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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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배준우가 휴게실로 들어왔다.얼굴이 새빨개진 고은영을 보면서, 그녀가 이렇게까지 수줍어할 줄 아는 사람인지 처음 안 표정을 지었다.량천옥이나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다른 사람을 대할 땐 당당하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느낌을 주지만 배준우 앞에서는 연약하고 겁 많고 수줍은 그런 사람이다.배준우가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나 찾았어?”“네!”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왜 찾았어?”고은영은 여전히 긴장한 얼굴이었다!“응?”고은영은 그제야 아까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생각났다.“저기, 조보은이 지금 문 앞에 왔대요. 행패 부리려나 봐요!”“응, 알고 있어!”“이미 알고 있었다고요?”고은영은 깜짝 놀랐다.조보은이 방금 전화 왔는데 이미 알고 있다고?아마 아까 말하고 바로 보안팀에게 대비하라고 말한 모양이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곧 끌려갈 거야.”“누구한테 끌려가요?”“당연히 경찰이지, 내가 뭐 깡패라도 불렀을까 봐?”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소리 내 웃을 뻔했다. 하긴 배씨 가문이라면 그런 방식을 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배씨 집안이 강성에서 어떤 위치인지, 배준우가 어떤 사람인지 고은영은 너무 잘 알고 있다.그렇기에 그가 이전에 만났던 그 사람들로부터 그녀는 바로 눈치챘다.고은영의 걱정 가득한 모습에 배준우는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내가 걱정 돼?”뭔가 의미심장한 말이었다.“누가 대표님을 걱정해요!”고은영은 배준우 걱정은 정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조보은이 이러는 이유는 순전히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이다.다른 사람이면 모를까하필 조보은이 이러니 일전 한 푼도 주기 싫었다.“내가 조급해할까 봐 걱정은 안돼?”배준우는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장난스레 그녀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고은영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는 대답 하지 않았다.그러자 배준우가 웃으며 물었다.“안 그래?”고은영은 대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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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배준우가 물었다.“왜? 싫어?”“......”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고은영은 여기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지금 배준우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건 좋아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그와 엮이는 게 싫었다.그날 밤 강성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공포스러웠다.“알았어, 안 놀릴게.”마치 어린아이처럼 겁에 질린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는 더 묻지 않았다.그녀를 천천히 침대에 눕히고 시계를 보며 말했다.“오늘 미팅 있어서 늦게 퇴근할 것 같애.”“네, 알겠어요.”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만족한 듯 웃으며 몸을 돌려 대기실을 나갔다.배준우가 나간 뒤, 고은영은 놀란 심장을 쓰다듬었다.아니, 대표님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오늘 벌써 두번째로.... 그것도 맨정신에....왜 자꾸 뽀뽀하는 거지?진짜 부부도 아닌데, 왜...?고민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서정우의 전화가 걸려 올 때까지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서정우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고은영, 네가 감히? 너 이러면 천벌 받아!”“......”서정우의 분노와 함께 전화기 너머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니, 아마도 경찰이 온 듯했다.천벌?서정우의 입에서 천벌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참 우스웠다.서정우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소리 질렀다.“너 네가 지금 돈 많은 남자 만났다고 눈에 뵈는 게 없지?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말하는데? 네가 뭘 말하는데?”고은영이 그의 말을 끊었다.서정우가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고은영은 아주 우스웠다.고은영의 말에 바로 서정우의 기세가 눌렸다.그리고 조보은의 목소리로 들려왔다.“내가 내 딸 찾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야? 