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1519 챕터

제371화 그가 여긴 어쩐 일이지?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예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사실 비난의 대상은 정유준의 어머니였겠지만, 이번 사건은 누가 마치 뒤에서 조작이라도 한 듯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누가 한 짓인지 소예준은 관심이 없었다.그리고 정씨 집안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정창만이 하영을 데려갔다면 절대 참을 수 없었다.소예준은 떠나기 전 소씨 집안을 돌아보았다.‘5년이나 참고 견뎠지만 끝내 해방을 얻지 못하게 됐구나!’남자는 핸들을 꽉 쥐고 빠른 속도로 차를 달렸다.정씨 집안 저택.검은색 승용차 몇 대가 집 앞에 멈춰 섰다.마이바흐 차 문이 열리고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려 저택 앞에 우뚝 멈춰 섰다.온몸으로 서늘한 기운을 뿜어대는 남자의 싸늘한 표정은 마치 유령처럼 보이기도 하여 곁에 있는 사람들은 감히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그때 허시원이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대표님, 지금 강하영 씨도 이곳에 있다고 합니다.”정유준은 아무 말도 없이 저택 안으로 들어갔고, 거실에 들어서니 희미한 피비린내가 확 풍겨왔다.유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거실 바닥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있는 하영을 발견하고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몇 초간 시선이 머물렀다가 유준은 다시 싸늘한 표정으로 시선을 거둔 뒤 정창만을 향해 다가갔다.정창만은 곁눈질로 유준을 힐끔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왜? 저 여자를 구하러 왔어?”“제 어머니 일을 알고 계셨습니까?”유준의 싸늘한 어조에 정창만은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알면 뭐가 달라져? 내가 직접 가서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배웅하랴?”유준의 눈빛에 조롱의 빛이 스쳤다.“아버지가 나타나셨다면 가시는 길이 편치 않으셨을 겁니다.”“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래?”정창만이 벌컥 화를 냈고, 그 고함에 경호원에게 맞아 정신을 잃었던 하영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강렬한 고통을 겨우 참던 하영의 시선이 어디선가 나타난 유준의 몸으로 향했다.‘저 사람이 어떻게 여기로 온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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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버리는 카드

정창만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좋아. 그러니까 이 여자는 이제 너한테 아무 가치도 없다는 얘기지?”그 말을 끝으로 천천히 하영을 돌아보았다.“들었어? 너는 이제 저 불효자 놈의 버리는 카드에 불과할 뿐이다. 이용 가치가 끝났으니 버림받은 거야! 사랑? 그딴 감정도 없는 놈을 위해 왜 굳이 어머니에 관한 소문을 퍼뜨려 호감을 얻으려는 거야? 이제 곧 죽게 될 텐데 너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는구나!”하영은 겨우 눈을 들어 정창만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이니, 쉰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당신은 비참하지도 않아요?”정유준 어머니에 관한 일은 더 이상 해명하기도 지쳤다. 정씨 집안식구들은 고집불통이라 아무리 설명해도 다른 사람 말은 들으려 하지 않는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을 하겠는가?하영의 말에 정창만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비참할 게 뭐가 있지?”그러자 강하영은 웃음을 터뜨렸다.“세상에서 가장 아끼던 아들이 자기 여자를 건드렸는데 그걸 용서할 수 있다니, 비참하지도 않아요?”짜악-하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창만은 하영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죽고 싶어 발악하는구나! 오늘 그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마!”말을 마친 정창만이 경호원의 손에서 총을 빼앗아 하영의 머리를 겨누었다.“멈춰!”모두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소예준이 서늘한 표정으로 입구에 서 있었다.정창만을 멈추게 한 뒤 예준은 얼른 하영의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하영을 보고 어디를 잡아줘야 할지 몰랐다.하영은 예준을 보자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오빠……, 나 집에 가고 싶어…….”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냘픈 하영의 목소리에 순간 예준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을 꾹 참고 있던 그는 목소리마저 떨려왔다.“그래, 집으로 데려다줄게.”예준은 하영을 안아 들고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들어 싸늘한 표정으로 정창만을 바라보았다.“어르신, 오늘 일은 꼭 기억할 겁니다. 