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671 - 챕터 680

1398 챕터

제671화

심씨 본가.심가은은 1층 거실로 내려오자마자 찰싹 붙어 있는 심동과 장희령을 보았다.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인기척을 냈다.그제야 두 사람은 떨어져 고개를 들어 심가은의 방향을 바라보았다.심가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심동은 일어섰다.“가은아, 드디어 방에서 나왔구나.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말만 해 봐. 오빠가 다 사줄게.”“됐어, 약속 있어.”심가은은 장희령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바깥소문이 거짓은 아니었다.둘은 확실히 사이가 좋지 않다.그 이유도 간단했다.장희령이 원래는 소지엽을 좋아했는데, 후에 왠지 모르게 그녀의 오빠와 사귀게 되었다.‘말끝마다 오빠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래 봤자 오빠의 돈을 사랑하는 거다.’‘그렇지 않으면 지갑에 소지엽 대학 시절 졸업사진을 소장하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누구 만난다고?” 심동은 다정하게 물었다.장희령도 가식적으로 입을 열었다“가은아, 오빠가 데려다 줄까?”“아니야.”심가은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정말이지 장희령과 같이 연기할 마음은 없었다.“이서랑 만나기로 했어. 좀 늦을 거야.”이서를 만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장희령은 황급히 심가은의 팔을 잡아당겼다.“이서 만난다고? 둘이 친하니? 이전에 왜 네가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지?”듣다 못한 심가은은 폭발하고 말았다.“저기, 지금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당신 지금 우리 오빠 여자 친구일 뿐이거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진 장희령은 아무 말 않고 잠자코 있다가 기분을 가라 앉히고 평온한 말투로 얘기했다.“가은아, 너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 괜찮아. 그래도 너 혼자 보내는 건 마음이 안 놓인다. 이렇게 하자, 내가 같이 가줄게.”“맘대로 하든가.”말을 마치고는 휙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더는 장희령과 말 섞고 싶지 않았다.차에 오른 심가은은 창밖만 뚫어지게 내다보았다.장희령은 이서를 만나기 위해 말없이 참았다.차가 출발하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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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점원이 싱글벌글하며 말했다. “네, 손님, 잠시만요.”말하면서 점원은 수십 개의 넥타이를 모두 꺼내 장희령의 앞에 놓았다.“고객님, 어떤 것이 마음에 드세요. 말씀해 주시면 예쁘게 포장해 드릴게요!”장희령은 점원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이서에게 물었다.“이서 씨, 어느 게 좋을까?”“…”점원은 그제야 이서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분은?”이름이 귀에 익었지만, 얼굴을 봐서는 어느 집 대가규수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심가은은 이서를 잡아당겼다.“내가 사줄게. 다른 매장 가보자.”“…”‘아니, 지금 이 둘 뭐하는 거야?’“있잖아.” 이서는 입을 열려고 했다.“두 사람 호의는 마음으로 받을 테니 선물은 그래도 내가 사는 걸로…”“안돼!”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우리 둘 중 누구야? 한 명만 골라 봐.”이서는 난처한 듯 이마를 짚었다. 이렇게 앞다투어 대신 결제하겠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점원도 이런 상황을 처음 보는지 옆에 멍하니 서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안이 벙벙했다.“먼저 진정들 하시고.”“우리가 어때서?” 두 사람은 다시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이서 씨, 얼른 정해.”이서는 정말 두사람에게 소리라고도 지르고 싶었다. 그렇게 할 일 없는지, 왜들 이리 유치한지?!하지만 오늘 나온 목적을 생각하고는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 “그럼 가은 씨 부탁해. 고마워.”장희령을 화나게 해도 상관없다. 심가은이 홧김에 집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오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 테니.역시나 장희령의 안색이 달라졌다.“이서 씨, 정말 가은 씨로 정한 거야?”이서는 다시 이마를 짚었다.“네.”사실 그녀에겐 선택권이 없었다.고르고 싶지도 않았다.승리한 심가은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들었지, 이서 씨가 나를 택했어, 당신이 졌다고!”장희령은 손을 꽉 잡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 네가 이겼어.”장희령의 말에 심가은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렇게 빨리 패배를 인정할 줄은 생각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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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이렇게 된 이상 이서도 장희령과 계속 얽히고 싶지 않았다.