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31 - 챕터 640

1206 챕터

제631화

두 형제는 비상계단에 서서 나란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너 설마, 안진섭이 장선명을 싫어하게끔 해서 안지영과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던거야?"수술실에 들어간 안진섭의 모습을 본 나태현은 뭔가 짐작이 갔고 나태웅의 꿍꿍이를 대충 알아챌 수가 있었다. "일단 안진섭이 무사히 살아나야 돼."안진섭에게 정말 큰일이라도 난다면 자신과 안지영 사이는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난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그의 계획대로라면 장선명이 안지영을 쫓아와, 안진섭으로 하여금 장선명을 싫어하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래도 그게 나름 좋은 방법이긴 해. 안진섭이 반대하면 장선명도 더이상 집착하진 못할테니깐."안진섭이 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회사가 위기를 맞이했을 때도 안진섭은 오직 딸을 위하여 이익을 포기했었다. 그리하여 그의 눈에는 장선명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애초에 두 사람의 혼인을 막은 것도 그 이유였다.나태웅은 바로 그 심리를 이용하여 둘의 사이를 철저히 갈라놓고 싶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는 잘 생각해 봐."지금으로선 일단 장씨 집안의 일보다도 안지영을 달래주는게 우선이었다.......한편 장선명은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 안지영에게 건네주었다."물 좀 마셔."하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매우 쓸쓸해 보였다.다들 갑작스럽게 닥친 일에 미처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대화를 마친 나태현과 나태웅이 다시 돌아왔을 때 마침 응급실에서 의사 한 명이 나왔다.안지영은 벌떡 일어서 초조한 상태로 물었다."선생님, 저희 아버지는 어떤가요…?"의사는 마스크를 벗고 안지영을 바라보며 설명했다."일단 응급처치는 해드렸지만, 상황이 그닥 좋지는 않습니다. 내장 출혈과 심각한 뇌진탕 증상에다가 등에는 큰 상처도 있어서요.. 무사히 깨어나실 수 있을지는 앞으로 3일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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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장선명은 재빨리 그녀를 품에 안았고 안지영은 그렇게 완전히 기절해버렸다.아버지는 중환자실에 누워있고, 딸은 이렇게 기절을 해버리다니.한편 상황을 알 리가 없던 고은영은 불안한 나머지 수도 없이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끊임없이 울리는 전화에 배준우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지영이는 별일 없죠?""별일 없어. 피곤할텐데 얼른 자.""그럼 지영이 지금 비행기에 탔나요?" 고은영이 다시 물었다.“탔어. 지금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얼른 자. 알겠지?""알겠어요."안지영이 비행기에 탔다는 소식을 듣고나서야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느새 밤이 되었고, 영문을 알 리 없던 고은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나태웅과 장선명은 아무 말 없이 안지영의 병실을 지키고만 있었다. 둘 중 누구도 먼저 떠나려 하지 않으며 소리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고나서야, 안지영은 다시 깨어났다.그녀의 첫마디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를 보러 가겠다는 것이었다.나태웅과 장선명도 그녀의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그녀에게 거절 당했다."따라오지 마요."그녀의 말투는 얼음장마냥 차가웠고, 눈빛에는 한이 맺혀있었다.지금으로선 오로지 안진섭의 안위에만 신경을 쓰고 있어 당분간은 그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그렇게 안지영은 겨우 화를 억누르며 가버렸다.그렇게 두 남자는 덩그러니 남겨졌고, 이때 장선명이 갑자기 나태웅에게 주먹을 날렸다."이 개자식아!" 장선명은 아예 이성을 잃어 버린 상태였다.한 대로는 부족한지 계속하여 주먹을 날렸다.나태웅이 반격하려는 찰나, 수상한 인기척을 들은 배준우와 나태현이 다가가 서둘러 두 사람을 말렸다."선명아, 그만해!""그만하라고? 장인어른께서 아직도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다고!"나태웅은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내며 장선명을 노려보았다."네가 그렇게 급하게 쫓아가니까 교통사고가 난거잖아.""내가 쫓아갔다고? 내가 왜?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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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죄책감이 몰려와 어쩔 바를 모르는 장선명과는 달리 나태웅은 아무 말도 없었다.교통사고가 일어난 후부터 그의 말수는 확실히 적어졌다.