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1212 챕터

제421화

이 말이 나오는 순간 공기는 얼어붙었다. 량천옥의 득의양양했던 표정도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녀는 믿기 어렵다는 듯 배준우를 바라보다가 다시 배항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배항준의 표정도 굳어졌다. 그는 한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배준우에게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한 거니?” 량천옥은 이 숨 막히는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량일도 믿기 어려워하며 고은영과 배준우를 바라 보았다. 모두가 그 둘의 사이는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배준우는 고은영을 데리고 와서 천의 프로젝트를 손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들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자리에 앉혔다. 다리를 꼬는 그 모습이 매우 당당해 보였다. 분노로 가득 찬 배항준의 눈을 똑똑히 바라보면서 배준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 요구면 과분한 건 아니지 않나요?” “배준우!” 배항준이 이를 악물었고,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화가 나서 그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배항준은 이제 자기 아들이 정말 다 커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걸 느꼈다. 아니면 한 번도 제대로 컨트롤해본 적이 없거나 말이다. 량천옥도 드디어 참지 못하고 폭발해서 소리쳤다. “제가 말했죠? 아주 독한 놈이라니까요. 그러게 제 말은 왜 안 믿으세요?!” 당시 배준우가 장항 프로젝트를 원할 때부터 량천옥은 그가 천의까지 손에 넣으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동안 계속 국외 프로젝트에 마음을 썼던 것인데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다. 배항준도 화를 내며 말했다. “어림도 없어!” “이건 통보하는 거예요.” 량천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준우가 차갑게 말했다. 배준우 쪽 사람들은 이미 M국으로 넘어가서 장항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있었고 그쪽의 모든 합작회사들과 접촉한 상태였다. 그러니 이미 권력이 이전된 거나 다름 없었기에 배준우가 굉장히 빠른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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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안 그래도 량천옥은 그 여자가 이렇게 조용한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이 동영그룹의 돈을 국외에 투자 할 때도 그녀는 한 번도 배항준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었는데 이제 보니 배준우라는 칼날을 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난 천의 못 내놓는다. 그러니까 결혼하든지 말든지 너 마음대로 해!” 량천옥은 더 이상 침착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진씨네 집안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배항준은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량천옥의 뺨을 때렸다. 순간 로비가 조용해졌다. 모두 굳어서 량천옥만 바라보고 있었다. 량천옥은 믿기 어렵다는 듯 배항준을 쳐다봤다. “당.. 당신이...” 배항준도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만 닥쳐!”배준우가 결혼을 하든말든 상관이 없다고? 반년전이였으면 정말 상관이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씨네 집안과의 연계에 대해 알게 됐으니 이제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기에 배항준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량천옥은 타오르는듯한 고통이 전해지는 볼을 잡으며 붉어진 눈시울로 배항준에게 말했다. “절 지금… 때린 거예요?” 배항준은 지금 생각이 복잡했다. 그가 배준우에게 말했다. “저 아이랑 헤어질 거야, 말 거야.”위협감이 넘치는 말투에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배준우 쪽으로 바짝 붙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배항준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세요. 선 넘는 행동으로 진씨네 집안 일도 해결하지 못하시면 아버지도 엮이실 테니까.” 아주 편안한 말투였지만, 다소 무게감이 느껴졌다. “제가 헤어지는 걸 정말 원하시면 천의를 제게 주세요. 그게 모두한테 좋은 방법이에요.” “안돼! 그건 절대 안 된다!” 량천옥이 울부짖었다. 배항준이 위협했어도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 배항준 앞에서 항상 보였던 온화하고 기품 있는 모습도 이제는 온데간데없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보은이 항상 미친 사람처럼 굴던 것이 다 돈이 없어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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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량천옥이 놀라워하며 배준우를 바라 보았다. 비록 배준우는 국외에서 자라긴 했으나 매해마다 돌아왔었다. 그러니 량천옥은 배준우가 별다른 일을 저지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결국... “박윤이랑도 관계가 있었던거야?”배항준은 이 얘기를 듣자 더 화가 났다. 거기가 어떤 집안인데 감히 다가간단 말인가! 진씨네 집안만 해도 머리가 아팠는데 박윤까지..!배항준은 그만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량천옥은 그런 배항준을 바라보며 순간 기가 죽어 버렸다. “아니면 저보고 어쩌라고요? 배준우가 윤이껄 다 빼앗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까요?”그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배준우가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배항준은 분명 자신의 버팀목이었는데 지금 자신을 저렇게 원망하는 모습을 보니 량천옥은 더욱 절망스러웠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순간 배준우가 고은영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럼 잘 생각해 보세요.” 