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70화

심가은도 이서의 의견이 필요 없었다. 오랫동안 마음에 억눌렸던 감정을 털어놓을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거 맞아. 정말 많이 좋아해.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거든. 비록 다들 그 사람이 사생아라고 가문의 천덕꾸러기라고 얘기해도 난 그래도 그 사람이 너무 좋았어. 맞선 자리에 나온다고 했을 때 얼마나 좋아했는데 글쎄… 그 사람 마음속에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어.]

심가은은 또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계속 말을 아끼던 이서는 심가은이 지친 기색을 표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한잠 푹 자. 아마 내일 자고 일어나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을 거야.”

[정말 그럴까?]

심가은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이서는 계속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가 그곳에서 숨소리가 들려와서야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왜 이렇게 오래 이야기해?”

이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지환은 2층에 올라가 일을 보았는데 글쎄 한시간이 넘도록 이서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실연당했으니 하소연할 곳이 필요했나 봐요.”

전화기 너머에서 심가은의 울부짖음만 들어도 이서는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사랑으로 상처받은 모든 영혼들을 동정했다.

그녀와 지환은 정말 운이 좋은 편이었다. 이 행운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록 지금은 악몽을 꾸지 않지만, 매번 행복하다고 느낄 때마다 귓가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이서, 너 양심이 있긴 한거니?!]

“자기야…”

“응?”

이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그래?”

지환은 이서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이서의 시선을 막아섰다.

“우리 당분간 아파트로 가서 살까?”

“왜 갑자기 이사가요?”

“작은 집에 살면 더 아늑하고…”

그는 이서의 허리를 껴안았다.

“자기야, 아파트 가서 살자. 난 자기와 더 많은 프라이버시를 가지고 싶어.”

이서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녀는 지환이 왜 이사를 하자고 하는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하경철이 여기서 다쳐서 돌아가셨으니 이서에게 안 좋은 기억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