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81 - 챕터 490

1210 챕터

제481화

지영은 결국 강성을 떠나지 않은 것이었다!진섭 역시 그녀에겐 별 수가 통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준우 쪽에 가서 어떻게든 상황을 호전시켜 보는 방법을 생각하는 듯해 보였다. 동시에 지영도 가만히 손 놓고만 있지는 않아서, 내내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하지 않다가, 갑자기 그다음 날부터 선 자리에 나가기 시작했다!한 방에 3번의 선 자리라니, 이렇게 적극적이라면, 누구든 한눈에 보자마자 그녀의 목적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아무나 잡아서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급한 와중에 그녀는 무조건 안 씨 집안을 도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그리고 마침, 이 선 상대방 중에는 장 씨 가문의 넷째 장신명과 진 씨 가문 첫째 진윤도 있었다!오전 10시가 되자마자, 준우의 핸드폰으로 선명과 윤에게서 연달아 전화가 걸려왔다. 대체 안 씨 집안 딸내미가 뭔 바람이 불었길래 당일에 도장을 찍자고 난리인지 묻는 전화였다.준우의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다.“너한테 시집간다고?”“아니, 내가 아니라… 지금 그쪽은 그냥 자기랑 결혼할 자신이 있고, 안 씨네를 좀 도와줄 수 있으면 바로 시집을 간다는 뜻이야!”“엥?”준우는 눈썹을 모으며 생각했다. ‘안지영 얘는 아무리 급해도 앞뒤는 가릴 줄 알아야지, 장선명, 진윤 얘네랑 내 관계를 모른다는 거야?나 실장이 아무래도 뭘 좀 잘못 짚은 것 같은데.’그때, 선명이 빈정댔다. “나 걔한테 그냥 장가나 확 갈까?”"네가 그러면 아마 누군가 널 죽이려고 들걸?”“아니 이러면 너를 건드리는 거 아냐? 왜 또 갑자기 여기서 누군가가 나와?”고작 한 달여 못 봤을 뿐인데, 설마 또 무슨 대단한 일이 벌어졌을까 싶다가도, 준우의 의미심장한 말에 선명의 입꼬리에 걸린 웃음이 슬쩍 삐딱해졌다.요즘 변한 게 어디 배 준우 한 사람일까. 세상 전체가 엉망진창인데.한편, 은영은 휴게실에 있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준우는 별다른 말이 없었고, 그 침묵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전화를 하는 준우의 목소리에서 얼핏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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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그리고 그런 준우의 날카로운 말투에 은영도 잔뜩 겁을 먹어 버렸다.설마, 아니겠지?“그러면 저 아무 말도 안 할게요…!”아무래도 그렇게 위협적으로 말하면, 더 말하고 싶다가도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기 마련이다.더 말했다가 진짜로 안 가에 뭔 일이라도 생긴다면, 정말로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으니까.일이 이렇게까지 되니, 수습도 도무지 쉽지가 않았다.“그…그러시면, 저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은영이 불쌍하게 물었다.지영의 이야기가 안 된다면, 뭐 차라리 내 이야기라도 해 보자 싶었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가 그렇게까지 격렬하게 반응하지는 않았기에 은영은 준우가 이 일에 대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대충 어젯밤에나 안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준우의 나긋나긋한 태도에 그녀가 겁을 먹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겁을 잔뜩 먹어서 그야말로 벌벌 떠는 은영을 가만히 바라보던 준우의 입가에 보기 좋은 호선이 그려졌다.그 미소야말로 가장 은영을 겁먹게 만드는 것이긴 했지만.“그건 아직 생각 안 해봤어.”“……”아직, 생각을 안 해봤다고?!그러니까 아직까지도 안 가든, 본인이든,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도 안 했다는 건가?“그, 그러면 차라리 절 처리해 버리세요! 전 어떻게든 할 테니까요!”안 씨 집안에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방금 전의 서슬 퍼런 경고를 생각하니 차마 ‘안 가’ 두 글자는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꽤나 당돌하고 용기 있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준우는 비웃듯 픽 웃었다.“걱정하지 마. 넌 어차피 나한테서 도망 못 가니까!”이 말은 정말이지 은영에게 어떤 선고와도 같았기에 그녀는 더 겁을 먹고 말았다.이 염라대왕이 뭐가 됐든 아직 시작조차 안 했다는 건 자명하고, 뭘 정말 하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리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조용히 기다리는 수밖에!잔뜩 질린 은영의 모습에 준우의 눈가에 장난기가 어렸다.