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1216 챕터

제171화

그리고 배준우에게 고은영은 술자리에서만 쓸모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술을 대신 마셔줄 수 없으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도 아니었다.고은영은 고민하는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배준우는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왜?”“아니에요!”고은영은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얘기를 감히 말하지 못했다.만약 그녀의 가치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술을 못 마신다고 말하면 해고당할 수도 있지 않을지 걱정했다.나름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성실하고 본분을 잘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부정당할 순 없었다.고은영은 억울했지만 뭐라고 말할 용기는 없었다.두 사람은 함께 비즈니스석에 탔다.승무원이 작은 간식들을 건넸다. 고은영은 이런 간식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왠지 먹고 싶었다. 배준우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은영은 간식 봉지를 뜯어 과자 하나를 입속에 넣었다.“와그작~!”이 소리에 눈을 감고 있던 배준우가 순간 그녀를 쳐다보았다.고은영은 그의 눈빛에 침을 삼키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제가 대표님을 방해했나요?”배준우가 대답했다.“내가 아침에 말하지 않았어? 너 살쪘다고.”간식을 들고 있던 고은영의 손이 굳어버렸다.‘이런 심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고은영은 먹고 싶었지만, 그의 말에 더 먹을 수 없었다. 배준우의 말에 삐친 듯 간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럼 안 먹을게요.”그의 말이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이 말을 들으면 그 어떤 여자라도 그럴 것이다.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배준우의 살쪘다는 말에 고은영은 점심 기내식도 먹지 않았다.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었다.그녀의 무기력한 모습에 배준우가 물었다.“너 왜 그래?”고은영이 대답했다.“배고파서요.”배준우는 의아했다.“근데 아까 왜 밥 안 먹었어?”고은영은 따지듯 말했다.“대표님이 저 살쪘다면서요!”두 사람의 오가는 대화에 호텔 복도의 공기도 조용해졌다.고은영은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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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고은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물었다.“제가 이렇게 일도 잘 못하고 하는데 왜 저를 계속 대표님 곁에 남겨두시는 거예요?”고은영 이전의 비서들은 배준우 곁에 그리 오래 머물지 못했다. 제일 길어봤자 3개월이었다. 배준우에게 어떻게든 수작을 걸어보려고 하는 바람에 다들 잘렸다.하지만 그들과 비교했을 때 고은영의 업무 능력은 정말 평범했다. 업무를 질서정연하게 처리하긴 하지만 뛰어나게 잘하는 데 속하진 않는다. 심지어 조금 뒤떨어진다.겉으로는 노련해 보이지만 실수가 잦은 편이라 안심할 수가 없다.배준우는 그녀의 질문에 생각에 빠졌다.배준우가 아무 대답이 없자 고은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제가 술을 잘 마셔서요?”그녀의 말에 배준우는 잠깐 멈칫하며 고민이 섞인 표정을 한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생각해 보면 진짜 그런 것 같기도 했다.“응, 그렇지.”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억울한 마음이 몰아쳤다. ‘걱정했던 일이 진짜 사실이었다니.’진짜 그녀가 술을 잘 마시기 때문이었다.배준우가 물었다.“왜? 뭐 다른 능력이라도 있어?”“아니요!”고은영은 더욱더 억울한 말투로 대답했다.다른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자기를 곁에 두고 있다니 고은영은 매우 서운했다.배준우가 말했다.“그래, 자기 인식이 정확하네.”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자기 인식이라고?사실 그녀는 자기가 동영그룹 보다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이미 동영그룹을 떠나면 어떤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동영그룹을 떠나서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룸서비스가 도착했다. 배준우는 먹을 생각이 없었고 계속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다이어트를 한다던 고은영은 디저트를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30분 동안 먹는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가 물었다.“안 느끼해?”고은영이 대답했다.“아니요. 너무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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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어쨌든 조보은은 아직 안에 있고, 고은지 쪽에서도 그러고 있으니, 돈을 달라고 할 수 없었다. 지금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고은영뿐이었다. 돈을 좀 아껴 써야 해야 했는데, 지금 돈이 하나도 없어서 어떻게 할지 몰랐다. 고은영이 차갑게 말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네가 어떻게 하는지 나랑 상관있어?”“아니, 누나는 내 친누나잖아. 나한테 이러면 안 돼!”서정우는 더욱 다급해졌다.만약 고은영이 돈을 보내주지 않으면 이 번화한 강성에서 살아남을 길이 없었다.친누나라는 말에 고은영은 더욱더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네가 날 친누나 취급해?”“무슨 말이야, 내 친누나잖아.”서정우는 점점 더 다급했다.고은영이 대답했다.“아쉽네. 난 널 동생으로 생각한 적이 없는데.”“뭐, 야 고은영...”고은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어이가 없었다.하긴 고은영은 정말로 조보은과 서정우를 친엄마, 친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전화를 끊자마자 서정우가 또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고은영은 무시하고 받지 않았다.서정우도 열 몇 번을 걸고서야 포기했다.고은영은 안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서정우가 회사에 가서 소란을 피우지 않게 주시하라고 말이다.안지영이 물었다.