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웅이 물었다."우리가 지금 안씨 집안이랑 하고 있는 합작들이 뭐가 있지?""너 설마...!""안씨 집안은 반드시 안지영의 손에 들어가야 돼.""그 여자가 경영할 능력이 있긴 한 것 같아?""당연히 있지." 안지영에 대한 나태웅의 믿음은 굳건했다.천락그룹 영업부에서 그녀는 고작 판매부의 일반 직원일뿐이었지만 그동안 이뤄낸 실적으로만 보면 어느 정도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알겠어."설사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안씨 집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나태현 또한 잘 알고 있었다.안진섭이 살아있었다면 그 또한 이런 상황에서 절대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너 말해봐. 대체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나태현은 한바탕 화를 냈다.결국 안진섭은 장선명을 싫어하게 됐고 그들의 약혼도 막아냈지만, 이런 일은 예견하지 못했다."..."이번 사고에 대해 나태웅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나태웅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선생님. 안씨 집안에서 저희가 배치한 의료진과 간호사들을 모두 쫓아냈습니다."다름아닌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들이 피그스에서 출발하기 전에, 나태웅은 이미 강성에서 할 일들을 모두 안배해뒀었다.그런데 안지영이 그가 배치한 의사와 간호사들을 쫓아내려 한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답답해졌다.다소 우울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자 곧이어 안지영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나태웅이 입을 떼기도 전에 안지영이 말했다."약간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우리 사이에 더 이상 아무런 연락도 하지 말았으면 해."그녀의 태도는 매우 차가웠다.그렇게 둘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우리 사이의 거래를 벌써 잊은거야?"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나태현은 참지 못하고 웃어댔다.자신의 동생이 저지리는 이 일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거래라니?비록 어떤 거래가 오고 갔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심상치 않다는
안씨 집안은 다른 재벌가와는 달랐다.안진섭은 그동안 오직 자신의 딸을 위해 회사를 경영해왔다. 비록 실질적으로는 안진섭이 혼자서 회사를 장악하고 있었긴 했지만, 사실 회사에는 다른 대주주들도 있었고, 그들이 손에 쥔 지분도 적지 않았다.그 지분들이 안지영에게는 꽤나 큰 위협이 됐다. 안지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준비는 다 됐나요?""걱정 마십쇼. 준비는 철저하게 했습니다. 더이상 나태웅의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주안조가 공손하게 대답했다.그 말에 안지영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더이상 나태웅과 얽히고 싶지가 않았다.병원 확인을 마친 후 두 사람은 자리를 떠났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나 되었지만, 안지영은 여전히 근심 걱정이 가득해보였다. 그녀는 회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 대체 무엇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잠시 후 회사에 도착하였고, 한 단발 머리의 여직원이 그들을 공손히 맞이했다."아가씨, 안녕하세요. 저는 안열이라고 합니다."안열?안지영은 처음 보는 그녀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겉으로 보기엔 고작 스물대여섯 살밖에 안 된 것 같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안열이요?" 안지영은 갸우뚱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주안조를 한 번 쳐다보며 눈빛으로 이 여자가 어느 주주의 사람인지 물었다.그러나 주안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저었다.곧이어 안열은 명함 한 장을 안지영에게 건네주었다."저는 장선명 도련님의 사람입니다. 도련님께서 말하시길, 아가씨께서 지금 정신이 없으시다고 곁에서 도와드리라고 했습니다."장선명이라는 이름을 들은 안지영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돌아가. 이건 안씨 집안 내부의 일이니 다른 사람이 끼어들 필요는 없어."안지영은 이번 일은 장선명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아예 책임이 없지 않는 그가 거슬렸다. 대체 그때 왜 쫓아온걸까?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장선명이 그들의 차를 쫓아갔던건 애초에 나태웅의 계산 속에 벌
