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눈앞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다행히 병원이 바로 앞이었다. 이유희와 한무는 의사와 간호사를 도와 경주를 응급실로 데려가려고 허둥거렸다.임수해는 복도 반대편에 멍하니 서서 입술에 피가 묻고 안색이 창백한 경주가 저승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왜 갑자기 그러는 거지? 고육지책을 쓰는 건가? 기럭산에서 아가씨와 함께 올 때까지는 멀쩡했잖아. 이 훤칠한 남자가…… 왜 갑자기 쓰러졌지?’“이, 이 도련님. 신 사장님이 설마…….”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문 한무는 눈물이 핑 돌았다.“아니야.”이유희는 응급실에 켜진 불빛을 보자 마음속이 공포감으로 가득 찼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괜찮을 거야. 경주는 내가 본 남자 중에 제일 강하고 용감한 사람이야. 별일 없을 거야.”이때 구윤의 보디가드가 임수해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임 비서님, 구 사장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알겠어요.”마음이 우울한 임수해는 떠나려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보디가드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신씨 그룹의 신 사장님이 응급실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있어요. 의사 교수님 두 분에게 신 사장님을 치료해라고 연락해 주세요.”……이튿날 저녁까지 자고 나서야 아람은 충전된 듯이 눈을 거슴츠레하게 천천히 떴다.“음…… 여긴, 어디야?”뼈가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온몸에 힘을 쓸 수 없었다.“아람아! 깼어? 셋째 오빠야!”백진은 흥분한 나머지 울부짖으며 침대 위로 뛰어올라 그녀를 껴안았다.그는 밤새 자지 않고 동생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수없이 흘린 눈물에 눈이 빨갛게 부었다.“셋째 오빠? 정말 돌아온 거야? 오빠…….”아람의 눈은 휘둥그레져 서서히 눈물이 고이더니 코끝까지 빨개졌다.백진은 힘껏 머리를 끄덕이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열이 내리자 이마는 다 이상 뜨겁지 않았다.어젯밤 의사 선생님은 제때에 병원으로 와서 다행이라고 했었다. 아니면 고열로 인해 폐병, 뇌막염, 심근염을 걸리면 큰일 났을 것
신경주의 강력한 부탁에 이유희와 한무는 그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 주었다.병실에서 경주는 하얀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다.하룻밤 사이 그는 매우 초췌해졌다. 하지만 준수한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워 이유희를 질투하게 했다.“너 이 녀석. 살아 있을 땐 여자들의 마음을 홀리고, 죽은 후에 처녀귀신들을 홀리겠네. 쯧…… 죄가 많은 얼굴이야.”이유희는 반대로 의자에 앉아 팔을 의자 등받이에 올려놓고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계속 그런…… 무책임한 말만 할 거야?”경주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분노가 담긴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고 아파서 숨을 헐떡였다.“내가 그렇게 많은 피를 토했는데, 지금 내 외모를 따져? 난 항상 너보다 잘 생겼었어. 불만 있어?”“에이, 네가 심심할까 봐 웃겨주는 거잖아.”이유희는 경주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얘기를 하기 싫었다. 상남자들이 징징대는 모습은 너무 오글거릴 것 같았다.“걱정 마. 넌 죽지 않을 거야. 내가 국내 최고의 내과 전문의를 찾았어. 2000만 원에 한 번인 폐 치료 기계도 썼어. 그래도 안 되면, 해외의 의사를 찾아볼게. 어차피 내가 돈이 많아.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데, 저승사자 손에서 널 못 구해내겠어?”경주는 시끄럽다고 느껴 눈썹을 찌푸렸다.“전신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어도 괜찮아. 내가 곁에서 꼭 붙어 있을 게! 아내는 없어도 친구는 있잖아. 난 너를 절대 버리지 않을 게!”이유희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두드렸다.‘아내가 없어? 곁에 꼭 붙어 있을 거라고? 전신 마비?’아무리 들어도 자신을 욕하고 저주하는 것 같아 경주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입만 닫으면 우리는 계속…… 친구 할 수 있어.”이유희는 무안한 듯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우울했다. 하지만 경주가 힘낼 수 있도록 격려를 해주었다.“경주야, 무조건 버텨. 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뒤를 이을 사람이 없다는 것보다 할아버지는 어떡해? 네 가족들은 너의 성과를 가로채고 할아버지까지 망칠 거야!”