배준우는 다들 반응할 새도 없이 고은영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안에서 다툼소리가 들려왔다. 고은영은 이미 현장을 벗어났음에도 순간 소름이 끼쳤다. 배씨네 집안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고은영과 배준우가 떠난 지 반시간 후에도 배항준은 여전히 정원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배준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계약서를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준우는 꼭 고은영과 떨어져야 하고 진유경과 결혼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배항준은 량천옥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준비해.”뭘 준비하라는 건지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량천옥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량일도 무거운 심정으로 배항준을 쳐다봤다. 비록 사위이기는 하지만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량일이 몸을 일으키며 배항준에게 말했다. “천옥이에게도 시간을 좀 주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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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량천옥은 배준우가 살아서 자신의 어머니와 떠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량천옥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배항준이 또 화를 내려던 찰나에 량일이 다시 말했다. “일단 둘 다 진정해.” 일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 급하게 결론을 내는 건 합리하지 않았다. 배항준은 량일의 설득하에 하려던 말을 삼키고는 집밖으로 나갔다. 배항준이 툭하면 집을 나가니 량천옥은 더 열이 받았다. “보셨죠? 요즘 계속 저한테 저런 태도라니깐요!” 언제부턴가 배항준은 화가 나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예전에는 싸울 때마다 자신을 달래줬었던 배항준과 어쩌다 관계가 이렇게 틀어지게 된 건지 량천옥은 알 수가 없었다. 량일이 한숨을 쉬었다. “됐어, 일단은 태도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야.” 이제 와서 배항준의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 가장 시급 한 건 천의를 어떻게 할 건지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량천옥이 직접 세운 곳이니만큼 배항준의 결정에 따를 수 없었다. “어떻게 태도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하겠어요? 지금 얼마나 배준우를 감싸는지 보셨죠?”량천옥은 자신이 배윤을 낳고도 이 가정에서 이렇게 아무런 지위가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 량천옥과 량일의 시선이 마주쳤고, 둘은 동시에 그 여인을 떠올렸다. 배항준의 요즘 행동이나 량천옥을 대하는 태도를 놓고 봤을 때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의심할만했다. “그 여자가 혹시 임신한 건 아닐까요?” 사실 량천옥은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량일은 속상해하는 량천옥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배항준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량천옥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량일이 말을 이어나갔다. “배준우는 첫 아내와 낳은 아들이고 그 여자는 새사람일 거야. 그러니까 우리 윤이만 입장만 난감해졌어.” 사실 배윤이 배항준에게 무엇을 물려받게 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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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차 안에서 배준우는 고은영의 손을 잡았다가 느껴지는 차가움에 인상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차가워, 혹시 추워?” “제가 좀 놀라서 혈액순환이 안되나 봐요.” 고은영은 춥지는 않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이렇게나 담이 작아서 어떡하려고!” 고은영이 혼자 그들과 독대했을 때 그들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응급실에 실려갈 뻔했었다. 고은영은 그 정도의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방금은 그들의 분노와 고함소리에 놀라 버렸다. 고은영은 얼굴이 빨개져서 손을 뺐다. 배준우와 스킨십이 있을 때마다 그날 자신을 안던 배준우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배준우는 발그레해진 고은영의 볼을 보고는 귀여워하며 만졌다. “왜 그래?” “만지지 마요.” “응? 좀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잖아.” 고은영은 숨 쉬는 방법마저 잊은 것만 같았다. 배준우는 아까 집에 있을 때와 완전히 딴판이었다. 배씨네 집안사람들이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며 아마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품에 안았다. 또 똑같은 상황이었다. 도대체 지금 둘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은영은 알 수가 없었다. “천의 프로젝트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고은영은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사실 궁금한 문제이기도 했다. 아까 량천옥의 모습으로 봐서는 천의 프로젝트를 순순히 내놓을 것 같지 않았다. 천의와 장항은 완전히 달랐다. 장항은 그저 하나의 프로젝트일 뿐이지만 천의는 M국 전체의 상업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 량천옥의 핏줄과도 같은 사업을 그녀가 어떻게 쉽게 내놓을 수 있을까. 배준우는 고민하는 고은영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설마 나 걱정하는 건가?” 사실 고은영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출산일이 임박할 것이다.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어떤 후과가 찾아올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배준우는 급한 사무들을 처리했다. 