“감히 회사에 와서 소란을 피운다고? 그럼 그 대가가 뭔지 똑똑히 알려줄 거야.”‘조보은의 그 소란을 피우는 방식을 여기에도 써먹는다고? 후회하게 할 거야!’안지영의 반응에 고은영도 마음이 놓였다.“그래. 그럼, 너한테 맡길게.”“걔한테 차릴 예의 따위 없어.”안지영이 또 한마디 거들었다.고은영이 대답했다.“그래! 절대!”서정우에게 예의 따윈 사치다.안지영이 그를 때려서 병원에 입원시킨다 해도 고은영은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고은영의 태도에 안지영은 안심했다. 왜냐면 고은영도 저번 고은지처럼 상황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자신을 갉아먹는 가족에게 매번 타협하며 그들에게 휘둘리는 것이다.지금은 그 가족이 완전히 흩어졌다.세상에서 제일 하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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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고은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 귀여워.” 배준우가 대답했다.‘귀, 귀엽다고?’배준우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고은영은 자신이 환청이 생겼다고 느꼈다. 그처럼 무심한 사람의 입에서 귀엽다는 소리가 나왔으니 말이다. 그는 다른 여자에 대해 평가는 커녕 말도 별로 하지 않았다.‘근데 지금은...?’고은영을 반복해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고 있다.‘정말 그 정도로 별로인 사람인가?’고은영은 억울한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봤다.“그럼, 저 밥 먹어요? 안 먹어요?”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밥을 먹을지 말지 혼란스러웠다.배준우는 그런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그래서 언제 일어날 거야?”“무슨 일 있어요?”고은영은 아직 잠에서 덜 깨서 정신이 없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배준우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곧 6시야, 지금 출발해야 해.”고은영은 멍했다.“...... ‘‘출, 출발이라니!’저녁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근데, 지금 술을 못 마시는데.’배준우의 차가운 눈빛에 고은영은 꾀병을 부리기에 아직 늦지 않았는지 생각했다.“밖에서 기다릴게.”고은영이 대답도 하기 전에 배준우는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고은영은 당황스러웠다.“......”멍하니 침대에 앉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은영이 옷을 차려입고 화장하고 나오자,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배준우가 보였다.이미 깔끔한 차림새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은영이 그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띵동 띵동”고은영은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또 뭐 주문하셨어요?”“아니, 가 봐.:“네.”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바로 문을 열지 않고 보안경으로 내다보았다. 밖을 확인하자마자 깜짝 놀라 목을 뒤로 젖혔다.그녀의 순간적인 긴장감에 배준우도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이, 이, 이미월 씨에요.”고은영은 놀란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봤다.지금 그들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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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하지만 여전히 오만했고 고은영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이미월은 고은영의 옆을 지나갈 때 그녀를 세게 밀쳐버렸다.고은영의 등은 어쩔 새도 없이 차가운 벽 쪽에 부딪혔다.진승연도 눈을 부릅뜨고 고은영을 노려보고는 이미월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준우야,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아?”이미월은 배준우의 맞은편에 앉으며 다소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배준우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는 손에 든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는 이미월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진 않고 낮은 소리로 되물었다.“여기는 왜 왔어?”이미월이 대답했다.“너 만나러 왔지.”조금 화가 난 듯한 말투였다.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진승연은 여전히 문 앞에 서 있는 고은영을 보고 얄미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언니한테 마실 거 한 잔 갖다 줘요. 레몬네이드로요.”진승연의 말에 고은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레몬네이드?’방에는 없고 룸서비스를 불러야 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방에는 없고 룸서비스 불러 드릴게요.”“룸서비는 맛없어요. 가서 직접 사와요.”진승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승연의 말에 고은영은 곤란한 듯 배준우를 쳐다보았다.이런 고급 호텔 근처에 레몬네이드를 파는 가게를 찾기도 어려웠다.게다가 저녁 약속 시각이 다가오고 있는데 레몬네이드를 사러 가야 한다.고은영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배준우를 쳐다보는 모습에 진승연은 짜증 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얼른 갔다 와요.”그녀는 배준우가 나서주길 바랐다.레몬네이드를 사 오라고 한 것뿐인데, 서운했다.고은영이 배준우를 멍하니 쳐다보는 모습에 진승연은 더 화가 났다.‘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합의된 관계인 주제에 자신을 진짜 사모님 취급하는 건가?’진승연의 마음속에서 배씨가문 사모님 자리에 어울리는 건 이미월뿐이었다.이미월도 고은영이 배준우를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은영 씨, 가기 싫으면 가지 마요.”이를 악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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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이미월은 조심스레 말했다.