"내가 그렇게 나약한 사람으로 보여?""그래도 조심해야 돼요."고은영의 고집에도 혜나는 그녀를 말렸다.혜나는 고은영이 란완 리조트에서 온 후 별 다른 꿍꿍이 없이 그녀를 모신 유일한 사람이었다. 당시 다른 하녀들은 이미월 때문에 불평, 불면이 많았지만 혜나는 신경 쓰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고은영을 돌보았다. 이때 배준우가 들어왔다."가자."그러고는 고은영의 손을 잡았다.배준우가 왔으니 혜나도 당연히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그녀의 곁에 서 있던 하녀는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며 내심 부러워했다."작은 사모님은 체질이 정말 좋은 것 같아. 아이를 출산하고도 살이 별로 찌지 않을것 같애. 저 팔이 얼마나 가느다란지..""선천적으로 타고 난 체질이라 부러워할 수가 없지.”사실이었다.일반 임산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몸 전체가 퉁퉁 붓긴 했지만 고은영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아예 살이 안 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곧이어 위층으로 올라간 고은영은 너무나도 피곤했지만 비행기를 타는 내내 씻지 않아 불편했다."저 먼저 샤워하고 올게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간 고은영이 막 옷을 벗는 순간, 갑자기 문이 열렸다.배준우가 그녀를 도와 다정하게 옷을 건네주려고 연 것이다. 놀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몸을 가렸지만, 가린 의미가 전혀 없었다. "왜, 왜 들어와요?"배준우를 본 고은영의 작은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아이까지 임신하긴 했지만 배준우 앞에서는 여전히 부끄러웠다.배준우는 부끄러워하는 그녀가 그저 귀여웠다."뭘 가리고 그래? 내가 못 본 게 뭐가 있다고?" 그러고는 차분하게 옷을 내려놓았다."빨리 나가요!""싫은데? 내가 너 샤워시켜줄게.""네?" 샤워를 시켜주겠다고?고은영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굳어버렸다. 배준우는 욕실로 들어가 욕조의 수온을 체크해보았다. 사실 도착하기 전에 이미 하녀들을 시켜서 물을 잘 받아놓으라고 했었다.그동안 피그스에서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고은영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저 혼자 할 수 있거든요..."큰 일도 아니고 그저 목욕 뿐인데, 혼자서 못하겠어? 그러나 배준우는 단호했다."절대 안 돼. 누가 감히 널 혼자 샤워하게 놔둔다면 내가 전부 해고시켜 버릴거야."아니, 왜 다른 사람 밥그릇으로 협박하는거지?고은영은 작은 입을 불만스럽게 삐죽 내밀었다."나쁜 놈...""그래도 내가 너보다 나쁘겠어?""..."그러자 작은 얼굴은 다시 빨개졌다."앞으로 나 속일 생각하지 마.""제가 어떻게 감히 당신을 속여요?"수많은 고난을 맞이했지만 말없이 혼자서 그 과정을 이겨내고 꿋꿋이 버텨낸 고은영이 기특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곧이어 배준우도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혼자 남게 된 고은영은 왠지 모르게 안색이 좋지가 않아 보였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는 안지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지영아, 우리 쪽에서 좀 도와줄까?"안진섭이 갑자기 식물인간이 된 상황에, 그녀는 안지영이 스스로 대처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됐다.만약 다른 때였다면, 그녀는 배준우에게 감히 도움을 청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지영을 위해서 그녀는 뻔뻔해질 수 있었다. 자신이 안지영을 도울 수는 없었지만, 배준우는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안지영은 그녀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배준우가 나올 때에는 고은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러자 그가 바로 침대에 올라 그녀를 품에 안았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고은영은 울먹이는 두 눈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지영이가 걱정돼요…""걱정하지 마. 장선명이랑 나태웅도 절대 하늘 그룹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걸 보고만 있지 않을거야."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비로소 좀 안심이 되었다."그나저나 지영이, 정말 혼자서 대처할 수 있을까요?"장선명과 나태웅이 도와준다고 해도 하늘 그룹 내부에는 이미 문제가 많았다.여태까지는 줄곧 안진섭이 있었기에 내부