“아람을 지켜주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야. 보상 같은 것을 바라지 않아.”눈을 천천히 감은 신경주는 가슴이 아파났다.“내가 빚진 거야. 지금은 지난 3년 동안 내가 저지른 실수를 보상하고 있을 뿐이야.”“목숨으로 보상하는 거야?”“그럼 돈으로 보상해? 구씨 가문의 집안 형편이 어떤지 몰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그러네, 내 목숨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지.’이유희는 머리를 긁적였다.경주는 자기 품에 안겨 있던 피투성이가 된 아람의 얼굴을 떠올리자 가슴이 아파났다.‘깨어났을까? 열은 내렸나? 절벽에서 오랫동안 매달렸는데, 뼈가 부러지지 않았을까?’경주의 머릿속에는 온통 아람뿐이었다.그는 마음속의 욕망을 억누르는 듯 숨을 내쉬며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내가…… 구아람을 좋아해? 정말, 구아람이 좋아졌어?’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가슴이 두근거려 숨이 가빠지더니 창백했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어? 경주야, 왜 얼굴이 빨개졌어? 열이 나?”이유희는 황급히 손을 들어 경주의 이마를 만져보려고 했다. 그러나 경주는 짜증 난 듯 그의 손을 내리쳤다.“악! 아파!”이유희는 손을 털며 해맑게 웃었다.“힘이 좋은 것을 보니 컨디션이 괜찮네, 무술 실력이 사라지지 않았어.”이때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두 사람이 대답도 하기 전에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한무가 황급히 들어와서 인사하며 입을 열려 하자 청량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신경주, 크게 다쳤으면서 병원에 가만히 있지 않고, 나 몰래 병원을 옮겨? 뭐 하자는 거야?”아람이 임수해의 부축으로 기세등등하게 들어온 모습이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다.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하늘색 원피스에 세련된 하얀 캐시미어 코트로 갈아입었다. 밝고 윤기가 있는 얼굴은 마치 샘물처럼 경주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었다.살짝 치켜올린 아람의 얼굴에 병색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고, 날카로운 하이힐 소리는 그녀를 상징하는 듯했다.아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빛났지만 경주를 바라보는 눈빛
구아람이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이유희는 곧바로 눈을 내리깔고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은 마치 황후 곁에 있는 내시와 같았다.한무가 황급히 다가갔다.“사, 사모님…….”“누가 사모님이야!”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구아람 씨, 구 사장님! 구 사장님께서 신 사장님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걱정하고 휴식에 영향을 끼칠까 봐 병원을 옮긴 거예요!”한무는 소심하게 중얼거렸다.지금의 아람은 신씨 가문에 있을 때의 온순하고 모습은 이미 사라졌고 위압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래서 한무가 매번 아가씨를 마주할 때마다 겁에 질려 가슴이 두근거렸다.“허, 신 사장님의 생각이 참 많으시네. 내가 왜 걱정해?”아람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피식 웃었다.“신, 신 사장님을 걱정 안 하신다면, 이렇게 빨리 찾아오지도 않…….”한무는 눈을 들고 용감하게 말대꾸했다.“너!”아람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침대에 기대고 있는 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한무 이 녀석, 평소에는 어리벙벙하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더니, 말은 참 잘하네. 보너스를 챙겨줘야겠어.’“모두 나가 있어.”아람은 차갑게 명령을 했다.“아가씨…….”걱정스러운 임수해는 입을 열자마자 말이 끊였다.“수해야, 너도 나가.”여왕님이 명을 내리면 그 누구도 감히 거스를 수 없었다. 그래서 세 남자는 일렬로 줄을 서서 병실을 나갔다.문이 닫히자 아람은 경주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화가 나고 걱정되어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진료차트를 봤어. 심각한 타박상이던데. 조금만 더 늦었다면 장기에 출현이 심해 생명을 위협했을 거야.”“제때에 치료받았잖아. 죽지 않았어.”경주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약간 섹시한 콧소리를 지녔다. 아람을 바라보는 눈빛은 다정하고 깊었다. “구아람, 잊었어? 난 전쟁에 나갔던 사람이야. 온갖 고생을 겪어봤고 다치기도 했었어. 이런 상처는 별일 아니야.”경주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자 함께 L 국 전쟁에서 싸우고 의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겉으로
