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무슨 일 있어요?” 이서가 웃으며 말했다.“말씀도 안 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합니까? 흐흐흐.”하이먼 스웨이도 따라 웃었다. 목소리도 다소 진정되었다.[있잖아. 사설탐정 말로는 심씨 가문의 심가은이 내 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 아가씨가 요 며칠 집에 틀어박혀 꼼짝 않고 있대. 탐정들이 DNA 샘플을 채취해야 하는데 말이야. 내가 마음이 급해서… 그래서 말인데 이서는 무슨 방법이라도 있을까?]“심가은이요?” 이서는 왠지 이 이름이 귀에 익었다. 한참을 생각해서야 드디어 기억났다. 이전에 소지엽과 맞선을 본 그 여자…“그분이 엄마 따님이었군요.” 이서는 놀랐다.[아는 사이야?]“아는 사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친구의 친구예요.”이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혹시 가은 씨 모발이나 침 등으로 DNA 검사 의뢰하시려는 거죠?”[맞아, 맞아, 하지만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 손을 쓸 수가 없네.]이서는 잠시 고민한 뒤 말했다.“방법 있어요.”[벌써? 빨리 말해봐.] 하이먼 스웨이는 흥분한 나머지 평소의 차갑고 시크함을 잃었다.“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내가 그녀와 약속 잡을게요. 카페를 찾든 레스토랑을 찾든 사전에 가게의 종업원에게 컵이나 식기 챙겨 놓으라고 하면 되죠.”하이먼 스웨이도 즉시 이 방법에 동의했다.[좋아, 이 방법이 좋아, 이서야, 괜히 너를 귀찮게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아니예요. 엄마.”이서는 바로 말을 이었다.“그럼, 지금 약속 잡을게요.”[그래,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 이서뿐이야. 우리 모녀가 상봉하게 되면 그땐 내가 톡톡히 한 턱 쏠게.]“엄마, 그런 말씀 마세요. 약속 잡고 연락드릴게요.”이서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심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심가은은 한참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엄청 피곤한 목소리였다. 큰 충격을 받았거나.“가은 씨, 나 윤이서인데. 나 기억해… 요?”심가은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다.[응, 무슨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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