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이미월은 이토록 차갑고 냉담한 눈빛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만 그랬던 그의 얼음장 같은 냉정함이 정확히 언제부터 그녀에게도 향하기 시작했는지.이미월은 서러웠다. 하지만 배준우의 눈빛이 하도 냉담해서 감히 뭐라고 하지 못했다.“미안해. 얼른 가!”“나 실장한테 방 예약하라고 할게.”배준우는 차갑게 한마디만 하고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려 했다.배준우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여기서 기다리면 안 돼?”이미월은 벌떡 일어서서 배준우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불편해.”그의 말투는 아무런 온기 없이 냉담했고 그를 따라가던 고은영마저 긴장하게 했다.이미월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불편하다고?’그가 그녀에게 불편하다고 말했다.‘도대체 그들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이미월은 가슴이 아팠다.배준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은영을 데리고 나갔다.방에는 이미월과 진승연 둘이 남았다. 진승연의 오만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이미월은 걱정스럽게 이미월을 쳐다보았다.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언니, 준우오빠랑 그 여자 진지한 사이가 아닐 거야. 언니 화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진승연을 쳐다보는 순간 이미월은 눈물이 흘렀다. 그러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나한테 화가 많이 났어. 3년 전에 내가 말도 없이 떠나서 그러는 걸까?”3년 전 얘기를 꺼내니 이미월은 더 억울했다.3년 전 량천옥과 배준우의 상속권에 대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사실 일을 이렇게 만든 건 다 량천옥이었다.이미월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었는데 그가 지금 그녀를 원망하고 있다.생각할수록 이미월은 마음이 아팠다.“근데 언니 3년 전에 왜 떠났어?”이미월의 씁쓸한 말투에 진승연이 물었다.당시 이미월과 배준우가 사귀고 있을 때 다들 그들을 완벽한 한 쌍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둘이 당연히 끝까지 가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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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배준우가 이미월을 대하는 태도만 생각하면 진승연은 분노가 치밀었다. 배준우에 대한 이미월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욱 그랬다.현재 진승연의 마음속에는 오히려 배준우가 말없이 떠난 사람인 것 같았다.“그러지 마. 준우가 화낼 거야,”이미월은 흥분한 진승연을 말리며 말했다. 고은영의 물건을 던지지 못하게 그녀를 끌어당겼다.배준우와 고은영이 계약된 사이든 뭐든, 지금 그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고은영이고 배준우는 그런 그녀를 보호하고 있다. 절대 자기 아내가 괴롭힘을 당하도록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니었다.이미월은 배준우의 성격을 너무 잘 파악하고 있었다.비록 그녀도 고은영의 물건을 다 내다 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배준우가 분노하면 그 대가가 뭔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진승연이 그러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승연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화를 내야 할 사람은 언니라고!”“겨우 3년밖에 안 됐는데 다른 여자랑 결혼했어. 언니에 대한 마음이 부족했던 거라고!”진승연은 말할수록 화가 났다.이미월의 손을 뿌리치고 방에 있는 고은영의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다.이미월은 겁에 질렸다. 그녀가 말리기도 전에 진승연은 이미 고은영의 물건을 찾아 호텔 복도에 던져 버렸다.이미월은 고은영의 물건이 버려지는 걸 보고, 자신도 모르게 후련한 감정이 스쳤다.배준우는 자신의 거라고...이번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로는 진승연을 말렸다.“승연아, 괜한 소란 피우지 마. 얼른 물건들 다 가지고 들어와.”“가지고 들어오라고? 밖에 내다 버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해.”진승연은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이미월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일어서서 고은영의 물건을 주우려 했다. 그녀는 일어서자마자 진승연이 막았다.“언니는 너무 착한 게 문제야. 그래서 그 여자가 감히 언니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거라고.”진승연은 이미월이 고은영의 물건을 주우려 하는 걸 완강하게 막았다.얼마 지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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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아마 호텔 직원의 말을 들은 모양이다.“언니.”“날 정말 이 방에서 쫓아내네.” 이미월은 씁쓸하게 말했다.그를 찾아오면 그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자신을 피할 줄 몰랐다.어제 진승연이 배준우에게 자신이 취했다고 전화를 걸어 그가 자신을 데리러 올 거로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는 오지 않았고 진승연이 다시 전화했을 때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보아하니, 그는 정말 아무런 감정이 남지 않았나 보다.씁쓸해하는 이미월의 모습에 진승연도 속상했다.“분명히 그 여자가 꾸민 수작이야. 생각 이상으로 추잡한 여자야.”고은영 얘기만 나오면 진승연은 분노가 치밀었다.이미월의 안색도 더 창백해졌다.지금 아무리 그녀에게 불만이 많아도 그녀가 현재 배준우의 아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게다가 곧 그들의 결혼식이다.결혼식에 대해 생각하니 이미월은 더욱더 질투 났다. 정말 웅장하고 굉장한 결혼식이 될 예정이니 말이다.한 편 차 안에서는.고은영은 조심스럽게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그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고은영의 그 감정변화 요인에 대한 파악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그녀의 시선에 배준우는 그녀의 작은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왜 쳐다봐?”