"알겠어. 얼른 자." 배준우는 고은영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다정하게 달래주었다.고은영은 여전히 안지영이 걱정됐지만 피그스에 있는 동안 이미 몸이 지친대로 지쳤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밤새 회의를 진행한 안지영은 이튿날 아침이 돼서야 고은영에게 답장을 보냈다."걱정마. 지금 천천히 해결하고 있으니까 넌 네 몸이나 잘 보살펴."만삭인 배를 하고도 자신을 걱정하는 고은영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젠 예전처럼 혼자 멍청하게 당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겪고 있는 것들도 아직 시작일 뿐이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기로 했다.곧이어 장선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안지영은 받고 싶지 않았지만 어젯밤 안열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어쩔 수 없이 받았다. "여보세요.""아침 식사는 내가 너 데리고 나가서 먹을까? 아니면 너한테 직접 가져다 줄까?" 장선명이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다 필요 없어요.”"그럼 내가 밥이랑 반찬이라도 보내줄까?""선명 씨, 전 지금 당신을 만나고 싶지가 않아요." 안지영은 단호하게 말했다.사실 이 상황을 전부 장선명한테 탓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으로선 그를 받아줄 마음이 없었다. "알겠어. 그럼 방해 안 할게."장선명은 더 이상 그녀를 귀찮게 굴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피곤해 보이는 안지영의 모습에 안열은 재빨리 커피 한 잔을 따라 탁자 위에 놓았다."커피 좀 마시세요. 오늘 일정도 빠듯할텐데요.""고마워."안지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그 쓴 맛과 단 맛이 그녀의 피로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했다."감사의 인사는 도련님한테 전하세요. 저는 그 분의 말을 듣기만 했을 뿐이에요.""..."곧이어 안열은 피그스 쪽에서 일어난 일들이 궁금해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가씨께서 도련님을 탓하고 있는건 잘 알고 있지만, 이 모든게 다 나태웅의 계획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신가요?""계획이라니?""안 회장님께서 왜 피그스에 갔겠어요? 그리고 나태웅은 또 왜 그렇게 많은 사
당시 장선명의 입장으로서는, 정말로 파혼을 위해 나태웅이 안지영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 줄 알았다.아버지가 피그스까지 와서 장선명을 피해 다시 귀국하려고 한 것도,어찌 보면 정말 안열이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이 나태웅의 계획 속에 벌어진 일일 수도 있었다."그럼 저는 이만 주 비서와 함께 오늘 있을 회의를 준비하러 가볼게요. 이따가 다른 비서가 아침 식사를 가져다 드릴겁니다.""고마워."안지영은 차분하게 말했다.그녀가 지금 대체 어떤 기분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안열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그렇게 안지영 혼자만 남게 되었고,그녀는 더 이상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자신이 정말로 아버지를 잃을 것 같았고, 아버지가 없는 날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괴로울 줄은 몰랐다.이때 똑똑똑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두드렸다."들어와."그녀는 아침 식사를 가져다 주러 온 직원인 줄 알았다.그런데 문 밖에서 들어온 사람은 바로 장선명이었다.순간 안지영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는 듯 했다. "당신...""배고프지?" 장선명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여느 때와 다름 없이 다정한 말투로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리고 그의 손에는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필요 없다니까요.""내가 이렇게 안 오면, 너 오늘 저녁이 돼서야 첫 끼를 먹을 생각이었어?""..."사실 그녀는 정말 배가 고팠다.하지만 장선명이 말대로 그가 오지 않았더라면 정말 하루종일 굶을 수도 있었다. 곧이어 장선명은 들고 온 도시락을 꺼냈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전부 셰프들이 정성스레 만든 반찬들이었다.회사가 집에서 꽤나 먼 곳에 있었지만 음식의 향기는 여전히 짙었다."내가 새우죽도 끓여 놓았으니까 얼른 집에 와서 먹어." 장선명은 안지영을 달래주었다. "아..."안 먹겠다고 대답하려 했지만,오늘도 어김없이 마주해야 할 수많은 일에 그녀는 일단 열심히 먹기로 했다. 그녀가 소파에 앉자 장선명은 죽 한그릇을 건네주었다