늘 오만하고 반골 기질이 있는 경주는 말을 잘 들었다. 그는 마치 프라이팬에 있는 물고기처럼 몸을 뒤집었다.그가 고분고분하자 아람은 살짝 넋을 잃고 붉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남자의 넓적한 등은 그녀 앞에 숨김없이 들어냈다.끔찍한 멍든 상처가 눈에 들어온 순간, 아람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아람이가 잠자코 있자 경주는 그녀가 놀란 줄 알고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그녀에게 힘껏 눌렸다.“움직이지 마. 자세히 볼 거야.”“의사가 몸조리를 잘하면 멍이 없어진다고 했어.”다친 사람은 경주지만, 아람을 부드럽게 위로했다.“말 안 해도 알아. 내가 보면 모를 것 같아?”아람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경주는 말문이 막혀 어쩔 수 없었다.“내 곁에 있을 때는 성질이 강직하고 말을 독하게 하고 담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네.”“예전에는 너한테 잘 보이려고 위장한 거야.”아람은 눈을 내리깔고 손끝으로 등의 상처를 검사하며 냉정하게 말했다.“모든 일에 결과가 있고 응답이 있는 것은 당연 한 줄 알았어. 너에게 다정하게 섬세하게 대해주면, 언젠간 너도 날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나중에 너의 무정한 마음을 알게 된 후, 당연히 물러서고 위장할 필요도 없어졌어. 그때 난 참 바보였어. 영원히 나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을 위해 나 자신을 너무 괴롭혔어. 정말 아무런 가치가 없네.”경주는 숨이 막히며 마음이 씁쓸해졌다.그 당시 경주는 다른 것에 눈이 멀어 가치가 없는 것에 고집스럽게 매달렸다.어려서부터 받은 억울과 불공평은 그를 일득일식에 끙끙 앓게 했다. 가진 것을 단단히 잡고 싶었고,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버려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김은주에게 끌렸다기보다는 오히려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같았다.“구아람…….”“이쪽 다 봤어. 몸을 돌려 봐.”아람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의사가 이미 검사해 주셨어…….”“남을 못 믿겠어. 난 나만 믿어. 몸 돌려.”의사 뒷배를 들
큰 부상을 당해도 경주의 힘은 여전히 셌다. 눈동자가 깊어지며 팔을 확 잡아당기더니 아람의 몸은 경주의 품으로 덮였고, 뜨거운 몸이 꼭 붙어 있었다.그리고 경주는 링거를 맞고 있는 왼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꼭 껴안았다.“신…….”아람은 급한 마음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말을 하려고 입을 열자 갑작스러운 키스가 그녀의 말을 전부 삼켜버렸다.경주의 촉촉한 입술은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맞추었다. 맛을 들인 짐승이 이성을 잃은 듯 강제로 그녀의 입을 열어 탐욕스럽게 호흡을 낚아챘다. 아람은 혼란스러운 키스에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저도 모르게 끙끙거렸다.두 손으로 경주의 가슴을 움켜쥐자 그의 피부에 수치스러운 자국을 남겼다.남감함, 수치심, 억울함…… 아람의 예민한 마음들이 떠올랐다.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사납게 경주의 입술을 깨물었다.그러나 그는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은 채 내버려 두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서로의 향기가 입안에서 서서히 퍼졌다.경주는 그녀가 준 아픔을 묵묵히 견뎌내며 놓아주지 않았다.아람이 숨이 막히자 그는 아쉬워하며 입술을 떼었다.숨을 헐떡이는 두 사람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리고 경주의 아랫입술은 물려서 피범벅으로 되었다.“신경주, 날 구했다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착각하지 마!”얼굴이 붉게 물든 아람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네가 말했었잖아.”경주는 그녀를 깊이 바라보며 입술의 피를 닦았다.“신세를 갚을 거라고 했잖아. 지나친 요구만 아니면 괜찮다고.”“이게 지나친 일이 아니야? 너무 하네!”말을 마치자 아람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자신이 우는 것도 모른 채 경주를 향해 화를 내기만 했다.“언제 날 놓아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네가 날 버렸잖아! 이 나쁜 놈아, 언제 날 놔줄 거야? 난 이미 널 사랑하지 않아. 너는 나를 건드릴 자격이 없어!”“후회돼.”경주는 울컥하며 이 말을 내뱉더니 눈가가 촉촉해졌다.다만 아람처럼 울고 싶으면 울고,
