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재벌로 변신한 나의 아내: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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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구아람은 비록 나타나지 않았지만 호텔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부 꿰뚫고 있었다. “아가씨, 신경주 사장님과 윤씨 가문 넷째 도련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임수해는 손끝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누르고 등을 돌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경주와 윤유성은 등을 꼿꼿이 펴고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날 만나? 허, 날 무슨 일로 만나는데?” “아가씨, 아마 신경주 사장님과 윤유성 씨는 오늘 아가씨를 뵙지 않으면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경비원들을 불러 저들을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임수해는 경주와 윤유성의 확고한 태도에 난처하단 듯이 말했다. “그들에게 무슨 일로 날 찾냐고 물어라.” 아람은 냉랭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아가씨께서 당신들이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냐고 물으십니다.” 임수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전 감사의 의미로 구아람 씨께 간단한 식사를 대접하려고 합니다.” 윤유성은 미소를 지으며 안경을 슬쩍 올렸다. “지난번 사인받은 앨범은 이미 저의 어머니께 전해드렸습니다. 아주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사의 의미로 구아람 씨께 밥 한 끼를 대접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요.” 말하면서 윤유성은 싸늘한 눈빛으로 경주를 슬쩍 흘겼다. 윤유성은 아람이 마음이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이유라면 아람이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게다가 윤유성은 아람이 결코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에 그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경주보다 못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임수해는 윤유성의 말을 듣고 경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경주는 담담하게 말했다.“공적인 일입니다.” 윤유성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아람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임수해에게 분부했다. “신경주 사장님을 모셔오거라.” 순간 윤유성과 임수해는 모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경주는 조각한 듯이 우아한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띄었다. 경주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샘솟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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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아가씨께서 들어오시랍니다.” 임수해는 마치 신경주와 가까이 있으면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는 것처럼 멀찌감치 서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저의 아가씨께서 너무 착하신 것뿐이니까요. 만일 저였다면 당신을 야구 방망이로 때려 쫓아냈을 겁니다.” 말이 끝나자 임수해는 몸을 돌려 떠났다. 경주는 한숨을 내쉬며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KS WORLD 호텔의 주방은 너무 스테인리스 스틸 실버와 순백 두 가지 색상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 마치 무균 식품 생산업장처럼 너무 깨끗했다.뿐만 아니라 공간은 매우 조용했는데 경주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숨소리뿐이었다. 주방의 한 모퉁이를 돌자 경주는 스테인리스 스틸 조작대 옆에 가늘고 아름다운 구아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넓고 큰 조작대는 그 가냘픈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오늘 아람은 또 한번 경주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아람은 순백의 조리복을 입고 머리칼은 전부 위생모자로 가렸으며 입과 코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왼손에는 핑크빛이 감도는 반죽이 들려 있었는데 오른손으로 가위를 잡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반죽을 조각하고 있었다. 아람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경주가 들어온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때 경주는 문득 오씨 아줌마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드신 그 쿠키들은 밖에서 산 것도 아니고 셰프가 만든 것도 아닙니다. 