고은영은 안지영과 함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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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완전 다르지!”집을 나오는 것과 아예 도망치는 건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도망친 데다가 임신한 것까지 들키게 된다면 큰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고은영뿐만 아니라 안지영도 같이 화를 입을 것이다. “다투고 집을 나오면 그냥 화가 났구나 정도로 생각할 거 아냐. 그리고 대표님이 널 화나게 했으니까 집을 나가도 할 말이 없지.” “근데 도망쳤다고 생각해 봐. 도망쳐서 혼자 조용히 애를 낳은 대표님의 여자 중에 끝이 좋았던 사람이나 있었어?”그의 물음에 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 예전에 이윤이라는 여자가 아이를 임신했다며 찾아왔을때 배준우는 바로 사람을 불러 그 여자를 끌고 병원에 갔었다. 배준우가 독한 사람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보고 일부러 다투라는 거지?” “그래, 그거야.”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후회했다. 더 이상 고은영의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의견을 내고 말았다. 하지만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고은영의 배가 점점 더 불러올 것이다. 그때는 숨길 방법도 없어진다. 고은영 혼자서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도 못하거니와 바로 도망쳐버리면 자기까지 엮이게 되니 더 난감해질 것이다. 근데 고은영이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뭘로 싸우지?”안지영도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자 문제로 다투기에는 배준우가 이미월에 관한 문제를 너무 잘 처리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배준우는 애초에 다른 여자가 없었다. 안지영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돈 문제로 다투는 건 어때?””돈? 돈이 아쉽지 않을 사람일텐데?” 배준우는 고은영이 돈을 요구하면 귀찮다며 원하는 대로 다 넘겨줄 사람이었다. “이제 부부니까 돈 관리는 네가 해야지. 그러니까 전 재산을 너한테 넘기라고 해.” “그게 과연 될까?”고은영이 놀라서 물었다. 배준우의 전 재산을 관리한다고? 아마 배준우도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는지 세기 힘들 것만 같았다. “안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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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배준우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고은영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지영의 말이 생각나 고은영은 그냥 밀어붙이기로 했다. “빨리 말해봐요. 재산이 어떻게 되냐고요!” “얼마나 필요한데?” “전부요.” 배준우는 고은영이 농담을 하는 건지 잠시 의심했다. “저랑 같이 잤잖아요. 그럼 저희의 관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네가 보기에는 어떤데?”배준우는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예리하게 반문했다. 배준우가 고은영을 흥미 있게 바라봤다. 고은영은 담은 작아 보여도 똑똑한 사람이었다.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배준우를 보고 그녀는 속이 뜨끔했지만 계속 당당하게 밀어붙였다. “저희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거라면 이제 모든 재산은 제가 관리하는 게 맞아요.” “내 재산을 관리하겠다고?” “그럼, 안 돼요?” 이때다 싶어 고은영은 화가 난 척했다. “맞네, 그래야지.”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갑을 꺼내 고은영에게 건넸다. “네?” “관리하겠다며. 돈은 이 지갑 안에 다 있어.”배준우는 아예 지갑을 고은영의 손에 쥐어주었다. 고은영은 생각지도 못한 그의 행동에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안지영이 분명 이 화제라면 다툴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왜 배준우는 이렇게 순순히 넘겨주는 걸까? “아니... 그게...” “왜? 너무 적어?” “정말 모든 돈을 저한테 넘기는 거예요? 지금?” “그렇다니까.” 고은영이 숨을 멈췄다. 다툼을 빌미로 집을 나가려던 계획은 철저히 무너졌다. 배준우는 멍하니 굳어있는 고은영을 보며 씩 웃었다. “왜? 못 미더워?” “그럼 주식이랑 회사 돈도 제가 관리할래요.” “할 줄은 알고?” 고은영은 또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준우가 말했다. “할 줄 알면 넘기고.” 고은영은 이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온오전 안지영과 토론한 대책이 이렇게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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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사실 맞아요. 지금 기분이 좀 안 좋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집을 나가지 못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그럼 재밌는 거나 할까?” “그게 뭔데요?”고은영이 궁금해하며 배준우를 쳐다봤다. 하지만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배준우가 뭘 말하고 있는지 순식간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늑대 같은 사람! 고은영은 배준우가 옛날에 보인 모습들은 다 연기였을 거라 확신했다. 고은영이 배준우에게 눈을 흘겼다. 배준우는 웃으며 가볍게 고은영의 귀를 살짝 물었다. “처음도 아닌데 뭘 그렇게나 부끄러워해?” “그만 말해요!” 고은영은 당장 배준우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의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장난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근데 아까는 누구를 만나고 온 거야?” “지영이가 와서 커피 한잔 했어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역시나 안지영을 만났다. 근데 고은영이 안지영을 만나기만 하면 자꾸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 오후에 고은영이 낮잠을 잘 때 배준우는 나태웅을 사무실로 불렀다. 배준우가 갑자기 안지영 얘기를 꺼내자 나태웅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안지영 씨는 왜요?” “잘 살펴봐. 