“우리 아빠가 말했었어. 아름다운 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다고. 우리가 3년 동안 부부로 인연을 맺은 것은, 모두 내가 자존심을 버리며 바꿔온 거잖아. 이런 산산조각 난 감정에 무슨 미련이 있겠어? 내가 왜…… 너랑 다시 시작하겠어?”아람의 날카로운 말들은 경주의 마음을 찔렀다.경주는 그녀를 잃기 싫어 다시 손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민첩하게 피하며 기회를 주지 않았다.“다시는 안 그럴게.”경주는 숨을 헐떡이며 울컥했다.“다시는 안 그럴게. 구아람, 이번에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그냥 거기 있어. 내가 너에게…… 구애할게.”아람의 가슴은 거칠고 가파른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렸다.손바닥에는 땀이 나며 호흡도 흐트러지더니 가슴이 쿵쾅거렸다.“구애? 전에 나를 염치없고 음흉한 여자라고 하지 않았어? 나는 김은주처럼 애교가 많은 여우가 아니야. 왜 날 좋아해?”아람은 코를 훌쩍이며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지금의 구아람은 더 이상 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백소아가 아니야. 날 좋아해 주는 남자가 많고도 많아. 너처럼 블랙리스트에 오른 나쁜 남자가 내 흑기사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구아람. 난 정말…….”“그만해, 듣기 싫어.”아람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돌아서서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문밖을 향해 걸어갔다.“오늘 한 말들은 네가 뇌진탕으로 헛소리를 한 거라고 생각할 게. 널 치료해 주는 것은 신세를 갚기 위해서야. 다 나으면 우리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펑 하는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다시 닫혔다.눈시울이 붉은 경주는 그녀를 잡으려던 손을 부들부들 떨며 내렸다.“나는 정말…… 네가 좋아졌어.”……병실에서 떠난 아람은 돌아가지 않고 한무에게 찾아갔다. 그녀는 병세를 알기 위해 검사 보고서와 진료기록부를 가져갔다.‘돌아가서 자세히 연구해 봐야겠어.’방금 신경주에게 전면적으로 예비 검사를 해보니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벼운 상처가 아니라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고질병으로 될 수 있다.롤스로이스는 해문
순간 차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세 남자는 일제히 눈을 부릅떴다. 운전하고 있는 임수해조차 어리둥절해져 핸들을 못할 뻔했다.“아람아, 뭐, 뭐라고 했어?”항상 침착하던 구윤도 깜짝 놀랐다.“신경주가 이혼한 것을 후회한대. 기회를 한 번 더 달라더라고. 이번에는 신경주가 나에게 구애하겠대.”아람은 앙증맞은 얼굴을 치켜들고 어린아이처럼 맑은 눈으로 구윤을 바라보았다.“오빠. 이게 무슨 뜻이야? 고백하는 건가?”“당연하지!”백진과 임수해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참, 뻔뻔하네!”구윤은 눈을 깜빡이며 눈썹을 찌푸렸다.“오빠, 믿겨? 우리의 미래를 직접 찢어버리던 남자가, 지금 나에게 구애하겠다고 하네. 마치 진짜처럼 맹세까지 했어.”아람은 입술을 벌리고 억지로 웃었다.예전의 아람이라면 기뻐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만 혼란스러웠다.어린 시적 그토록 갖고 싶었던 인형을 갖지 못한 것 같았다. 커서 더 좋고 비싼 인형을 주어도 다시 사랑할 수 없었다.게다가 경주가 자신에게 구애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내가 그렇게 잘해줘도 무시했잖아. 지금은 계속 신경주와 맞서고 모욕감을 주는데. 왜…….’“뒤늦은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주의 고백은 그보다 더 더러워!”백진은 이를 악물고 원망했다.“그니까요! 진작에 뭘 했는지!”임수해는 핸들을 꼭 잡고 나지막하게 맞장구를 쳤다.“아람아, 결혼해서 네가 정성을 다할 때, 신경주가 너를 어떻게 대했었는지 잊은 것은 아니지? 지금 부잣집 아가씨가 돼서 사랑을 받고, 인생 절정으로 돌아가서 많은 사람들이 너에게 잘 해주는 것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고 달갑지 않는 거야! 그 당시 눈이 삐어서 널 버렸다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널 되찾아서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하려는 거야! 같은 남자로서, 내가 잘 알아!”“허영심은 아니야.”아람은 입을 삐죽거렸다.“하지만 셋째 오빠 말이 맞아. 내가 예전보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흥미가 생긴 거야. 내가 구씨 가문 아가씨로 돌아온 후 신경주가 나
윤민주는 원래 술에 취해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러자 바로 넘어져 치마가 들렸다. 그 모습은 너무 비참하고 추악했다. 집사는 눈을 더럽힐까 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때, 더러운 물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윤민주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 곧바로 시큼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팔을 들어 냄새를 맡자 저녁밥까지 토할 뻔했다. 악취가 나는 냄새가 지독해서 너무 역겨웠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 누구야!”윤민주는 마치 성난 개처럼 하늘을 향해 맹렬히 짖어댔다.“허, 누가 여기서 소리를 지르며 휴식을 방해하라고 했어?”강소연은 턱을 치켜들고 성큼성큼 집에서 나섰다.“봐, 하느님도 네가 짜증이 나서 물을 뿌려 술을 깨워주잖아. 더러운 입을 다물고 빨리 꺼져!”“너, 네가 나한테 물을 뿌렸어?”윤민주는 눈을 부릅떴다. 차가운 바람이 불자 추워서 입을 부들부들 떨었다.“허, 왜 내가 했다고 그래? 