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사모님의 경우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은 자가 치유입니다. 지금 약물 치료나 물리 치료를 진행한다면 향후 더 큰 고통이 따를 겁니다.”이상언은 지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지환아, 우리 모두 이서 씨가 빨리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어. 너도 알다시피 마이클 천은 이 분야 최고의 정신과 의사야. 그분은 PTSD 방면에서 최고권의자라고. 이서 씨는 분명히 자가 치유로 완쾌할 수 있을 거야. 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 이런 경우 굳이 약물을 사용할 필요 없어.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겪을 필요 없거든. 친구야, 이서 씨가 빨리 고통 속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너의 마음은 잘 알아. 하지만 지금 이 과정은 이서 씨 스스로 이겨내야 해. 정말 부득이하게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옆에서 이서 씨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데 어쩌면 그게 지금보다 훨씬 괴롭고 힘들 수 있어.”지환은 주먹을 들어 앞에 있는 책상을 쾅 쳤다.그 진동으로 책상 위에 놓인 물컵의 물이 넘쳐흘렀다.마이클 천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겁에 질려 불안한 눈빛으로 이상언을 바라보았다.이상언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나가라고 표시했다.마이클 천은 이때다 싶어 얼른 방문을 나섰다.문이 닫히자 이상언은 지환의 뒤로 가서 말했다.“친구야, 지금 너의 심경을 잘 알겠지만, 나도 친구로서 한 마디 해야겠어. 지금 이서 씨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니가 이성을 잃지 않는 거야. 진정 좀 하고! 난 마이클 천이랑 밥 먹고 올게.”말이 끝나자 이상언도 문을 열고 나갔다.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지환만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로 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하경철, 작은아빠, 정말 대단하다.’‘이렇게 큰 폭탄을 던져주고 돌아가시다니.’‘죽어서도 기어코 이서를 하씨 집안에 들이려고 하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더는 하씨 가문을 봐줄 필요가 없어졌어. 민씨 그룹을 인수한 후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
이서는 눈썹을 찡그렸다.‘미친 놈!’‘윤수정이 생명의 은인이든 아니든 내 어렸을 적 기억이랑 무슨 상관 있다고.’“그러니까... 어렸을 때 수정이가 네 목숨을 구했으니 지금 걔가 무슨 짓을 하든 무조건 다 봐 준다는 거야? 날 죽이려고 드는데도?”하은철은 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렸을 때 기억 전혀 없어?”“어렸을 때? 무슨 일?”“우리가 납치되었던 일말이야.” 하은철은 십여 년 전 일어난 일을 이서에게 낱낱이 말했다. 그러고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이서의 얼굴에서 약간의 얼굴 변화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그러나 그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이서는 고개를 저었다.“아무 기억이 없는데?”“아마 그 때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부분적인 기억상실증이 생겼을 수도 있어. 그 일 이후 네가 출국했다고 할아버지한테 들었거든...”이서의 머릿속에 몇 개의 희미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그런데 기억의 파편들을 쫓으려 하자 오히려 그 기억들이 자취를 감추었다.“그랬어? 전혀 기억이 없는데? 그럼 내가 너 때문에 해외 나간 거야?”이서가 어렸을 때부터 성지영은 매일 그녀에게 장차 커서 하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고 세뇌시켰다.해외에 나가는 것도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고,하씨 집안에 걸 맞는 며느리가 되기 위해서였다.“너 잘못 기억한 거 아니야...?”하은철은 잠시 침묵하다가 문득 깨달은 기색을 드러냈다.“기억 못하는 게 아니고, 해리성 기억상실증도 아니야. 누군가가 너의 기억을 조작한 거야.네가 출국한 것도 그 납치 사건 때문이거든. 할아버지도 네가 심리상담이 필요할 거라 말씀하셨어.”“심리 상담?”이서의 머릿속에 또 일부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이번에는 또렷했다.그녀가 대여섯 살 때인 것 같았다.어느 날 성지영이 그녀를 데리고 의사에게 갔다.그 때 그녀는 정신과 의사라는 몇 글자를 정확하게 읽어냈다.성지영은 그런 그녀를 똑똑하다고 칭찬까지 했다.