분명히 내심 자책은 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새 사흘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그러나 그동안, 안진섭은 한번도 깨어나지 못했다.결국 병원에선 그에게 식물인간 진단을 내렸다. "식물인간..? 식물인간이 대체 뭔데요?"식물인간이라는 단어를 들은 안지영은 숨이 턱 막혀왔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건 아니겠지? 우리 아버지가 정말.. 영영 깨어나지 못한다는거야?하지만 의사는 여전히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안지영에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환자분께서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기적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다시 한번 온몸에 힘이 빠져 바로 기절해버렸다.이때 나태웅이 재빨리 그녀를 안았다.그 순간,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크게 놀란 장선명은 재빨리 다가가 그의 품에서 안지영을 빼앗아갔다. "...""아무리 지영이가 지금은 날 미워해도, 어쨌든 내가 지영이 약혼남이야. 넌 나서지 마.” 그리고는 곧바로 안지영을 안고 의사를 찾으러 갔다.선 넘는 발언에 열 받은 나태웅이 앞으로 나아가 뭐라 하려던 순간, 나태현이 그를 가로막았다."네가 안지영이랑 친한건 잘 알겠는데, 어쨌든 그녀는 지금 유부녀야.”"아직 둘은 약혼하지도 않았어.""약혼을 했든 안 했든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인 부부 사이야.”"..."분하긴 하지만 나태현의 말이 맞긴 했다. 현재로선 안지영의 약혼자는 장선명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그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잠시 후 그의 시선이 배준우에게로 쏠렸다. 배준우도 고은영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건가? 그나저나 임신까지 한 여자를 왜 그냥 두고 나온거지? 나태웅은 이래저래 이 상황들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그렇게 어느덧 피그스에서 지낸지도 보름 정도 됐지만 안진섭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의사 말대로 여전히 식물인간으로서 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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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일행은 무사히 전용기에 올라탔고, 고은영은 안지영의 곁을 지키고만 있었다.그러나 장선명과 나태웅은 여전히 신경전을 펼치며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때 나태현이 물었다."안씨 집안한테는 이번 일을 어떻게 수습할 계획이야?"지금으로선 수습이 가장 큰 문제였다.안진섭이 멀리 피그스까지 와서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으로 변한 소식이 전해지기라도 한다면 안씨 집안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안지영이 귀국하면 어떤 짓을 벌일지 대충 감이 잡히기도 했다. "두 사람이 벌인 일이니까 알아서 잘 해결해."배준우가 말했다.그러자 장선명은 발끈했다. "제가 뭘 어쨌다고요? 전 지영이랑 약혼한 사이에요."안지영을 지키려다 이렇게 벌어진 일에,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자 그는 억울했다. 하지만 배준우의 차가운 눈빛에 그는 더이상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때 나태웅이 입을 열었다."내가 해결할게.""누가 너더러 나서래? 내 약혼녀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거야. 넌 신경 꺼."장선명은 나태웅이 참견하는걸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나태웅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배준우는 그런 장선명의 무서운 태도에 놀랐다. 안지영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나 진심일 줄은 몰랐다.그와 마찬가지로 나태웅 또한 꽤나 진심이었다. ......얼마 뒤 이들은 강성에 도착했고, 고은영은 안지영과 함께 병원으로 돌아가자고 했다.하지만 안지영은 말렸다."은영아, 넌 먼저 돌아가. 피곤하잖아.""너랑 같이 갈래." 하지만 고은영은 힘든 안색을 감추지 못했다."아가씨!"이때 뜻밖에도 안진섭의 비서인 주안조가 공항에 나타나 굳은 표정으로 다가왔다."비서님, 오셨군요.""병원 쪽에서는 이미 안 선생님을 위해 병실을 안배해 놓았습니다. 아가씨는 얼른 회사로 돌아가서 회의를 진행해야 합니다."주안조는 다급한 말투로 상황을 전했다.회사로 돌아가 회의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로 회사가 얼마나 아수라장이 되었을지 예상이 갔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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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배준우는 고은영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안지영과 주안조도 곧이어 병원으로 떠났다.장선명, 나태웅과 나태현... 세 사람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장선명은 여전히 독기 어린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너 두고 봐."