“목도리는 다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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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준우와의 전화가 끝나자마자 태웅은 재빨리 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마도 한창 선 자리가 진행 중이었던 것인지, 한참이 지나서야 신호음이 끝나고 그녀가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나 대표님!”“지영 씨, 지금 어디야?”“저 밖이요. 오늘 연차 썼어요.”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지영의 목소리는 다소 힘이 없었다.안 그래도 짜증이 가득 차 있었는데, 지영이 그런 말을 하니 태웅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왜? 연차 쓰고 선보러 다니게?” “네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그녀의 당당한 태도에 태웅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이 계집애는 대체 뭔 생각이지? 네 맞아요? 뭐 얼마나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이라고?“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게 아주 스스로 팔려가듯이 시집가려고 작정했구나?!”“저는 그냥 대표님이 하신 말씀을 들은 거잖아요! 저도 스스로 방법을 찾아보는 거라고요."대꾸하는 지영의 말투에도 억울함이 가득했다.배준우 성깔머리를 조금 죽일 만한 상대방을 찾으라는 게 조언 아니었던가? 열심히 자기 조언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한테 응원은 못 해줄망정!당연히 냅다 시집으로 방법을 강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모습을 보면 지영도 딸 된 도리로서 마음이 아파서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던 것이었다. 이곳에 남았으니 결국 책임도 스스로 져야지, 하며 어떻게든 안 씨 가문을 지켜보려는 그녀 딴의 노력이기도 했다.“그래서 방법은 생각한 거야? 걔네들이 너한테 장가 가겠대?”“아니요!”하지만 이 부분을 굳이 말로 꺼내자니 지영도 속된 말로 멘탈 붕괴가 오는 것이었다.스스로 생각하기에 제 외적인 부분이 어디 가서 뒤떨어지는 수준도 아니고, 선 봤던 이들도 전부 배 준우 그 주변의 인물들이니, 아무래도 준우 앞에서도 할 말은 다 할 수준의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었다.그런데 벌써 셋이나 만났는데도 아무도, 그 어느 누구도 결혼하자는 놈이 없으니 말이다. 특히 장선명 이 인간은, 강성에서 무서울 것 없는 것 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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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보은이 밀린 병원비가 한두 푼이 아니다 보니, 준호 역시 여기서 일을 하고 있었다.돈을 다 갚고 나서야 그들은 떠날 수 있다. 요 며칠 내내 보은은 안 그래도 빚을 갚으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심지어 벌금까지 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이런 식이면 대체 언제나 병원비를 다 갚을 수 있을지 미지수일 정도였다.입 하나 간수 못하긴! 준호는 보은과 함께 여기서 고생하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맨날 그놈의 벌금, 벌금! 아주 사람 피를 쫙쫙 말리다 못해 마시라고 하면 되겠네! 지겨워서 원!”보은이 씹듯이 내뱉었다. 꽤나 악에 받힌 모양새였다.“그만 주절대고 일이나 해!”“주절댄다고?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다 누구 때문인데?”이제 보은은 제대로 화가 올라온 모양이었다.예전의 자신이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고향 사람들은 전부 도시로 옮겨 와서 날이 갈수록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니! “얼른 은지 그 계집애한테 다시 전화나 걸어 봐요!”보은이 준호를 닦달했다. 서준호는 계부일지언정, 적어도 은지를 학대하지는 않았었다.보은도 몇 번이고 은지에게 전화를 걸기는 했었지만, 단 한 번도 받지 않는 것을 보자니 꽤 마음을 독하게 먹었구나 싶기는 했다.은영 쪽은 이미 기대하기도 뭣한 상황이었기에 은근 슬쩍 은지 쪽에 희망을 실어보려는 모양새였다.“받지도 않는 애한테 뭣하러 전화를 계속해?”그녀가 전화를 만에 하나 받았다 하더라도, 요즘의 은지라면 절대 코빼기도 비치지 않을 것이 뻔했다.요 며칠의 은지는 꼭 사람이 변한 것처럼 달라졌으니까.준호는 사실 은지든, 은영이든, 자신들이 기댈 수 있는 구석은 아무 데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쨌든 걸어요!”물론 보은은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희망이 있든 없든, 또 혹시 알아? 계속 걸면 조은지 고것도 마음이 약해지겠지!준호는 또 앞뒤 없이 성을 내는 보은을 보며 투덜댔다.“이 여편네야, 예전에 걔한테 그렇게 하지만 않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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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서정우 그리고 조보은과 자라면서, 은영이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바로 냉정함이었다.