전부 작은 사모님께서 직접 만든 것입니다! 셰프님도 그러는데 작은 사모님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랍니다.” “도련님께서 맛있게 드신 그 쿠키 하나에도 작은 사모님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으셨는지 압니까? 하루 종일 주방에만 틀어박혀 지내시고 허리가 뻐근해도 파스만 붙이며 고통을 참으셨습니다.” 순간 경주는 눈이 파르르 떨려왔고 가슴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었다. 이건 경주가 처음으로 아람이 요리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지난 3년, 천여 일의 시간 동안 아람은 줄곧 이렇게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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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구아람은 아름다운 눈동자가 갑자기 움츠러들더니, 순간 신경주의 단단한 가슴을 힘껏 밀면서 얼른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뒷걸음질 치더니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 있던 냉장고의 문에 부딪혔다. 아람은 숨이 가빠졌고 당황하여 심란한 가운데, 얼굴은 살짝 붉은빛을 띄었고 옥처럼 맑은 이마에는 영롱한 땀방울이 맺혔다. 투명한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아람은 여전히 경주의 입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젠장! 왜 이렇게 된 거야.’ 아람은 얼굴이 붉어졌고 숨을 헐떡이며 화가 난 듯 얼른 마스크를 벗어 땅에 내팽개쳤다. ‘못 쓰겠어. 더러워!’ 경주는 늘씬하고 단단한 몸을 느릿느릿 털고 일어나 조리대의 가장자리에 기대고 있었다. 경주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눈썹을 약간 찡그렸고 방금 배불리 식사를 마친 짐승처럼 입을 오므리고 있었다. 경주는 겉으로는 비록 아주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사실 지금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안 아파, 등?” 경주는 눈빛이 흐리멍덩했는데 분명 방금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경주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썰렁한 말투로 물었다. “너랑 무슨 상관이야!” 아람은 방금 쿠키를 먹어버린 경주에게 화가 나 이를 악물고 말했다. “신경주, 누가 너더러 먹으래?! 내가 오후 내내 만든 건데, 널 먹이려던 게 아니란 말이야!” “난 네가 만든 쿠키를 못 먹은 지 너무 오래되어 그냥 먹어보고 싶었을 뿐이야. 전에 네가 자주 만들어 줬었잖아.” 경주는 식탐이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평소 바쁠 때면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람이 이렇게 열심히 만든 쿠키를 보니, 경주는 마음이 근질근질하여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홀랑 집어먹었다. 뿐만 아니라 경주는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아람의 쿠키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 옛날은 옛날일 뿐이고 지금은 지금이잖아!” 아람의 눈빛에는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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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진주는 교활한 여자니 네가 그들을 상대할 계획을 미리 세우길 바라는 것뿐이야.” 순간 구아람의 구슬 같은 눈동자는 움츠러들었다. “난 할 말 다 했으니, 볼 일 봐.” 신경주는 그윽한 눈빛으로 아람의 뒷모습을 한 번 보더니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신경주, 잠깐만.” 아람이 갑자기 경주를 불렀다. 순간 경주는 가슴이 쿵- 하여 얼른 몸을 돌렸다.“왜 이런 걸 나한테 알려주는 건데? 내가 알기로 넌 대의를 돌보지 않는 사람은 아니야. 신씨 가문의 누가 안나 조의 이 프로젝트를 따내든지 모두 신씨 호텔에 도움이 되는 건 똑같아. 그리고 신씨 호텔의 영향력과 평판을 높이는 게 네가 요즘 계속 추진하고 있던 일 아니야?” 아람은 의심스러운 듯 천천히 경주를 훑어보며 말했다.“그런데 대체 지금 왜 이러는 거야?” “난 네가 이기길 원하거든.” 경주는 아람의 눈빛을 응시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진지하게 말했다. “왜 굳이 내가 이기길 원하는데?” “하루 부부의 정은 백일 간다고 하잖아.” 순간 아람은 비웃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3년 간의 결혼생활 동안 넌 나에게 한 번도 정을 준 적 없어. 그런데 이혼했더니 갑자기 그런 정이 생겨? 신경주 사장, 너 지금 장난해?” “당장 나가. 배웅은 안 해!” 경주는 답답한 듯 마른기침을 한 번 했는데, 순간 아까 먹은 쿠키가 목구멍에 메어 숨을 쉬기 어려운 것 같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이씨 가문이었다.이소희는 오늘 저녁 신효린에게 전화를 걸어 중요한 일이 있으니 자신의 집에 오라고 초대했다. 두 사람은 이소희의 개인 피아노 연습실에 들어가 문을 꼭 닫았다. “소희야, 이 시간에 할 말이 뭐야?” 신효린이 궁금해서 물었다. “KS WORLD호텔이 안나 조와 협업한다는 소식을 발표한 지 5일이나 지났습니다. 구아람 그 천한 년을 상대할 방법은 찾긴 한 겁니까?” 이소희가 팔짱을 끼고 훈화하듯이 물었다. 