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배준우는 고은영의 손을 잡았다가 느껴지는 차가움에 인상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차가워, 혹시 추워?” “제가 좀 놀라서 혈액순환이 안되나 봐요.” 고은영은 춥지는 않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이렇게나 담이 작아서 어떡하려고!” 고은영이 혼자 그들과 독대했을 때 그들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응급실에 실려갈 뻔했었다. 고은영은 그 정도의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방금은 그들의 분노와 고함소리에 놀라 버렸다. 고은영은 얼굴이 빨개져서 손을 뺐다. 배준우와 스킨십이 있을 때마다 그날 자신을 안던 배준우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배준우는 발그레해진 고은영의 볼을 보고는 귀여워하며 만졌다. “왜 그래?” “만지지 마요.” “응? 좀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잖아.” 고은영은 숨 쉬는 방법마저 잊은 것만 같았다. 배준우는 아까 집에 있을 때와 완전히 딴판이었다. 배씨네 집안사람들이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며 아마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품에 안았다. 또 똑같은 상황이었다. 도대체 지금 둘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은영은 알 수가 없었다. “천의 프로젝트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고은영은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사실 궁금한 문제이기도 했다. 아까 량천옥의 모습으로 봐서는 천의 프로젝트를 순순히 내놓을 것 같지 않았다. 천의와 장항은 완전히 달랐다. 장항은 그저 하나의 프로젝트일 뿐이지만 천의는 M국 전체의 상업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 량천옥의 핏줄과도 같은 사업을 그녀가 어떻게 쉽게 내놓을 수 있을까. 배준우는 고민하는 고은영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설마 나 걱정하는 건가?” 사실 고은영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출산일이 임박할 것이다.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어떤 후과가 찾아올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배준우는 급한 사무들을 처리했다. 고은영은 안지영과 함께 카페
“완전 다르지!”집을 나오는 것과 아예 도망치는 건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도망친 데다가 임신한 것까지 들키게 된다면 큰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고은영뿐만 아니라 안지영도 같이 화를 입을 것이다. “다투고 집을 나오면 그냥 화가 났구나 정도로 생각할 거 아냐. 그리고 대표님이 널 화나게 했으니까 집을 나가도 할 말이 없지.” “근데 도망쳤다고 생각해 봐. 도망쳐서 혼자 조용히 애를 낳은 대표님의 여자 중에 끝이 좋았던 사람이나 있었어?”그의 물음에 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 예전에 이윤이라는 여자가 아이를 임신했다며 찾아왔을때 배준우는 바로 사람을 불러 그 여자를 끌고 병원에 갔었다. 배준우가 독한 사람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보고 일부러 다투라는 거지?” “그래, 그거야.”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후회했다. 더 이상 고은영의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의견을 내고 말았다. 하지만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고은영의 배가 점점 더 불러올 것이다. 그때는 숨길 방법도 없어진다. 고은영 혼자서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도 못하거니와 바로 도망쳐버리면 자기까지 엮이게 되니 더 난감해질 것이다. 근데 고은영이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뭘로 싸우지?”안지영도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자 문제로 다투기에는 배준우가 이미월에 관한 문제를 너무 잘 처리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배준우는 애초에 다른 여자가 없었다. 안지영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돈 문제로 다투는 건 어때?””돈? 돈이 아쉽지 않을 사람일텐데?” 배준우는 고은영이 돈을 요구하면 귀찮다며 원하는 대로 다 넘겨줄 사람이었다. “이제 부부니까 돈 관리는 네가 해야지. 그러니까 전 재산을 너한테 넘기라고 해.” “그게 과연 될까?”고은영이 놀라서 물었다. 배준우의 전 재산을 관리한다고? 아마 배준우도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는지 세기 힘들 것만 같았다. “안 될게
배준우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고은영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지영의 말이 생각나 고은영은 그냥 밀어붙이기로 했다. “빨리 말해봐요. 재산이 어떻게 되냐고요!” “얼마나 필요한데?” “전부요.” 배준우는 고은영이 농담을 하는 건지 잠시 의심했다. “저랑 같이 잤잖아요. 그럼 저희의 관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네가 보기에는 어떤데?”배준우는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예리하게 반문했다. 배준우가 고은영을 흥미 있게 바라봤다. 고은영은 담은 작아 보여도 똑똑한 사람이었다.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배준우를 보고 그녀는 속이 뜨끔했지만 계속 당당하게 밀어붙였다. “저희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거라면 이제 모든 재산은 제가 관리하는 게 맞아요.” “내 재산을 관리하겠다고?” “그럼, 안 돼요?” 이때다 싶어 고은영은 화가 난 척했다. “맞네, 그래야지.”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갑을 꺼내 고은영에게 건넸다. “네?” “관리하겠다며. 돈은 이 지갑 안에 다 있어.”배준우는 아예 지갑을 고은영의 손에 쥐어주었다. 고은영은 생각지도 못한 그의 행동에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안지영이 분명 이 화제라면 다툴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왜 배준우는 이렇게 순순히 넘겨주는 걸까? “아니... 그게...” “왜? 너무 적어?” “정말 모든 돈을 저한테 넘기는 거예요? 지금?” “그렇다니까.” 고은영이 숨을 멈췄다. 다툼을 빌미로 집을 나가려던 계획은 철저히 무너졌다. 배준우는 멍하니 굳어있는 고은영을 보며 씩 웃었다. “왜? 못 미더워?” “그럼 주식이랑 회사 돈도 제가 관리할래요.” “할 줄은 알고?” 고은영은 또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준우가 말했다. “할 줄 알면 넘기고.” 고은영은 이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온오전 안지영과 토론한 대책이 이렇게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