그 냉정함에 상처받았지만, 이제는 그 것으로 그들을 떨쳐 낼 수 있게 되었다.지금 보은은 병원에서 익숙지도 않은 궂은일을 하느라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었다.이미 일을 한지도 꽤 되었는데 한 마디도 없는 은영 때문에 열이 받아서 머리통이 열리기 일보 직전이지만, 보은은 그 화를 숨기며 은근하게 물었다.“엄마가 그렇게 밉니?”“저는 엄마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뻔 했다고요!”보은이 화를 숨기며 물은 말투보다도 훨씬 더 덤덤하게 은영이 대꾸했다.물론 겉으로만 포장한 덤덤함이었지만, 그 순간에도 은영은 스스로에게 그녀가 한 짓을 되뇌고 있었다.“그때는 화가 많이 나서 그랬지. 너는 무슨 그런 일을 아직까지도 마음에 담고 있어? 그때는 그랬어, 그때 자식한테 안 그러는 부모가 어디 있었겠어? 당 씨 아주머니네 생각 안 나니? 그 집 애는 매 맞다가 이까지 빠졌었잖아!”“아주머니는 바로 애를 데리고 병원에 갔어요. 애가 다치거나 어디 잘못될까 봐! 엄마는 그러지 않았잖아요!” “나는 네가 그렇게 심하게 다친 줄은 몰랐어.”“됐어요, 지금 와서 이렇다 저렇다 따져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저한테 심하게 한 게 한두 번도 아닌데!”그건 그냥 첫 번째 시작일 뿐이었다.할머니와 함께 있어도 보은은 은영만 보면 못 잡아먹어 안달이였기에 보은의 그림자도 무서워서 피해 다니던 은영이었다. 어쩌다 같이 있게 되면 온 힘을 다해 보은의 눈치를 보고, 안색을 살피며 행동하며 지냈다.어느 날에는 아무 이유 없이 옷걸이가 부러지도록 맞기도 했다.그런 나날들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한데!왜 나에게 그렇게 못되게 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풀리지 않던 의문이었다.그러다 지영과 이야기하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설마 진짜 친딸이 아니라서 그러나, 하는 것이었다.“너는 애가 왜 그렇게 속이 좁고 독하니? 네가 그 모양이니까 은지도 네 덕에 지금 이 모양 이 꼴인 거 아니니?”결국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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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관리인이 그런 그녀를 향해 힘껏 눈을 부라렸다.“조용히 하고 얼른 가서 일이나 하러 가!”“주임님… 저는!”“여기서 감히 더 말한다면 일주일 치 일당이 없어질 줄 알아!”“………”일하기 시작한 지가 일주일이 채 안되었는데, 3일 치 일당을 깎는다니!대체 이런 식이면 병원비는 어떻게 맞춰서 내라고!핸드폰을 훔쳐서 사고를 친 건 본인임에도, 보은의 마음속에는 은영에 대한 미움만 한 층 더 커지고 있었다. 고작 몇 백만 원 가지고, 그것조차 내줄 생각이 없다니?그래도 지금은 그 대단한 배 씨 집안 작은 사모님인데, 옛날에 보은이 그녀를 살려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이런 호사가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하는 건가?준호는 3일 치 일당을 홀랑 날려 먹은 그녀를 보며 한마디 했다.“여기가 용산도 아니고, 아직도 당신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되는 줄 아는 거야?” “참나,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 할 주제는 되나요? 누구 아니었으면 나는 이 강성에 올 일도 없었어!”오기 전에는 대충 은영의 집에 꾸역꾸역 밀고 들어갈 작정이었다.은영이 집을 한 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자신도 어떻게든 강성에서 뿌리내리고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생겼었다.화려한 번화가, 시끌벅적한 사람들, 보은이 동경해온 대도시의 모습이었다.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그녀는 전혀 생각지도 것이었다.“이러니저러니 해봤자 능력 없는 남자랑 결혼한 내 잘못이지!”아무 말도 하지 않는 준호를 보며, 보은은 눈을 부릅뜨고 힘껏 그를 노려보았다.보은의 성질머리에 화풀이할 구석이 어디도 없으니, 그 화를 냅다 혼자 뒤집어쓰게 된 준호는 이제 더 이상 입도 열지 않았다.한편 지영은 감정 센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은영도, 은지도 보은의 친딸이 아니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뭐라고?” “결과는 이미 나왔어. 내가 시간 날 때 대신 가지러 가줄게.”“우리 언니도…. 친딸이 아니라는 거야?”보은이 이혼하고 재가할 때, 은영을 미워하고 짐처럼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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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지영과의 전화를 끝낸 다음에도 은영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비록 머릿속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혹이었지만, 정작 그 의심이 진실이 되어 눈앞에 들이밀어지니 충격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를 집어삼켰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손이 자동적으로 은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한편 은지는 영수와 함께 있었다.