난 잘못한 거 없어, 근데 니들이 왜 나를 잡아가, 이거 놔, 이거 놔!”서정우는 더 말할 겨를도 없이 핸드폰을 버리고 조보은에게 달려갔다.그러나 서준호가 그를 덥석 끌어안았다.“가지 마!”서정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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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경찰차가 출발했다.서정우와 서준호는 동영그룹 입구에서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구경꾼들이 다 가자, 경비원이 그들에게 다가갔다.“계속 소란 피울겁니까?”“.....”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조금 전에 소란을 피운 결과를 봤기 때문에 더 소란을 피울 수가 없었다.서정우는 굳은 얼굴로 서준호를 쳐다봤다. 서준호는 고개를 저으며 난처하게 웃었다. “아니에요, 우린 소란 피우러 온 게 아니에요. 다 그 여편네 주장입니다. 우리와는 상관없어요.”서준호는 비록 도박을 좋아하고, 막 살지만, 아들에겐 늘 진심이었다.서준우는 서준호가 도와주지 않는 게 괘씸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당장 가세요!”경비원이 그들을 쫓아냈다.비록 사모님의 친정 식구들이지만 대표님의 지시가 있으니, 그 지시에 따라야 했다.그래서 배씨 가문 사모님의 아버지와 동생이라 해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가, 갈게요!”서준호는 서둘러 서정우를 끌고 동영그룹을 떠났다.조보은이 소란을 피운 지 30분 만에 경찰이 왔다.원래 제대로 한바탕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서정우, 서준호 두 사람만 남았다.“아까 왜 안 도와줬어요?”서정우는 말하며 서준호의 손을 뿌리쳤다.서정우는 항상 아버지보다 엄마를 더 챙겼다.그는 도박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별로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조보은이 계속했던 말과도 연관이 있었다. 지금 그들이 이토록 가난한 건 다 도박을 좋아하는 서준호 때문이라는 것.그래서 서정우는 마음속으로 항상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았다.방금전도 서준호가 조보은이 끌려가는 걸 보면서도 도와주지 않는 걸 보니 화가 치밀었다.“어떻게 도와줘? 같이 잡혀가?”서준호도 화난 얼굴로 대답했다.조보은의 이런 행동이 서준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걸핏하면 소란을 피우고, 난리를 치는 것 말이다.도시에서까지 그런 짓거리를 하니 말이다!이곳은 강성이다. 그녀가 무턱대고 덤빈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서준호의 대답에 서정우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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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내가 그딴 걸 신경 쓴다고 생각해?”“고은영, 너 그게 무슨 말이야?”서정우는 다급했다.아까전엔 다 자기 탓이라 해놓고!지금 이 말은 또 무슨 의미야?그래서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아무 뜻 아니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다시는 전화하지마.”“내가 너한테 전화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네 꼴을 보면 나도 역겨워!”“......”“다 우리 엄마 때문이야!”서정우는 분노하자 고은영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내 꼴? 그럼, 예전엔 왜 나한테 전화했는데?”지금 그가 이런 말을 내뱉는건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고은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정우는 자기가 예전에 고은영에게 전화하던 태도를 생각하니, 수치심에 얼굴이 파래졌다.“다 필요 없고, 당장 엄마나 풀어줘!”“내가 잡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풀어줘?”“야 고은영......”“그 사람이 만약 지은 죄가 없다면 알아서 잘 풀려나겠지.”고은영은 냉정하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서정우는 전화가 끊기자, 화가 난 나머지 전화를 부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새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신의 휴대폰을 보니, 진짜로 부술 용기는 없었다.“그 계집애가 뭐래?”전화를 끊는 모습에 서준호가 물었다.“뭐라고 하겠어요? 그러게, 예전에 좀 잘해주시지, 그러니까 지금 가족이고 뭐고 이렇게 대하는 거 아니에요. 이제 만족하세요?”“무슨 말을 그렇게 해! 지 친엄마도 못 해주는걸 나한테 바래?”서준호는 불만이 섞인 말투로 말했고, 서정우의 얼굴에도 짜증이 가득했다!방금 고은영이 한 말들을 생각하니, 당장이라고 가서 그녀를 반쯤 죽여놓고 싶었다.고은영과 소통이 안 되자, 서준우는 바로 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고은지가 전화를 받았다. 그러고는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 있어?”이혼 전, 고은지는 항상 조보은을 걱정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자기의 가정까지 파탄 낸 그녀에게 더 이상의 인내심은 없었다.