하늘에서 비도 오는 데 더러운 물이 쏟아질 수도 있지. 어떤 사람들은 죄를 짓고 살 수 없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친 천둥번개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강소연은 현지 사람이 아니다. 비록 해문에 시집을 왔지만 입맛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 지하실에서 김치를 담그기 좋아한다. 작년에 발효된 김치 물을 다룰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이 소용이 있었다. 원래 하수구 물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집 정원이고, 윤민주 때문에 더럽힐 수 없어 참았다.“하, 하수구 물? 우웩.”윤민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을 움켜주고 구역질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잘 알잖아. 우린 따지지 않았어. 그럼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조용히 숨어서 살아야지. 우리 구 선생은 네 아버지도 만나기 싫어하는데, 네가 뭔데 찾아와? 빨리 꺼져, 멍청한 짓을 하지말고.”강소연은 코를 막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윤민주는 소름이 돋았다. 오늘 밤에 구만복도 만나지 못하고 굴욕을 당하여 화가 나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하지
“내 인생에서 단 한 순간도 나를 위해 살지 않았어. 우리 아이들이, 특히 아람이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날 닮지 말고,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자신만의 행복. 도연아, 우리 딸의 선택한 것이 정말 자신만의 행복일까? 나 이제 어떡해? 만약 듣고 있다면 꿈에서 알려줘, 응?’이때, 서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구만복이 대답하기 전에 강소연이 문을 밀고 들어와 큰 소리로 말했다.“만복아, 언니. 윤씨 가문 그 미친 여자가 찾아와서 만복과 연서 언니를 만나려고 해! 내가 들여보내지 않아서 정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술 냄새가 나는데 많이 취하고 주정을 부리는 것 같아!”“윤 회장님 딸 윤민주를 말하는 거야? 왜 왔어?”구만복은 화를 내며 말했다.“윤씨 가문은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여자아이가 감히 미리 인사도 안 하고 밤에 찾아와? 구씨 가문이 무슨 시장이야? 교양도 없어?”강소연은 화가 나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왜 찾아왔는지 물었는데, 너무 취해서 똑바로 말하지 못해. 그 일이 자기와 상관없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허, 상관없다고? 참 뻔뻔하기도 하네.”유민지는 아름다운 눈을 가늘게 뜨며 벌떡 일어서더니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연서를 만나려고 하는 건 연서가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야. 변명하면 없었던 일인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해?”구만복은 깜짝 놀랐다.“민지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날 연회에서 아린이 윤진수에게 당해서 큰일 날 뻔했어. 여기서 윤민주 아가씨가 많은 힘을 했거든.”유민지는 화가 나서 눈이 충혈되었다.“그 당시 수해가 들어가서 아린을 찾으려고 했어. 윤민주가 사람을 데리고 수해를 막고 때려서 중상을 입힌 것도 윤민주야. 왼쪽 어깨 상처가 악화되었고, 왼쪽 눈도 거의 실명할 뻔했어!”“실, 실명?”구만복과 강소연은 믿을 수 없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지난 며칠 동안 수해가 왼쪽 눈을 거즈로 덮여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렇게
윤민주는 유성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역시 술 취한 상태로 밤새 해문으로 달려갔다. 오늘 밤 구만복이 집에 있었다. 기 비서는 구만복에게 약을 먹이고 유민지는 곁에서 혈압을 재주었다. 구만복은 지난 며칠 동안 아람에게 너무 화가 나서 혈압이 올랐다. 하지만 당당한 KS 재단 회장님이고 비즈니스 거물이 아람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며칠이 지났다. 구만복은 화가 났던 기분이 점차 가라앉아 그저 아람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구만복은 항상 구윤에게 아람의 소식을 캐물었지만, 형제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구윤과 신우는 잘 알고 있다. 구만복이 무어니 해도 모두 아람을 너무 사랑하여 그런 것이다. 지나치게 격렬한 반응과 행동은 아람이 너무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구만복이 아람을 생각하고 걱정하게 하면 경주에 대한 원망은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만복아, 장난이 아니라, 정말 이제 몸을 잘 관리해야 해.”유민지는 혈압계를 치우면서 눈썹을 찌푸렸다.“죽는다는 얘기를 매일 입에 달고 살아도 난 너를 잘 알아. 넌 누구보다 오래 살기를 바라고 있어. 