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유준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짢은 기분으로 물건을 정리했다.“맛없으면 먹지 마세요!”‘내가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아? 앞으로 안 해주면 되지!’유준은 하영의 말투에서 가시가 돋친 것을 느끼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물었다.“삐졌어?”하영은 도시락을 옆에 탁- 내려놓았다.“정유준 씨, 나 바쁜 사람이에요. 음식까지 만들어 주면 가리지 말고 고마운 줄 알아야죠!”유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하영을 잡아끌었고, 하영이 반응하기 시작했을 땐 이미 유준의 품에 안겨있었다.하영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쳐들자, 빠져들 것만 같은 유준의 두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유준은 미소를 잔뜩 머금은 눈빛으로 몸을 숙여 하영의 귓가에 속삭였다.“농담이야, 내 입맛에 꼭 맞거든.”하영의 귓불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얼굴마저 달아올라 유준의 몸을 밀어내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하영과 유준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니 허시원이 화들짝 놀란 눈빛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저……, 저기. 죄,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를 했군요!”말을 마친 허시원은 빠르게 문을 닫았자 유준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하영은 어색하게 그와 거리를 두었다.“다 먹었으면 그만 돌아갈게요!”그 말을 남긴 하영은 도시락을 챙겨서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빠져나갔는데, 유준이 미처 잡기도 전에 이미 문을 닫아버렸다.문밖.허시원은 하영이 급하게 떠나는 것을 보고 다시 병실에 들어섰다.“대표님…….”말이 채 끝나기 전에 유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고, 허시원은 몸을 흠칫 떨더니 이내 변명하기 시작했다.“대,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얘기해!”유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불쾌한 듯 한 마디 내뱉자, 허시원이 태블릿으로 메일을 클릭하며 유준에게 건넸다.“캐리가 답장을 보내왔습니다.”유준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답변을 확인하던 순간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캐리의 답장에는 딱 한 마디만 적혀 있었다.[회사를 옮겨도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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