“큰 누나, 엄마가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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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서정우는 이토록 고은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의 마음속의 고은지는 유하고 부드러운 사람이긴 했지만, 가장 만만한 사람이기도 했다!그래서 그동안 무슨 일만 생기면 고은지를 찾아갔다......!하지만 이번에 고은지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다들 그녀에게 너무 지나치게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화가 풀릴 법도 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말투를 들으니 그렇지 않아 보였다.서정우는 고은지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누나, 우리 엄마야!”“네 엄마겠지!”고은지는 여전히 냉담하게 말했다.엄마? 고은지는 조씨 집안에 시집을 가서도, 조보은을 챙기고 생각했다.조영수가 준 생활비를 아껴 조보은에게 주었다.그런데 조보은이 그녀에게 어떻게 했나.....!그렇게 고생해서 그녀가 얻은 게 있나? 조보은이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 또 손녀에게는 어떻게 했는지.고은지는 그제서야 모든 걸 정확하게 파악했다. 조보은에겐 아들 서정우밖에 없다는 걸 말이다.조보은은 자신의 이 아들을 위해서라면, 다른 형제들이 어떤 상황이든 무조건 지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불효라고 생각한다.“누나, 왜 고은영이랑 똑같이 이러는 거야?”서정우는 더 다급해졌다.고은지의 태도도 고은영과 별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고은영의 말이 나오자 고은지는 씁쓸했다.“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예전으로 돌아갔다면 나도 은영이랑 똑같은 마음가짐이었 을거야.”할수 있다면, 대학교 졸업할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때 조보은은 여자는 일찍 시집가야 한다며 고은지를 들들 볶았다.그래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점점 더 못한 사람들뿐이었다.게다가 그때 집안이 너무 가난했다. 그래서 조씨 집안에서 1000만 원을 내놓으니 바로 그 집으로 시집갔다.지금 돌이켜보니 정말 바보같았다......“누나!”서정우는 드디어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너무한 거 아니야?”“너무하다고? 집구석이 이 지경이 된 건 다 너 때문이야, 지금 와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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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서정우는 찬바람 속에 서서 전화가 끊긴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졌다.고은영과 고은지, 두 사람 다 이렇까지 냉담한 태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서준호가 다급히 물었다. “어때? 은지가 도와준대?” 우리 지금 돈도 없어!”“......”돈이 없다는 말에 서정우의 짜증은 극에 달했고, 살기 어린 눈으로 서준호를 노려보았다.“맨날 돈 없다, 돈 없다. 나이도 있으신데 언제 철드실 거예요. 지금 집안 꼴이 이게 뭐예요?”서정우는 분노하며 소리쳤다.고은영과 고은지에게 받았던 스트레스를 서준호에게 풀었다.그런 서정우의 태도에 서준호는 순간 멍해졌다.그러고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나한테 화풀이야? 나라고 돈 못 벌고 싶은 줄 알아?”“정말 제가 돈을 벌길 원하세요? 정말 그러셨다면, 일 년 내내 도박장에서만 보내시진 않으셨겠죠!”서준호와 같이 살고 있어도, 대부분의 시간에 그의 모습을 보긴 어려웠다.매일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집에 들어온다.예전에 잠깐 작은 슈퍼마켓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 마저 모두 서준호 때문에 말아 먹었다.이런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서정우는 눈앞의 아버지가 더욱 미워졌다.서정우의 말에 서준호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돌렸다.“지금, 날 나무랄 때야?”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조보운을 어떻게든 그 안에서 빼내야 한다는 거다.그녀가 안에서 나오지 못하면 두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그들은 지금 며칠 동안 거의 노숙하다시피 했다.서정우는 이미 화가 나서 뭐라고 말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빨리 엄마를 꺼낼 방법이나 생각해 봐!”그는 더 이상 여기서 이렇게 고통 받고 싶지 않았다. 올 때는 고은영의 큰 집에서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지금 보니 아예 그럴 가망이 없어 보였다!서준호가 보채는 모습에 서정우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만약 방법이 있다면 지금 이러고 있진 않겠지?“그러니까 생각해 보라고! 