누구보다도 자식들이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자식들이 결혼하여 가족이 생기며 4대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해.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건강을 챙기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구만복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른에게 혼나는 남자 아이 같았다. 기 비서는 곁에서 씁쓸하게 웃었다. 집에 있는 여자들 중 구만복은 유독 유민지의 말만 들을 수 있다. 그건 아마 카리스마에 제압당하여 그럴 것이다.“몸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어. 이게 다 아람이 그 계집애 덕분이야! 내가 화가 나서 죽으면 아람은 속 시원해하겠지! 신경주 그 자식과 맨날 붙어있고 아이를 막 낳겠어.”화가 나서 막말했다. 구만복은 순간 가슴이 내려앉으며 말문이 막혔다. 조용한 서재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만복아, 이런 말은 절대 아람이 앞에서 하지 마
구진의 손에는 상세하고 믿을 만한 증거가 있었다. 그래서 주성택이 검찰청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시 나올 수 없었다. 윤민주는 평소 싸가지없고 오만하여 지금 이 순간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모두 피했다. 윤민주는 윤정용과 윤성우의 말대로 전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하고, 윤씨 그룹에게 이용당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창피한 일을 왜 딸을 시키는 거야! 난 친딸인데, 남자들은 중요한 시기에 나를 내세우고 모두 내 뒤에 숨어 있어? 이게 인간이야?’기자회견은 내일모레이다. 요즘 윤민주는 하루가 일 년 같다고 느낀다. 거식증, 불면증이 오며 화도 많고 매 순간 고통스러웠다. 오후 내내 윤민주는 와인 창고에서 술을 마셨다. 수년간 힘들게 만든 성과들이 무너진다는 것을 생각하자 사람이 없는 와인 창고에서 대성통곡했다.“여기서 우는 대신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좀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때?”윤민주는 순간 울음을 멈추었다. 유성이 놀리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윤민주를 향해 다가왔다.“왜, 왜지?”“그래, 도대체 왜일까?”유성은 여유롭게 윤민지의 맞은편에 앉아 와인잔을 내려놓고 와인 한 잔을 들이켰다.“넌 항상 주 의원님을 잘 지켜주었어. 주 의원님은 그동안 은밀하고 횡령하고 수뢰하며 다른 사람이 보내준 미녀를 즐기면서 보내왔어. 하지만 한 번도 들킨 적이 없고 늘 무사히 살아왔어. 왜 갑자기 모든 것이 폭로되었을까? 왜 하필 지금일까?”“그래, 왜일까?”윤민주는 술에 취해서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아무 생각도 없었다.“요즘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이 말이 윤민주를 깨닫게 했다. “구, 구씨 가문이야? 구씨 가문이 날 건드린 거야?”“아주 멍청한 건 아니네.”유성은 기분 좋게 술을 들이마셨다. “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막 놀아도 구씨 가문은 주씨 가문과 아무런 원한도 없어. 왜 굳이 주 의원님을 건드리겠어? 분명히 그들은 처음부터 주 의원님이 목표가 아니었어.”“구씨 가문의 목표가 나였어?”윤민주는 얼굴에는 공포가
“잘했어.”아람은 경주의 볼에 뽀뽀를 크게 해주었다. 보상을 받은 경주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한 가지 더 있어. 윤씨 가문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어? 그래?”아람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 “지난 연회장에서 일어난 일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어.”“해명? 풋, 그냥 관계를 끊으려는 거 아니야?”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경주의 가슴에 하트를 그렸다. “주성택이 무너졌어. 윤씨 그룹이 애써 키운 도구가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고위 임원들이 그들을 괴롭힐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경주의 눈빛에는 약간의 냉기가 감돌았다.“성의를 표시하기 위해서라도 윤씨 가문은 반드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기자회견을 열어야 할 거야. 아마 요즘 진행할 것 같아.”“흥, 부패한 주성택을 용서할 수 없지만, 일이 터지니 바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윤씨 가문도 참 짜증이 나네.”“걱정 마, 아람아. 내가 말했잖아. 아린을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너와 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면 천배 만배로 갚게 할 거야.”경주는 사납게 이를 악물더니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아람은 경주의 힘찬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미소를 들었다. 