.“내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경주는 귀 끝이 빨개질 정도로 급해났다.“말해 봐. 네가 뭔데?”말이 본론으로 들
‘사랑이…… 없어졌어.’아람은 말을 내뱉은 순간 마음의 고통이 모호하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다만 그 고통에 익숙해졌다. 결혼한 3년 동안 이런 고통은 경주보다 더 오래 있어주었다.“신경주, 지금 물어본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릴 거라고 생각해?”가늘게 뜬 아람의 눈은 연약하고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는 부드러운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내가 13년이나 사랑했어…… 인생에 13년이 몇 개 있겠어…… 더 이상 사랑을 못하겠어. 사랑하기 싫고 이젠 너도 두려워졌어.”‘널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랑이 두려워졌어.’날카로운 통증은 경주의 가슴을 찌르는 듯했고 입술도 창백해졌다. 홍수와 같은 모든 감정이 밀려와 숨을 쉴 수가 없었다.그는 자신이 극도로 비열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유명무실한 결혼이 아람을 지체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망쳐버릴 뻔했다.“구아람…… 네 말이 다 진심이야?”경주는 굴욕을 자초할 줄 알면서도 여전히 질문을 이어갔다.“응, 내가 너에게…… 언제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아람은 가볍게 웃었다.“내가 사랑한다고 말한 것도 진심이고, 이혼하기 싫다고 말한 것도 진심이야. 너를 위해 흘린 눈물도 진심이고…… 그래서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도 진심이야.”“구아람…….”경주의 눈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열이 나는 손을 다시 움켜쥐었지만 이 손은 너무 차가워서 단단한 얼음조각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더 이상 따뜻하게 해주지 못했다.“신경주, 살려줘서 정말 고마워…… 또 한 번 날 구했네. 내가 신세를 졌어. 앞으로 무리한 부탁이 아닌 이상, 이 은혜를 꼭 갚을게.”아람은 말끝마다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말투로 서먹서먹한 말을 했다.이번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경주와 아무런 관계로도 엮기 싫다는 뜻이다.경주는 여전히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람은 이미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청아한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고 눈썹이 부들부들 떨며 이
꿈속에서도 꾸짖는 것을 보자 경주는 우프다고 느꼈다. 아람에게 준 상처를 평생 지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평생…… 지금 평생 지켜주고 보상해 준다는 생각을 했어? 설마 내가…… 구아람을 좋아하는 걸까?’이 생각을 하자 경주의 심장이 거치게 뛰었고, 저도 모르게 허리를 숙여 그녀의 나른한 몸을 안고 키스를 해버렸다.“음…….”아람의 가벼운 끙끙 소리는 그의 눈시울을 붉혔다.붉은 입술이 맞대고 있자 경주는 넋을 잃어 점점 깊게 키스를 했다.아람이가 눈을 감았고 경주도 눈을 서서히 감았다.몸과 마음의 본능에 따라 그녀를 더 오래 키스하고 싶었다.바로 이때, 동굴 밖에서 바람이 맹렬하게 불고 있었다.우르르-헬기 소리였다.“구아람! 걱정 마…… 우리를 구하러 왔어, 우린 구조됐어!”경주는 그녀를 위험에서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아람을 꼭 껴안았다.거센 바람은 파도처럼 밀려왔고, 최고급 모형 헬기가 안정적으로 착륙했다.경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불빛을 통해 헬기의 모습을 보았다.그러나 신씨 그룹의 헬기가 아니었다.‘그럼 누구지? 됐어, 누구든 구아람만 빨리 구할 수 있으면 돼.’경주는 옷에 싸여 잠든 아람을 안고 성큼성큼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아람아!”“아람아!”초조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구윤과 백진이 차례로 헬기에서 내렸다.구윤을 봤을 때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만, 대령 계급장을 달고 짙은 녹색 군복을 입고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검은 군화를 신은 미남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마치 거울로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지금은 황제처럼 큰 규모의 비즈니스 제국에 앉아 있는 사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멋진 시절과 군 생활을 그리워했다.하지만 지금은 회상할 때가 아니었다.더 신경 쓰이는 것은 이 남자와 아람의 관계였다.“신경주, 아람을 돌려줘!”백진의 잘생긴 얼굴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군복은 폭우에 흠뻑 젖었지만 비바람이 몰아쳐도 곳곳이 서있었다.경주와 만난 적이 없는 셋째 동생