우리 사이에 진 빚은 나중에 천천히 갚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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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예준은 분노하며 김호진의 손을 뿌리쳤다.“정유준! 언젠가 오늘 네 행동을 후회할 날이 올 거야! 하영이 네 곁으로 돌아가지 않은 게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는 한 번이라도 하영에게 믿음을 준 적이 없으니까!”그 말을 남기고 예준은 하영과 함께 떠나버리고 말았다.싸늘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유준의 눈가엔 풀리지 않는 침통함이 담겨있었다.하영이 그런 짓을 벌이지만 않았다면, 유준은 절대 그런 식으로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유준은 입을 꾹 다문 채 숨을 깊게 들이쉬고 시선을 돌려 마이바흐가 세워져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홀로 서 있는 그의 외로운 자태는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하영은 병원으로 옮겨졌다.응급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을 때 그의 머리와 몸에는 상당히 많은 붕대가 감겨 있었다.상처를 봉합할 때 하영은 고통을 느낄 수 없는지 신음조차 내지 않았고, 심지어 미간조차 찡그리지 않았다.소예준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떤 식으로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몰랐다. 그는 하영이 아직 유준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정유준의 말은 하영에게 깊은 상처로 돌아왔을 것이다.저녁.우인나는 걱정이 되어 하영을 보러 왔고, 하영이 온몸에 붕대를 감고 힘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바로 눈물을 터뜨렸다.“하영아…….”우인나가 흐느끼며 하영의 이름을 불렀다.“얼마나 아팠을까…….”하영은 천천히 눈을 뜨고 우인나 쪽을 바라보더니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울지마.”그러자 인나는 더욱 서럽게 울면서 하영의 손을 꼭 잡았다.“그러니까 여기로 돌아오면 안 된다고 했잖아. 꼴이 이게 다 뭐야.”하영은 손가락을 약간 움직였다.“인나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인나는 코를 훌쩍이며 물었다.“뭔데? 얘기해 봐, 꼭 들어줄게.”“나 대신 애들 좀 돌봐줘. 내가 병원에 있는 거 얘기하지 말고, 캐리한테도 알리지 마. 그냥 회사 일만 잘 처리해 달라고 전해줘.”하영이 잠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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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무슨 일이야?

세준은 의자에서 뛰어 내려오며 싸늘한 어조로 물었다.“이모한테 묻고 싶은 게 있으니 위층으로 올라가요.”“그래…….”억지로 세 녀석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자, 인나는 마치 범죄자가 된 기분으로 세 녀석에게 심문당했다.“엄마가 입원하셨는데 왜 거짓말하세요?”세준이 제일 먼저 싸늘한 어조로 묻자, 세희도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엄마 보러 가고 싶어요. CCTV로 엄마가 심하게 구타당하는 걸 봤단 말이에요!”희민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 차 있었다.“병원에 엄마 보러 가셨어요?”아이들의 연속된 질문에 인나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고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괜히 나 난처하게 하지 마. 너희들 걱정할까 봐 비밀로 해달라고 한 거야.”그러자 세준이 피식 웃었다.“그럼 우리가 묻지 않았으면 끝까지 거짓말할 생각이었어요?”“이모, 엄마는 어떻게 됐어요?”희민도 입술을 꾹 깨문 채 우인나의 답을 기다리는 듯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나 참, 너희들 엄마가 누군데? 내가 갔을 때 아주 멀쩡해 보였어! 가벼운 찰과상이고 다른 덴 아무 문제 없어! 지금은 그저 휴식이 필요한 것뿐이니까, 몸조리만 잘하고 집으로 돌아올 거야.”인나는 거짓말을 하며 귀까지 빨개지는 것 같았다.‘이 녀석들이 지금 나를 범죄자 취급하는 거야?’세희는 작은 머리를 축 늘어뜨리며 입을 열었다.“됐어. 엄마는 우리가 걱정하는 걸 싫어하시는 것 같으니까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좋겠어.”세준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이모, 오늘부터 엄마의 건강 상태를 사실대로 보고해 주세요.”인나는 깜짝 놀랐다.‘얼마 만에 저렇게 살가운 목소리로 이모라고 불러주는 거야?’비록 목적이 다분했지만 그래도 꽤 듣기 좋았다.“그래! 알았어. 매일 너희들 대신 하영의 상황을 살펴봐 줄게. 됐지?”“수고해 주세요.”희민도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고, 인나는 그런 희민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어 줬다.“우리 희민이, 이모한테 뭘 그리 섭섭하게 얘기하고 그래?”그러자 희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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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복수를 위해

