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631 - Chapter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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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다음날.이천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몇 명의 청소 아주머니에게 붙잡혔다.“이 비서님!”“무슨 일이에요?” 걸음을 멈춘 이천은 청소 아주머니 손에 들고 있는 청소 도구를 보고 갸우뚱하며 입을 뗐다.“아직 청소 못다 끝냈나요?”“대표님이 안에 계셔서…… 못 들어갔어요.”“대표님 안에 계세요?!” 이천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자신의 귀를 심각하게 의심했다.이런 상황은 예전에 M 국에 있을 때 자주 있었다.그러나 결혼한 이후 거의 없었다.다 같이 야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네, 1층 경비원이 그러던데, 대표님이 어제저녁에 들어와서는 여기서 하룻밤을 묵었다고 해요. 게다가 어디서 싸웠는지 얼굴에 생채기가 나 있다고 하더라고요…….”이천은 듣자마자 갑자기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설마…… 또 사모님과 싸우셨나?’이천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지환을 보았다.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확인해 보니 지환의 얼굴에는 확실히 여러 긁힌 자국과 찰과상이 있었다. 하지만 여자가 낸 상처로 보이지는 않았다.“나가!” 지환의 갑작스러운 소리에 이천은 깜짝 놀랐다.“대표님…… 괜찮으세요?”자리에서 일어난 지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천을 바라보았다.이천은 목을 움츠렸다. 지환이 왜 갑자기 화냈는지 영문도 모른 채.이서에게 일어난 일을 떠올리며 이천은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사모님 때문인가요? 대표님, 안심하세요. 사모님처럼 긍정적인 사람은 꼭 잘…….”지환의 차가운 시선을 느낀 이천은 뒷말을 흐렸다. 그러고는 얼른 물러나 이상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의사이자 지환의 베프인 이상언에게 연락을 취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이상언도 지환이 다쳤다는 연락을 받고 의아했다.하지만 곧 구급함을 챙겨서 YS 그룹 본부로 달려왔다.이상언이 등장한 걸 본 지환은 곧 이천을 째려보았다.이천은 못 본 척 딴청을 피웠다.이상언도 지환의 눈에 비친 거부의사를 못 본 척하면서 이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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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그는 돌연 고개를 들었다.“설마 이서 씨 너와 이혼하고…… 하은철과 결혼하겠다고 한 건 아니지?”지환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아니야, 이서는 어떻게든 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어. 나와 헤어질 생각은 하지 않을 거야.”“그럼, 뭐가 걱정인데?”이서가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지환은 자세를 바로잡고 앉아 이상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서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뼛속까지 스며들었다.“그러는 이서 마음은 오죽하겠어?”이상언도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래, 이서가 지금 지환과 함께 있다고 해도, 그녀 마음속의 가시를 제거하지 못하는 한, 마음속 깊은 곳은 항상 괴로울 것이다.’“이미 M 국 최고의 정신과 의료진을 섭외해 놓았어. 곧 H 국에 들어올 거야.” 이상언은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할지 몰라 의료진이 곧 올 거란 얘기를 전했다.“고마워.”“고맙긴, 우리 사이에? 낯간지럽다, 하지 마.”이상언은 지환을 도와 상처 처리를 마쳤다.“이서 씨에게 어떻게 말할지 생각해 놨어? 온몸에 상처투성인 채로 이서 씨 만나러 갈 수는 없잖아?”“이미 생각해 놓았어.”“그럼 나 먼저 간다.” 이상언은 마음이 안 놓이는지 지환을 다시 한번 살펴 보고야 떠났다.또한 가기 전에 특별히 이천에게 지금은 지환을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당부했다.이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정말 사모님과 싸운 건가요?”“그런 건 아닌데, 싸운 것보다 더 골이 아픕니다. 조심하세요.”말을 마치고 이상언은 떠났다. 무슨 상황인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한 이천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이때 사무실에 있던 지환이 마음을 가다듬고 이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서는 전화가 울리자마자 바로 받았다.[지환 씨, 왜 내 전화 안 받았어요?]잠에서 깬 이서는 지환이 밤새 집에 돌아오지 않은 걸 발견하고 그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메시지를 남겼었다.