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의 말에 배준우가 웃으며 물었다.“일말의 감정도 없어?”그녀에게 이렇게 단호한 면도 있는지 몰랐다.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그런 단호함 말이다.이전에 그녀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그냥 겁쟁이인 줄만 알았지,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하지만 좀 과도하게 단호했고, 과도하게 자기주장이 강했다.배준우도 그걸 금방 알아챘다. 그녀는 극단적인 반전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특히 특정된 일에서 말이다.가끔 너무 단호한 그녀의 모습에 놀랄 때도 있었다."걔한테는 감정을 생각할 가치도 없어요!”돈밖에 모르는 그들에게 감정을 논할 가치가 없었다.만약 그녀가 돈이 없었다면 서정우가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을까? 조보은도 그녀를 찾아올까? 절대 아니다.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고은영의 눈에 조금의 슬픔이 보였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난 할머니 곁에 없었어요. 그때 전 중학생이었어요. 그래서 돌아가신 지 사흘이 지나도록 발견한 사람이 없었어요.”“......”“예전에 이웃분한테 들었는데, 그 여자가 할머니가 아프신 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았대요.”할머니는 그녀에게 영원한 아픔이었다.예전에 할머니랑 둘이 살 때, 아무리 가난해도 조보은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할머니의 일은 그녀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있었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는데, 조보은은 그런 할머니를 조금도 돌봐주지 않고 그렇게 쓸쓸하게 보냈다.배준우는 그녀의 울먹이는 듯한 말투에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 줬다.“이제 그만 말해도 돼.”“내가 인정머리가 없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은 그런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에요. 할머니한테 따뜻한 밥 한 끼만 차려줬어도 내가 그 여자한테 감사하게 생각했을 거예요.”고은영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그러다 이내 눈물이 떨어졌다.할머니가 아픈 동안 그녀의 공부에 방해가 갈까 봐 걱정되어 그녀에게는 본인이 아프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그러다 그녀가 명절 연휴 때 집에 왔는데, 그때 할머니는
무슨 이유여도 그의 앞에서 울기만 하면 바로 해고기 때문이다. 전에 울자마자 바로 해고당한 사람이 있다는 건 결코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네, 알 울었어요.”그녀의 당황한 모습에 배준우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말투만 들어도 거짓말이라는 게 티가 났다. 고은영은 그가 진짜 자기 말을 믿는다고 믿고 있었다.그러다 뒤늦게야 요즘 배준우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설마......!뭘 알게 된걸까...?........고은영 걱정이 가득한 채로 배준우와 함께 강성의 옛 거리로 향했다. 그녀는 거리에 가득한 주황색 초롱을 보니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오렌지색 초롱불 아래에는 기다란 길이 있었는데, 모두 음식점이었다.고은영은 전에 안지영과 함께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낮에 왔었다.그런데 밤의 분위기가 더 좋은 듯했다.“오늘 여기서 드실 거예요?”고은영은 놀란 듯 배준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배준우가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여기도 나쁘진 않긴 하지만, 배준우는...배준우는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왜? 싫어?”“좋아요, 좋아요!”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전에 안지영이 여기가 강성에서 가장 깨끗한 푸드코너라고 말했다. 맛도 있고 깨끗하기도 하고.암튼 돈 많은 사람들도 여기에 즐겨온다는 말이다.배준우는 고은영에게 손을 내밀었다.“가자.”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잡고는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도 이런 음식들 좋아해요?”그러자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여기 음식 맛있어.”그의 말에 고은영은 더욱 흥분하며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잠깐!”“왜요?”고은영이 발걸음을 멈췄다.배준우는 휴지를 꺼내 그녀의 눈가의 묻은 눈물 자국을 닦아 주었다.“정말 어린 아이처럼 잘 울고, 잘 웃네!”눈가에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이 감정 기복, 정말......!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쑥스러운 듯 배준우의 손을 잡으며 애교부렸다