장선명의 진심 가득한 호의에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고맙기는..."“얼른 밥부터 먹자고요. 저 진짜 배고파요.”"그래. 먹자."장선명의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보였다. 안지영이 어젯밤 밤새 진행한 업무는 전에 천락그룹에서 야근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단지 일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재도 해야했기 때문이다.단 하룻밤을 겪으면서 안지영은 전에 아버지가 겪었던 고충을 그제야 이해했다. 안지영은 죽 한 그릇을 마시고는, 만두 세 개와 왕만두 두 개까지 먹었다.나머지는 전부 장선명의 몫이었다.이때 안열이 들어왔고, 장선명과 안지영이 함께 음식을 먹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었다. 곧이어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친 후,안열은 장선명에게 다가가 어젯밤의 상황을 보고했다."네 말이 맞아. 한 달이면 충분해?"한 달 동안 안지영을 도와 하늘 그룹을 철저히 장악할 계획이었다.그러자 안열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충분합니다."몇 년 동안 안진섭은 안지영을 동명 그룹에 두고 단련을 시켜왔지만 회사 내부의 사람들에게는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자연스레 회사 내부 사람들은 줄곧 안지영이 외국에서 유학해왔기에 회사 경영에 대해서는 잘 모를 거라 생각했다.그리하여 처음에는 그녀를 속이려는 사람들도 많았다.하지만 뜻밖에도 안지영의 일 처리 능력은 뛰어났다. 얼마 안 돼 동지운의 편을 서던 사람들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다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마음이 불안하기도 했다.오직 지분율 1위였던 동지운만이 여전히 이 틈을 타 어떻게든 동명 그룹을 장악하려 했다.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너한테 맡길게.""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열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장선명은 잠시 머뭇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오늘 일은 고마워."그 말을 들은 안열은 멍해졌다.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닙니다. 응당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장선명은 사실 잘 알고 있었다.오늘 안지영의 마음이 좀
왕여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태웅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안지영한테 전화해.""네?" 왕여는 놀랐다.지금 이 타이밍에 안지영에게 연락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하늘 그룹 내부의 일을 처리하느라 한창 바쁠 텐데.안지영은 틀림없이 그 누구의 전화도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같이 점심 먹으려고.""..."차마 사실대로 말하기 죄송했지만, 왕여는 어쩔 수 없이 털어놓았다."오늘 아침, 장선명 씨께서 아가씨한테 직접 아침 식사를 보냈습니다."그 말을 들은 나태웅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안지영한테 아침 밥을 줬다고?""네, 아침 일찍부터 준비했더라고요."장선명이 언제부터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었지?피그스에서 돌아온 후, 나태웅은 장선명이 더욱 꼴 보기 싫어졌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듣자 그는 더욱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왕여는 그런 나태웅이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콜록!" 일부러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나태웅에게 일깨워 주었다."대표님, 지금은 아가씨한테 가장 어려운 시점이에요. 자신한테 더 뚜렷한 관심을 주는 남자에게 더욱 마음이 갈 겁니다. ""무슨 뜻이야?"왕여의 이 말에 나태웅의 안색은 더욱 차가워졌다.나태웅은 여전히 그 말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장선명 씨께서 지금 계속하여 안지영 씨 곁에 머물러있는데, 어떻게 보면 대표님한테는 불리한 상황일 겁니다.”"네 말은, 내가 아직도 가능성이 낮다는 거야?""..."이 사람 왜 이렇게 답답해? 안 뺏으면 피그스까지 데려간 보람은 더 이상 없잖아.됐어, 알아서 하라고 해.그러나 전에 안지영을 괴롭혀온 나태웅의 방식을 생각하면, 왕여도 이 방식이 옳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여자들은 다들 부드럽게 다가오기를 바란다고요.""그건 멍청한 놈들이야. 안지영이 이렇게 쉽게 사랑에 빠질 사람일 것 같아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