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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이서는 눈썹을 찡그렸다.

‘미친 놈!’

‘윤수정이 생명의 은인이든 아니든 내 어렸을 적 기억이랑 무슨 상관 있다고.’

“그러니까... 어렸을 때 수정이가 네 목숨을 구했으니 지금 걔가 무슨 짓을 하든 무조건 다 봐 준다는 거야? 날 죽이려고 드는데도?”

하은철은 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렸을 때 기억 전혀 없어?”

“어렸을 때? 무슨 일?”

“우리가 납치되었던 일말이야.”

하은철은 십여 년 전 일어난 일을 이서에게 낱낱이 말했다. 그러고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의 얼굴에서 약간의 얼굴 변화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이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기억이 없는데?”

“아마 그 때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부분적인 기억상실증이 생겼을 수도 있어. 그 일 이후 네가 출국했다고 할아버지한테 들었거든...”

이서의 머릿속에 몇 개의 희미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기억의 파편들을 쫓으려 하자 오히려 그 기억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랬어? 전혀 기억이 없는데? 그럼 내가 너 때문에 해외 나간 거야?”

이서가 어렸을 때부터 성지영은 매일 그녀에게 장차 커서 하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고 세뇌시켰다.

해외에 나가는 것도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고,

하씨 집안에 걸 맞는 며느리가 되기 위해서였다.

“너 잘못 기억한 거 아니야...?”

하은철은 잠시 침묵하다가 문득 깨달은 기색을 드러냈다.

“기억 못하는 게 아니고, 해리성 기억상실증도 아니야. 누군가가 너의 기억을 조작한 거야.

네가 출국한 것도 그 납치 사건 때문이거든. 할아버지도 네가 심리상담이 필요할 거라 말씀하셨어.”

“심리 상담?”

이서의 머릿속에 또 일부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

이번에는 또렷했다.

그녀가 대여섯 살 때인 것 같았다.

어느 날 성지영이 그녀를 데리고 의사에게 갔다.

그 때 그녀는 정신과 의사라는 몇 글자를 정확하게 읽어냈다.

성지영은 그런 그녀를 똑똑하다고 칭찬까지 했다.

그때의 성지영은 정말 따뜻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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