영수는 평소에도 표정이 없고 냉정한 인상이기는 했지만, 오늘의 그는 한 층 더 차가워 보였다. 평소와 다른 그의 표정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차가운 얼굴로, 영수는 말없이 손에 든 서류봉투를 은지에게 내밀었다.“이게 뭐예요?"“직접 열어 봐.”은지는 멍하니 내밀어진 물건과, 눈앞에 선 영수를 번갈아 바라봤다.마주친 영수의 눈 안에서는 피로와 증오가 섞여 있어, 그녀는 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그러나 그녀가 채 손을 뻗어 봉투를 받아 오기도 전에, 핸드폰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은영의 전화였다.“먼저 전화 좀 받아도 되죠?”은지는 항상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이었지만, 이혼을 기점으로 그녀의 부드러움은 꽤나 그 결이 달라져 있었다. 그전에는 그저 연약한 느낌이었다면, 이혼 후에는 혼자 사회생활도 하고, 일도 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 있었다.영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은지는 전화를 받아 들고는 일어났다.“은영아,”“언니, 앞으로는 조보은한테 신경도 쓰지 마!”전화기 너머의 은영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묻어났다.보은이 은지를 키워준 은혜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보은의 곁에서 당할 만큼 당하면서 그 은혜는 갚고도 남는다. 영수와의 결혼 이후에도 암암리에든, 아니면 대놓고든, 끊임없이 이어져 온 구박과 괴롭힘으로도 이미 충분히 갚고도 남았다.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뜬금없는 은영의 말에, 은지는 잠시 가만히 있다 되물었다.“갑자기 무슨 일이야?!”“언니, 우리가 그 여자 친딸이 아니래. 그니깐 이제 그 여자가 뭐라고 말하든 전혀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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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그러나 역시 보은과 아무런 사이가 없다는 그 사실이, 그녀의 마음속에 더할 나위 없는 위로가 되어 주었다.은지도 마찬가지였다.“이제 잘 됐어. 더 이상 우리가 신경 써야 될 건 없는 거야.”“응, 언니 어디야?”“나 지금 밖이야.”창밖은 이미 해가 어슴푸레하게 지고 있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한 탓에 금방이라도 늘어지듯 피곤했지만, 은영이 가지고 온 소식을 듣고 나니 그녀는 온몸에 힘이 넘치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그러면 우리 주말에 한번 보자. 언니, 우선 끊을게!” “응 그래, 그렇게 하자.”비록 둘 다 보은의 친딸이 아니라고 할지언정, 은지와 은영은 이미 그것과는 관계없이 끈끈한, 진짜 자매였다.어릴 때부터 은지에게 은영은 아픈 손가락 같았다. 물론 은지 본인 역시 별로 보은과의 좋은 기억은 전혀 없다시피 하지만, 은영을 미워하던 보은을 보며 은지는 항상 은영을 애틋해 했었다.전화를 끊고 영수의 맞은편으로 돌아와 앉는 그녀에게 방금 전의 긴장된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반면 영수는 여전히 무심하고 차가운 얼굴이었다.“은영이 전화였어?”그녀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요즘 네가 웃을 일이 은영이 말고는 없으니.”그 말에는 묘하게 비꼬는 듯한 어조가 섞여 있었다. 그제야 은지도 그의 차디찬 태도의 이상함을 느낀 듯, 얼굴색을 바꿔 그를 마주 보았다.“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거예요?"허공에서 시선이 맞닿았다. 아니, 거의 맞부딪혔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영수가 거의 증오하는 사람을 쳐다보듯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희주가 내 딸이 아니더라고?”컵을 들어 올리던 은지의 손이 허공에서 붙들린 듯 멈춰 섰다. 이를 지켜보는 영수의 눈빛이 한층 더 매서워졌다.“뭐라고요?!”“고은지, 내가 정말 널 다시 봤다. 그런 친정을 가진 게 안타깝고 가여워서 그렇게나 내가 널 아껴 줬는데. 돌아오는 게 이런 거야? 날 가지고 노는 거?”“아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당신!”은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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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희주가 영수의 딸이 아니면 대체 누구의 딸이란 말인가? 병원의 착각으로 이루어진 해프닝인가? 