“희령 씨가 나랑 갑자기 친한 척하는 거, 그 이유를 난 잘 알고 있어요.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확답을 듣고 싶다면 해드리죠. 우린 힘들 거 같아요!”장희령은 안색이 변했다.“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아? 나랑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고?”“그건 그들 사정이고, 나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말을 마치고 이서는 옆에서 좋은 구경거리 감상하고 있는 심가은에게 말했다.“우리 가자.”심가은은 앞으로 나가 득의양양하게 이서의 팔을 잡고 뒤돌아서서 장희령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속이 정말 시원했다.장희령은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졌다.빌딩을 나서자마자 심가은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서 씨, 방금 너무 멋졌어! 장희령은 세상의 중심이 자기인 줄 아는 사람이야. 그래서 자기밖에 몰라!”이서는 가볍게 웃었다. 그녀는 굳이 두 사람의 원한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았다.“레스토랑은 이미 예약해 뒀으니, 거기로 가자.”“그래, 출발!”심가은은 완전히 흥분된 상태였다.장희령이 다른 사람 앞에서 코가 납작해진 걸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너무 통쾌했다. 이따가 축하주라도 한 잔 마셔야 하나?’ 장희령이 생각했다.레스토랑에 도착한 이서는 화장실에 가는 틈을 타 하이먼 스웨이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우리 레스토랑에 도착했어요.”[알았어, 사람은 다 섭외했으니, 넌 밥 먹고 자연스럽게 가면 되.]이서는 ‘응’ 하고 전화를 끊었다.밖으로 나간 지 몇 걸음 안 되어 핸드폰 화면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확인해 보니, 낯선 번호였다. 게다가 외국에서 걸려온 전화였다.머뭇거리며 받았는데 전화기 너머는 조용했다.“여보세요?” 이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여전히 아무 소리가 없었다.“안 들리세요? 말씀 없으시면 전화 끊겠습니다…”이서가 전화를 끊으려 했다.저쪽에서 깨끗하고 맑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서야, 나야.]이서는 소지엽의 목소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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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소지엽은 아쉬운 기력이 역력했다.[그래, 그럼 끊을게.]이서는 ‘응’ 하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룸으로 걸어갔다.룸에 들어가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핸드폰 화면은 마침 꺼졌다.눈치 빠른 심가은은 액정에서 소지엽 세 글자를 보았다.순간 소지엽과 맞선 보던 날의 모습이 문득 떠올라 눈빛이 다소 차가워졌다.“지엽 씨와 아직 연락 있어?”“응. 아주 가끔.”“그쪽에서 연락 오는 거야, 아니면 이서 씨가 하는 거야?”이서는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음… 글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왜? 갑자기?”“아무것도 아냐…”심가은은 웃었다.다만 문득 소지엽과의 관계에서 매번 그녀가 연락했던 게 생각했다. 소지엽은 한번도 주동적으로 연락한 적이 없었다.그의 성격상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꼭 그런 건 아닌 듯했다.“지엽 씨가 자기한테는 좀 특별한 것 같은데…”심가은은 일부러 무심한 척 물었다.이서는 갑자기 속으로 움찔했다.“글쎄? 친구니까.”“지엽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이서는 침착하게 손을 닦았다.“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알 바는 아니고 간섭할 수 없고… 내 처신이나 잘하면 되지 뭐. 나 이미 결혼했잖아. 남편도 나 많이 아껴줘. 다른 사람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심가은은 턱을 괴고 이서를 보며 가식적으로 웃었다.아쉽게도 소지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그녀는 젓가락을 집고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이서는 눈치채지 못하고 열심히 밥만 먹었다.식사가 끝나자 두 사람은 문 앞에서 갈라섰다.이서의 차는 레스토랑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레스토랑 입구에서 멈추었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다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매니저는 이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포장된 컵과 수저 등을 이서에게 건네주었다.“방금 그 아가씨가 사용했던 물건입니다.”“감사합니다.”매니저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천만에요.”“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네,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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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10여 년 기다렸던 소식을 하이먼 스웨이는 드디어 듣게 되었다.