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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사랑이…… 없어졌어.’

아람은 말을 내뱉은 순간 마음의 고통이 모호하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다만 그 고통에 익숙해졌다. 결혼한 3년 동안 이런 고통은 경주보다 더 오래 있어주었다.

“신경주, 지금 물어본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릴 거라고 생각해?”

가늘게 뜬 아람의 눈은 연약하고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는 부드러운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내가 13년이나 사랑했어…… 인생에 13년이 몇 개 있겠어…… 더 이상 사랑을 못하겠어. 사랑하기 싫고 이젠 너도 두려워졌어.”

‘널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랑이 두려워졌어.’

날카로운 통증은 경주의 가슴을 찌르는 듯했고 입술도 창백해졌다. 홍수와 같은 모든 감정이 밀려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극도로 비열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유명무실한 결혼이 아람을 지체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망쳐버릴 뻔했다.

“구아람…… 네 말이 다 진심이야?”

경주는 굴욕을 자초할 줄 알면서도 여전히 질문을 이어갔다.

“응, 내가 너에게…… 언제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

아람은 가볍게 웃었다.

“내가 사랑한다고 말한 것도 진심이고, 이혼하기 싫다고 말한 것도 진심이야. 너를 위해 흘린 눈물도 진심이고…… 그래서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도 진심이야.”

“구아람…….”

경주의 눈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열이 나는 손을 다시 움켜쥐었지만 이 손은 너무 차가워서 단단한 얼음조각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따뜻하게 해주지 못했다.

“신경주, 살려줘서 정말 고마워…… 또 한 번 날 구했네. 내가 신세를 졌어. 앞으로 무리한 부탁이 아닌 이상, 이 은혜를 꼭 갚을게.”

아람은 말끝마다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말투로 서먹서먹한 말을 했다.

이번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경주와 아무런 관계로도 엮기 싫다는 뜻이다.

경주는 여전히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람은 이미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청아한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고 눈썹이 부들부들 떨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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