신효린은 모두에게 떠받들여 곱게 자란 부잣집 딸이었기에 평소 진주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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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안나 조의 결혼식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구아람은 안나 조의 의견에 따라 끊임없이 결혼식 기획안을 수정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상황을 감독하고 각종 물건, 경비, 인원 등 중요한 문서들을 확인하고 심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심지어 가장 바쁠 때에는 세 시간밖에 자지 못할 날도 있었다. 그러나 아람은 오히려 목적이 있고 그에 대한 보상이 있다면 바쁠수록 더욱 활기차고 즐거웠다. 오전의 미팅을 마친 아람은 사무실에 앉아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때 임수해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아람에게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아람의 이런 열정적인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띄었다. “아가씨, 일하시면서 밥 먹으면 위에 안 좋아요.” “안 돼, 시간이 없어. 오후에 참석할 행사가 있어.” 아람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시선은 서류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 스케줄은 왜 이렇게 꽉 찬 겁니까?! 원래 오후에 모처럼 시간 나시는 것 같아 긴장 좀 푸시라고 스파를 준비해 드렸는데 말이에요.” 임수해가 속상하단 듯이 말했다. “안나 조의 결혼식이 끝나면 다시 이야기하자. 지금 일 때문에 긴장을 풀 여유가 없어.” 아람은 커피잔을 들고 예리하게 눈을 치켜들었다. “요 며칠 신효린과 진주 쪽에 별다른 인기척은 없어?” “전 줄곧 그쪽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너무 조용합니다. 파리조차도 날리지 않는 것 같아요.” 임수해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말했다. “어쨌든 우리 쪽도 최근 아주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그들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미 포기한 게 아닐까요?” 아람은 신경주가 지난번 했던 말을 계속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항상 경각심을 늦추지 않는 게 좋아.” “신효린이 어떻게 신경주의 손에서 뺏은 기회인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신광구에게 이 상황을 설명할 건데? 절대 그렇게 가만있진 않을 거야.”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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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그건 그렇다 치고 저들이 안나 조보다 더 뒷순서에 있다니! 지들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난 한 장도 안 찍었어. 저런 가치 없는 사람들이 내 카메라 메모리를 차지하게 하고 싶진 않거든!” “신효린은 신씨 가문의 딸이고 이소희도 ‘성주의 황제’ 이유희의 친여동생이야. 그러니 연예인은 아니지만 돈이 많잖아? 이 입장순서도 분명 돈으로 바꾼 거 같아!” 신효린과 이소희는 서로 잘난 척하며 관심을 한바탕 끌어들이고 만족스럽게 장 내로 들어갔다. 그러나 패션쇼 장에 들어오자 모든 매체의 기자들은 전부 안나 조와 같은 유명 스타 혹은 브랜드 디자이너를 인터뷰하고 있었지 신효린과 이소희에 대하여서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젠장! 기자들 전부 눈이 먼 거야?!” 신효린은 아마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자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감히 누구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 전부 눈이 삐었나 보지?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들은 전부 앞으로 전부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 거야!” “기자들은 모두 속물입니다. 충분히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얼른 냄새 맡고 몰려들었겠죠.” 이소희도 마음속으로 매우 화가 났고 신효린을 조롱하며 분풀이를 했다. “그, 그래. 난 확실히 이 바닥 사람이 아니긴 해. 필경 우리 같은 재벌이 밑바닥 사람들과 너무 어울리는 건 값 떨어지는 일이라고 우리 엄마가 나를 언론매체와 멀리하게 하셨으니까.” 신효린은 비록 이소희와 동맹 관계에 있지만 결코 상대방이 자신을 깔아내리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신효린은 아닌 척하면서 은근히 이소희를 조롱했다. “그래도 넌 성주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제자인데, 너한테도 인터뷰하러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너무 말이 안 되는데?” “안 되겠어! 언니인 내가 너무 화 나는 걸. 내가 기자 몇 명 불러서 널 인터뷰하라고 할까?” “허,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전 겸손한 사람이어서 기자들한테 동물원 구경하듯이 둘러싸인 건 싫어합니다!”