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하은철은 왠지 모르게 갑자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미안, 요 며칠 병원에만 있다 보니 아무 일도 하지 못했어.”이서는 놀란 표정으로 하은철을 바라보았다.“왜?”“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네 입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니 신기하고 어색해서.”이서는 다시 되물었다.“맞다, 네 작은아빠도 그날 오신대?”하은철은 침묵했다.이서는 의아했다.“안 와?”‘설마? 할아버지 하관식에도 안 온다고?’“아니, 아직 확실하지 않대.”“아무리 바빠도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는 참석해야지.”하은철은 조급한 듯 일어섰다.“넌 몰라. 우리…… 우리 관계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이서는 눈을 깜박거렸다.그녀는 확실히 잘 모른다.하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분의 하관식만큼 중요한 건 없다.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하관식에는 와야지.“사실, 내 얼굴에 상처도 바로 작은아빠한테 맞아서 생긴 거야.”이 말을 갑자기 왜 내뱉었는지 모른다. 다만 말을 뱉은 하은철은 본인 스스로도 어리둥절했다.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속에 꼭 담아두는 스타일이었다. 정말 막막하고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답답할 때는 지환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그런데 지환과 한바탕 싸웠으니 앞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답답했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서에게 터놓고 말할 줄은 몰랐다.느낌이 이상했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에게 털어놓는 것 같았다.사실, 따지고 보면, 그와 이서도 친구 사이는 맞다.다만, 그의 편집증 때문에…….하은철은 생각할수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이서는 오히려 좀 의아해했다.“네 말인즉슨 네 몸에 있는 상처는 네 작은아빠의 작품이라는 거지?”‘이건 좀 심했는데?’‘그래도 내 속은 후련하네.’“음.”새로운 소울 메이트를 찾았다고 생각한 하은철은 고통스럽다는 듯 이마에 손을 올렸다.“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한바탕 두들겨 맞았어. 자기의 소중한 걸 빼앗긴 사람처럼. 그런데, 난 그런 적 없거든!”하은철은 억울했다.“잘 생각해봐,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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