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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량천옥이 놀라워하며 배준우를 바라 보았다.

비록 배준우는 국외에서 자라긴 했으나 매해마다 돌아왔었다. 그러니 량천옥은 배준우가 별다른 일을 저지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결국...

“박윤이랑도 관계가 있었던거야?”

배항준은 이 얘기를 듣자 더 화가 났다. 거기가 어떤 집안인데 감히 다가간단 말인가! 진씨네 집안만 해도 머리가 아팠는데 박윤까지..!

배항준은 그만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량천옥은 그런 배항준을 바라보며 순간 기가 죽어 버렸다.

“아니면 저보고 어쩌라고요? 배준우가 윤이껄 다 빼앗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까요?”

그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배준우가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배항준은 분명 자신의 버팀목이었는데 지금 자신을 저렇게 원망하는 모습을 보니 량천옥은 더욱 절망스러웠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순간 배준우가 고은영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럼 잘 생각해 보세요.”

배준우는 다들 반응할 새도 없이 고은영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안에서 다툼소리가 들려왔다. 고은영은 이미 현장을 벗어났음에도 순간 소름이 끼쳤다. 배씨네 집안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고은영과 배준우가 떠난 지 반시간 후에도 배항준은 여전히 정원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배준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계약서를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준우는 꼭 고은영과 떨어져야 하고 진유경과 결혼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배항준은 량천옥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준비해.”

뭘 준비하라는 건지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량천옥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량일도 무거운 심정으로 배항준을 쳐다봤다.

비록 사위이기는 하지만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량일이 몸을 일으키며 배항준에게 말했다.

“천옥이에게도 시간을 좀 주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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