이미월은 배준우와 고은영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다정해 보이네.”지금 배준우가 고은영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들이 위장 결혼이라는 걸 누가 믿을까?계약된 관계가 저토록 다정할 수 있을까?“오빠 예전에 언니랑 이런데 온 적 있어?”진승연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미월을 쳐다보았다.오늘 정원희를 겨우 설득해 이미월을 데리고 나와 기분 전환 시켜 주려고 했는데!이런 장면을 목격하니, 기분이 더 나빠졌다.이미월은 눈을 감아 버렸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난 이제는.. 도대체 뭐가 준우의 실제 모습인지 모르겠어. “아마 지금 그의 모습이 실제 모습이 아닐까?그럼, 그녀는 한 번도 그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건가?이미월의 말에 진승연은 더욱 화가 났다.지금 당장 가서 고은영의 뺨을 후려 갈기고 싶었다.“언니, 설마 이대로 포기하는 거 아니지?”진승연은 화가 나서 말했다.정말 이대로 포기할거라고?전에 어쩔 수 없이 떠난 이후로 이미월은 어떻게 다시 배준우를 만나야 할지 몰랐다.그래서 배준우를 찾아가지 않았다.하지만 지금......!“포기하지 않다고 해도 내가 뭘 더 할 수나 있겠어? 지금 나 때문에 너희 집안도 이렇게 됐는데, 더 이상 뭘 어떻게 할 용기가 없어.”배준우의 피도 눈물도 없는 대처 방식이 이미월은 너무 두려웠다.정말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런 그에게 진승연도 이젠 두손 두발 다 들었다.진승연은 여전히 고은영이라면 치가 떨렸다.“이게 다 저 계집애 때문이야.”이 모든 것은 고은영이 나타나는 바람에 벌어진 일들이라고 생각했다.그녀 때문에 자신이 노빈과 결혼해야 할걸 생각하니당장 가서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요즘 정원희가 그녀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 탓에 손을 쓸 기회가 없었다.고은영을 욕하는 진승연의 말에 이미월은 속이 시원했지만겉으로는 아닌 척했다.“승연아, 지금 상황에 함부로 하면 안 돼. 지금
그동안 진 회장은 집에 들어오지 않고 거의 밖에서 지내다시피 했다.지금 진영그룹의 상황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만약 노씨 가문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미 파산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는 한정적이다.이미월을 이성을 잃고 분노하는 진승연의 모습에 겉으론 타이르는 척 했지만 속으론 아주 통쾌했다.........배준우는 고은영에게 간단히 걸으면서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사주었다.고은영은 이런 길거리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여기 음식은 길거리 음식이지만 가격이 꽤 나갔다.그래서 고은영은 저번에 왔을 때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하지만 오늘은 배준우가 사는 것이니 마음껏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잠깐!”고은영이 돌아서자 배준우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그러고는 휴지를 꺼내 그녀의 입가에 묻은 기름을 닦아주었다.고은영은 더러워진 휴지를 보고는 멋쩍은 듯 혀를 내둘렀다.“너무 맛있어요!”“좋아?”“네, 좋아요!”고은영은 신이나서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이런 건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되니까, 오늘 먹으면 한참 동안 못 먹겠네.”고은영은 지금 기분이 좋아서 배준우가 뭐라 하든 다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가끔 한 번씩 먹어도 충분해요.”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배준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배준우는 요즘 그녀가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이런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려 할까 봐서 걱정이다. 그래서 미리 말해두는 것이다.천하의 배준우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니.두 사람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하원으로 돌아왔다.진 씨 아주머니는 이미 퇴근했다. 배준우가 미리 전화해서 저녁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주방엔 먹을게 없었다.고은영은 배준우와 함께 있으면 행복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녀가 숨기고 있는 비밀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자기가 그토록 숨기는 일을 배준우가 이미 알고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그녀의 뭔가 고민하는 듯한 눈빛에 배준우가 물었