그때의 성지영은 정말 따뜻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이서는 장황한 표정의 하은철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설마 오늘 민씨 그룹에 대한 내 입장을 알아보려고 여기 온 거야?”‘뭘 그리 우물쭈물한대? 무슨 기업기밀도 아니고.’이서는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생각이 있긴 하지.”하은철은 얼굴에 희색을 띠었다.“그럼 뒤에서 어음 배서를 받아야 할 텐데?”그가 전하고 싶은 말은 그가 이서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입가에서 맴돌던 말은 퇴색되어 뱉고 말았다.이서는 이상한 눈빛으로 하은철을 바라보았다.“물론 민씨 그룹을 인수하려면 틀림없이 은행 대출이 있어야 하긴 하지.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더 말하지 않을게.”...하은철이 나간 후 이서는 회사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민씨를 인수한 일에 대해 이서는 마음에 두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지만 특별히 중시하지는 않고 있다.민씨 그룹을 인수할 지 말지에 관해서는 이서에게 있어 아직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게다가 자신도 없었다.비록 지환한테서 하은철 삼촌이 배서를 해준다는 얘기를 전해 듣긴 했지만, 자신이 이렇게 큰 회사를 인수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그리고 솔직히 요즘 회사를 운용하는 것보다 대본 쓰는 게 훨씬 더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하이먼 스웨이와 얘기를 나눈 후 이서는 영감이 끊이지 않았다.요 며칠, 그녀는 이미 만 자에 가까운 대본을 써냈다. 하이먼 스웨이가 최근 심가은 일로 바쁜 게 아니었다면 이서는 벌써 찾아가 대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조언을 구했을 것이다.‘어휴.’‘엄마의 친딸 찾기는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이서는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야 회사를 나왔다.사무실 입구를 나와서야 심소희가 아직 가지 않았음을 발견하였다.“소희야, 아직 퇴근 안했어?”심소희는 고개를 들었다.“하 던 일 끝내고 가려고요. 곧 끝나가요.”책상 앞에서 바삐 움직이는 심소희를 보며 안 본
‘타이밍이 이렇게 아쉽다니?’’그녀는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심소희를 보았다.임현태를 보는 순간 심소희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소희야, 미안해, 내가...”“언니, 남편 분이 임현태 씨에게 픽업해 오라고 부탁했나 봐요. 역시 언니 집에 가는 건 눈치 없는 짓인 거 같아요.”차에 타고 있던 임현태가 차에서 내렸다.“아가씨, 소희 씨...”심소희는 태연자약하게 임현태와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임현태의 안색이 더욱 부자연스러워졌다.“저는... 사장님께서 아가씨 모셔오라고 하셔서...”심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언니, 내 말이 맞죠? 그럼 방해꾼은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이서는 심소희에게 같이 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괜히 또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있으면 서로 어색해질까 봐 걱정했다.결국은 임현태가 나서서 심소희를 불러 세웠다.“소희 씨, 데려다 줄게요. 같이 가요.”이서는 심소희를 보았다.심소희는 망설이는 눈치였다. 제자리에 서서 꼼짝 않고 있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네, 감사합니다.”셋이서 같이 차에 탔다.차에서 이서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애썼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은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이서는 심소희가 가장 좋아하는 가십으로 화제를 전환했다.“소희야, 연예계에 요즘 무슨 재밌는 거 없니?”심소희는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얘기를 꺼내자 말문을 열었다.“연예계에 요즘 이렇다 할 빅 뉴스는 없는데... 그러고 보니 언니 관련 찌라시는 하나 있어요.”“나? 내 찌라시가 있다고?” 이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언니가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요. 요즘 인터넷에 하 대표님이 민씨 그룹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하은철?”“네.”“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이서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내 얘기 계속 들어봐요, 네티즌들은 하은철이 민씨 그룹을 인수하는 목적이 윤수정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거라고 하던데... 언니, 웃기지 않아요?”돈이 남아 도는 것도 아니고