은지는 어떻게든 머릿속을 정리해 보고자 했지만, 정리를 해보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수록 점점 더 공포에 사로잡힐 뿐이었다. 그녀는 벌벌 떨며 일어난 그때 영수에게 전화가 왔다.“내일 와서 희주 데리고 가!”전화기를 쥔 은지의 손이 형편없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손에 힘을 주어 핸드폰을 붙들며, 머릿속으로 무슨 말이든 해 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녀로서도 도무지 어떻게 해명해야 좋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 데다가, 영수의 차디찬 태도 앞에서는 당장 한마디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당장 그녀 본인도 어떻게 된 일인지조차 모르겠는데, 어찌 해명을 할 수가 있겠느냐! 이미 고된 그녀의 삶이 한 번 더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버리는 기분이었다.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지는 길을 걸으며, 그녀는 고요히 절망했다.그녀의 삶이 또다시 깨지고 박살이 나, 결국 시궁창으로 처박히는 기분이었다.….저녁,항준은 준우에게 본가에 들어오되 은영은 데리고 오지 말라고 일러 두었다.그런데 근래 들어 준우는 바늘 가는데 실 가는 것처럼 어딜 가든 은영을 그림자처럼 붙여 두고 다니는 터라, 어김없이 준우와 함께 등장한 은영을 보고서는 항준도 결국 울화통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네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장항 프로젝트를 끝내고 난 뒤에도 네가 저 여자랑 깨끗하게 끝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어!”“저는 아버지한테 믿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별 시답잖은 소리를 들은 것처럼 준우가 여상하게 대답했다.자리를 시작한 지 얼마 오래 지나지도 않았는데, 천옥의 얼굴은 반쯤 죽은 것처럼 시들어 있었다. 어지간히 불편한 자리겠지. 그러나 그 와중에 은영을 보는 눈빛은 잡아먹을 듯 형형하니 매섭기 짝이 없었다.양일도, 배윤도 없이 천옥과 항준만 함께 하는 자리였는데, 준우가 말하는 불량한 말투에 항준은 거의 화가 나서 뒤로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천의 프로젝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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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그 말을 듣고서는 천옥도 찔리는 바가 있어 조금 움츠려 들었다.아무래도 반박할 말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그래, 그 건은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럼 그때 설립할 때 썼던 자금을 현금으로 네게 돌려주는 건 어떨까?”현금으로? 그때 당시에 재단 설립할 때 썼던 현금이 얼마면 이제 와서 그에게 그만큼 돌려주겠다는 말인가?설립했을 때와 지금 이미 한창 성장 중인 천의의 사업 규모는 못 해도 20배는 족히 차이가 났다.“몇 년이 지났는데 그걸 그렇게 계산하려고 드시네요.”“20%나 떼어 주는 거야! 절대 적은 돈이 아니라고.”겉으로 싹싹 빌고는 있어도, 절대 회사와 주식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만,뭐, 어찌 됐든 요 몇 년 사이 천의 수익의 20% 라면 꽤 크기는 했다!그만큼을 뚝 떼어 준우에게 넘겨주면 천의에서도 큰 타격이기는 한 것이 맞았다.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당장이라도 전부를 빼앗아 갈 기세로 몰아오는 준우 앞에서는 천옥도 도무지 다른 수를 낼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의 손해야, 언제든 메우면 그만이다. 천옥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든 천의를 손에 온전히 넣고 싶었고, 얼만큼을 떼어 내 주던, 다시 제 손으로 천의를 크게 키워낼 자신이 있었다.그냥 가져가지만 않았음 하는 것이 솔직한 그녀의 심정이였다.“20%요?”준우의 눈에는 차가운 비웃음이 여전히 가득 걸려있었다.“그래!”천옥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건만 이대로 성사되면 완벽해진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준우가 거절할까 걱정이 들어 그녀는 허겁지겁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정말 적지 않은 거야. 예전에 그 돈으로 투자한 것에 대해서 보상해주는 거야.”“오… 이제는 보상이라는 것도 해줄 줄 아나 보네요?”어릴 때 승냥이 떼처럼 제가 가진 것을 빼앗아 가려는 그 짓거리들이 아직도 이렇게나 생생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일 때 당신이,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앗아가려고 했는지!그때는 생각지도 않던 보상을, 벼랑 끝에 몰린 지금에서야 마치 큰 무언가라도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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