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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지영과의 전화를 끝낸 다음에도 은영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비록 머릿속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혹이었지만, 정작 그 의심이 진실이 되어 눈앞에 들이밀어지니 충격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를 집어삼켰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손이 자동적으로 은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한편 은지는 영수와 함께 있었다.

영수는 평소에도 표정이 없고 냉정한 인상이기는 했지만, 오늘의 그는 한 층 더 차가워 보였다. 평소와 다른 그의 표정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차가운 얼굴로, 영수는 말없이 손에 든 서류봉투를 은지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직접 열어 봐.”

은지는 멍하니 내밀어진 물건과, 눈앞에 선 영수를 번갈아 바라봤다.

마주친 영수의 눈 안에서는 피로와 증오가 섞여 있어, 그녀는 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가 채 손을 뻗어 봉투를 받아 오기도 전에, 핸드폰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은영의 전화였다.

“먼저 전화 좀 받아도 되죠?”

은지는 항상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이었지만, 이혼을 기점으로 그녀의 부드러움은 꽤나 그 결이 달라져 있었다. 그전에는 그저 연약한 느낌이었다면, 이혼 후에는 혼자 사회생활도 하고, 일도 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 있었다.

영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은지는 전화를 받아 들고는 일어났다.

“은영아,”

“언니, 앞으로는 조보은한테 신경도 쓰지 마!”

전화기 너머의 은영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묻어났다.

보은이 은지를 키워준 은혜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보은의 곁에서 당할 만큼 당하면서 그 은혜는 갚고도 남는다. 영수와의 결혼 이후에도 암암리에든, 아니면 대놓고든, 끊임없이 이어져 온 구박과 괴롭힘으로도 이미 충분히 갚고도 남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뜬금없는 은영의 말에, 은지는 잠시 가만히 있다 되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언니, 우리가 그 여자 친딸이 아니래. 그니깐 이제 그 여자가 뭐라고 말하든 전혀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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