고은영은 재빨리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배준우는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은영은 순간 멍했다.“대, 대표님?”“안 내려?”“내려요.”고은영은 재빨리 자기 손을 그의 손바닥에 살며시 얹었다.그녀의 소심한 모습에 배준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그녀가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도 배준우 뿐일 것이다.그가 없을 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당당하기 그지없었다.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녀가 배준우에게 물었다.“오늘 만날 고객은 누구예요?”그녀는 일에 조금 서툴지 몰라도 회사 고객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꿰고 있었다.어느 도시에서 그가 꼭 만나야 할 고객이 누군지 다 알고 있었다.“유가그룹 대표.”유가그룹이요?순간 고은영은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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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배준우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지만, 고은영은 육명호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너 별로 마음에 안 드나 봐?”“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그분 인성이 별로라고 생각해요.”고은영은 솔직히 털어놨다.배준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그의 눈빛에 고은영은 감정을 숨기며 재빨리 말했다.“잘못했어요.”“그 사람 인성이 어떻든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우리한테 쓸모 있냐 없냐가 중요한 거지.”“네, 명심할게요!”고은영은 입을 삐죽거렸다.‘거래 대상의 인성이 배준우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고은영은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녀가 보기엔 인성이 아주 중요했기 때문이다.그녀가 삐죽거리는 모습에 배준우의 눈가에 은은한 웃음기가 돌았다.두 사람이 VIP룸에 도착했을 때 안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배 대표.”육명호가 웃으며 일어났다.육명호가 나름 잘생겼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그의 그 교활한 웃음에 고은영은 토가 나올 것 같았다.배준우는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육 대표.”“앉아요.”육명호는 배준우를 룸 안으로 끌어당겼다. 안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마 육명호가 데려온 파트너인 것 같았다. 예쁘장한 여자였다.육명호의 옆에 나란히 있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미모였다.육명호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비서, 오랜만이에요.”고은영은 입꼬리가 떨렸다.‘그놈의 바람기......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하고 그만 웃을 수 없나?’사실 그의 웃는 얼굴은 꽤 매력적이었다.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다운됐다.배준우는 자리에 앉으며 고은영을 흘겨보았다. 고은영도 재빨리 그의 옆에 앉았다.그의 유혹하는 듯한 미소에 고은영은 감히 대꾸할 용기가 없었다.동영그룹 회사 내에 그런 규정이 있다. 어떤 부서 직원이든 몸을 팔아서 거래를 성사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이 규정은 마케팅 부서에 대한 경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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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그러니까......“육 대표님, 제가 대신 마실게요.”고은영은 재빨리 배준우의 술잔을 집어 들었다.그 말을 들은 육명호는 멈칫하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은영을 쳐다보고는 또 배준우를 쳐다봤다.“배 대표?”“네. 나 술 못 마셔요.”배준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육명호는 눈치를 살피더니 배준우의 말에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고은영에게 말했다.“그럼, 고 비서가?”다소 애매한 말투로 말이다.고은영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면 그를 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중한 자리이니 꾹꾹 참고 있었다.육명호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배준우의 심기도 불편해졌다.육명호는 아마 자신의 계획이 있는 모양이다. 방금 자기 파트너에게 술을 따르게 한 걸 보면 그래 보였다. 다만 배준우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을 줄은 몰랐다. 아마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다.심지어 소주이다!고은영은 술을 들이키자마자 목구멍이 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 비서 주량이 끝내주네.”그녀의 원샷하는 모습에 육명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은영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급하게 한마디 했다.“죄송합니다.”말하고는 룸 밖으로 급하게 나갔다.이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임신한 탓인지 술 냄새에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방금 마신 술을 바로 화장실에 가서 깨끗이 토해냈다.“너 정말 얌전하지 못하구나.”고은영은 아랫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그녀가 정리하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육명호가 보였다.‘설마? 이 사람이......!’고은영은 소름이 끼쳐 그를 피해서 돌아서 가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곁을 지나가는 순간 그에게 손목을 잡혔다.“은영 씨?”은영 씨라는 말에 고은영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고은영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육 대표님, 자중하시고 손 놓으세요!”육명호는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살짝 당황했다. 이전에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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