이대로 여기에 계속 있을 순 없잖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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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서정우은 블랙아웃된 핸드폰을 보고 화가나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다시 켜봐도30초 만에 바로 꺼졌다.다시 억지로 키면 아예 켜지지 않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왜 그래?”서정우가 전화를 들고 멍하니 서 있자 서준호가 물었다.“배터리가 다 됐어요. 아버지 핸드폰은 배터리 있어요?”“있어!”서준호는 서둘러 자신의 전화를 꺼내 서정우에게 건넸다.그러나 휴대폰을 든 서정우는 다시 멈칫했다.그가 또 멈칫하자 서준호는 답답했다.“또 왜 그래?”“번호가 기억나지 않아요!”“그럼, 네 휴대폰 다시 켜서 봐.”다시 키라고? 아까 30초 만에 바로 꺼지는 걸 보지 못했나?서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핸드폰을 켜보려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켜지기 않았다.“젠장....!”이 순간의 서정우는 화가 나서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싶었다.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마지막 희망도 완전히 사라졌다!“그럼 어떡해? 어디 충전할 데 없어?”서준호가 서정우에게 물었다.정말 하늘도 그들의 편이 아니다!뭘 해도 안 되는 날이다!“보조배터리를 빌려도 돈 내야 빌리죠, 지금 돈도 없는데.....!”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다.“돈은 다 네 엄마한테 있어. 나도 돈이 없어.”서정우도 돈이 없다!강성에 온 뒤로, 모든 돈은 조보은이 관리하고 있었다.지금 조보은도 끌려갔고, 그들에겐 한 푼도 없다.“고은영이랑 고은지 번호는 기억하지?”서준호가 또 다시 물었다.“기억해요!”“전화해서 돈 좀 빌려.”서준호는 뻔뻔스럽게 말했다.지금 한 푼도 없으니. 그들이 지내는 곳뿐만 아니라, 저녁 식사까지 문제였다.설마 정말 자기들을 굶겨 죽일까 생각했다!서준호는 이 두 계집애가 이렇게까진 독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회사 시점.배준우가 회의를 마치고 나오니 6시 반이었다. 사무실 건물 밖에는 이미 네온사인들이 켜져 있었다.배준우가 사무실로 돌아오니, 소파에 누워 잠든 고은영의 모습이 보였다.그녀의 모습을 보니 날카로웠던 배준우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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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배준우가 나가지 않으니, 그녀도 나갈 수가 없었다.특히 지금 안지영도 회사를 떠났으니 더 나갈 기회가 없었다.차에 타자마자고은영은 고은지의 전화를 받았다.“언니.”“서정우가 다시 전화하면 다시 상대도 하지 마.”“그렇게까지 말했는데 또 전화한다고?”고은영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서정우에게 심한 말이란 심한 말은 다 했는데.하지만 그 가족의 파렴치함을 생각하면 전화를 다시 걸어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분명히 다시 전화할 거야!”“언니한테도 전화 갔어?”고은영이 물었다.“응, 돈 달라더라!”“......”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돈을 요구할 체면이 있다니!하긴, 양심이라곤 조금도 없으니, 뭐,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서정우 같은 사람은 그 어떤 말로도 떼어내기 힘든 사람이다고은영이 걱정할까 봐 고은지가 이어서 말했다.“나 돈 안 줬어. 다시 전화도 안 받았고. 그러니까 아마 또 너한테 연락할 거야.”“난 더 안 주지.”고은영은 단호하게 말했다.고은영은 예전에 고은지가 그들에게 돈을 줄 때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고은지가 바보라고 생각했다.지금 고은지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는데, 자기는 더더욱 그런 바보짓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은지의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그래, 그럼 됐어!”이번에는 고은지의 결심이 대단해 보였다.그녀도 고은영처럼 그들을 떼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지금 그들이 고은영에게 이러는 건 다 그 집 때문이다.고은영이 지금과 같은 태도로 일관한다면 그들도 그 집을 손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두 사람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는 것이다.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은지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고은영은 이게 서준호의 번호인 줄 모르고 있었다.“여보세요.”“누나.”서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고은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려 했다.그러자 수화기 너머 서정우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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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고은영의 말에 배준우가 웃으며 물었다.“일말의 감정도 없어?”그녀에게 이렇게 단호한 면도 있는지 몰랐다.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그런 단호함 말이다.