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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고은영은 량일의 다소 무례한 태도에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감히 올라와서 나를 찾을 생각하다니! 자기 딸이 벌려 놓은 일은 생각도 안 하나 봐?’

그녀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나중에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난리를 칠 생각하면 짜증이 났다.

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원래는 배준우에게 귀띔을 해주고 싶었지만 이미 회의에 들어간 상태였고 비서실장인 진청아도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고은영은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

아래층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던 량일은 고은영이 오는 것을 보고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미소는 그녀에게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과거에 량천옥 때문에 그녀는 고은영만 보면 그렇게 히스테리를 부렸었다.

“혼자 올 줄은 몰랐네.”

량일이 감격에 겨워 말하자 고은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서 나한테 또 무슨 짓을 하려고요?”

이곳은 동영 그룹 바로 밑에 있는 카페이기 때문에 조금만 소란을 피워도 배준우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결국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만약 배준우가 화를 낸다면 량천옥에게 피해가 갈 뿐만 아니라 배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그만한 손실도 없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고은영은 매우 분명했다.

고은영의 날 선 질문에 량일의 눈가에 쓸쓸함이 서려 있었기에 량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대화 주제로 들어갔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떠날 생각이 없어요!”

그녀는 지금 그녀의 존재가 량천옥에게는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배항준은 배준우와 그녀의 결혼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배준우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배항준은 어떻게든 타협할 방법을 찾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배준우가 원하는 것은 전체 천의였다.

그렇게 되면 량천옥은 자연스레 궁지에 빠져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십상이었다.

고은영의 확고한 태도를 본 량일은 눈가에 번졌던 미소가 금세 굳어졌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안색이 차가워지기는커녕 오히려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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