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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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관건은 나태웅이 그들을 도울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하지만 이전에도 나태웅이 이 사실을 숨기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안지영은 아직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그러나 다음 순간 나태웅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 두 사람 혼인 관계라는 것이 사실인데 은영 씨가 성공적으로 강성을 떠난다고 해도 혼인관계 증명서만 있으면 배준우가 사람 하나 찾는 건 일도 아니야.”맞다, 바로 이 점이 바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지금 당장 이혼하지 못한다는 사실만 아니었다면 그녀도 고은영에게 굳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안지영이 애처롭게 물었다.“그럼 태웅 씨가 둘이 이혼할 수 있게 좀 도와주면 안 될까요?’고은영을 위해서 그녀는 정말 목숨을 걸었다.‘전생에 이 계집애한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지금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이 일로 인해 정말 가슴 졸였던 순간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안 될 것 같아. 지금은 천의 프로젝트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안지영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이제 더는 물러설 데도 없는데 대체 어쩌자는 거지?’원래 나태웅과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까지도 싸워서 가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나태웅의 이런 분석을 듣고 나니 그건 아마도 매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천의를 손에 넣을 때까지 기다려야지 뭐!”“그때까지 기다렸다간 이미 배가 불러서 곧 출산하겠어요!”남자들이란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지금도 고은영의 배는 이미 너무 커져서 숨길 수가 없었다.나태웅이 말했다.“그럼, 그냥 사실대로 고백하는 건 어때?”“정말 이게 최선인가요?”안지영은 숨이 턱 막혔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심장은 바짝 조여왔다.나태웅은 그녀의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간사한 생각이 살짝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한때 동영 그룹 최고의 세일즈맨이었던 그녀도 IQ가 별로 높지 않다는 생각에 그는 문득 배준우가 왜 고은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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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어쨌든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떠나든 결국 발견될 가능성이 높았고 한번 발각되면 다시 도망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그때야말로 모든 것을 숨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그래, 그럼 기다릴게.”안지영에게 있어서 고은영은 맹목적인 신뢰를 하고 있었기에 결국 그렇게 최종 결론이 났다.다만 두 사람은 한 가지 몰랐던 것이 있었다.나태웅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뒤돌아서 서는 곧바로 배준우에게 모든 것을 싹 다 일러바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준우는 고은영이 도망치려는 생각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휴게실로 돌진해 그녀를 단번에 제압했다.“안 돼요, 이러지 마요! 너무 아파요!”남자의 신체 변화를 느낀 고은영은 헐떡이며 힘겹게 몸부림쳤고, 불쌍하게 흐느끼는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안쓰러웠다.그러자 배준우는 매우 거칠게 그녀를 앙 깨물었다.고은영은 날 것 그대로 물리면서 아픔을 참지 못했다. 원래부터 아픈 것이 싫었던 그녀는 순식간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지금 대체 뭐 하는 거예요? 흑흑!”“목도리는 대체 언제 짜줄 거야? 너무 추워.”고은영이 침묵했다.“……”‘고작 목도리 때문에 나를 이렇게까지 깨문다는 게 말이 돼?’배준우는 고은영의 속마음은 몰랐지만 다만 이런 가련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결국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배준우가 일어나면서 그녀의 앙증맞은 턱을 확 움켜쥐며 말했다.“영아!”“네?”배준우가 느닷없이 자신을 영아라고 애칭을 부르는 것을 듣고 갑자기 안색이 굳어졌다.곧바로 배준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네가 나한테 뭐 한 번이라도 실수하잖아? 그럼 내가 널 삶에 회의감이 들 정도로 널 가난하게 만들어 버릴 거니까 두고 봐!”고은영의 가슴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졌다.‘이 망할 놈이 정말로 내가 삶에 회의감이 들 정도로 날 가난하게 만들까?’고은영은 할머니와 함께 용산에 살았을 때 이미 여러 번 삶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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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고은영은 량일의 다소 무례한 태도에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감히 올라와서 나를 찾을 생각하다니! 자기 딸이 벌려 놓은 일은 생각도 안 하나 봐?’그녀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나중에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난리를 칠 생각하면 짜증이 났다.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원래는 배준우에게 귀띔을 해주고 싶었지만 이미 회의에 들어간 상태였고 비서실장인 진청아도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고은영은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아래층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던 량일은 고은영이 오는 것을 보고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런 미소는 그녀에게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과거에 량천옥 때문에 그녀는 고은영만 보면 그렇게 히스테리를 부렸었다.“혼자 올 줄은 몰랐네.”량일이 감격에 겨워 말하자 고은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서 나한테 또 무슨 짓을 하려고요?”