이전에 그녀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그냥 겁쟁이인 줄만 알았지,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하지만 좀 과도하게 단호했고, 과도하게 자기주장이 강했다.배준우도 그걸 금방 알아챘다. 그녀는 극단적인 반전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특히 특정된 일에서 말이다.가끔 너무 단호한 그녀의 모습에 놀랄 때도 있었다."걔한테는 감정을 생각할 가치도 없어요!”돈밖에 모르는 그들에게 감정을 논할 가치가 없었다.만약 그녀가 돈이 없었다면 서정우가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을까? 조보은도 그녀를 찾아올까? 절대 아니다.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고은영의 눈에 조금의 슬픔이 보였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난 할머니 곁에 없었어요. 그때 전 중학생이었어요. 그래서 돌아가신 지 사흘이 지나도록 발견한 사람이 없었어요.”“......”“예전에 이웃분한테 들었는데, 그 여자가 할머니가 아프신 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았대요.”할머니는 그녀에게 영원한 아픔이었다.예전에 할머니랑 둘이 살 때, 아무리 가난해도 조보은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할머니의 일은 그녀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있었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는데, 조보은은 그런 할머니를 조금도 돌봐주지 않고 그렇게 쓸쓸하게 보냈다.배준우는 그녀의 울먹이는 듯한 말투에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 줬다.“이제 그만 말해도 돼.”“내가 인정머리가 없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은 그런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에요. 할머니한테 따뜻한 밥 한 끼만 차려줬어도 내가 그 여자한테 감사하게 생각했을 거예요.”고은영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그러다 이내 눈물이 떨어졌다.할머니가 아픈 동안 그녀의 공부에 방해가 갈까 봐 걱정되어 그녀에게는 본인이 아프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그러다 그녀가 명절 연휴 때 집에 왔는데, 그때 할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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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무슨 이유여도 그의 앞에서 울기만 하면 바로 해고기 때문이다. 전에 울자마자 바로 해고당한 사람이 있다는 건 결코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네, 알 울었어요.”그녀의 당황한 모습에 배준우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말투만 들어도 거짓말이라는 게 티가 났다. 고은영은 그가 진짜 자기 말을 믿는다고 믿고 있었다.그러다 뒤늦게야 요즘 배준우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설마......!뭘 알게 된걸까...?........고은영 걱정이 가득한 채로 배준우와 함께 강성의 옛 거리로 향했다. 그녀는 거리에 가득한 주황색 초롱을 보니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오렌지색 초롱불 아래에는 기다란 길이 있었는데, 모두 음식점이었다.고은영은 전에 안지영과 함께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낮에 왔었다.그런데 밤의 분위기가 더 좋은 듯했다.“오늘 여기서 드실 거예요?”고은영은 놀란 듯 배준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배준우가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여기도 나쁘진 않긴 하지만, 배준우는...배준우는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왜? 싫어?”“좋아요, 좋아요!”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전에 안지영이 여기가 강성에서 가장 깨끗한 푸드코너라고 말했다. 맛도 있고 깨끗하기도 하고.암튼 돈 많은 사람들도 여기에 즐겨온다는 말이다.배준우는 고은영에게 손을 내밀었다.“가자.”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잡고는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도 이런 음식들 좋아해요?”그러자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여기 음식 맛있어.”그의 말에 고은영은 더욱 흥분하며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잠깐!”“왜요?”고은영이 발걸음을 멈췄다.배준우는 휴지를 꺼내 그녀의 눈가의 묻은 눈물 자국을 닦아 주었다.“정말 어린 아이처럼 잘 울고, 잘 웃네!”눈가에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이 감정 기복, 정말......!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쑥스러운 듯 배준우의 손을 잡으며 애교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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