평소엔 우유부단하던 그녀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아주 분명하게 정의를 내렸다.그리고 지금 배준우의 말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배준우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든 두 사람이 위장 결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됐어, 피곤하지 않아?”고은영이 아무 말도 없자 배준우는 그녀가 놀란 줄 알고 더 놀리지 않았다.“저, 먼저 샤워하러 갈게요.”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배준우의 무릎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몸을 돌려 샤워하러 가려 하는데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렸다.“어떤 일에는 그렇게 깊게 고민할 필요 없어.”모든 일은 순리를 따라야 한다!고은영은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주제넘게 굴지 말라는 말로 들었다.그가 뭘 하려 하든 그녀는 그냥 순종하면 된다는, 그런 뜻으로 말이다.그의 뜻을 거역하면 집과 카드를 모두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생각을 하니, 조금 전 까지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뭔가 억울하다는 느낌도 들었다.하지만 모든 운명은 그의 손에 달렸으니, 순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조금 전까지 혼자 자겠다고 하더니, 샤워를 마치고 고민하다가 결국 얌전히 배준우의 침대에 누웠다.배준우가 방에 들어오자, 고은영은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배준우는 그녀가 왜 그런 표정인지 알지 못했다.저녁 먹을 땐 그렇게 좋아하더니, 지금은 왜 그러지? “왜 그래?”배준우가 걱정되어 낮은 소리로 물었다!평소에 말투가 워낙 차가워서 지금 아무리 부드러운 태도로 말한다고 해도 고은영에겐 별로 따뜻하게 들리지 않았다.고은영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말했다.“졸려서요.”“졸려서 기분이 안 좋아?”고은영이 입을 삐죽거렸다.“네.”“그럼 자.”배준우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먼저 재웠다.그리고 그는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가 다 씻고 나오자 고은영은 이미 깊은 잠에 빠졌다.키가 큰데다 잠버릇까지 얌전하니 못하니 그녀 혼자 온 침대를 다 차지했다.배준우는 처음 그녀와 잘때 이런 그녀의
즉 그녀가 만약 풀려나지 못했다면, 그들이 굶어 죽든 말든 상관할 사람이 없단 뜻인 건가?고은영, 고은지, 독한 년들!“엄마 찾느라 돈 다 썼어요. 진짜 한 푼도 없다고요.”“은지한테 전화 안 했어?”가장 먼저 고은지에게 도움을 청했는지에 대해 물었다.고은영보다 고은지가 더 만만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지금 강성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고은지라 생각했다.그녀는 지금 고은지도 고은영과 똑같은 태도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서정우는 힘 빠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러 번 전화했는데도 다 안 받아요. 그런데 돈 얘기를 어떻게 꺼내요!”“은지까지도 전화를 안 받겠다고?”조보은은 믿기지 않았다.그동안 고은지는 그녀의 말을 거역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서정우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서정우도 그렇게 생각했다.서정우는 어제 고은지의 냉담한 태도를 생각하며 뭔가 고민하듯 말했다.“엄마, 전에 진짜 누나한테...?”그 뒷말은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대답을 듣게 될까 두려웠다.“내가 뭘 어쨌다고! 난 걔한테 떳떳해!”그녀는 조금의 여지도 없이 부인했다“근데 누나가 왜 이렇게 갑자기 차갑게 변해?”서정우는 어쩌면 조보은이 자신도 모르게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고의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조보은의 이유가 아니면 고은지가 지금 이렇게 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고은영, 그 계집애가 뭐라고 했겠지!”조보은은 확신하듯 말했다.그녀는 자기 때문에 고은지가 이혼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는 듯했다.지금 고은지가 이러는 걸 다 고은영 탓으로 돌렸다.“........”고은영, 이건 모두 고은영의 짓이다!서정우도 고은영 때문이라는 조본은의 말을 믿었다. 고은영 말고는 그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고은지가 완전히 변한 건 고은영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요? 지금 돈 얼마나 남았나요?”“10만 원