이곳은 동영 그룹 바로 밑에 있는 카페이기 때문에 조금만 소란을 피워도 배준우는 바로 알 수 있었다.그들은 결국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만약 배준우가 화를 낸다면 량천옥에게 피해가 갈 뿐만 아니라 배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그만한 손실도 없을 것이다.이 점에 대해서 고은영은 매우 분명했다.고은영의 날 선 질문에 량일의 눈가에 쓸쓸함이 서려 있었기에 량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대화 주제로 들어갔다.“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떠날 생각이 없어요!”그녀는 지금 그녀의 존재가 량천옥에게는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배항준은 배준우와 그녀의 결혼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배준우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배항준은 어떻게든 타협할 방법을 찾을 것이었다.그러나 이번에 배준우가 원하는 것은 전체 천의였다.그렇게 되면 량천옥은 자연스레 궁지에 빠져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십상이었다.고은영의 확고한 태도를 본 량일은 눈가에 번졌던 미소가 금세 굳어졌다.하지만 여느 때처럼 안색이 차가워지기는커녕 오히려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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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특히 지금, 이 순간 그녀의 기분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아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은영아, 난 네가 용산 같은 곳에서 힘들게 올라와서 강성에 자기 집도 마련한 것을 보고, 비록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네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네가 참 기특하다고 생각했어.”“……”“네가 굳이 배준우랑 만나지 않아도 넌 지금 충분히 잘살고 있잖아.”량일은 말할수록 점점 조급해졌다.애초에 자신이 무능하지 않았다면 량천옥 역시 본인 때문에 망가지지 않았다면 량천옥을 절대 배항준에게 의지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고은영은 이미 강성에 자기만의 집이 있었기에 배준우를 떠나도 여전히 좋은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아무 걱정 고민 없이, 평범하게 말이다. 고은영이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량일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을 덧붙였다.“제 아무리 높이 올라가 봤자 떨어지는 건 다 똑같이 아파!”고은영이 말했다.“그럼 량천옥더러 빨리 천의를 배준우한테 넘기라고 하세요! 그럼 떠날게요!”“너...!”“배씨 가문에서도 나 같은 며느리는 싫지 않나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네요.”량일은 오히려 차가운 숨을 몰아쉬었다,고은영이 이렇게까지 배준우를 배려할 줄은 몰랐다.‘얘 설마 배준우를 정말 좋아하게 된 거야? 진짜라면 정말 골치 아픈데?’고은영은 시간을 보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량일에게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잘 생각해 보세요!”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량일에게 더는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량일은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는데, 심장이 마구 떨려왔다.그녀가 카페 입구를 나서는 순간, 그녀도 눈동자 속의 아픔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고은영이 카페에서 나왔다.햇살 아래서 그녀는 량일의 방금 온갖 반응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그런 행동이 오히려 생뚱맞다고 느껴졌다. 그녀도 결코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고 자기 딸을 위해 여우짓까지 스스럼없이 했다.“어이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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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그리고 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뒤에 있던 그 해맑았던 소년이 한순간에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그녀는 미처 보지 못했다.원래는 따스하고 촉촉하던 눈동자가 어느새 암울함으로 가득 찼다.……사무실.배준우는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휴게실로 향했지만, 고은영이 보이지 않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푹 가라앉아 버리고 말았다. 돌아서서 그는 재빨리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왔다.진청아는 그의 온몸에 감도는 적대적인 기운을 느끼고 급히 다가갔다.“대표님,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그 사람은?”배준우가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진청아는 그 목소리에 순간 움찔했다.그녀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휴게실 출입구를 향했다.“사모님 안에 안 계시나요? 바로 확인하겠습니다.”그녀도 마침 배준우와 회의실에서 회의하고 있었으므로 고은영이 외출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그녀가 황급히 돌아서서 나가면서 비서실 직원들에게 물었다.배준우는 사무실에 혼자 남겨졌고 그 즉시 나태웅을 사무실로 불렀다.나태웅이 들어왔을 때 배준우가 우울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은영 씨, 없어졌어?”“응.”나태웅이 침묵했다.‘설마? 그 잠깐 사이에 도망을 쳤다고? 분명 안지영하고 얘기했는데,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설마 이 두 계집애가 내 뒤통수를 친 건 아니겠지?’어쨌든 안지영이 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 나태웅도 고은영이 도망쳤다고 의심했다.배준우가 눈을 한껏 내리깔고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사람을 준비시키고 빨리 잡아 와!”나태웅은 이미 그 말속에서 배준우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몸소 느끼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서 조치에 나섰다.어차피 시간이 많이 지난 건 아니었으니 고은영은 아직 강성을 뜨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조치를 내린 다음 정신을 차린 나태웅이 배준우를 향해 비꼬는 말투로 놀렸다.“내가 얘기했잖아, 그 계집애하고는 장난치면 안 된다고!”‘이게 뭐야, 놀래서 결국 도망쳤잖아!’