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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하지환, 차라리 날 죽여. 아니, 내가 부탁할게. 나를 죽여줘!”

지환은 구더기처럼 뒤틀린 민호일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이때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순간 민호일의 눈에 한 가닥 희망이 떠올랐다.

“하하하, 윤이서가 경찰에 신고했나 보네. 쌤통이다. 한사코 네 정체를 숨기더니 윤이서가 이번 납치 사건의 배후가 자기 남편인 줄 모르고 경찰을 불러들인 거네.”

지환은 불쌍한 벌레 보듯 민호일을 바라보며, 곧 입을 열어 그의 마지막 환상을 깨뜨렸다.

“저건 내 사람이야.”

민호일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지환을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서에게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 설마?!’

“너…… 두렵지 않아……?”

민호일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두렵다니? 뭐가? 그러니까 잘 생각해봐. 가족들과 빨리 상봉하고 싶은지 아니면 십이나 이십 년이 더 지나서 상봉할 지…….”

“너…….”

지환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떠났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들어온 몇 사람과 마주쳤다.

몇 사람은 공손한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

지환은 소리를 낮추어 문 밖에 주차된 차를 보았다.

차 안, 이서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빨리 들어가, 사모님이 밖에 있잖아.”

순간 몇 사람의 낯빛이 엄숙하게 바뀌며, 재빨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환은 이서가 있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다.

차 옆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서는 문을 열고 내렸다.

지환이 몸에 새로 생긴 상처가 없다는 것을 보고, 이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에 지금 어떻게 됐어요?”

이서가 물었다.

지환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경찰에게 처리하라고 맡겼어.”

“할아버지를 살해했으니, 절대 가만두어서는 안 돼요.”

“그래야지.”

지환은 이서를 안았다.

차가운 손이 드디어 서서히 온도를 회복했다.

“저기, 두 분 닭살 행각은 집에 가서 하면 안 될까요?”

차 안의 임하나가 불만을 품고 항의했다.

이서와 지환은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차에 올랐다.

임하나는 그제야 이상언이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게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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