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72화

“아가씨께서 들어오시랍니다.”

임수해는 마치 신경주와 가까이 있으면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는 것처럼 멀찌감치 서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저의 아가씨께서 너무 착하신 것뿐이니까요. 만일 저였다면 당신을 야구 방망이로 때려 쫓아냈을 겁니다.”

말이 끝나자 임수해는 몸을 돌려 떠났다.

경주는 한숨을 내쉬며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KS WORLD 호텔의 주방은 너무 스테인리스 스틸 실버와 순백 두 가지 색상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 마치 무균 식품 생산업장처럼 너무 깨끗했다.

뿐만 아니라 공간은 매우 조용했는데 경주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숨소리뿐이었다.

주방의 한 모퉁이를 돌자 경주는 스테인리스 스틸 조작대 옆에 가늘고 아름다운 구아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넓고 큰 조작대는 그 가냘픈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오늘 아람은 또 한번 경주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아람은 순백의 조리복을 입고 머리칼은 전부 위생모자로 가렸으며 입과 코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왼손에는 핑크빛이 감도는 반죽이 들려 있었는데 오른손으로 가위를 잡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반죽을 조각하고 있었다.

아람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경주가 들어온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때 경주는 문득 오씨 아줌마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드신 그 쿠키들은 밖에서 산 것도 아니고 셰프가 만든 것도 아닙니다. 전부 작은 사모님께서 직접 만든 것입니다! 셰프님도 그러는데 작은 사모님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랍니다.”

“도련님께서 맛있게 드신 그 쿠키 하나에도 작은 사모님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으셨는지 압니까? 하루 종일 주방에만 틀어박혀 지내시고 허리가 뻐근해도 파스만 붙이며 고통을 참으셨습니다.”

순간 경주는 눈이 파르르 떨려왔고 가슴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었다.

이건 경주가 처음으로 아람이 요리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지난 3년, 천여 일의 시간 동안 아람은 줄곧 이렇게 지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