가뜩이나 얼굴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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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생각해 보더니 량여사란 호칭을 붙여주었다!진청아는 아주 현명했다.“량일? 아니면 량천옥?”배준우가 차갑게 물었다.“량일 여사님이요.”고은영이 량일을 만나러 갔다는 말에 배준우는 그만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말았다.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아래층 카페요.”진청아는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장항 프로젝트를 철회하면서 진청아는 배준우와 배씨 가문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와 계모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도 어느정도 눈치챘을 것이다.음산한 기운을 풍기던 배준우는 량일이 고은영을 아래층 카페로 불렀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 긴 다리를 옮겨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아래층에 있던 고은영은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다달았을 때 고은지의 전화가 걸려 왔다.“쓸 곳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준 거야?”“응? 돈? 무슨 돈?”고은지의 물음에 고은영은 당황했다.그녀가 언제 고은지에게 돈을 보냈단 말인가?수화기 너머의 고은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고은영의 반응에 물었다.“네가 아니라고?”“돈이 필요하면 나에게 말하라고 하긴 했는데 언니가 요구한 적은 없잖아.”고은영은 언니를 물심양면 돕고 있었다.이번에 조영수와 이혼한 그녀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고은영이지만 고은지가 거절하는 바람에 돈을 주지 못했다.그런데 고은영이 누군가를 시켜 고은지에게 돈을 보냈다고?고은영은 그런 적 없다.“네가 아니란 말이지?”고은지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400만 원,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럼 대체 누가 고은영의 명의로 돈을 보냈단 말인가?설마...?그 순간, 고은지는 배준우가 떠올랐고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다.그녀가 말을 건네려는 그때 배준우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언뜻 보기에도 건들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럼 이만 끊을게.”고은영은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배준우에게로 다가갔다.그녀가 두 발짝도 떼지 못했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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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대표 사무실로 돌아가는 내내 차가운 기운을 풍기고 있는 배준우 때문에 고은영은 무서워서 말도 하지 못했다.당장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배준우는 그녀가 도망간 줄 알고 몹시 화가 나 있었단 사실을!사무실에 들어서고 나서야 배준우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솔직하게 말해!”정말 차갑고도 냉정한 한마디였다.상황 파악이 조금 되었는데 이렇게 겁을 주니 그녀는 다시 어리둥절해졌다.그녀가 억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뭘 말하라는 거예요?”이미 화가 난 배준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그녀의 표정에 점차 자제력을 잃기 시작했다.“어떻게 그 사람을 알게 된 거야?”“누구요?”“배윤, 이제 와서 모른다고 발뺌할 생각은 하지 마!”배윤? 그럼 아까 로비에서 마주쳤던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배윤이란 말인가? 그가 정말 돌아왔다고?이건...!분노하고 있는 배준우의 모습에 이대로 꼼짝없이 죽임을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량천옥도 나쁜 사람이었지만 그녀가 낳은 아들도 그다지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그녀를 대하는가!배준우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던 고은영은 그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진짜 모르는 사람이에요.”“모르는 사이인데 그러고 있었단 말이야?”“정말 그 사람이 나를 붙잡은 거예요.”고은영은 모조리 불었고 모든 책임을 배윤에게 떠넘겼다.그녀는 성모마리아처럼 한없이 착한 박애주의자는 아니었다. 배준우의 분노를 마주하고 있는 그녀로서는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억울해하며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그녀의 표정에 배준우가 물었다. “진짜 몰라?”“맹세컨대, 나는 그 사람 전혀 몰라요.”“...” 맹세까지 하는 걸 보니 내가 오해한 것 같군.“일단은 믿어볼게.”그의 말에 그녀는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그녀는 정말 무서워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혼자서 절대 움직이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 단독 행동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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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겁에 질린 그녀를 보던 배준우는 열심히 표정 관리를 했다.허락받은 고은영은 재빨리 휴게실로 도망갔다.그녀가 자리를 비운 잠깐 사이에 휴게실은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었다.휴게실을 정리하는 일이 그녀의 임무라고 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책임질 필요 없어 보였다.매일 배준우와 함께 출근하는 그녀는 너무 한가했다.사무실.사무실에 들어선 배윤은 소파로 다가가 거만하게 앉았다. 그 모습은 엄숙한 표정의 배준우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대체 무슨 일이야?”배준우가 차갑게 물었다.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 배윤은 불량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매우 닮아 있는 그들이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진지하고 차분한 배준우와는 달리 배윤은 거만하고 거칠었다.손에 든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던 배윤이 물었다.“진짜 끝까지 해보려는 거예요?”배준우는 앞에 놓인 물 한 컵 들이켰다.“내가 아니고 오히려 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그렇다면 형에게 협박당한 거겠죠.”오늘 량천옥은 배 씨 저택에서 한바탕 난리 쳤었다. 