나태웅은 더이상 차마 뭐라고 대들지 못했다. 오고 가는 사람이 많은 이 공항에서 유명한 재벌 2세에게 손을 대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장선명의 화가 난 뒷모습을 보고도 그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나태현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진혁이 뒤에서 나타났다."선생님."그의 말투는 다소 긴박해 보였다. 그러자 나태웅도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를 떠났다."얼른 가자.""네."진혁은 나태웅의 뒤를 따랐다.한편 차에 오른 장선명은 계속해서 여러 번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두 안씨 집안에 관한 일들이었다. "그래. 넌 빨리 안씨 집안 상황부터 파악해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씨 집안 이사회 는 막아야 돼. 절대로 안지영을 건드려서는 안 돼.""네, 사장님!"그가 연락한 사람은 바로 가장 유능한 비서 중 하나인 안열이었다.요 몇 년 동안 안열은 장선명의 곁에서 그를 도와 크고 작은 사건들을 깔끔히 처리해왔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선명은 머리가 아픈지 미간을 찡그렸다.곧이어 또 배준우에게도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형. 안씨 집안이랑 합작 많이 했었죠?" 장선명은 직접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네가 원하는게 뭔데?""만약 안씨 집안 내부에 변동이 생긴다면, 얼른 합작을 취소해주세요.”무슨 변동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배준우는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그 또한 안진섭이 위기에 놓인 이 상황에 내부에서 안지영을 무너뜨리려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안지영이 자연스럽게 안씨 집안을 장악하기를 바랬다. "네가 생각하기엔 안지영이 이번 기회에 회사를 순조롭게 인수할 수 있을 것 같아?""그게 순조롭든 아니든,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저희 장씨 집안은 가만 있지 않을겁니다."장선명의 말투는 굳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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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나태웅이 물었다."우리가 지금 안씨 집안이랑 하고 있는 합작들이 뭐가 있지?""너 설마...!""안씨 집안은 반드시 안지영의 손에 들어가야 돼.""그 여자가 경영할 능력이 있긴 한 것 같아?""당연히 있지." 안지영에 대한 나태웅의 믿음은 굳건했다.천락그룹 영업부에서 그녀는 고작 판매부의 일반 직원일뿐이었지만 그동안 이뤄낸 실적으로만 보면 어느 정도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알겠어."설사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안씨 집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나태현 또한 잘 알고 있었다.안진섭이 살아있었다면 그 또한 이런 상황에서 절대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너 말해봐. 대체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나태현은 한바탕 화를 냈다.결국 안진섭은 장선명을 싫어하게 됐고 그들의 약혼도 막아냈지만, 이런 일은 예견하지 못했다."..."이번 사고에 대해 나태웅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나태웅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선생님. 안씨 집안에서 저희가 배치한 의료진과 간호사들을 모두 쫓아냈습니다."다름아닌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들이 피그스에서 출발하기 전에, 나태웅은 이미 강성에서 할 일들을 모두 안배해뒀었다.그런데 안지영이 그가 배치한 의사와 간호사들을 쫓아내려 한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답답해졌다.다소 우울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자 곧이어 안지영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나태웅이 입을 떼기도 전에 안지영이 말했다."약간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우리 사이에 더 이상 아무런 연락도 하지 말았으면 해."그녀의 태도는 매우 차가웠다.그렇게 둘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우리 사이의 거래를 벌써 잊은거야?"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나태현은 참지 못하고 웃어댔다.자신의 동생이 저지리는 이 일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거래라니?비록 어떤 거래가 오고 갔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심상치 않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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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안씨 집안은 다른 재벌가와는 달랐다.