그러나 곧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감감무소식이라 이서는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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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이서는 전화를 끊고 임하나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이서야, 하하하하, 웃겨 죽겠다. 아까 내가 병원에 엄마 보러 갔다가 누굴 만났는 줄 아니? 하하하하, 하은철! 온몸에 붕대를 꽁꽁 감은 게 난 또 미이라 인줄. 병원 간호사 얘기로는 하씨 집안 어른에게 맞은 거래.] [하하하, 정말 세상은 공평하다니까.][어느 분인지는 몰라도 참말로 현명하신 분이네.]이서는 문자를 확인하고 답장은 하지 않았다.할아버지가 대신 총알을 막아서인지 몰라도 비록 여전히 하씨 집안과 하은철도 좋아하지 않지만, 하은철은 할아버지의 손자여서 그런지 차마 웃을 수 없었다.메시지를 확인하고 계속 답장이 없자, 임하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이서야, 내가 좀 심했나?]이서는 채팅창에 뜬 메시지를 보고 멍하니 있다가 반응했다. 입가에 걱정스러운 웃음을 걸치고 있었다.[아니야, 내 문제야.][왜?][할아버지가 나 때문에 돌아가셨잖아. 하은철이 이전에 나한테 못된 짓 많이 한 건 맞아. 그러니까 내가 죽도록 미워해야 하는데……. 사람은 참말로 희한한 동물이야. 할아버지가 날 구하고 돌아가셨는데도 과거의 미운 감정은 사라지지 않더라. 물론 감사함도 사라지지 않았어. 그런데 이 두 가지 복잡한 마음이 겹치면서 지금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은철을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씨 집안 사람들도…….]임하나도 입장 바꿔 생각해보니 마음이 답답해졌다.[우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일은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하자.]이서는 웃었다.‘그래,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 거야.’비록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가장 유감스러운 일이 그녀와 하은철이 함께 있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적어도 하관식을 치르는 동안만이라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었다.[나가서 쇼핑할까?]임하나는 이서 혼자 집에서 쓸데없는 생각을 할가 봐 걱정이 되었다.[너 오늘 출근 안 해?][괜찮아.]임하나는 오후에 반차 쓸 예정이었다. [이렇게 하자. 우리 지환 씨도 같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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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네, 그럼 우리 메이 플라워 쇼핑센터 정문에서 합류할까요?”[네, 그래요. 바로 그쪽으로 출발할게요.]이상언과 약속을 잡고, 이서는 곧 외출준비를 했다.서경화는 상황을 보고 얼른 물었다.“사모님, 어디 나가시는 겁니까?”“쇼핑 다녀오려고요.”“그래요, 혹시 어디로 가세요?”이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메이 플라워에요. 혹시 뭔 일 있나요?”“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같은 방향인지 해서요.”이서의 눈 밑에 어렸던 불쾌감은 바로 흩어졌다.“어디 가시려고요? 태워다 드릴까요?”“아닙니다, 같은 방향이 아니에요. 버스 타고 다녀 올게요.”“그래요? 그럼 먼저 갈게요. 있다가 봐요.”“사모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이서가 떠나는 것을 지켜본 서경화는 곧 지환에게 문자를 보내 이서의 행방을 알렸다.이서는 하나를 픽업하여 메이 플라워 쇼핑센터로 향했다.하지만 절반쯤 왔을 때 길이 완전 주차장이었다.“아니지?” 임하나는 고개를 내밀었다.“출퇴근 시간도 아닌데, 길이 왜 이리 막히지?”옆 차도의 차주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내밀고 두리번거리다가 임하나의 말을 듣고 한마디 했다.“앞에 교통사고 났다고 하는 것 같은데요.”임하나는 곧 들은 얘기를 이서에게 전했다.“이서야, 지금 이 길로 가면 한참 걸릴 거 같은데, 우리 다른 길로 가보자.”이서는 핸드폰을 켜고 네비게이션을 확인했다.“안 그러면 크게 한 바퀴 돌아야 하는데…….”“그래도 돌아가자, 여기에 짱 박혀 오도 가도 못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그래.” 이서도 별다른 의견은 없었다.“상언 씨에게 전화해 봐. 아마 먼저 백화점에 도착해 있을 거야.”임하나는 후진하고 있는 이서를 보고 어쩔 수 없이 이상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바로 연결되었다.저쪽에서 이상언의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어디까지 왔어요?]임하나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누르며 애써 침착한듯 답했다.“아직 길에 있어요. 차가 많이 막혀서 지금 다른 길로 가고 있어요. 아마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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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임하나는 이서에게 알려주고 싶은 충동을 억제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이서는 하나의 이상함을 눈치챘다.