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641 - 챕터 650

1398 챕터

제641화

집에 도착한 이서는 그제야 앉아서 지환의 얼굴에 어떻게 상처가 났는지 물어봤다.“싸웠어.”“누구랑요?” 이서가 긴장해서 물었다.지환은 웃으며 이서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별일 아니야. 긴장하지 마. 회사 동료랑.”“왜 당신을 때렸대요?” 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환 씨의 동료들이 이렇게 막무가내라니.’“프로젝트 건으로 오해가 생겨서…… 다들 혈기 왕성한 나이이다 보니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도 정상이지 뭐.”“예전에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이서는 들을수록 미간을 찌푸렸다.“요즘 프로젝트가 잘 안 풀리니까 다들 마음이 조급해지고 예민해져서 그래.”“안 되겠어요.”이서는 너무 위험하다고 느꼈다.“지환 씨, 빨리 이 일을 그만두는 것이 좋겠어요. 지금 보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듯해요. 얼마 전에는 회사 대표 때문에 혼인 신고를 했지, 이번에는 이렇게 쌈박질도 하고……. 회사 그만 나가요.”이건 너무 말도 안 되었다.“그래. 알았어.” 지환은 이서의 부탁이라면 뭐든 다 들어줄 수 있다.“그런데 자기야,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을까?”“뭘 기다려요?”“이 프로젝트를 다 끝내고 나서…….”그는 현재 민씨 그룹의 모든 자원을 통합하고 있다. 통합 마치면 민씨 그룹을 이서에 넘길 예정이다.그때가 되면 민씨 그룹의 자원을 빌어 계속 H 국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민씨 그룹은 하씨 그룹만 못하지만, 그는 더 이상 하씨 집안과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이서는 잠시 침묵하며 말했다.“응, 잘 생각해 봐요. 돈 걱정은 하지 말고.”“알았어.”지환은 이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얼른 가서 쉬어. 이틀 뒤면 또 바쁠 텐데, 지금이라도 잘 쉬어 둬야지.”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하씨 집안에 사람은 많지만, 하경철에게 아들은 하도훈 하나뿐이다.하도훈 또한 하은철 하나밖에 없다.따라서 가까이서 일을 도울 사람은 별로 없다.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웠더니 피곤했는지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지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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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고급 와인 바지환이 막 들어가자 매니저인 듯한 남자가 다가와 열정적으로 물었다.“혹시 하도훈 사장님 만나러 오셨습니까?”지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으로 오세요.지환은 매니저를 따라 룸에 들어갔다. 룸에서 차와 와인을 시음하는 하도훈을 보았다.하도훈은 지환을 보자마자 곧 일어섰다.“왔어?”지환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하도훈이 손을 흔들자 매니저가 나갔다. 그제야 입을 열었다.“너 신분 밝히는 걸 원치 않잖아. 그래서 일부러 여기 골랐다. 괜찮지?”지환은 앉으며 말했다.“형님, 저랑 수다 떨려고 보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하도훈은 호통하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역시 똑똑한 사람이랑 놀아야 한다니까. 나도 뜸 들이지 않고 직설적으로 얘기할게. 이틀 뒤면 아버지 하관식인데, 올 수 있겠어?”지환은 동작을 멈칫했다.“아직 잘 모르겠어요. 스케줄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지환아…….”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난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결코 화해했다고 생각 안 해. 아마도 네가 H 국에 오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우리 두 집안은 쭉 연락하지 않고 지냈겠지. 하지만 지환아,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우리 세대에는 원한이 없잖아.이제 아버지도 가셨으니 윗 세대의 원한을 내려놓고 잘 지내보는 건 어때?큰아버지한테는 내가 이미 전화해서 물어봤어.아직도 예전의 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계신 듯하더라. 하관식에 못 온다구나.뭐…… 이해 못할 바는 아니야.하지만 네가 국내에 있으면서도 참석하지 않으면 괜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까 봐…….”지환은 몸을 뒤로 기대고 하도훈에게 시선을 돌렸다.“형님, 죄송하지만 지금 어떤 확답도 드릴 수 없습니다.”하도훈은 한숨을 쉬었다.“지환아, 도대체 뭔 일인지 나에게 말해줄 수 있겠니? 너랑 은철이 좋았잖아?그런데 어쩌다 갑자기 이렇게 된 거야?”지환은 고개를 숙이고 일어섰다.“스케줄이 확정되면 말씀드릴게요.”하도훈이 일어나기도 전에 지환은 이미 자리를 떴다.지환의 차가운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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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주경모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평소에 덜렁대던 도련님이 맞고 나니 정신 차린 건가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예민하지?’