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재미있는 상황이다.순식간에 비서에서 도우미가 되었으니, 고은영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나태웅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다.나태웅은 배준우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니, 그의 앞에서 조금이라도 티내면 배준우가 바로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지금 나태웅에게 불만을 얘기하면 배준우가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다.그래서 그냥 낮은 소리로 조심스레 중얼거렸다.“휴게실에는 할 일이 별로 없는데, 30분이면 다 끝나는 일인데.”“......”“게다가 휴게실은 회의실처럼 수시로 치울 필요도 없고요. 휴게실은 하루에 한 번만 치우면 되지 않아요?”하루에 30분만 일하라고?나태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별로 할 일은 없지, 하지만 대표님이 이렇게 지시하셨어.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을 양성해야 하니 우선 이렇게 하는 걸로 하고, 나중에 다시 다른 업무를 안배할 거야.”고은영은 여전히 불만이었다.배준우가 제1 비서 자리를 자신에게 맡기겠다고 한 게 어제 같은데, 이제 아예 도우미 취급을 하다니.비록 이미 떠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내려간 직위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알겠어요.”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불만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나태웅의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았다.그런 그녀의 태도에 나태웅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럼, 그만 일하러 갑시다.”신분이 달라졌다!배준우의 지시라고 하니 뭐라고 더 대꾸할 용기도 없었다.배준우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자신의 책상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청아가 보였다.이미 얘기를 들은 눈치였다.“고 비서님, 죄송해요.”전청아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진청아도 얼마 전 일어난 정유비의 일을 알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고은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일단 먼저 정리해 놓고 내일 인수인계 해줄게요.”“네, 급해 말고 천천히 정리하세요.”진청아가 다급히 말했다.회사 사람 모두가 그녀가 배준우의 아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정유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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