현욱은 연기로 자욱하게 뒤덮인 응접실로 들어가 유준의 곁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막 상황을 알아보려던 현욱은 유준의 입술 가장자리에 생긴 멍과 붉게 충혈된 두 눈을 보고 침묵을 지키더니, 묵묵히 잔에 술을 따랐다.“혼자서 마시면 재미없잖아. 나랑 같이 마셔.”그리고 유준의 손에 든 잔에 자기 잔을 부딪치고 바로 원샷을 한 뒤, 곧바로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유준은 그런 현욱을 유심히 주시하더니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강하영에 관한 것을 물어보려고 온 거지?”현욱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유준을 바라보았다.“내가 친구의 생사보다 다른 사람의 생사를 중요하게 여길 것 같아?”그러자 유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확실히 그건 아니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녀석이지.”“유준아.”현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기분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가시 돋친 말로 나 상처 주지 마!”유준은 손에 든 잔을 내려놓고 차분한 눈빛으로 한 곳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그런 짓을 벌였으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아직도 하영 씨가 언론에 알렸다고 생각해?”현욱의 질문에 유준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술잔의 가장자리를 매만졌다.“맞아. 그리고 왜 어머니를 혼자 관람차에 타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그러자 현욱은 혀를 찼다.“유준아, 관람차는 사고야. 설마 그것도 하영 씨가 한 일이라고 의심하는 건 아니지?”유준은 현욱을 힐끔 쳐다봤다.“나 아직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아!”그러자 현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것참 다행이네. 아니면 하영 씨는 죽어도 누명을 벗지 못할 거야.’“언제 하영 씨한테 가볼 생각이야?”유준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술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술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내일!”그러자 현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진심이야? 인나 씨말을 들어보면 하영 씨 지금 상태가 말이 아니라고 하던데.”“내가 알 바 아니지!”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이었다.“나는 이 일이 가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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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죽지 않아

하영은 피식 웃었다.“정유준 씨, 제가 당신 어머니 곁에 있었다고 제가 한 일이에요? 그래서 저한테 좋을 게 뭐가 있는데요? 한 번의 복수로 쾌감을 얻으려고?”“아니면 뭔데?”“저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아요! 당신 능력으로 누가 한 짓인지 알아낼 수 없겠어요? 제가 왜 당신한테 미움받을 걸 각오하고 그런 짓을 벌이겠어요?”유준은 하영을 뚫어지게 응시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유준이 아무 말도 없자 하영은 힘없이 입을 열었다.“당신한테 복수할 이유도 없고, 당신도 저한테 미안한 일 한 적 없어요. 5년 전 당신이 양다인 때문에 저를 구하지 않았을 때도 원망한 적 없어요. 그저 당신과 아무 상관 없는 곳으로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까.”그 말에 유준의 심장이 갑자기 따끔해 났다.“좋아. 그럼 그 일은 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치자. 그럼 왜 우리 어머니를 혼자 관람차에 타게 했는데?”그 일이 언급되자 하영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자책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미안해요.”“미안하다면 네가 한 잘못이 사라지기라도 해?”유준의 눈빛에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제정신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잖아!”“저도 처음엔 말렸어요. 그런데 이모가 기어이 혼자 올라간다고 해서 직원한테 얘기하는 사이 벌써 올라갔더라고요…….”“내가 그딴 변명을 믿을 것 같아?”유준이 크게 화를 내며 하영의 말을 끊었다.“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는 거 몰라?”하영은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유준의 분노에 찬 시선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렇게 생각하면서 왜 여기까지 찾아와서 따지는데요?”하영은 더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그동안 억눌린 감정을 전부 쏟아냈다.“제 설명이 당신한테 중요하긴 해요? 대체 어떤 대답이 듣고 싶어서 그래요? 기어이 제가 당신 어머니를 해쳤다는 대답을 들어야 속이 시원해요?”멘탈이 무너진 하영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자, 갑자기 유준이 손을 뻗어 하영의 턱을 움켜잡았다.하영의 얼굴을 움켜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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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따라와