정말 거슬리는 사람이니까.” 배준우가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은영이한테 나쁜 물만 들이고 있어.” 나태웅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믿기 어렵다는 듯이 배준우를 쳐다봤다. 은영이? 너무 다정하게 부르는 그 모습에 나태웅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 “왜?” “아닙니다. 근데 안씨네 집안 큰아가씨를 제가 어떻게 관리합니까.” “아가씨? 그게 뭐 어때서. 이미 너한테 도움 받은 적도 있다며.” 나태웅은 정말 배준우에게는 아무것도 속일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면서도 배준우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배준우가 안지영을 이렇게 얘기하니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태웅은 조금 삐딱하게 대답했다. “두 분은 오랫동안 친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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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안지영은 오늘 휴가날이다. 어제 큰 계약을 하나 성사시켰기에 계약을 체결한 둘째날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래서 고은영을 만나고는 여유롭게 쇼핑을 하러 갔다. 근데, 그때 나태웅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 실장님.” 천락그룹에 오고 나서야 안지영은 나태웅이 천락그룹의 대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능력 있는 사람이 왜 아직도 배준우 옆에 붙어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씨네 집안도 복잡하니 뭔가 목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임 카페에서 한 시간 뒤에 만나.” “네?” 어쩌다가 온 휴가날에 사람을 부르니 안지영은 굉장히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나태웅이 자신과 고은영의 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지금 바로 갈게요.” 안지영은 전화를 끊고 아쉬운 눈길로 쇼핑몰을 한번 둘러보다가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안지영은 선글라스를 벗고 들고 있던 물건들을 차 트렁크에 던지고는 차를 몰고 주차장을 벗어났다. 안지영이 카페에 도착했을 때 나태웅은 이미 와있었다. 카페 직원이 안지영을 보고는 공손하게 물었다. “안 아가씨 되십니까?” “네.”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그녀를 안쪽으로 모셨다. “이쪽으로 오세요. 나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나태웅은 일부러 아예 방을 하나 잡았다. 카페 안은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왔지만 안지영은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 매번 나태웅이 찾아올 때마다 좋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직원이 방의 문을 열자 나태웅이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비록 호감이 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 잘생긴 거 하나는 인정해 줘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지영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방안에 들어갔다. “실장님.” “앉아.” 나태웅이 앉으라고 손짓하자 안지영은 그제야 나태웅 맞은쪽에 앉았다. “커피는 이미 주문했어.” “감사합니다.” 사실 안지영은 쓴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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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안지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나태웅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둘 사이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그런 거는 절대 아니에요!” 안지영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에게 뭘 못 말하겠냐만은 고은영이 떠날 거라는 이런 큰 사건에 관해서는 도대체 얘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나태웅은 임신 사실도 비밀로 해줬으니 이번에도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고은영을 도와주고 싶지만 확실히 그럴 능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나태웅이라면 다를 수도 있다. 그가 나서준다면 고은영이 떠나는 게 훨씬 쉬워질지도 모른다. “혹시 배대표님이 천의를 다시 가져오려고 하시는 건가요?” 안지영의 물음에 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타이밍이 된 것 같아.” “하지만 쉽지 않겠죠?” “쉽지는 않지.” 량천옥이 배윤을 위해 키운 사업이니만큼 쉽게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집안은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미 알고 있으신 것처럼 은영이는 임신을 했어요. 기다렸다가 협의하에 이혼을 하게 되면 이미 배가 어느 정도 부른 상태일 거예요. 그래서 그땐 숨기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그 후과는 저랑 은영이 둘 다 감당하기가 버겁고요” 안지영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상상할수록 두려워진 것 같았다. 나태웅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계획은?” “은영이는 떠나야 돼요. 이미 배가 불러오고 있는 거 못 느끼셨어요?”임신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숨기기 어려웠다. “떠난다고?” 그러니까 배준우가 아직도 고은영과의 사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고은영이 이제는 떠날 생각까지 한단 말인가? 나태웅은 배준우의 악취미에 진절머리가 났다. 임신한 사람을 이렇게 놀라게 해도 되는 걸까? “네, 떠나야만 해요.” 하지만 안지영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이 떠나지 않는다면 고은영뿐만 아니라 자기 집안까지 그 후과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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