“아람아…….”백진은 마음이 아파서 눈시울을 붉혔고 경주의 품에서 아람을 데려오고 싶었다.아람의 어머니가 낳은 네 아들 중 가장 온순해 보였던 아들이 구윤이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백진은 특별한 신분 때문에 항상 차갑고 거칠며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구만복의 자식들 중에서 가장 다정하고 감정이 풍부한 아이이다.올해도 군 복무로 인해 아람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한밤중에 이불 속에서 숨어 몰래 눈물을 훔쳤다.그만큼 매우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이다.“제가 안고 있을 게요.”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아람을 바라보며 차갑게 거절했다.“넌 그럴 자격이 없어!”이혼당한 동생을 생각하니 백진은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쳤다.“아람을 버리고 상처를 준 사람이, 무슨 자격이 있어? 착한 척 그만해. 네가 아람이를 구해주어도 난 절대 고마워하지 않을 거야!”“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경주는 잠시 멈칫하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구아람은 저에게 매우 소중한 여자예요. 상처를 준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 제가 하는 모든 일은 그 상처를 보상하기 위해…….”“그럴 수 없어!”백진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왜 그랬어? 활기차고 명랑하고 근심 걱정이 없는 동생을 네 손으로 죽였어. 너의 천한 목숨으로도 속죄할 수 없어!”경주는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음…… 집, 집 가고 싶어…….”이때 그의 품에 안긴 아람은 몸을 떨며 또다시 중얼거렸다.“아람아, 오빠가 집에 데려다줄게.”백진은 경주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바쁘게 아람을 안았다.여동생의 부드러운 몸을 안는 순간, 그녀의 손이 갑자기 경주의 검은 조끼를 꽉 움켜주고 놓아주지 않았다.“가지 마…… 가지 마.”아람은 비몽사몽하게 중얼거렸다.“안 가. 아직 열나는데 왜 혼자 내버려 두겠어?”경주는 늘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이지만, 지금 이 순간 아람을 위해 마음이 녹아내렸다.그는 백진을 바라보며 애원하는 듯
경주는 마치 영혼이 비틀린 것처럼 충격을 받았고, 마치 심장이 부수어지는 듯한고통을 느끼고 있었다.‘내가 아람에게 무슨 짓을 했던 거지?’그녀에게는 프러포즈를 한 적도 없었고, 신혼 첫날밤에 아람을 집에 내버려두고 다른 곳에서 잤던 기억도 남아 있었다. 더구나 그녀와 함께 기념일을 보낸 적도 없으며, 선물을 한 번도 주지 않았고,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에도 그녀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합쳐도, 그보다 마음 아픈 것은 없었다.바로 아람이 가장 행복했을 때, 경주를 가장 사랑할 때, 경주의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경주의 아름다운 눈은 붉게 물들었고, 아람의 손을 꽉 쥐자 호흡이 더욱 가빠지고 있었다.그는 지나친 후회 속에 몸부림쳤다. 후회하는 자는 결국 패배자로 남을 것이다.“신경주, 아람이가 너무 많은 것을 베풀기 위해 너무 많이 희생했어.”백진도 구윤과 똑같이 13년 동안 아람이가 어떻게 지낸 건지 알고 있었다. 조금만 생각해도 가슴이 아파났다.“아람이가 너 때문에 죽을 뻔했어! 널 쫓으려고…….”“백진! 그만해!”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백진은 입을 다물었지만 분노와 억울함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 짐승 같은 놈을 한 대 쳐놓고 싶네!’하지만 그는 백신우처럼 주먹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수년 동안 높은 지위에 있는 그는 젊은 사람의 충동이 없어졌고 더욱 침착하고 이성적이다.아람이야만이 그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고 화를 내게 할 수 있다.“방금…… 무슨 뜻이에요?”경주는 가슴을 찌르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람이가 자신에게 숨기는 더 큰 비밀이 있는 것 같아 궁금증이 그의 심장을 때리고 있었다.“구아람이 저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요? 언제, 언제 적 일이에요!”“신 사장님.”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원한은 이미 지나 간 일이에요. 아람이가 언급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따지지 않을 겁니다. 전에 일은 모두 여기서 끝났어요. 그러나 지금부터