“도련님…….”하은철의 따져 묻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주경모는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때 병실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울렸다.“오빠, 어떻게 된 거야? 대체 누가 그랬어?”울면서 그의 품에 달려드는 윤수정을 보며 하은철은 머리가 아픈 듯 주경모를 쳐다보았다.주경모는 이 기회를 틈타 얼른 말을 돌렸다.“도련님, 아가씨가 오셨으니 저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벨을 누르세요.”하은철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주경모는 슬쩍 먼저 빠져나갔다.주경모가 나가자, 윤수정은 더욱 거리낌 없이 하은철을 껴안았다.“오빠, 대체 누가 짓이야?!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팰 수 있지?”“지금이 어떤 세상인데…….”하은철은 짜증스럽게 윤수정을 밀어냈다.“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우리 앞으로 그냥 친구 하자고.”하은철의 말에 윤수정은 곧 울음을 터뜨렸다.“오빠, 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혹시 내가 정말 잘못한 거 있어? 알려줘, 내가 꼭 고칠게!”하은철은 귀를 막고 싶었다. 윤수정의 징징거리는 울음소리가 이렇게 듣기 거북한지 전에는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네 잘못 아니야. 다만 나, 더 이상 할아버지를 실망시켜드릴 수 없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내가 이서와 함께하는 걸 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라고 하셨어. 나 이제 할아버지의 그 한을 풀어 드릴거야. 적어도 하늘 나라에서는 우리가 함께 있는 것을 보게 해드리려고.”“그게 아니라 설마…….”윤수정은 억지로 뒤의 말을 뱃속에 삼켰다. 하은철은 할아버지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다.“오빠, 이서 언니가 오빠한테 뭔 말했어?”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자신을 불쌍하게 보이려고.하은철은 불편한듯 미간을 찌푸렸다.예전에 윤수정이 이렇게 말해도 그는 전혀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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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즉 하은철은 자신을 구한 생명의 은인을 그녀로 잘고 잘해 준 것이다. 일단…….윤수정은 진실이 밝혀진 뒷일은 상상조차 하기 끔찍했다. 그는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하은철을 바라보았다.이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는 절대로 그날의 진실을 밝힐 수 없다.그녀는 눈을 꾹 눌렀다.“……그러니까, 나와 함께하고, 나에게 잘해 주고……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오빠를 구했기 때문이야?”하은철은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았다.“응.”윤수정은 더욱 슬프게 울었다.“알았어. 그럼…… 두 사람이 행복하길 바랄게.”말하면서 그녀는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가려고 했다.하은철은 바삐 그녀를 불렀다.“잠깐만, 수정아, 어디 가?”“나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야?!” 윤수정은 코를 훌쩍거렸다.“내 삶의 의미가 없어졌어……. 죽고 싶어!”윤수정의 폭탄 발언에 하은철은 얼른 병상에서 뛰어내려 그녀를 붙잡았다.“지금 무슨 얘기하는 거야?”윤수정은 하은철의 팔을 뿌리치며 울면서 말했다.“오빠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뭔 상관이야?! 내가 죽던 말던 신경 쓰지 마!”하은철은 죽겠다는 윤수정을 보고 차마 가만 있을 수만 없었다.어쨌든 그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니, 혹시라도 그녀가 정말 죽게 되면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을 것이다.자신의 고육지책에 하은철이 반응을 보이자, 윤수정은 더욱 안간힘을 썼다.“놔, 오빠, 오빠 없는 나날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죽게 둬!”윤수정은 격렬하게 발버둥쳤다. 하은철은 어쩔 수 없이 윤수정의 허리를 안아 진정시켰다.“진정해, 누구 때문에 살고 못 살고 그런 건 없어!”윤수정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오빠는 전혀 모를 거야. 오빠가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오빠 없으면 난 도저히 살아갈 자신이 없어!”하은철은 윤수정과의 실랑이에 기가 다 빠졌다. 그는 한발자국 물러섰다.“일단 진정해. 내가 지금 당장 이서와 결혼한다는 건 아니잖아. 할아버지 돌아가신 지 얼마되지도 않았어. 하씨 집안 장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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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이튿날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이서는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지환에게 허리를 잡혀 꼼짝할 수 없었다.