“사실 맞아요. 지금 기분이 좀 안 좋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집을 나가지 못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그럼 재밌는 거나 할까?” “그게 뭔데요?”고은영이 궁금해하며 배준우를 쳐다봤다. 하지만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배준우가 뭘 말하고 있는지 순식간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늑대 같은 사람! 고은영은 배준우가 옛날에 보인 모습들은 다 연기였을 거라 확신했다. 고은영이 배준우에게 눈을 흘겼다. 배준우는 웃으며 가볍게 고은영의 귀를 살짝 물었다. “처음도 아닌데 뭘 그렇게나 부끄러워해?” “그만 말해요!” 고은영은 당장 배준우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의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장난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근데 아까는 누구를 만나고 온 거야?” “지영이가 와서 커피 한잔 했어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역시나 안지영을 만났다. 근데 고은영이 안지영을 만나기만 하면 자꾸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 오후에 고은영이 낮잠을 잘 때 배준우는 나태웅을 사무실로 불렀다. 배준우가 갑자기 안지영 얘기를 꺼내자 나태웅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안지영 씨는 왜요?” “잘 살펴봐. 정말 거슬리는 사람이니까.” 배준우가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은영이한테 나쁜 물만 들이고 있어.” 나태웅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믿기 어렵다는 듯이 배준우를 쳐다봤다. 은영이? 너무 다정하게 부르는 그 모습에 나태웅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 “왜?” “아닙니다. 근데 안씨네 집안 큰아가씨를 제가 어떻게 관리합니까.” “아가씨? 그게 뭐 어때서. 이미 너한테 도움 받은 적도 있다며.” 나태웅은 정말 배준우에게는 아무것도 속일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면서도 배준우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배준우가 안지영을 이렇게 얘기하니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태웅은 조금 삐딱하게 대답했다. “두 분은 오랫동안 친구였어요.
안지영은 오늘 휴가날이다. 어제 큰 계약을 하나 성사시켰기에 계약을 체결한 둘째날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래서 고은영을 만나고는 여유롭게 쇼핑을 하러 갔다. 근데, 그때 나태웅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 실장님.” 천락그룹에 오고 나서야 안지영은 나태웅이 천락그룹의 대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능력 있는 사람이 왜 아직도 배준우 옆에 붙어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씨네 집안도 복잡하니 뭔가 목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임 카페에서 한 시간 뒤에 만나.” “네?” 어쩌다가 온 휴가날에 사람을 부르니 안지영은 굉장히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나태웅이 자신과 고은영의 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지금 바로 갈게요.” 안지영은 전화를 끊고 아쉬운 눈길로 쇼핑몰을 한번 둘러보다가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안지영은 선글라스를 벗고 들고 있던 물건들을 차 트렁크에 던지고는 차를 몰고 주차장을 벗어났다. 안지영이 카페에 도착했을 때 나태웅은 이미 와있었다. 카페 직원이 안지영을 보고는 공손하게 물었다. “안 아가씨 되십니까?” “네.”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그녀를 안쪽으로 모셨다. “이쪽으로 오세요. 나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나태웅은 일부러 아예 방을 하나 잡았다. 카페 안은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왔지만 안지영은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 매번 나태웅이 찾아올 때마다 좋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직원이 방의 문을 열자 나태웅이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비록 호감이 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 잘생긴 거 하나는 인정해 줘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지영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방안에 들어갔다. “실장님.” “앉아.” 나태웅이 앉으라고 손짓하자 안지영은 그제야 나태웅 맞은쪽에 앉았다. “커피는 이미 주문했어.” “감사합니다.” 사실 안지영은 쓴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안지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나태웅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둘 사이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그런 거는 절대 아니에요!” 안지영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에게 뭘 못 말하겠냐만은 고은영이 떠날 거라는 이런 큰 사건에 관해서는 도대체 얘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나태웅은 임신 사실도 비밀로 해줬으니 이번에도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고은영을 도와주고 싶지만 확실히 그럴 능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나태웅이라면 다를 수도 있다. 그가 나서준다면 고은영이 떠나는 게 훨씬 쉬워질지도 모른다. “혹시 배대표님이 천의를 다시 가져오려고 하시는 건가요?” 