“왜 그래? 왜 갑자기 말이 없어?”말하면서 이서는 하나가 보는 방향으로 바라보았다.임하나는 손을 들어 이서의 시선을 막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었다.차가 갑자기 멈추었다.임하나는 이서의 멍한 표정을 보면서 애써 다독였다.“이서야, 너 화내지 마. 아마 지환 씨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거야…….”말하면서 임하나는 지환의 방향을 한번 보았다. 그는 마침 차에 올랐다.“우리 따라가자. 어디로 가는지 보자고. 괜히 지난번처럼 오해하지 말고…….”임하나는 이서의 소매를 잡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서는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무엇을 하러 가든 상관없이 이따가 내가 잡으면 반드시 등짝 스매싱 할 거야. 나 막을 생각하지 마!”“안 잡을 게, 안 잡아.”임하나는 이서의 상황을 걱정했다.“이서야, 내가 운전할게.”이서는 임하나와 자리를 바꿨다. 그리고 그녀는 뒷좌석에 앉았다.이서를 한번 쓰윽 본 하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바삐 운전석에 올라 차 시동을 걸고 지환이 탄 차를 따라갔다.차는 남쪽으로 달리는 걸 보니 교외로 나가려는 것 같았다.임하나는 이서를 위로했다.“허튼 짓 하러 가는 게 아니다에 500원 건다. 걱정 마. 지환 씨 그런 사람 아니야.”이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임하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또 말을 꺼냈다.“음악이나 듣자. 음악이 없으니 삭막하구만…….”이서는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임하나는 휴대폰으로 아무 노래나 한 곡 골라 재생했다.그런데 하필이면 노래 제목이 였다.임하나는 속으로 자신의 눈치 없는 손가락을 원망했다. 그리고는 지환을 있는 욕 없는 욕 다 보태서 한 바탕 쏟아부었다.‘남자들은 어찌 다 이 모양이야?’‘이서가 용서한 지 며칠 되었다고 또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다니.’‘정말 대단하다.’바로 이때 임하나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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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지금 어디야?”지환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눈 앞의 건물을 올려다보며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구 주택가 쪽이야.]그가 구 주택가라고 하자, 이상언은 바로 거기가 어디인지 알았다.이곳은 지환이 H 국에 들어와서 구입한 곳이었다.처치곤란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그래서 민호일을 잡은 후 여기 구 주택가 쪽에 감금해 두었다.지환이 지금 거기 가는 건, 아마 민호일을 만나러 가는 것일 것이다.이상언은 급히 말을 돌렸다.“민호일은 나중에 손보고……. 나 이서 씨랑 하나 씨랑 메이 플라워 센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도중에 길이 막혀 노선을 바꾸었다는데, 아직도 안 오네. 설마 사고가 난 게 아닐까 걱정된다.”[무슨 소리야?] 주택 문을 열어젖히던 지환은 곧 몸을 돌려 지시를 내리려던 참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경비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여기는 구 주택가라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요.”“그럴리가요, 방금 내 친구 남편이 이쪽으로 들어오는 걸 내 눈 똑똑히 보았거든요.”여자 목소리였다.지환은 임하나의 목소리란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는 순간 심장이 철렁 했다. 곧 문을 열고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문밖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아저씨, 잘 생각해 보세요. 바로 우리 앞에 들어갔어요. 방금 이쪽으로 들어가는 거 똑똑히 보았다니까요.”임하나는 경비원 복장을 한 노인을 잡고 있었다. 그 뒤에는 바로 이서가 서있었다.지환은 눈동자가 휘둥그레질 정도로 마음이 다급해졌다.마침 그때 이서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지환은 뒤로 숨으며 무의식적으로 숨까지 죽였다.‘이서에게 이곳을 들켜서는 안 돼. 그랬다간 민호일을 감금한 이유까지 설명해야 하니까.’목소리가 이미 어느 정도 멀어졌다. 지환이 한숨 돌려도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밖에서 다시 한번 임하나의 목소리가 울렸다.“아저씨, 이 차요, 혹시 어느 집 차인지 아세요?”지환이 창문으로 빼꼼 내다보았다. 임하나가 말한 그 차가 바로 그가 타고 온 차였다.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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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이서가 문을 여는 순간 기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집은…….