그때,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애들은 유준을 발견하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인나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정 대표님.”인나의 부름에 유준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희민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희민아, 가자.”희민은 가방끈을 꽉 쥐고 입을 꾹 다문 채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시선마저 피했다.유준은 그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희민이 대체 뭘 주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예전에는 가자고 하기만 하면 바로 따라오던 녀석이 언제부터 불러도 꿈쩍도 안하는 버릇이 생긴 거지?’“정희민!”유준의 말투는 한층 더 차가워졌고, 얼굴에도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소리 지르지 마세요!”세희는 퉁퉁 부은 눈으로 유준을 노려보았다.“매번 나타날 때마다 희민 오빠 데려갔잖아요. 분명 희민 오빠도 우리 엄마 아들인 걸 잘 알면서!”그러자 유준의 눈을 가늘게 떴다.“그게 어떻다는 거지? 보호자가 여기 있으니 정희민의 거취도 내가 정해!”세희는 멍한 표정으로 유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유준의 말투에서 좋은 뜻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옷자락을 꽉 쥐고 있던 세희는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어제 CCTV에서 엄마가 심하게 구타당하고 있을 때 곁에서 구해주지도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유준의 모습을 말이다.‘아빠는 나쁜 사람이니까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야! 이런 아빠라면 나도 필요 없어!’세희는 용기를 내 희민의 곁으로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그리고 희민의 손을 덥석 잡은 세희는 예쁜 눈망울로 고개를 들어 정유준을 쏘아봤다.“그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희민 오빠를 데려갈 수 없어요!”순간 유준의 주변 공기가 서늘해지더니 말투도 한층 더 차갑게 들려왔다.“지금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건가?”유준의 무서운 기세에 겁에 질린 세희는 작은 몸을 움츠렸다.그리고 눈빛에 두려움이 떠오르더니 머릿속에는 강백만이 그녀의 머리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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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악명이 자자하다

“가요!”희민은 앞으로 다가가 유준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어서 가요!”눈앞의 광경을 보고 유준의 얼굴은 점점 저 무서울 정도로 굳어졌다.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니를 해친 강하영을 유준이 잘못 비난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참 가식적이란 말이야.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애들이 엄마 말이라면 철석같이 믿는 거지? 우리 어머니를 그렇게 위했다면 왜 혼자서 관람차를 타게 한 거야?’유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시선을 거두고 무서운 얼굴로 별장을 떠났다.차 안으로 돌아온 희민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유준을 바라보았다.“엄마는 저 때문에 관람차에 타지 않은 거예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거든요. 아니면 지금쯤 다 같이 추락했을 거예요!”유준의 검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움츠러들면서, 머릿속에는 희민이 얘기한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유준은 그래도 믿을 수 없었다!언론에서 어머니가 모욕당한 사실이 공개된 후로 강하영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이틀 뒤.하영은 희민이 전학 간 소식을 듣게 됐지만,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다행히 머리가 총명했던 희민이 휴대폰으로 하영에게 연락을 취했다.이틀간 푹 휴식하고 나니 하영은 걸을 수 있었고, 몸에 골절이 없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기껏해야 채찍에 맞아 피부와 살갗이 찢어진 정도였다.오늘따라 햇살이 유달리 좋아 간병인이 하영에게 산책이라도 나가지 않겠냐고 묻자, 하영도 동의하고 간병인과 함께 병원 아래에서 천천히 돌아다니며 햇빛 쪼임을 했다.간병인은 하영을 부축해 벤치에 앉게 한 뒤 입을 열었다.“강하영 씨, 오늘 바람도 조금 부는 것 같은데 제가 담요라도 가져다드릴까요?”그러자 하영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마워요. 그럼 물컵도 가져다주세요.”“네, 알겠습니다.”간병인이 떠나고, 하영은 따스한 햇살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기분도 조금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휠체어에 탄 채 경호원에 의해 밖에서 바람을 쐬고 있던 정주원이 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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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협박