그녀는 한동안 제자리에 서서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돌려 이서에게 물었다.“이서야, 나 꿈 꾸는 거 아니지? 정말 내 딸 찾은 거 맞지?!”“엄마, 꿈 아니에요. 축하해요.”이서가 기뻐하며 말했다.“드디어 친딸을 찾았어요!”“나…”하이먼 스웨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서를 껴안았다.“이서야, 고마워. 다 네 덕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친자 확인을 할 수 없었을 텐데.”이서는 하이먼 스웨이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녀가 마음을 가라앉히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엄마,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그냥 신분을 밝힐 건가요?”하이먼 스웨이는 머뭇거렸다.“이서야, 가은이와 안지 오래 되었니? 우리 가은이는 어떤 아이야? 내가 지금 심씨 집 가서 진실을 밝힌다면 우리 가은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이먼 스웨이가 많은 질문을 연달아 하자 이서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엄마, 우선 조급해 말고 다시 잘 생각해봐요, 가능한 상처받지 않게 하면서 진실을 말해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그래, 네 말이 맞다. 나 서두르지 않을게, 하나도 안 급해.”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전혀 그럴 수 없었다. 십여 년 동안 찾아 헤맨 딸이다.잠자코 생각하니 또 가슴이 아파왔다.이서는 하이먼 스웨이를 호텔로 데려다 준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오늘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가 집에 돌아오자 이서는 바로 지쳐 쓰러졌다.지환의 품에 안긴 이서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정말 잘 됐죠. 엄마가 드디어 친딸을 찾았어요.” 이서는 지환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속은 허탈했다.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곧 엄마의 사랑을 잃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섭섭한 건 어쩔 수 없었다.하이먼 스웨이의 사랑은 따뜻하고 세심했다. 끝없이 주고도 바라지도 않았다.그녀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그녀도 점차 어머니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거는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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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지환도 이서의 비명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왜 그래?”지환이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 이서는 지환의 품에 와락 안겼다. 그의 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은 이서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었지만 두 팔은 자신도 모르게 여전히 덜덜 떨고 있었다.지환은 손으로 이서의 팔을 어루만졌다.그제야 악몽으로 인해 경직했던 몸이 서서히 풀렸다.“악몽 꿨어?” 지환은 이서를 꼭 껴안고 애처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저었다.그녀는 악몽에 대해 얘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환이 알게 되면 틀림없이 걱정할 테니.“자기야.” 지환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악몽 꾼 거 아니야?”“아니에요.” 그녀는 부인했다.“가위눌렸어요. 괜찮아요, 얼른 자요.”이서를 보고 침묵하던 지환은 이서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응, 자기도 얼른 자.”그녀는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눈만 감으면 어르신이 침대맡에서 그녀를 쳐다보는 장면이 떠올랐다.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건 지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이서는 구실을 만들어 외출했다. 지환도 그제야 일어나 이상언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이클 천 의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마이클 천은 이상언이 섭외한 정신건강 상담 전문의이다.그들은 이서의 상황에 대해 전화로 얘기한 적이 있다. 마이클 천은 의료진이 개입한 약물치료보다는 스스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 봤을 때 이서가 스스로 헤쳐 나올 수 있을지 지환은 심히 걱정이 되었다.[왜?]이상언이 되물었다.[이서 씨한테 뭔 일 있어?]“주소 줘!” 지환이는 이를 악물었다.이상언은 어쩔 수 없이 마이클 천의 주소를 지환에게 주었다.전화를 끊고 잠시 고민하던 이상언은 마이클 천이 있는 호텔로 향했다.두 사람은 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났다. 