한편 그녀의 사소한 움직임에 지환이 잠에서 깼다.“왜 이렇게 일찍 깼어?” 지환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잊었어요? 나 오늘 하씨 본가에 가야 해요.”지환의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그는 이서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안았다.“응, 생각났어. 좀만 더 있자. 이제 겨우 6시 좀 넘었잖아. 좀 더 자자.”말하면서 지환은 다리를 들어 이서의 허벅지를 눌렀다.이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당신은 내가 거기 안 갔으면 하죠?”“아니야.” 지환은 이서의 목덜미에 머리를 파묻고 문질렀다. 마치 앙탈부리는 고양이처럼.이서의 마음도 삽시간에 약해졌다.“알았어요, 좀 더 있을 게요.”지환의 입가에 웃음이 어렸다.이서는 갑자기 목덜미 뒤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는 걸 느꼈다.그리고 그의 큰 손도 그녀의 허리에서 점차 위로 더듬으며 올라갔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지환 씨, 스톱! 잠깐만요……. 손 좀…….”지환은 억울한 듯 투정했다.“내가 뭐 어쨌다고?”그의 말투에 이서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를 밀어냈다.“장난 그만 해요. 조금 있다가 나가야 한단 말이에요.”“그럼 최대한 빨리 할게.”이서는 얼굴을 붉혔다.“당신 말의 신뢰도가 몇 점이나 될까요?”지환은 웃으며 이서의 잠옷 깃을 입으로 물었다.“그럼 확인해보면 되지?”말과 다르게 몸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이서도 결국 지환의 성화에 못 이겨 그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이서가 외출할 때는 이미 9시가 넘는 시간이었다.다행히 임현태의 운전 솜씨는 뛰어나 주말이지만 시간을 별로 지체하지 않았다.가는 길 내내 임현태는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마치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 듯.이서는 농담 반 진담반으로 물었다.“현태 씨, 혹시 뭔 일 있어요? 사랑싸움 중인가요?”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그런 일 때문에…….”“정말 아니에요?” 이서는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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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아가씨.”“은철 씨 입원했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에요?”주경모는 가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서의 표정을 보며 떠보듯 물었다.“모르셨어요?”이서는 주경모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네? 제가…… 알아야 하는 건가요?”“아…… 그런 뜻이 아니라 온 북성시에 도련님이 입원하셨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아가씨만 모르시는 것 같아 저도 좀 의아한 것뿐입니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음 추스린다고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주경모는 이서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평생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이서 또한 어렸을 때부터 지켜본 터라 이서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거짓말에 능한 아이는 아니다.그날 밤에 일어난 일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주경모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두 사람은 어느덧 하경철의 관 앞에 도착했다.주경모는 문득 하경철의 죽음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다.“제가 뭐 하면 될까요?”“하관식의 장소, 시간 등은 이미 풍수사 선생님께 여쭤 보고 모두 준비해 두었습니다.다만 요 며칠 도련님이 병원에 계셔서 집안일을 돌볼 겨를이 없었습니다.모래가 하관식인데 아직 식당과 메뉴를 정하지 못했습니다.”보통 이런 일들은 집안의 여자 주인이 나서서 하기 마련이다.그러나 하도훈의 아내는 일찍이 이혼하고 해외로 나갔다.전 시아버지인 하경철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듣고도 애도의 문자 달랑 한 통 보낸 게 전부였다.게다가 하은철은 아직 미혼이다.어쨌든 집에는 안주인이 있으면 한다.“저에게 맡겨요. 제가 할 게요.”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서 차량 소리가 들려왔다.곧 하은철이 지팡이를 짚고 절룩거리며 들어왔다.“왔어?” 그는 애써 눈가의 기쁨을 감추려 했지만 살짝 치켜든 입꼬리가 그를 마음을 들키게 만들었다.이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하은철을 바라보았다.“다리가 왜 그래?”“괜찮아. 거의 다 나았어.”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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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이서는 하은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얼굴 상처는……?”