이소희는 마음속으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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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구아람이 오늘 패션쇼에 참석한 것은 이 패션쇼 장을 흔들고 자신이 구씨 가문의 딸임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사실 이번 패션쇼에 참석한 이유는 두 가지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첫째는 언론 앞에서 신씨 호텔과의 경쟁에 관하여 정중히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외부의 각종 억지스러운 추측을 막기 위해서였다. 둘째는 공개적으로는 안나 조에게 선물을 주기 위함이었지만 사실 아람이 여기에 온 주요한 목적은 신효린을 감시하고 그들에게 절대로 틈탈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때 안나 조가 갈색 수트를 입은 늠름한 중년 남성과 함께 다가왔다. “구아람 사장님, 소개해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안나 조가 아람에게 말했다. “이분은 안인엽 씨인데 AX 주얼리 브랜드의 글로벌 대표자 저와 매우 친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빈센트, 이쪽은 구아람 씨인데, 현재 KS WORLD 호텔의 사장입니다. 아주 유능한 분이시죠!” 안인엽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Y국의 토박이로 황실의 혈통을 가진 사람이었다. 안인엽은 빈센트라는 영어 이름이 있지만 성주에 오면서 안인엽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새로 만들었다. “안인엽 씨,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성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람은 붉은 입술을 반짝이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안인엽에게 수수하고 아름다운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구아람 씨. 당신이 우리 AX 브랜드의 패션쇼에 와주시니 매우 영광입니다.” 안인엽은 그다지 유창하지 않은 우리말로 대답하며 악수하기 바빴다. 이때 안나 조는 안인엽과 아람을 한 번씩 훑어보더니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안인엽 씨와 구아람 씨는 오늘 처음 만났을 텐데, 왜 마치 전부터 이미 알고 지낸 사이처럼 느껴지지?’ 그리고 기자들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안인엽은 황실 혈통을 가진 매우 존귀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안인엽이 마치 자신의 친딸이라도 보는 것처럼 온화한 눈빛으로 아람을 보며 웃고 있으니 말이다. ‘구아람 씨는 정말 대단하군. 예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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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KS그룹의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러니까! 아마도 이번 패션쇼를 기회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했나 보지. 허, 저번에 신경주 사장님을 이기고 안나 조의 신임을 얻은 것도 또 무슨 간사한 수를 부린 건지 누가 알겠어!” “쯧쯧, 전부터 구아람 사장님을 존경해 왔는데, 이제 보니 비열하고 파렴치한 사람이었네.” 이소희는 귀에 걸린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구아람, 넌 너무 날뛰었어!’ ‘오늘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그 기세를 꺾고 사람들이 너의 인성을 의심하게 만들 거야!’ 그러나 이소희가 간과한 것은 방금 그녀가 한 모든 말들은 이미 뒤에서 느릿느릿 걸어오던 신경주가 들었다는 것이다. 경주는 뒤에 조용히 서서 잔뜩 득의양양한 이소희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경주의 큰 키와 준수한 얼굴은 마치 신처럼 우아했다. 그리고 수트 속에 가려진 몸은 한없이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 경주는 더없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경주 사장님, 작은 사모님께서 이소희 씨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상황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진 한무가 말했다. 경주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던 경주는 순간 눈빛이 번쩍이더니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조금만 기다리자.” “기다려요?” 한무는 눈을 크게 뜨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구아람이다. 그러니 아람에겐 다 방법이 있을 거야.” 경주는 실눈을 뜨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도 아람에겐 내가 있잖아.” 한무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경주의 우월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필경 내 여자였던 사람이니 나 말고는 누구도 아람을 건드릴 수 없어. 그 누구도!” ‘헉! 내가 알던 그 차가운 신경주 사장님 맞아?’ ‘지구가 따뜻해진 건가? 남극의 빙산도 사장님의 눈빛에 녹겠네?!’ ‘아, 그런데 안타깝게도 작은 사모님께서 이 눈빛을 보시지 못했구나!’