하영은 입술을 달싹이며, “정말 싫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결국 말을 바꿨다.“우리가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미워할 정도는 아니죠.”“그래요?”정주원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제 생각이지만 하영 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믿지 않는 것 같네요.”“믿든 안 믿든 무슨 상관이죠?”“다만 정씨 집안이 싫은 건 사실이에요.”그러자 주원의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이유가 뭔지 물어도 될까요?”하영은 살짝 웃으며 눈을 떠 주원을 바라보았다.“제 몸에 있는 상처 안 보여요? 다 당신 아버지 덕분이죠!”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주원은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요?”하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정창만이 그녀를 오해한 사실을 주원에게 알려주자, 주원은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아버지가 연세가 좀 많으셔서 일 처리에 있어서 조금 극단적일 수 있어요.”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주원은 잠시 침묵하다가 잠시 뒤에 입을 열었다.“유준은 하영 씨 보러 안 왔어요? 제가 알기로 두 사람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고 들어서요.”“어차피 와도 싸우기밖에 안 할 텐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두 사람 예전에…….”“그쪽도 방금 예전이라고 했잖아요!”하영이 주원의 말을 끊었다.“만약 또 그 사람을 언급할 거라면 그만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미안해요. 제가 괜한 얘기를 꺼냈네요.”주원은 눈을 내리깔았다.“제가 이렇게 된 것도 유준이 때문이거든요.”하영은 그를 힐끗 바라보며 떠보듯 물었다.“원망스럽지 않아요?”주원은 쓴웃음을 지었다.“어차피 제 잘못이니, 잘못을 만회할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어요.”하영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만약 주원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었다면 그의 말을 믿었을지 모른다.겉모습은 온화하고 점잖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짐승보다 못 한 인간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지영이 왜 그를 보자마자 당장 뛰어가서 이 악마의 목을 조르지 않고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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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양다인은 고개를 홱 돌려 누군지 물어보려 할 때 방문이 열리고 소희원이 그녀의 방문 앞에 서서 불쾌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잘난 척하는 거 아냐? 할아버지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 못 들었어?”양다인은 바로 부드러운 태도로 안색을 바꿨다.“미안, 방금 통화하느라 못 들었어. 할아버지가 왜?”“무슨 일 있으면 부르지도 못해?”소희원이 코웃음을 치자 양다인은 얼른 웃으며 앞으로 다가갔다.“아니야. 내려가 할아버지 뵈러 가자.”“그럴 필요 없어!”소희원은 팔짱을 끼고 방문 앞을 막아섰고, 양다인은 그런 희원의 모습을 보고 인내심 있게 물었다.“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라도 있어?”“맞아!”희원은 소파를 바라보며 물었다.“잠깐 들어가도 돼?”그러자 양다인은 몸을 옆으로 비키며 길을 터줬다.“들어와.”희원은 방 안에 들어와 소파에 앉아 여전히 도도한 자태를 뽐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다인의 눈빛에 혐오감이 스쳤지만, 억지로 웃으며 앞으로 다가갔다.“나한테 할 얘기 있어?”“왜 유준 오빠를 속였어?”희원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양다인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뭘 속였는데?”그러자 희원이 피식 웃었다.“뭐긴 뭐겠어? 감정도 그렇고 아이 일도 그렇고, 설마 모른다고 얘기하진 않겠지?”“그건…….”양다인은 해명하기 시작했다.“예전에 유준 씨를 너무 사랑해서, 나도 모르게 속이고 말았어.”“쌤통이야!”“뭐?”희원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 양다인이 다시 되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어차피 이제 다 끝난 사이니까 다시는 유준 오빠를 건드리지 마!”그 말에 양다인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약간 굳어졌다.양다인은 소희원이 지금 자기한테 와서 유준에게 딴마음 품지 말라고 경고하러 온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언제부터 내 일에 상관했다고 이러는 거야?’소씨 집안사람들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었다면, 소희원이 이런 식으로 건방 떠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양다인은 꾹 참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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