이서가 가고 차안에서 침묵이 흘렀다. 임현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소희 씨...”“임현태 씨, 먼저 내 말 먼저 들어요.”심소희는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지난번 일은 내 잘못이에요. 그때 화 내지 말았어야 했어요.당신도 좋은 마음으로 나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한 건데... 정말 미안해요.”임현태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은 아무 말없이 묵묵히 앉아 있었다. 곧 심소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 방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요?”임현태는 입술을 벌린 뒤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별거 아니에요.”지금 임현태의 머리는 뒤죽박죽이 되었다.“그럼 우리 계속 친구 할 수 있을까요?” 심소희가 물었다.임현태는 심소희의 웃음기를 띤 눈을 뒤돌아보면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럼요. 당연하죠.”“그럼 됐어요.” 심소희가 말을 이었다.“그럼 그동안의 일은 없었던 걸로 칩시다?”“좋아요.”“그래요.” 심소희의 말투가 훨씬 가벼워졌다.“우리 갑시다.”임현태는 고개를 돌려 운전대를 꽉 잡았다. 마음속으로는 만감이 교차했다.뒷좌석에 앉은 심소희도 드디어 꽉 쥔 주먹을 놓으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그녀는 해냈다.비록 임현태와 연인으로 함께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친구로 지낼 수 있으니.이정도로도 이미 충분했다.각자 걱정거리를 품고 있는 두 사람은 오고 가는 차량들 속에서 묵묵히 달리고 있다.어둠 아래에 부드러운 빛이 그들의 얼굴에 비쳤다....집에 먼저 도착한 이서는 심소희가 걱정되어 바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메시지를 보내고서야 문을 열었다.문을 여는 순간, 이서는 자신이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방 안의 배치가 다 바뀌었다. 이전의 심플하고 세련된 느낌에서 따뜻하고 포근한 컨셉으로.게다가 발코니에는 작은 정원까지 꾸며져 있었다.일반 가정집이 아닌 기분 전환하러 온 예쁜 펜션처럼 느껴졌다.“당신이 바꿨어요?” 이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환은 그녀를 끌고 방안으로
“자기야.”지환은 이서의 귓가에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백했다.“나 이제 당신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어. 그러니까, 절대로 나 떠나면 안 돼. 알겠어?”이서는 어이가 없었다.“내가 당신을 왜 떠나요?”지환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이서의 귓불을 어루만졌다.“자기가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지. 다만 내가 얼마나 당신을 의지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이서는 고개를 들어 지환을 보았다.“지환 씨, 갑자기 왜 그래요?”어쩐지 그녀가 곧 떠날 것처럼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아니야.” 지환은 고개를 숙이고 이서의 이마를 받쳤다.“자기야, 배고프지?”“괜찮은데...”“나 배고파.”그는 이서의 앙증맞은 귓불을 깨물며 말했다.“내 배 먼저 채우고 자기 밥 챙겨 줄게.”...심씨 본가.기다림에 한계를 느낀 하이먼 스웨이는 수행 비서의 도움으로 심근영과 연락이 닿았다. 찾아온 뜻을 밝히자 심근영의 안색이 굳어졌다.“스웨이 여사님은 세계적인 탑 작가입니다. 우리 가족도 당신의 작품을 정말 좋아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정사를 마음대로 작가님의 이야기 소재처럼 생각하시는 거에 대해서는 유감입니다.”“가은이는 확실히 제 딸 맞습니다. 믿기 어려우시다면 이 검사 결과지 보시죠.”하이먼 스웨이는 이틀 전에 전달받은 확인 결과서를 심근영에게 건네주었다.심근영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여사님, 가은이는 제 친딸입니다. 아버지로서 모를 리가 없잖습니까?”사실 하이먼 스웨이도 사설탐정으로부터 심가은이 자신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상하게 생각했다.심가은의 신분이 매우 심플했기 때문이었다.그냥 심근영과 아내의 딸이었다.밖에서 데려온 애가 아닌.게다가 심근영은 슬하에 아들과 딸도 있어 굳이 고아원에 아이를 한 명 더 입양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사실이 이런 걸 그녀도 궁금하고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하이먼 스웨이는 마음속 생각을 털어버리고 우아하게 사설 탐정이 그녀에게 보내준 입양 서류를 꺼냈다.“이건 사모님이 서명한 입