고은영은 지금 회사에서 아예 할 일이 없다.아침에 회사에 도착해서 휴게실을 정리하고 대청소하는 데 고작 1시간 걸렸다.그러고는 휴게실 소파에 앉아 충전된 핸드폰을 뽑고, 부재중 전화는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지영은 지금 미치듯이 바빴다. “은영아, 너 지금 근무시간 아니야?”안지영은 이 시간에 전화할 여유가 있는 고은영이 놀라웠다.왜냐면 오전 시간이 가장 업무가 많은 시간이기 때문이다.“나 지금 비서에서 도우미로 강등했어. 그래서 별로 할 일이 없어.”“무슨 일이야?”고은영의 말에 안지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비상계단으로 갔다.해야 할 일이 많긴 하지만, 고은영이 너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나 지금 회사야, 난 대표님 휴게실만 정리하면 돼. 나머지 업무는 다 신입한테 인수인계해 줬어.”“휴게실을 정리한다고?”몇 분이면 끝나는 일 아닌가?“그러니까. 도대체 무슨 뜻일까?”전에 배준우가 제일 싫어하는 게 회사 직원이 한가하게 빈둥대는 거였다.그런 직원이 눈에 띄면 바로 엄청난 양의 업무를 준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온 하루 빈둥거리고 있다.“그냥 휴게실을 치우라고 했다고?”“그렇다니까!”고은영은 억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그녀는 지금 점점 배준우가 무슨 생각인지 이해하지 못했기에 그가 그렇게 행동하면 행동할수록 더 무서웠다.“대표님께서 무슨 의도로...”안지영도 어리둥절했다.방금 고은영의 질문을 다시 반복해서 말했다.고은영도 알지 못했다.“설마 너 임신한 거 걸린 거 아니야?”“내가 임신한 걸 걸렸으면 이렇게나 평화로울 수가 있었을까?”“하긴!”고은영의 말에 안지영은 더 고민됐다. 도대체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나태웅은 당연히 알고....!안지영은 아직도 고은영에게 나태웅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를 하지 못했다.왜냐면 고은영이 배준우에게 임신 사실을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안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 나태웅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그
완강한 안지영의 태도에 고은영은 더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전화를 끊은 뒤,고은영은 불안감이 엄습했다.예전에는 안지영과 함께였으니 그나마 괜찮았는데, 이제 혼자가 되었으니 조금 무서워 났다.안지영의 전화를 끊자마자 조보은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고은영은 끊으려 했는데 손이 빗나가 버튼을 잘못 누르고 말았다.“고은영, 너 대단해! 이제 경찰에 신고한 거 이거야?”“내가 신고한 거 아니에요.”“네가 한 거랑 뭐가 달라? 내가 내 사위 회사 앞에서 경찰서에 끌려갔는데, 네 짓이 아니라고?”조보은은 화가 치밀었다. 어제 그녀는 밤새도록 분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만약 이 소문이 용산에 퍼진다면, 동네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그래서 지금 어떻게든 큰돈을 건져야 돌아갈 수 있다. 그 돈을 누가 주는지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날 정말 당신 딸이라고 생각은 해요?”“생각하든 안 하든, 넌 내 딸이야!”고은영은 그녀의 이런 가식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역겨웠다.“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요. 이런 수작은 나한테 안 통해요.”하긴, 그녀의 수작에 쉽게 넘어갈 고은영이 아니였다.그녀는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을 거면, 차라리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그녀의 말에 조보은은 바로 태도를 바꾸며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래, 그럼 당장 2억이나 내놔!”조보은은 이 돈을 량천옥이 주든 고은영이 주든, 암튼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내놔야 한다고 생각했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반드시 돈을 받고야 고향에 돌아가겠다고 생각했다.“그럼 당신을 이용하려 했던 사람한테 연락해 봐요.”조보은의 말에 고은영은 조금의 심경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2억? 얼굴도 두껍지!전에 200만 원도 주지 않았는데, 지금 2억을 달라고?고은영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거절하자 조보은은 더욱 흥분했다.“난 너랑 배준우의 결혼, 난 승낙 못해!”“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승낙 못한다고?조보은의 말에 고은영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