이서는 더 이상 운전기사를 거들떠보지 않고 주택 안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오래된 주택단지로 인테리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먼지도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그리고 바닥에는 선명한 발자국도 여러 개 보였다.최근에 생긴 것 같았다.이서는 발자국을 한 번 보았다.지환 신발 사이즈랑 비슷한 자국도 있었다.뒤이어 따라온 임하나는 바닥 위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서야, 지환 씨 여기에 들어왔어?”“아마도.” 이서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스스로 진정하도록 자기 최면을 하며 발자국을 따라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곧 그들은 열린 지하실 문을 보았다.임하나는 긴장하여 이서를 붙잡았다.“이서야, 여기 어두컴컴하고…… 위험하지 않을까? 우리 그만 가자.”이서는 잠시 고민했다.“하나야, 너 밖에서 잠깐 기다려. 30분 뒤에도 내가 나오지 않으면…….”“안돼!”임하나는 확고하게 이서의 말을 끊었다.“나도 함께 들어갈 거야.”이서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안에서 갑자기 ‘우우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사람 목소리 같았다.그녀는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임하나도 그 뒤를 따라갔다.곧 그들은 지하실에 도착했다.지하실도 위와 마찬가지로 인테리어 안된 상태로 먼지만 가득 쌓여 있었다.그녀들은 들어가자마자 연신 기침을 해댔다.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갑자기 놀란 목소리가 울렸다.“여보, 자기가 여기 왜 왔어?”그러고는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실의 불이 켜졌다.지하실 전체가 갑자기 환하게 비쳤다.이서도 마침내 눈앞의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지환은 불이 켜진 곳에 서 있었다. 그의 멀지 않은 곳에 의자에 뒤로 묶인 채 앉아 있는 민호일이 보였다.“저 사람이…… 어찌 여기 있어요?” 상상 밖의 전개에 이서는 순간 지환이 그녀를 속인 일을 잊어버렸다.임하나도 놀란 눈으로 민호일을 바라보았다.외부에서 미친 듯이 찾고 있는 민호일이 여기에 있을 줄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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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핑계 대지 마요.”임하나가 쏘아붙였다.“이곳에 민호일이 있는 걸 알고 있으면서 왜 이서에게 알려주지 않았어요? 출장 간다고 거짓말까지 해야 했어요? 나와 이서는 또 무슨 사단이 난 줄 알고…….”지환은 이서를 바라보며 사과했다.“미안해, 여보,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당신…… 당신이…….”임하나는 그제야 지환을 잘못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민호일은 하경철 죽음을 초래한 장본인이다.이서는 그 모든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그녀는 아직 민호일의 그늘에서 나오지 못했다.그런데 민호일과 접촉하는 것은 다시금 사건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임하나는 그제서야 후회가 되었다.‘진작 이런 줄 알았으면 이서한테 나오자는 얘기하지 말 걸.’‘그러면 지환 씨도 만나지 않았을 텐데.’이서는 미안함을 느끼는 임하나를 한번 보곤 오히려 애써 그녀를 위로했다.“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사실 할아버지가 자기 대신 돌아가시면서 민호일이 그녀에게 준 상처는 이미 마음속에 뿌리 깊게 박혔다.그녀는 민호일에게 다가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를 죽여버려도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았다.“민호일,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만약 살인이 무죄라면 당신은 이미 나한테 수백 번 죽었을 거야.”그녀는 말을 하면서 주먹을 힘껏 쥐었다.그러나 몸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렸다.그녀는 정말 자신이 한스러웠다.때로는 민호일을 죽여 버리지 못한 게 한스러웠고, 때로는 그 총알이 왜 그녀의 심장에 명중한 게 아닌지 한스러웠다.민호일이 ‘우우’ 소리를 내며, 시선은 지환을 흘겨보았다.‘네 남편이 하은철 둘째 작은아버지다!’그는 반복해서 같은 말을 뱉었지만, 테이프가 입을 막고 있어 그 진실을 이서에게 전할 수 없었다.임하나는 더 이상 여기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이서는 괜찮다고 했지만 지금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서야, 우리 먼저 나가자. 여기는 지환 씨에게 맡기고.”이서가 고개를 돌려 지환을 바라보았다.“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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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네가 그 분을 본 적은 없지만, 그 분은 이미 너를 여러 번 봤을 수도 있지…….”