이상언은 지환을 뒤따라가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급하게 마이클 천을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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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대표님, 사모님의 경우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은 자가 치유입니다. 지금 약물 치료나 물리 치료를 진행한다면 향후 더 큰 고통이 따를 겁니다.”이상언은 지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지환아, 우리 모두 이서 씨가 빨리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어. 너도 알다시피 마이클 천은 이 분야 최고의 정신과 의사야. 그분은 PTSD 방면에서 최고권의자라고. 이서 씨는 분명히 자가 치유로 완쾌할 수 있을 거야. 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 이런 경우 굳이 약물을 사용할 필요 없어.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겪을 필요 없거든. 친구야, 이서 씨가 빨리 고통 속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너의 마음은 잘 알아. 하지만 지금 이 과정은 이서 씨 스스로 이겨내야 해. 정말 부득이하게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옆에서 이서 씨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데 어쩌면 그게 지금보다 훨씬 괴롭고 힘들 수 있어.”지환은 주먹을 들어 앞에 있는 책상을 쾅 쳤다.그 진동으로 책상 위에 놓인 물컵의 물이 넘쳐흘렀다.마이클 천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겁에 질려 불안한 눈빛으로 이상언을 바라보았다.이상언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나가라고 표시했다.마이클 천은 이때다 싶어 얼른 방문을 나섰다.문이 닫히자 이상언은 지환의 뒤로 가서 말했다.“친구야, 지금 너의 심경을 잘 알겠지만, 나도 친구로서 한 마디 해야겠어. 지금 이서 씨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니가 이성을 잃지 않는 거야. 진정 좀 하고! 난 마이클 천이랑 밥 먹고 올게.”말이 끝나자 이상언도 문을 열고 나갔다.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지환만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로 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하경철, 작은아빠, 정말 대단하다.’‘이렇게 큰 폭탄을 던져주고 돌아가시다니.’‘죽어서도 기어코 이서를 하씨 집안에 들이려고 하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더는 하씨 가문을 봐줄 필요가 없어졌어. 민씨 그룹을 인수한 후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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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이서는 눈썹을 찡그렸다.‘미친 놈!’‘윤수정이 생명의 은인이든 아니든 내 어렸을 적 기억이랑 무슨 상관 있다고.’“그러니까... 어렸을 때 수정이가 네 목숨을 구했으니 지금 걔가 무슨 짓을 하든 무조건 다 봐 준다는 거야? 날 죽이려고 드는데도?”하은철은 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렸을 때 기억 전혀 없어?”“어렸을 때? 무슨 일?”“우리가 납치되었던 일말이야.” 하은철은 십여 년 전 일어난 일을 이서에게 낱낱이 말했다. 그러고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이서의 얼굴에서 약간의 얼굴 변화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그러나 그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이서는 고개를 저었다.“아무 기억이 없는데?”“아마 그 때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부분적인 기억상실증이 생겼을 수도 있어. 그 일 이후 네가 출국했다고 할아버지한테 들었거든...”이서의 머릿속에 몇 개의 희미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그런데 기억의 파편들을 쫓으려 하자 오히려 그 기억들이 자취를 감추었다.“그랬어? 전혀 기억이 없는데? 그럼 내가 너 때문에 해외 나간 거야?”이서가 어렸을 때부터 성지영은 매일 그녀에게 장차 커서 하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고 세뇌시켰다.해외에 나가는 것도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고,하씨 집안에 걸 맞는 며느리가 되기 위해서였다.“너 잘못 기억한 거 아니야...?”하은철은 잠시 침묵하다가 문득 깨달은 기색을 드러냈다.“기억 못하는 게 아니고, 해리성 기억상실증도 아니야. 누군가가 너의 기억을 조작한 거야.네가 출국한 것도 그 납치 사건 때문이거든. 할아버지도 네가 심리상담이 필요할 거라 말씀하셨어.”“심리 상담?”이서의 머릿속에 또 일부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이번에는 또렷했다.그녀가 대여섯 살 때인 것 같았다.어느 날 성지영이 그녀를 데리고 의사에게 갔다.그 때 그녀는 정신과 의사라는 몇 글자를 정확하게 읽어냈다.성지영은 그런 그녀를 똑똑하다고 칭찬까지 했다.그때의 성지영은 정말 따뜻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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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이서는 장황한 표정의 하은철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설마 오늘 민씨 그룹에 대한 내 입장을 알아보려고 여기 온 거야?”