심가은의 실물을 본 순간 하이먼 스웨이는 기대했던 마음이 한 풀 꺾였다. 마음의 불씨가 꺼진 것처럼.이상했다.오랜 기간 떨어져 있던 딸을 만나는 자리이니 감격스러워야 할 텐데.그러나...심가은의 발걸음이 가까워지면서 하이먼 스웨이는 친근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거부감을 느꼈다.그녀는 가슴을 누르고, 이런 감정이 확실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당황한 심경으로 귀결시켰다.“엄마, 아빠, 무슨 일이에요?” 심가은은 옆에 있는 하이먼 스웨이를 눈치채지 못했다.병원에서의 만남이 신경 쓰였는지 바로 물었다.“어디 편찮으세요?” 심가은은 긴장하고 불안한 듯했다.“아니다.” 심근영은 심가은의 어깨를 두드렸다.“여사님이 네가 그분 딸이라고 하시는데, 우리가 아무리 얘기해도 믿질 않으셔서 너를 불러서 친자 확인해보려고... 괜찮지?”심가은은 그제야 하이먼 스웨이를 알아보았다.그녀는 웃으며 하이먼 스웨이에게 가볍게 목인사를 했다.국제적으로 유명한 작가인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여사님, 제가 비록 당신 딸은 아니지만, 여사님께서 친자 확인을 하길 원하시면 협조하겠습니다.”하이먼 스웨이는 얌전하고 철이 든 심가은을 바라보며 아까와는 다르게 믓한 미소를 지었다.“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그럼 시작하죠.”심근영이 입구 쪽을 비켜서며 말했다.“여사님 들어가셔서 샘플 채취하죠. 가은아 들어가.”“잠깐만요.” 하이먼 스웨이가 급히 말을 이었다.“저와 가은이는 이미 친자 확인을 했으니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되신다면 세 분이 하시는 건 어떨까요? 그럼 더 확실하지 않을까요?”심근영은 하이먼 스웨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네, 그럼 그렇게 하죠. 저희 다녀오겠습니다. 기다리세요.”“네. 감사합니다.”하이먼 스웨이가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마음은 다시 한껏 긴장한 상태였다.사실 심근영과 이지숙이 단호하게 부인하고 나서자 그녀는 속으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현대 의술의 발달로 DNA 감식 기술도 이미 상당히 성숙
하이먼 스웨이의 딸은 대여섯 살 때 실종되었다.그들의 딸이 대여섯 살 때 바뀌었다면 모를 리가 없다.이지숙의 얘기에 스웨이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이지숙과 심근영의 태도가 너무 확고했다.‘만약 두 사람이 심가은의 친부모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순순히 친자확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설마 또 헛다리 짚은 건가?’바로 이때 의사가 굳은 얼굴로 걸어 나왔다.“대표님.”“어때요?”심근영이 웃으며 말했다.“결과를 스웨이 여사님께 보여드려.”의사는 머뭇거리며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심근영도 뭔가 심상찮음을 깨닫고 물었다. “왜 그런가?”의사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검사 결과 아가씨... 아가씨는 대표님 딸이 아닙니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그럴 리가요?! 말도 안 돼요, 나 아빠 딸이에요.”심가은은 절박하게 말했다.“분명히 검사가 잘못됐을 거예요.”심근영도 화가 나서 검사 결과지를 빼앗아서 훑어보았다. 순간 그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그는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이지숙을 바라보았다.이지숙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여보, 왜 그래요? 그렇게 쳐다보지만 말고, 말씀 좀 해 보세요.”“가은... 가은이가 우리 딸이 아니야...”이지숙은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요.”하이먼 스웨이는 심근영의 손에 든 결과서를 가져와 확인하였다. 거기에는 심가은은 심근영 및 이지숙과 아무 혈연관계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그녀는 멘붕 상태의 세 사람을 바라보며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묵묵히 지켜보는 거 말고는.“아니야!” 심가은은 갑자기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이먼 스웨이를 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틀림없이 당신이 의사에게 뒷돈 주고 가짜 감정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준 거야. 아빠, 엄마, 절대 속지 마요.”하이먼 스웨이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꺼져, 이 미친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