‘왜 지환 씨 상처랑 똑 같은 거 같지?’상처 크기가 아니라 다친 상태가.‘둘 다 맞아서 그런가?’그러고 보니 지환과 하은철이 동시에 맞은 것은 정말 공교롭다.“왜, 왜?”이서가 갑자기 이렇게 가까이 오자, 하은철은 어쩔 바를 몰랐다.이전에는 늘 색안경을 끼고 이서를 보았기에 이서에 대해 별 느낌이 없었다. 물론 그 뒤 몇 번은 그녀의 미모에 조금 놀란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반응이 크지는 않았다.예쁘고 맑은 눈은 마치 샘물 같다.이목구비도 뛰어나게 예쁘건 아니지만, 선이 완만하다 보니 부드럽고 우아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심지어 보면 볼수록 빠져들 만큼 아름다웠다.왠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이때 이서가 뒤로 크게 물러서며,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하은철을 바라보았다.“왜 그래? 갑자기 얼굴이 왜 빨개져?”하은철은 어색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얼굴을 돌렸다.“어…… 그게……그냥 좀 덥네.”이서는 하은철을 바보처럼 바라보았다.‘벌써 늦가을인데 덥긴 뭐가 더워?’“도련님.”그 사이 주경모는 메뉴 리스트를 가져왔다.“이건 식사 관련 메뉴입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메뉴는 모두 3가지로 분류했다하나는 하씨 가문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고,또 하나는 조문객 접대용이고, 마지막 하나는 직원과 집안 직원을 위한 것이었다.하은철은 이서에게 메뉴를 건넸다.“이서야, 부탁해, 난 봐도 잘 모르겠다.”메뉴 리스트를 받아 든 이서는 그 자리에 서서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하은철은 슬그머니 주경모의 곁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어 얘기했다.“이서에게 과일 좀 준비해 주세요.”하은철의 변화에 주경모는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도련님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네.’“네, 지금 바로…….”“쉿!” 하은철은 메뉴 리스트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는 이서를 다시 한번 슬쩍 보고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얼른요.”주경모는 재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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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응.” 하은철은 왠지 모르게 갑자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미안, 요 며칠 병원에만 있다 보니 아무 일도 하지 못했어.”이서는 놀란 표정으로 하은철을 바라보았다.“왜?”“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네 입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니 신기하고 어색해서.”이서는 다시 되물었다.“맞다, 네 작은아빠도 그날 오신대?”하은철은 침묵했다.이서는 의아했다.“안 와?”‘설마? 할아버지 하관식에도 안 온다고?’“아니, 아직 확실하지 않대.”“아무리 바빠도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는 참석해야지.”하은철은 조급한 듯 일어섰다.“넌 몰라. 우리…… 우리 관계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이서는 눈을 깜박거렸다.그녀는 확실히 잘 모른다.하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분의 하관식만큼 중요한 건 없다.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하관식에는 와야지.“사실, 내 얼굴에 상처도 바로 작은아빠한테 맞아서 생긴 거야.”이 말을 갑자기 왜 내뱉었는지 모른다. 다만 말을 뱉은 하은철은 본인 스스로도 어리둥절했다.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속에 꼭 담아두는 스타일이었다. 정말 막막하고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답답할 때는 지환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그런데 지환과 한바탕 싸웠으니 앞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답답했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서에게 터놓고 말할 줄은 몰랐다.느낌이 이상했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에게 털어놓는 것 같았다.사실, 따지고 보면, 그와 이서도 친구 사이는 맞다.다만, 그의 편집증 때문에…….하은철은 생각할수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이서는 오히려 좀 의아해했다.“네 말인즉슨 네 몸에 있는 상처는 네 작은아빠의 작품이라는 거지?”‘이건 좀 심했는데?’‘그래도 내 속은 후련하네.’“음.”새로운 소울 메이트를 찾았다고 생각한 하은철은 고통스럽다는 듯 이마에 손을 올렸다.“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한바탕 두들겨 맞았어. 자기의 소중한 걸 빼앗긴 사람처럼. 그런데, 난 그런 적 없거든!”하은철은 억울했다.