안진섭은 그동안 오직 자신의 딸을 위해 회사를 경영해왔다. 비록 실질적으로는 안진섭이 혼자서 회사를 장악하고 있었긴 했지만, 사실 회사에는 다른 대주주들도 있었고, 그들이 손에 쥔 지분도 적지 않았다.그 지분들이 안지영에게는 꽤나 큰 위협이 됐다. 안지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준비는 다 됐나요?""걱정 마십쇼. 준비는 철저하게 했습니다. 더이상 나태웅의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주안조가 공손하게 대답했다.그 말에 안지영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더이상 나태웅과 얽히고 싶지가 않았다.병원 확인을 마친 후 두 사람은 자리를 떠났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나 되었지만, 안지영은 여전히 근심 걱정이 가득해보였다. 그녀는 회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 대체 무엇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잠시 후 회사에 도착하였고, 한 단발 머리의 여직원이 그들을 공손히 맞이했다."아가씨, 안녕하세요. 저는 안열이라고 합니다."안열?안지영은 처음 보는 그녀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겉으로 보기엔 고작 스물대여섯 살밖에 안 된 것 같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안열이요?" 안지영은 갸우뚱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주안조를 한 번 쳐다보며 눈빛으로 이 여자가 어느 주주의 사람인지 물었다.그러나 주안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저었다.곧이어 안열은 명함 한 장을 안지영에게 건네주었다."저는 장선명 도련님의 사람입니다. 도련님께서 말하시길, 아가씨께서 지금 정신이 없으시다고 곁에서 도와드리라고 했습니다."장선명이라는 이름을 들은 안지영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돌아가. 이건 안씨 집안 내부의 일이니 다른 사람이 끼어들 필요는 없어."안지영은 이번 일은 장선명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아예 책임이 없지 않는 그가 거슬렸다. 대체 그때 왜 쫓아온걸까?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장선명이 그들의 차를 쫓아갔던건 애초에 나태웅의 계산 속에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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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내가 그렇게 나약한 사람으로 보여?""그래도 조심해야 돼요."고은영의 고집에도 혜나는 그녀를 말렸다.혜나는 고은영이 란완 리조트에서 온 후 별 다른 꿍꿍이 없이 그녀를 모신 유일한 사람이었다. 당시 다른 하녀들은 이미월 때문에 불평, 불면이 많았지만 혜나는 신경 쓰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고은영을 돌보았다. 이때 배준우가 들어왔다."가자."그러고는 고은영의 손을 잡았다.배준우가 왔으니 혜나도 당연히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그녀의 곁에 서 있던 하녀는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며 내심 부러워했다."작은 사모님은 체질이 정말 좋은 것 같아. 아이를 출산하고도 살이 별로 찌지 않을것 같애. 저 팔이 얼마나 가느다란지..""선천적으로 타고 난 체질이라 부러워할 수가 없지.”사실이었다.일반 임산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몸 전체가 퉁퉁 붓긴 했지만 고은영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아예 살이 안 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곧이어 위층으로 올라간 고은영은 너무나도 피곤했지만 비행기를 타는 내내 씻지 않아 불편했다."저 먼저 샤워하고 올게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간 고은영이 막 옷을 벗는 순간, 갑자기 문이 열렸다.배준우가 그녀를 도와 다정하게 옷을 건네주려고 연 것이다. 놀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몸을 가렸지만, 가린 의미가 전혀 없었다. "왜, 왜 들어와요?"배준우를 본 고은영의 작은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아이까지 임신하긴 했지만 배준우 앞에서는 여전히 부끄러웠다.배준우는 부끄러워하는 그녀가 그저 귀여웠다."뭘 가리고 그래? 내가 못 본 게 뭐가 있다고?" 그러고는 차분하게 옷을 내려놓았다."빨리 나가요!""싫은데? 내가 너 샤워시켜줄게.""네?" 샤워를 시켜주겠다고?고은영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굳어버렸다. 배준우는 욕실로 들어가 욕조의 수온을 체크해보았다. 사실 도착하기 전에 이미 하녀들을 시켜서 물을 잘 받아놓으라고 했었다.그동안 피그스에서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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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고은영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저 혼자 할 수 있거든요..."