그것은 배항준이 고심 끝에 천의를 여전히 배준우에게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죽어도 동의할 수 없었던 량천옥은 결국 수면제를 삼켰다.그녀는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것이었다.배준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네가 이렇게 못난 모습인 걸 알게 된다면 아마 그 사람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할 거야.”순간 배윤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그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형, 한 번만 봐줘요.”배윤이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배준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는 배윤보다 8살 위였고 고은영은 배윤과 비슷한 또래였다.량천옥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동생인 배윤에게는 그 어떠한 악감정도 없었다.1달 전만 해도 배윤을 원망하지 않았던 배준우지만 지금은...순간 나태웅이 조사했던 자료가 뇌리에 스쳤다. 배준우는 입가에 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천의에서 사라진다면 그렇게 해줄게.”순진한 얼굴 뒤에는 악마의 사악한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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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전과 완전히 다른 배준우의 모습에 배윤은 당황하고 말았다.그도 배준우가 자신의 어머니를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사실 그도 마찬가지였다.그가 형이라고 부르기만 하면 풀리던 것들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배윤은 배준우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안간힘을 다해 무언가를 보아내려 했다.하지만 그의 눈은 너무 깊어 도저히 가늠이 가지 않았다.결국, 배윤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형이 천의로 돌아오면 그 사람을 정말 죽음으로 몰아넣는 거예요. 그러니 형, 한 번만 봐주세요.”배윤도 량천옥을 어머니가 아닌 ‘그 사람’으로 칭하고 있었다.수년 동안 강성에서 량천옥의 평판은 좋지 않았고, 아마 어렸을 때부터 량천옥의 행동이 굴욕적이라 느꼈던 배윤에게는 아직까지도 마음의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하여 지금까지도 량천옥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더군다나 량천옥은 지금 천의를 잃을 수 없었다. 잃게 된다면 그의 빚은...!배윤의 눈이 다시 차갑게 변했다....결국 배윤도 돌아갔다.사무실로 들어선 나태웅은 음산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배준우를 보았다.“천의에 관한 일 때문에 대표님을 찾은 겁니까?”“천의 말고 그를 귀국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전에 배준우와 량천옥이 심하게 다툴때에도 눈 가리고 아웅 하던 배윤이었다.그러던 그가 이번에 돌아온 것을 보니 천의가 그에게도 중요한 것 같았다.“그는 그동안 대표님을 속이고 있었어요.”나태웅이 말했다. “아니, 그는 나를 속이지 않았어.”나태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준우가 반박했다.나태웅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속이지 않았다고? 배준우는 동생을 싫어했지만 믿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그도 천의를 손에 넣으려는 거야.”“네.”배윤에게는 지금 천의밖에 남지 않았다.량천옥이 천의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에게도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나이 든 배항준에게는 이미 아무런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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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나태웅이 나가고 배준우는 휴게실로 향했는데, 고은영은 목도리를 뜨고 있었다.지금은 손놀림이 예전처럼 어리숙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 같았다.배준우가 들어오자 고은영은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뜨개질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진짜 모르는 사람이에요.”배준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아직도 그걸 말하고 있는 거야?“모르면 모르는 것이지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거야?”“어쨌든 민감한 신분을 가진 분이니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배준우가 무서웠다.조금 전 로비에서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잡아 먹을 기세였기 때문이다.듣고 있던 배준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를 품에 안은 그는 사슴처럼 순진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입맞춤을 했다.부드럽게 그녀를 탐하는 그의 모습은 아까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읍!”고은영이 신음을 터뜨렸다.그녀의 입술은 배준우 때문에 따끔거렸다.그녀의 신음에 배준우는 살며시 그녀를 놓아주었다. 빨개진 그녀의 입술을 살짝 만지던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그렇게니 무서워?”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무서워요. 진짜 너무 무서워요...!”“바보야, 난 너의 남편인데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 있어?”남편이라는 두 글자에 더욱 힘을 주며 말하는 배준우에 고은영은 마음이 무거웠다.“하지만 우리는 결국...”“그만!”뭔가 말하려는 그녀를 배준우가 제지했고, 고은영은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그와의 긴 시간 동안 고은영도 어떤 말들은 아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특히 그들의 가짜 결혼은 회사에 비밀로 해야 했다. 여기저기 다니며 떠벌이면 그녀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지금 반복적으로 그녀에게!“그럼 매일 밤 일어나는 일에 대해는 책임지실 건가요?”“뭐?”“그러니깐 당신이...”고은영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고, 얼굴도 이미 붉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배준우보다 8살이 어렸기에 아주 성숙하고 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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