임하나는 손가락을 꼽으며 이서에게 세어 주었다.“너 잘 생각해 봐. 지난번 민호일의 일로 작은아버지가 너를 도왔잖아. 그리고 할아버지 생신 때에서 구세주처럼 나타나서 도와줬지.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왜 네 일에 그렇게 관심을 가질까?”이서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임하나의 말이 일리가 없지 않았다.이 세상에 이유 없이 좋은 것은 없다.“그런데,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이틀 뒤에 할아버지의 하관식이 있잖아. 너도 갈 거잖아?그때 분명히 하은철 작은아버지 볼 수 있을 거야. 그럼, 그 베일에 싸인 신비의 인물이 누군지 살짝 옆 사람에게 물어봐도 되고. 우리가 김칫국 마신 거라면 오히려 다행이지 뭐, 앞으로 좀 조심하면 되니까. 그리고 혹시나 말인데, 혹시나 너에게 정말 관심이 있다면, 지환 씨더러 빨리 회사 그만두라고 해.”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았어.”임하나가 이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때 지하실에 있던 지환은 민호일의 얼굴에 있는 테이프를 사정없이 떼어버렸다.민호일은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아아아아아...”“계속 소리 질러 봐.” 지환은 불을 다시 껐다. 어둠 속에서 그는 라이터를 손에 쥐고, 손가락으로 살살 튕기었다. 그러자 라이터의 부싯돌이 마찰되면서 탁탁 소리가 났다.그의 강압적인 목소리는 마치 무자비한 조롱과 같았다. 민호일은 마침내 그의 몸부림이 모두 헛수고라는 것을 깨달았다.“죽일 거면 죽여!” 지환에게 지금까지 시달리다 보니, 죽는 걸 두려워하는 민호일도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었다.이 끝없는 고통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탁탁.불빛이 다시 밝아졌다.지환의 얼굴 옆라인이 비춰졌다.그러나 이 얼굴은 민호일 눈에는 악마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그는 이전에 외국 사람들에게서 절대로 하지환 만큼은 건드리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이 사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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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하지환, 차라리 날 죽여. 아니, 내가 부탁할게. 나를 죽여줘!”지환은 구더기처럼 뒤틀린 민호일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이때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순간 민호일의 눈에 한 가닥 희망이 떠올랐다.“하하하, 윤이서가 경찰에 신고했나 보네. 쌤통이다. 한사코 네 정체를 숨기더니 윤이서가 이번 납치 사건의 배후가 자기 남편인 줄 모르고 경찰을 불러들인 거네.”지환은 불쌍한 벌레 보듯 민호일을 바라보며, 곧 입을 열어 그의 마지막 환상을 깨뜨렸다.“저건 내 사람이야.”민호일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지환을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서에게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 설마?!’“너…… 두렵지 않아……?”민호일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두렵다니? 뭐가? 그러니까 잘 생각해봐. 가족들과 빨리 상봉하고 싶은지 아니면 십이나 이십 년이 더 지나서 상봉할 지…….”“너…….”지환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떠났다.입구에 도착했을 때, 들어온 몇 사람과 마주쳤다.몇 사람은 공손한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은 소리를 낮추어 문 밖에 주차된 차를 보았다.차 안, 이서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빨리 들어가, 사모님이 밖에 있잖아.”순간 몇 사람의 낯빛이 엄숙하게 바뀌며, 재빨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지환은 이서가 있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다.차 옆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서는 문을 열고 내렸다.지환이 몸에 새로 생긴 상처가 없다는 것을 보고, 이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에 지금 어떻게 됐어요?” 이서가 물었다.지환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경찰에게 처리하라고 맡겼어.”“할아버지를 살해했으니, 절대 가만두어서는 안 돼요.”“그래야지.” 지환은 이서를 안았다.차가운 손이 드디어 서서히 온도를 회복했다.“저기, 두 분 닭살 행각은 집에 가서 하면 안 될까요?” 차 안의 임하나가 불만을 품고 항의했다.이서와 지환은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차에 올랐다.임하나는 그제야 이상언이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게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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