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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그러나 역시 보은과 아무런 사이가 없다는 그 사실이, 그녀의 마음속에 더할 나위 없는 위로가 되어 주었다.

은지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잘 됐어. 더 이상 우리가 신경 써야 될 건 없는 거야.”

“응, 언니 어디야?”

“나 지금 밖이야.”

창밖은 이미 해가 어슴푸레하게 지고 있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한 탓에 금방이라도 늘어지듯 피곤했지만, 은영이 가지고 온 소식을 듣고 나니 그녀는 온몸에 힘이 넘치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그러면 우리 주말에 한번 보자. 언니, 우선 끊을게!”

“응 그래, 그렇게 하자.”

비록 둘 다 보은의 친딸이 아니라고 할지언정, 은지와 은영은 이미 그것과는 관계없이 끈끈한, 진짜 자매였다.

어릴 때부터 은지에게 은영은 아픈 손가락 같았다. 물론 은지 본인 역시 별로 보은과의 좋은 기억은 전혀 없다시피 하지만, 은영을 미워하던 보은을 보며 은지는 항상 은영을 애틋해 했었다.

전화를 끊고 영수의 맞은편으로 돌아와 앉는 그녀에게 방금 전의 긴장된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반면 영수는 여전히 무심하고 차가운 얼굴이었다.

“은영이 전화였어?”

그녀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요즘 네가 웃을 일이 은영이 말고는 없으니.”

그 말에는 묘하게 비꼬는 듯한 어조가 섞여 있었다. 그제야 은지도 그의 차디찬 태도의 이상함을 느낀 듯, 얼굴색을 바꿔 그를 마주 보았다.

“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거예요?"

허공에서 시선이 맞닿았다. 아니, 거의 맞부딪혔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영수가 거의 증오하는 사람을 쳐다보듯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희주가 내 딸이 아니더라고?”

컵을 들어 올리던 은지의 손이 허공에서 붙들린 듯 멈춰 섰다. 이를 지켜보는 영수의 눈빛이 한층 더 매서워졌다.

“뭐라고요?!”

“고은지, 내가 정말 널 다시 봤다. 그런 친정을 가진 게 안타깝고 가여워서 그렇게나 내가 널 아껴 줬는데. 돌아오는 게 이런 거야? 날 가지고 노는 거?”

“아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당신!”

은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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