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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신경주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흔쾌히 그 말을 받아들였다.

너무 많이 들었던 말이라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신 사장님, 제 셋째 동생과 아람은 오랜만에 만나는 거예요.”

구윤은 침울한 얼굴로 다가와 가볍게 말했다.

“아람은 신 사장님보다 셋째 오빠가 더 보고 싶을 거예요. 여기 계시면 아람의 회복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만남에도 방해가 되네요. 가족과 같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서 지키고 있을 이유도 없고요. 그러니 돌아가세요.”

구윤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담담한 말투로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나 경주는 그 말들이 날카로운 칼처럼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아 굳어져 버렸다.

……

폭우가 멈추고 서서히 밝아진 하늘은 우울하고 씁쓸한 푸른 벨벳과 같았다.

경주는 푹 젖은 재킷을 들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재킷에는 아람의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몸은 추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지만 저도 모르게 재킷을 힘껏 움켜쥐었다.

“신경주, 아람이 너를 위해서 너무 많은 것을 베풀었고, 너무 많은 희생을 했어.”

“아람이 너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것을 알아? 네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내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어떻게 했는데? 희생, 무슨 희생을 했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백진의 예리한 말들이 경주의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맴돌자 관자놀이가 터질 듯이 아파났고 그 고통이 온몸으로 퍼졌다.

“경주야!”

“신 사장님!”

경주는 힘겹게 눈을 들었고 땀방울이 준수한 얼굴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희미한 시선 속에서 소식을 듣고 달려오는 이유희와 한무가 보였다.

“경주야,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괜찮아?”

“괜찮아.”

경주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들고 있는 옷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그럼 사모님은요? 찾으셨어요? 사모님은 괜찮으세요?”

한무가 초조하게 물었다.

경주가 입을 열기도 전에 늘씬한 몸이 그의 어깨를 세차게 부딪치고는 병원을 향해 직진했다.

“야! 임 씨! 눈이 삐었어?”

한무는 임수해의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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