‘뭘 그리 우물쭈물한대? 무슨 기업기밀도 아니고.’이서는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생각이 있긴 하지.”하은철은 얼굴에 희색을 띠었다.“그럼 뒤에서 어음 배서를 받아야 할 텐데?”그가 전하고 싶은 말은 그가 이서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입가에서 맴돌던 말은 퇴색되어 뱉고 말았다.이서는 이상한 눈빛으로 하은철을 바라보았다.“물론 민씨 그룹을 인수하려면 틀림없이 은행 대출이 있어야 하긴 하지.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더 말하지 않을게.”...하은철이 나간 후 이서는 회사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민씨를 인수한 일에 대해 이서는 마음에 두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지만 특별히 중시하지는 않고 있다.민씨 그룹을 인수할 지 말지에 관해서는 이서에게 있어 아직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게다가 자신도 없었다.비록 지환한테서 하은철 삼촌이 배서를 해준다는 얘기를 전해 듣긴 했지만, 자신이 이렇게 큰 회사를 인수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그리고 솔직히 요즘 회사를 운용하는 것보다 대본 쓰는 게 훨씬 더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하이먼 스웨이와 얘기를 나눈 후 이서는 영감이 끊이지 않았다.요 며칠, 그녀는 이미 만 자에 가까운 대본을 써냈다. 하이먼 스웨이가 최근 심가은 일로 바쁜 게 아니었다면 이서는 벌써 찾아가 대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조언을 구했을 것이다.‘어휴.’‘엄마의 친딸 찾기는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이서는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야 회사를 나왔다.사무실 입구를 나와서야 심소희가 아직 가지 않았음을 발견하였다.“소희야, 아직 퇴근 안했어?”심소희는 고개를 들었다.“하 던 일 끝내고 가려고요. 곧 끝나가요.”책상 앞에서 바삐 움직이는 심소희를 보며 안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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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타이밍이 이렇게 아쉽다니?’’그녀는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심소희를 보았다.임현태를 보는 순간 심소희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소희야, 미안해, 내가...”“언니, 남편 분이 임현태 씨에게 픽업해 오라고 부탁했나 봐요. 역시 언니 집에 가는 건 눈치 없는 짓인 거 같아요.”차에 타고 있던 임현태가 차에서 내렸다.“아가씨, 소희 씨...”심소희는 태연자약하게 임현태와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임현태의 안색이 더욱 부자연스러워졌다.“저는... 사장님께서 아가씨 모셔오라고 하셔서...”심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언니, 내 말이 맞죠? 그럼 방해꾼은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이서는 심소희에게 같이 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괜히 또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있으면 서로 어색해질까 봐 걱정했다.결국은 임현태가 나서서 심소희를 불러 세웠다.“소희 씨, 데려다 줄게요. 같이 가요.”이서는 심소희를 보았다.심소희는 망설이는 눈치였다. 제자리에 서서 꼼짝 않고 있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네, 감사합니다.”셋이서 같이 차에 탔다.차에서 이서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애썼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은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이서는 심소희가 가장 좋아하는 가십으로 화제를 전환했다.“소희야, 연예계에 요즘 무슨 재밌는 거 없니?”심소희는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얘기를 꺼내자 말문을 열었다.“연예계에 요즘 이렇다 할 빅 뉴스는 없는데... 그러고 보니 언니 관련 찌라시는 하나 있어요.”“나? 내 찌라시가 있다고?” 이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언니가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요. 요즘 인터넷에 하 대표님이 민씨 그룹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하은철?”“네.”“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이서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내 얘기 계속 들어봐요, 네티즌들은 하은철이 민씨 그룹을 인수하는 목적이 윤수정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거라고 하던데... 언니, 웃기지 않아요?”돈이 남아 도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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