경주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강직하고 권력에 영합할 줄 모르며 겁이 없는 정의감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같았고 모두 정의감이 넘치고 동정심이 있는 사람이다. 경주는 아람의 부드러운 손을 만지자 마비된 새끼손가락이 만져졌다. 순간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으로 가득 채워졌고 살짝 울컥했다.“아람아, 새끼손가락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괜찮아.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다쳤어. 별거 아니야.”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웃으려고 노력했다.“새끼손가락일 뿐이야. 생활과 일에 지장이 없어. 나도 이미 어른이야. 내 곁에서 계속 이것저것 걱정하지 말고 긴장 풀어. 아직 시간이 많잖아. 네가 계속 이렇게 긴장하면 나야말로 심장병에 걸리겠
달빛은 부드러웠고 방 안에는 은은한 향기가 가득했다. 경주의 좁은 허리에 복근은 팽팽했다. 눈에는 굵고 뜨거운 욕망이 굴러갔다. 위아래로 몸 위에 앉은 아람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그 다정함은 이 조용한 밤을 산산조각 낼 만큼 강렬했다. 경주는 자신이 극도로 사랑하는 아람과 한 몸이 되어 떨어지기 싫어했다.“음, 해본 적이 없어. 잘 못 해도 실망하지 마.”아람의 고양이처럼 작은 손이 경주의 물결치는 가슴 사이를 누르며 부끄러움에 입술을 오물거렸다. 경주는 두 손으로 아람의 가늘고 부드러운 종아리를 잡았다. 감히 과도한 흥분을 드러내지 못하여 참느라 아람의 종아리를 빨갛게 달아오르게 했다.경주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람이 말한 보상은 자세를 바꾸는 것이었다. 비록 많은 사랑을 나누었지만, 매번 경주가 주동적으로 했다. 몸의 모든 힘을 사용하여 아람에게 완벽한 밤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항상 경주가 주동적으로 하며 아람은 즐기기만 했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그러자 경주는 더욱더 흥분하고 기분이 좋았다.“이, 이게 맞아?”아람은 얼굴을 붉히며 부드럽게 물었다. 경주의 숨소리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허리 근육의 떨림과 정열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반응으로 이미 답을 해주었다.“아람아, 무리하지 않아도 돼.”경주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허스키하게 들렸다. 아람은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평소와 다르게 바뀐 게 싫어?”“좋아, 그냥, 네가 힘들까 봐 그래.”아람은 목이 막히고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바보.”아람은 몸을 숙여 검지로 경주의 아름다운 얇은 입술에 대해 부드럽고 만졌다.“이 점에서 우린 비슷해. 내가 못하면 바로 말해주고 가르쳐줘.”...온밤 사랑을 나누자 아람은 목숨이 끊길 것 같았다. ‘너무 힘드네. 그냥 누워 있는 게 제일 편해!’점점 아람은 졸려서 눈을 뜰 수 없었다. 경주는 아람을 후에 계속 매달렸으며 아람의 몸까지 닦아주었다.‘무슨 기계야? 정말 힘도 좋고 혈기가 왕성하네.’다음날. 아람은 해가 중천에 뜰
윤정용은 눈썹을 찌푸리며 화가 나서 머리가 아팠다.“누가 이렇게 상세한 증거를 수집했지? 그 증거를 공개하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지? 도대체 누가 이렇게 대단해?”“누구겠어요, 송씨 가문 사람이겠죠! 주성택은 송 시장의 라이벌이잖아요. 선거가 다가오니 죽도록 라이벌을 망가뜨리겠죠!”윤진수는 화를 내며 중얼거렸다.“아니, 송씨 가문 아니에요.”윤성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송씨 가문은 이런 짓을 할 능력이 없어요. 설사 증거가 있다고 해도 오늘 같은 중요한 연회에서 폭로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러면 송씨 가문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위에서 책임을 물을 수도 있어요.”순간 윤성우는 깨달은 듯 이를 악물었다.“이런 교묘하고 무자비한 수단이 왜 구아람의 수법과 비슷한 것 같지?”“구아람? 정말 그 계집애야?”윤정용은 깜짝 놀랐다.“형, 증거 있어요?”유성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설마 지난번 구씨 가문에서 윤진수의 일 때문에 아람과 싸운 거로 지금 여자아이에게 누명을 씌우는 거예요? 당당한 그룹 사장이 그것밖에 안 되요?”“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절대 근거가 없는 게 아니야. 지난번 진수의 일 때문에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과의 감정이 틀어졌어. 당시 구아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못 들었어? 그 계집애는 반드시 복수하는 성격이야. 우리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잖아. 봐, 그게 지금이야.”윤성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유성을 훑어보았다.“유성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구씨 가문의 사위가 되는 꿈을 꾸고 있지는 않겠지? 왜 그렇게 못났어? 지금 구씨 가문이 우리 머리 위로 기어올랐어.”“사람들을 데리고 주성택을 잡으러 온 사람이 구아람의 둘째 오빠 구진이야. 모든 것이 폭로된 순간 구진이 검찰을 데리고 왔어. 이게 우연이겠어?”유성은 순간 말문이 막혀 화가 나서 주먹을 쥐었다.“구아람이 손을 댄다고 해도 왜 주성택을 건드려?”이 말을 한 순간 윤진수는