안지영의 물음에 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타이밍이 된 것 같아.” “하지만 쉽지 않겠죠?” “쉽지는 않지.” 량천옥이 배윤을 위해 키운 사업이니만큼 쉽게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집안은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미 알고 있으신 것처럼 은영이는 임신을 했어요. 기다렸다가 협의하에 이혼을 하게 되면 이미 배가 어느 정도 부른 상태일 거예요. 그래서 그땐 숨기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그 후과는 저랑 은영이 둘 다 감당하기가 버겁고요” 안지영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상상할수록 두려워진 것 같았다. 나태웅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계획은?” “은영이는 떠나야 돼요. 이미 배가 불러오고 있는 거 못 느끼셨어요?”임신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숨기기 어려웠다. “떠난다고?” 그러니까 배준우가 아직도 고은영과의 사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고은영이 이제는 떠날 생각까지 한단 말인가? 나태웅은 배준우의 악취미에 진절머리가 났다. 임신한 사람을 이렇게 놀라게 해도 되는 걸까? “네, 떠나야만 해요.” 하지만 안지영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이 떠나지 않는다면 고은영뿐만 아니라 자기 집안까지 그 후과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관건은 나태웅이 그들을 도울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하지만 이전에도 나태웅이 이 사실을 숨기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안지영은 아직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그러나 다음 순간 나태웅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 두 사람 혼인 관계라는 것이 사실인데 은영 씨가 성공적으로 강성을 떠난다고 해도 혼인관계 증명서만 있으면 배준우가 사람 하나 찾는 건 일도 아니야.”맞다, 바로 이 점이 바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지금 당장 이혼하지 못한다는 사실만 아니었다면 그녀도 고은영에게 굳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안지영이 애처롭게 물었다.“그럼 태웅 씨가 둘이 이혼할 수 있게 좀 도와주면 안 될까요?’고은영을 위해서 그녀는 정말 목숨을 걸었다.‘전생에 이 계집애한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지금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이 일로 인해 정말 가슴 졸였던 순간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안 될 것 같아. 지금은 천의 프로젝트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안지영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이제 더는 물러설 데도 없는데 대체 어쩌자는 거지?’원래 나태웅과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까지도 싸워서 가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나태웅의 이런 분석을 듣고 나니 그건 아마도 매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천의를 손에 넣을 때까지 기다려야지 뭐!”“그때까지 기다렸다간 이미 배가 불러서 곧 출산하겠어요!”남자들이란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지금도 고은영의 배는 이미 너무 커져서 숨길 수가 없었다.나태웅이 말했다.“그럼, 그냥 사실대로 고백하는 건 어때?”“정말 이게 최선인가요?”안지영은 숨이 턱 막혔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심장은 바짝 조여왔다.나태웅은 그녀의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간사한 생각이 살짝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한때 동영 그룹 최고의 세일즈맨이었던 그녀도 IQ가 별로 높지 않다는 생각에 그는 문득 배준우가 왜 고은영에게
어쨌든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떠나든 결국 발견될 가능성이 높았고 한번 발각되면 다시 도망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그때야말로 모든 것을 숨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그래, 그럼 기다릴게.”안지영에게 있어서 고은영은 맹목적인 신뢰를 하고 있었기에 결국 그렇게 최종 결론이 났다.다만 두 사람은 한 가지 몰랐던 것이 있었다.나태웅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뒤돌아서 서는 곧바로 배준우에게 모든 것을 싹 다 일러바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준우는 고은영이 도망치려는 생각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휴게실로 돌진해 그녀를 단번에 제압했다.“안 돼요, 이러지 마요! 너무 아파요!”남자의 신체 변화를 느낀 고은영은 헐떡이며 힘겹게 몸부림쳤고, 불쌍하게 흐느끼는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안쓰러웠다.그러자 배준우는 매우 거칠게 그녀를 앙 깨물었다.고은영은 날 것 그대로 물리면서 아픔을 참지 못했다. 원래부터 아픈 것이 싫었던 그녀는 순식간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지금 대체 뭐 하는 거예요? 흑흑!”“목도리는 대체 언제 짜줄 거야? 너무 추워.”고은영이 침묵했다.“……”‘고작 목도리 때문에 나를 이렇게까지 깨문다는 게 말이 돼?’배준우는 고은영의 속마음은 몰랐지만 다만 이런 가련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결국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배준우가 일어나면서 그녀의 앙증맞은 턱을 확 움켜쥐며 말했다.“영아!”“네?”배준우가 느닷없이 자신을 영아라고 애칭을 부르는 것을 듣고 갑자기 안색이 굳어졌다.곧바로 배준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네가 나한테 뭐 한 번이라도 실수하잖아? 그럼 내가 널 삶에 회의감이 들 정도로 널 가난하게 만들어 버릴 거니까 두고 봐!”고은영의 가슴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졌다.‘이 망할 놈이 정말로 내가 삶에 회의감이 들 정도로 날 가난하게 만들까?’고은영은 할머니와 함께 용산에 살았을 때 이미 여러 번 삶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인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