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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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순간 모두들 크게 놀랐다. 이소희와 신효린은 말할 것도 없고 안인엽의 친구이자 알렉스의 열렬한 팬인 안나 조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지금 구아람이 착용한 주얼리가 알렉스의 작품이었어?! 게다가 들어만 봤을 뿐, 한 번도 본 적 없는 ‘욕해 장미’라니!’ 순간, 이소희는 아람에게 엄청난 질투심을 느꼈다. 아람은 감사의 눈빛을 안인엽에게 보낼 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아람은 안인엽이 나서서 사람들의 의문을 평정해 주었으니 자신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필경 장군은 검을 휘두르며 파리 따위를 베지 않으니 말이다. 신경주는 시종 그윽한 눈빛으로 아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주는 아람과 안인엽은 원래 알고 있던 사이일 뿐만 아니라 깊은 관계라는 것을 확신했다. “저 늙은 남자는 누구야?” 경주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안인엽입니다. AX 브랜드의 글로벌 대표인데 그의 할아버지는 Y국의 마지막 공작이며 할머니는 AX 브랜드의 창시자입니다. 통속적으로 말하면 이 브랜드 AX 전체가 안인엽 집안의 것입니다.” 한무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 “게다가 안인엽은 이미 작위를 물려받아 황실에서 하사한 대정원에 입주했을 뿐만 아니라, Y국 서열 5위 안에 드는 부자로서 안인엽의 몸값은 1조에 달한다고 합니다.” “황족의 사람들과도 친분이 있으시다니, 작은 사모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경주는 호흡이 가빠졌고 목젖이 파르르 떨려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안인엽 대표님께서 작은 사모님을 위해 나서다니? 와, 설마 작은 사모님께 반한 건 아니겠죠?” 한무는 마치 어떤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감탄했다. “만약 정말 안인엽 대표가 작은 사모님께 반한 거라면 작은 사모님은 이제 공작부인이 되는 건가요?!” “원래도 부잣집 따님이셨는데 또 황족과의 결혼이라니! 세상에, 앞으로 작은 사모님의 인생이 완전 술술 풀리려나 봐요!” “그럴 리 없어. 안인엽은 아람의 아버지 뻘 되는 사람이야. 그러니 아람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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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이때 이소희가 창피하다고 느껴진 신효린은 살며시 뒤로 몇 걸음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기자들은 문득 크게 깨달은 듯 이소희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소희는 AX의 VIP도 아니면서 지금 여기서 남을 비난했단 말이야? 정말 가소롭네!” “자기 처신이나 잘할 것이지, 왜 저렇게 남 일에 관심이 많은지!” “AX의 주얼리 몇 개를 사면 자신이 발언권이 있다고 생각한 건가? AX의 대표 앞에서 감히 망언을 퍼부었는데, 사실 AX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소희의 이름도 모르고 있잖아.” “쯧쯧, 저 인성하고는, 정말 구아람 씨의 발가락만도 못 한 거 같아!” ‘발가락만도 못 해?” 기자들은 당당한 이씨 가문의 딸을 두고 구아람의 발가락만도 못하다고 했다. 이소희는 머릿속에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캄캄해져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이소희는 크면서 지금까지 이런 치욕과 모욕을 당하긴 처음이었다. 아람은 이소희를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안인엽, 안나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떠났다. 기자들도 이소희를 무시했고, 이소희는 창백해진 얼굴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소희야! 상황이 안 좋아!” 신효린이 빠른 걸음으로 이소희의 곁으로 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고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째 오빠가 왔어!” “둘째 오빠?! 어, 어디 있는데요?” 이소희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바로 네 뒤의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줄곧 우리 쪽에서 발생한 모든 걸 지켜본 모양이야! 귀신처럼 인기척도 없이 왔으니, 방금 상황도 어디까지 본 건지 모르겠네!” 이소희는 차가운 숨을 들이마시며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신경주는 꼿꼿하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구석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이소희를 바라보았다.순간, 이소희는 마치 보이지 않은 큰 손에 목덜미가 잡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흡, 심장박동, 그리고 뇌까지 전부 멈춰버릴 것만 같았다. “둘, 둘째 오빠.” 경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싸늘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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