“강철처럼 단단한 내 자제력이 네 앞에서 버려진 갑옷처럼 견딜 수 없어.”아람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따뜻한 숨결이 경주의 귓가에 맴돌며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남자가 너무 멋있어, 오늘 밤, 보답해줄게.”...성주에게 매우 중요했던 세미나가 놀랍고도 황당한 희극으로 끝났다. 주성택의 조잡한 공직 경력이 공개되면서 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고 매우 나쁜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대통령도 놀란 나머지 주씨 가문과 주성택과 사적으로 거래한 모든 임원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공직자 모두가 위험에 처하여 모두 주성택을 원망했다.윤씨 가문도 영향을 받았다. 명성이 훼손되고 체면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고위층의 감시까지 받게 되었다. 윤정용이 집으로 도망을 칠 때 SNS를 보았다. 잃어버린 왼쪽 신발이 인터넷에 게시되며 웃음거리가 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핸드폰을 버리고 리무진의 앞 유리까지 부수었다.겨우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윤정용은 잠이 안 와 모든 사람들을 거실에 불러 회의를 진행했다. 윤진수은 여전히 술에 취해 있었다. 고개를 흔들며 욕설을 퍼부으며 들어오자 윤정용에게 뺨을 맞았다. 유성은 담담하게 소파에 앉아 턱을 괴고 장난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불구경을 했다.“성택 문제는 누군가 귀에서 고의적으로 한 짓 같아. 도대체 누구야, 누가 감히 우리 윤씨 그룹을 건드려?”윤정용이 화를 내며 비싼 테이블을 부수었다. 수십 년 동안 위엄을 떨쳤던 윤정용은 이렇게 초라한 꼴을 당한 적이 없다. 체면도 잃었고 신발까지 잃었다. 윤정용의 성질로 사람을 몇 명 죽이지 않고는 분노를 진정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다.“아버지, 주성택이 체포되어 우리 윤씨 그룹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윤성우는 생각을 하며 침울한 눈빛으로 말했다.“시급한 문제이니 바로 주성택과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해요. 이전에 주성택의 지위를 이용해 윤씨 그룹은 혜택을 얻었다는 증거도 가능한 빨리 없애야 해요. 대통령까지 알고 계셔요. 이러다가
주성택은 검찰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큰 곤경에 처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그러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모든 소셜 플랫폼, 뉴스 헤드라인은 동시에 주성택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으로 바뀌었다. 반응이 빠른 기자들은 윤정용을 향해 달려갔다.“윤 회장님, 사위가 체포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주 의원님이 사적으로 한 모든 일을 알고 있어요?”“주 의원님이 재임 동안 당신과 상호 이익을 얻었어요? 지위를 이용해 윤씨 그룹에 몰래 혜택을 준 건가요?”윤정용은 원망스러워 이를 악물며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윤성우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 하이에나 같은 경찰들이 들이닥치잖아. 심지어 앞장서는 사람이 구씨 가문 둘째 아들 구진이야!’같은 위풍당당한 재벌인데, 구만복의 아들 구진은 당당하게 체포하러 왔고, 체포당한 사람은 자신의 사위 주성택이다. 그러자 윤정용은 체면이 떨어졌다고 느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여기에 있지 말았어야 했어. 혼란 속에서 빠져나가야 했어. 정말 큰 실수야!’“아버지, 빨리 가요.”윤성우가 서둘러 다가오며 윤정용을 부축하고 밖으로 나갔다. 기자들은 끈질기게 따라갔다. 윤정용은 윤성우의 경호 아래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윤정용의 신발이 벗겨지고 말았다.“아, 내 신발!”윤정용은 어색하게 왼발을 들어 올렸다.“아버지, 이럴 때 무슨 신발을 찾아요! 빨리 가요!”윤성우는 이마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급해하며 윤정용을 밖으로 끌어냈다. 그러자 윤정용은 맨발로 비참하게 연회장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봐, 왜 신발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이게 윤정용의 신발이야? 너무 당황하며 도망쳐서 신발까지 잃어버렸어? 하하하!”기자들은 신발 사진을 찍으며 박장대소를 했다....주성택은 검찰에에 의해 연회장 밖으로 끌려 나올 때 겁에 질려서 두 다리가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처럼 질질 끌렸다. 길 건너편에서는 아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