큰 일도 아니고 그저 목욕 뿐인데, 혼자서 못하겠어? 그러나 배준우는 단호했다."절대 안 돼. 누가 감히 널 혼자 샤워하게 놔둔다면 내가 전부 해고시켜 버릴거야."아니, 왜 다른 사람 밥그릇으로 협박하는거지?고은영은 작은 입을 불만스럽게 삐죽 내밀었다."나쁜 놈...""그래도 내가 너보다 나쁘겠어?""..."그러자 작은 얼굴은 다시 빨개졌다."앞으로 나 속일 생각하지 마.""제가 어떻게 감히 당신을 속여요?"수많은 고난을 맞이했지만 말없이 혼자서 그 과정을 이겨내고 꿋꿋이 버텨낸 고은영이 기특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곧이어 배준우도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혼자 남게 된 고은영은 왠지 모르게 안색이 좋지가 않아 보였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는 안지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지영아, 우리 쪽에서 좀 도와줄까?"안진섭이 갑자기 식물인간이 된 상황에, 그녀는 안지영이 스스로 대처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됐다.만약 다른 때였다면, 그녀는 배준우에게 감히 도움을 청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지영을 위해서 그녀는 뻔뻔해질 수 있었다. 자신이 안지영을 도울 수는 없었지만, 배준우는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안지영은 그녀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배준우가 나올 때에는 고은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러자 그가 바로 침대에 올라 그녀를 품에 안았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고은영은 울먹이는 두 눈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지영이가 걱정돼요…""걱정하지 마. 장선명이랑 나태웅도 절대 하늘 그룹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걸 보고만 있지 않을거야."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비로소 좀 안심이 되었다."그나저나 지영이, 정말 혼자서 대처할 수 있을까요?"장선명과 나태웅이 도와준다고 해도 하늘 그룹 내부에는 이미 문제가 많았다.여태까지는 줄곧 안진섭이 있었기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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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알겠어. 얼른 자." 배준우는 고은영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다정하게 달래주었다.고은영은 여전히 안지영이 걱정됐지만 피그스에 있는 동안 이미 몸이 지친대로 지쳤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밤새 회의를 진행한 안지영은 이튿날 아침이 돼서야 고은영에게 답장을 보냈다."걱정마. 지금 천천히 해결하고 있으니까 넌 네 몸이나 잘 보살펴."만삭인 배를 하고도 자신을 걱정하는 고은영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젠 예전처럼 혼자 멍청하게 당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겪고 있는 것들도 아직 시작일 뿐이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기로 했다.곧이어 장선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안지영은 받고 싶지 않았지만 어젯밤 안열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어쩔 수 없이 받았다. "여보세요.""아침 식사는 내가 너 데리고 나가서 먹을까? 아니면 너한테 직접 가져다 줄까?" 장선명이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다 필요 없어요.”"그럼 내가 밥이랑 반찬이라도 보내줄까?""선명 씨, 전 지금 당신을 만나고 싶지가 않아요." 안지영은 단호하게 말했다.사실 이 상황을 전부 장선명한테 탓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으로선 그를 받아줄 마음이 없었다. "알겠어. 그럼 방해 안 할게."장선명은 더 이상 그녀를 귀찮게 굴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피곤해 보이는 안지영의 모습에 안열은 재빨리 커피 한 잔을 따라 탁자 위에 놓았다."커피 좀 마시세요. 오늘 일정도 빠듯할텐데요.""고마워."안지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그 쓴 맛과 단 맛이 그녀의 피로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했다."감사의 인사는 도련님한테 전하세요. 저는 그 분의 말을 듣기만 했을 뿐이에요.""..."곧이어 안열은 피그스 쪽에서 일어난 일들이 궁금해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가씨께서 도련님을 탓하고 있는건 잘 알고 있지만, 이 모든게 다 나태웅의 계획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신가요?""계획이라니?""안 회장님께서 왜 피그스에 갔겠어요? 그리고 나태웅은 또 왜 그렇게 많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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