“잘 생각해봐,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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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이서는 문 밖으로 나와서야 전화를 받았다.“집에 들어갔어요?”[음.]이서는 뒤를 한 번 보았다.“나도 방금 도착했어요.”[여보.]“응?”[보고 싶어.]이서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일찍 들어갈 거예요.”[정말? 당신이 얘기한 거다.]지환의 목소리가 단번에 숙연해졌다. [본인 입으로 얘기해놓고 번복하면 안 돼.]이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아, 무서운데요? 왜 돌아가면 다시는 못 나올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까요?”[자기야, 나 무서워…….]“뭐가요?” 이서는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지환이 무섭다는 말을 한 건 처음인 듯했다.지환은 잠시 침묵하다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여보, 집에 오는 길 기억하지?]“그럼요.”이서의 얼굴에 웃음기가 옅어졌다. 그는 지환이 틀림없이 무엇을 알았을 것이라고 느꼈다.“걱정 마요, 일이 끝나는 대로 갈게요, 나도 당신이 보고 싶어요.”수화기 너머에서 지환은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두 사람은 조용히 휴대전화를 들고 서로의 호흡을 들으며 서로의 존재를 느꼈다.한참이 지나서야 이서는 몸을 곧게 펴고 거실에서 궁금한지 두리번거리는 하은철을 보았다. 그녀는 아쉬워하며 말했다.“나 가봐야 해요. 당신도 몸 잘 챙겨요.”수화기 너머에서 지환의 ‘응’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서는 아쉬워하며 전화를 끊었다잠시 후 그녀는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하은철은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있었다.이서가 아무리 불러도 미동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하은철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시선은 멍해 있었다. 마치 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이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갑자기 바보라도 되었나?’하은철은 이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버벅거리며 말했다.“그…… 하…… 지환…….”인내심을 갖고 한참이나 기다리던 이서는 하은철이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걸 보고 귀찮은 듯 말했다.“네 모습을 보니 괜찮은 것 같네. 그럼 난 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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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아저씨, 혹시 뭐 아시는 거 있어요?”주경모는 얼른 하은철의 눈을 피했다.“아…… 아니…… 모릅니다.”“분명히 뭔가 있는데?!”“빨리 얘기해 줘요!”주경모는 어쩔 수 없었다.“도련님,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름만 같은 거 아닐까요?”“동명이인?”“네.” 자신의 팔을 잡은 하은철의 힘이 다소 느슨해진 걸 느낀 주경모는 계속 말했다.“도련님, 지금은 어르신 하관식에 전념해야 합니다. 지금 뭐니뭐니 해도 어르신 하관식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하은철도 주경모의 말에 100% 수긍했다.“하관식 끝나고 다시 물어봐야겠어요.”주경모는 뭔가 얘기하려다 멈추었다.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마친 뒤 다시 말을 꺼냈다.“도련님, 어쩌면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습니다.”“네?” 하은철은 의아한 눈빛으로 주경모를 보았다.“이서랑 삼촌이랑 정말 알고 있다고 해도…… 별 일 아니잖아요.”그는 겉으로는 이렇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불안하기 그지없었다.왠지 모르게 누군가에게 한 방 제대로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삼촌과 이서가 어떤 관계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삼촌이…… 삼촌이 설마…….’솔직히 말해 이서 남편은 전혀 두렵지 않다.가장 염려되는 건 삼촌도 이서를 좋아할까 봐였다.하은철이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주경모는 그의 의심을 무마시킬 멘트를 생각해 두었다.“어차피 아가씨 일이잖습니까, 꼬치꼬치 캐물으면 아가씨가 싫어할 겁니다.”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게다가 지금 이서에게 따져 물어볼 입장도 아니었다.“이서는요?”주경모는 1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반응했다.“아가씨는 지금 서재에서 손님 명단을 정리 중입니다.”“저도 가볼게요.”하은철은 지팡이를 짚고 서재로 향했다.이서는 이미 손님의 좌석을 다 배정했다. 하은철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리스트를 그에게 건네 주었다.“봐봐, 괜찮은지?”리스트를 받은 하은철은 명단이 아닌 이서를 곁눈질로 훑어보았다.이서는 눈치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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