신경주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흔쾌히 그 말을 받아들였다. 너무 많이 들었던 말이라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신 사장님, 제 셋째 동생과 아람은 오랜만에 만나는 거예요.”구윤은 침울한 얼굴로 다가와 가볍게 말했다.“아람은 신 사장님보다 셋째 오빠가 더 보고 싶을 거예요. 여기 계시면 아람의 회복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만남에도 방해가 되네요. 가족과 같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서 지키고 있을 이유도 없고요. 그러니 돌아가세요.”구윤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담담한 말투로 침착하게 말했다.그러나 경주는 그 말들이 날카로운 칼처럼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아 굳어져 버렸다.……폭우가 멈추고 서서히 밝아진 하늘은 우울하고 씁쓸한 푸른 벨벳과 같았다.경주는 푹 젖은 재킷을 들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재킷에는 아람의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몸은 추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지만 저도 모르게 재킷을 힘껏 움켜쥐었다.“신경주, 아람이 너를 위해서 너무 많은 것을 베풀었고, 너무 많은 희생을 했어.”“아람이 너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것을 알아? 네 마음을 사로잡으려고…….”‘내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어떻게 했는데? 희생, 무슨 희생을 했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백진의 예리한 말들이 경주의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맴돌자 관자놀이가 터질 듯이 아파났고 그 고통이 온몸으로 퍼졌다.“경주야!”“신 사장님!”경주는 힘겹게 눈을 들었고 땀방울이 준수한 얼굴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희미한 시선 속에서 소식을 듣고 달려오는 이유희와 한무가 보였다.“경주야,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괜찮아?”“괜찮아.”경주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들고 있는 옷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 그럼 사모님은요? 찾으셨어요? 사모님은 괜찮으세요?”한무가 초조하게 물었다.경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늘씬한 몸이 그의 어깨를 세차게 부딪치고는 병원을 향해 직진했다.“야! 임 씨! 눈이 삐었어?”한무는 임수해의 뒷모습을
경주가 눈앞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다행히 병원이 바로 앞이었다. 이유희와 한무는 의사와 간호사를 도와 경주를 응급실로 데려가려고 허둥거렸다.임수해는 복도 반대편에 멍하니 서서 입술에 피가 묻고 안색이 창백한 경주가 저승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왜 갑자기 그러는 거지? 고육지책을 쓰는 건가? 기럭산에서 아가씨와 함께 올 때까지는 멀쩡했잖아. 이 훤칠한 남자가…… 왜 갑자기 쓰러졌지?’“이, 이 도련님. 신 사장님이 설마…….”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문 한무는 눈물이 핑 돌았다.“아니야.”이유희는 응급실에 켜진 불빛을 보자 마음속이 공포감으로 가득 찼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괜찮을 거야. 경주는 내가 본 남자 중에 제일 강하고 용감한 사람이야. 별일 없을 거야.”이때 구윤의 보디가드가 임수해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임 비서님, 구 사장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알겠어요.”마음이 우울한 임수해는 떠나려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보디가드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신씨 그룹의 신 사장님이 응급실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있어요. 의사 교수님 두 분에게 신 사장님을 치료해라고 연락해 주세요.”……이튿날 저녁까지 자고 나서야 아람은 충전된 듯이 눈을 거슴츠레하게 천천히 떴다.“음…… 여긴, 어디야?”뼈가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온몸에 힘을 쓸 수 없었다.“아람아! 깼어? 셋째 오빠야!”백진은 흥분한 나머지 울부짖으며 침대 위로 뛰어올라 그녀를 껴안았다.그는 밤새 자지 않고 동생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수없이 흘린 눈물에 눈이 빨갛게 부었다.“셋째 오빠? 정말 돌아온 거야? 오빠…….”아람의 눈은 휘둥그레져 서서히 눈물이 고이더니 코끝까지 빨개졌다.백진은 힘껏 머리를 끄덕이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열이 내리자 이마는 다 이상 뜨겁지 않았다.어젯밤 의사 선생님은 제때에 병원으로 와서 다행이라고 했었다. 아니면 고열로 인해 폐병, 뇌막염, 심근염을 걸리면 큰일 났을 것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